블랙 달리아 2 밀리언셀러 클럽 54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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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마냥 따뜻할 것만 같은데, 이 거리에는 추악한 인간들이 득실거린다.
배신과 비정함으로 일관되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지배하는 40년대의 L.A의 풍경은 이렇단다.
거리의 사람들은 마약에 빠져있거나, 술에 빠져있거나, 여자를 사고 팔거나,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변태성욕을 숨기지도 않으며, 사람이 쉽고도 허망하게 죽어나간다.
이 축축한 타락한 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누구도 완전히 선하지 않지만, 누구나 악하다.
경찰과 범죄자의 경계조차 무의미하게 폭력이 난무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여자들은 길에서 남자에게 몸을 팔고,
길거리의 밑바닥 인생인 창녀들중에서 더러는 누구의 짓인지도 모르게 살해당한다.
"블랙 달리아"처럼....
 
블랙 달리아. 미친 타락녀.
배우가 되고자 보스턴에서 L.A로 건너와 무섭도록 몸을 팔았던 천박한 창녀 '엘리자베스 쇼트'.
몸이 두동강으로 잘리고,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찢겨진 채로 살해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유명해진 미국의 밑바닥 인생을 대표하는 그녀를 사람들은 '블랙 달리아'라고 불렀다.
실제 사건이었던 '블랙 달리아'사건을 기초로 한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 <블랙달리아>는
추리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나 뒤통수 치는 반전을 내세운 소설은 아니지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블랙 달리아의 시신처럼, 끔찍하게 일그러진 사회의 밑바닥 군상들을
낱낱히 해부하며 사람과 사람이 저지른 죄의 잔혹함에 치를 떨게 하는 소설이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경찰이 되려고 친구를 밀고한 비열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권투선수 출신의 경찰 버키 블라이처트부터,
은행털이범을 소탕하여 영웅이 되었으나, 부정부패를 일삼고 배신을 밥먹듯이 해서 경찰 반장까지 오르는
버키의 동료 리 블랜처드,
창녀로 살아왔던 전적이 있으나, 리를 만나고 나서 새로운 동화적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나약한 케이,
부족할것 없이 자라온 부잣집 딸이지만 함부로 몸을 굴려버리는 창녀 매들린,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서 주위에 별로 신임을 받지도 못하고, 여배우가 되고자 몸을 팔아 삶을 근근히 이어가지만,
그 매춘조차 자신의 내재된 나약함과 성애중독증을 변호하기 위한 하나의 핑계거리처럼 비춰지는
블랙 달리아 엘리자베스 쇼트.
타락한 경찰, 권력을 이용하여 원하는 바를 모두 가지려는 경찰,
아버지와 자는 딸, 시체를 사랑하는 변태성욕자, 여자를 잡아다가 남자들에게 팔아먹고 사는 뚜쟁이.
 
<블랙 달리아>속의 인물들은 모두 잔혹한 본성과 과거 누군가에게 받았던 상처를 해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핑계로 거칠게도 일그러져있다.
이성을 놓아버릴 단 한개의 이유라도 있다면 금새도 무너져버릴 나약한 인물들.
사랑도 없고 정의도 없다. 그들에게 주어진 감정이란 어쩌면 생존본능 뿐인지도 모르겠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음해하고,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자신을 팔아버리는 창녀같은 인물들.
약점과 추악함이 내뱉는 독살맞은 매력으로 가득찬 인물들이 엮어나가는 이 소설은
끔찍하게도 아름답고, 나약하고, 서글프다.
 
그들 모두가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지만, 막상 안정된 인생이 자기 앞에 놓여 있을때
그들은 겁쟁이처럼 또다시 혼탁한 도시의 밑바닥으로 도망쳐 버리고 만다.
리가 '블랙 달리아'사건을 수사하다가 폭주해버리고 사라져버린 후에,
버키가 공포에 가득차 그제서야 케이와 사랑을 확인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게된 후에도,
또다시 피와 폭력과 정액이 난무하는 거리로 뛰쳐나와 끝없이 블랙 달리아를 찾아 헤매이며,
케이와의 결혼생활을 끝낼 핑계거리를 찾듯이.....
이미 범죄와 폭력에 물들여진 이 사람들은 결코 평범한 행복에 길들여지지 못하고,
그 지루한 안정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들이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행복해지기 위함이 아닌, 단지 '살아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추악함을 내세운 다른 소설들도 참 많지만, 이 소설이 유독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과거와 블랙 달리아 사건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열살에 어머니가 강간, 살해 당한후에 부랑아에 알콜중독자로 살아온 제임스 엘로이.
이 작품으로 그는 결국 미해결 사건으로 끝난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려 했을까.
버키가 '블랙 달리아'의 환영에 시달리며 집착하게 되었던 것처럼,
소설을 쓰는 내내, 그는 도저히 잊을수 없던 암울한 과거사를 다시 끄집어내어 어머니의 환영을 마주보고
위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엽기적인 살인보다 타락한 사람이 더욱 무서웠고 서글퍼졌던 소설.
"걸작"이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1%도 낙천적이지 않고 밝은 구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으며 멋있는 척도 하지 않는 음울한 이 느와르는
독하고, 진하고,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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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의 손바닥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윤덕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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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늘 내가 읽는 소설의 제목이 의심스럽다던 엄마가 드디어 불심으로 들어가기로 한거냐며 빈정대게 했던
바로 그 소설 <미륵의 손바닥>.
박력만점의 제목만으로도 나를 설레이게 만드는 <살육에 이르는 병>의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의 최근작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이미 책을 사고 난 후였다.
거의 딱 1년전 이맘때쯤에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보았는데,
같은 출판사에서 함께 얘기되어질수 있는 소설을 또 냈다. (재미붙인걸까?)
소설 막바지에 화르륵 터져버리는 반전과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사회의 병폐에 대한 이야기등이 비슷한 점에서
두 소설은 어찌보면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소설 막바지에서 두 소설은 방향을 달리한다.
말그대로 "부처님 손안에 있소이다-"를 떠올리게 하는<미륵의 손바닥>.
<벚꽃...>에서는 피라미드 회사를 파해쳤다면, <미륵의 손바닥>은 신흥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교사인 쓰지는 몇년전, 학생과의 불륜 사건때문에 학교도 옮기고 아내와도 반별거중인 상태이다.
서로의 방에 틀어박혀 단한마디도 하지 않고 살아온지 꽤 되어서 당장 이혼해도 상관없는 상태.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사라졌다.
그녀가 이혼을 하자면 하려고 했고, 위자료를 달라면 위자료를 줄 생각이었던 쓰지는
아내의 실종을 대수롭지 않게 "드디어 가출을 한게로구나."라고 생각하는데,
몇일후 아내의 실종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이 출동한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 실종인지 살인인지 가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남편에 의한 살인을 염두해두고 있던 경찰은 쓰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쓰지는 누명을 벗기위해 아내를 발벗고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또다른 남자 에비하라는 다 큰 두 딸과 재혼한 아내와 살고 있는 형사이다.
거구에, 마초인 이 남자는 러브호텔에서 살해당한채 죽어있는 아내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내가 죽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도 충격일 터.
딸들앞에서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에비하라는 범인을 자가응징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기 시작한다.
 
똑같이 아내를 잃은 두 남자가 맞딱뜨리게 되는 곳이 신흥종교 "구원의 손길"의 본사에서 이다.
잃어버린 아내들의 죽음에 깔려있는 이 신흥종교."구원의 손길"-
벌써 이름부터가 수상하지만, 왠지모르게 건전함이 넘치며
사이비 종교라 하기에는 너무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더더욱 수상하다.
사라진 아내들과 이 신흥종교 "구원의 손길"과의 관계를 파해쳐나가며,
두 주인공은 놀라운 사실을 맞딱뜨리게 된다...........................
.................................는 것이 대충의 줄거리인데, "놀라운 반전"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단순하게 떠올렸던 "아, 이렇지 않을까..."싶은 이야기가 후반부에는 그대로 이어져서,
나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뒷통수를 때려버리는 소설은 아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반전이 얼마나 중요하랴.
전체적으로는 무척 재밌었고, 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에서 차갑고 냉정한 것은 약한 사람들을 홀려내는 신흥종교의 모습이 아니라,
독자로써는 인간적으로 다가와야하는 두 주인공 '쓰지'와 '에비하라'였다.
아무리 별거상황이라지만, 아내가 사라져도 눈도 꿈쩍하지 않는 차디찬 무관심의 제왕 쓰지.
아내의 죽음앞에서도 아내의 불륜사실에 더 열을 내는 마초형사 에비하라.
기묘하게도 이 모습이 마냥 밉지만은 않고, 인간적으로 공감할수도 있는 이유는
누구의 마음속에나 저런 차가운 면들이 다 있어서일까.
누구나 사소한 것에 더 열광하며, 무관심이 최상의 선택이라 생각하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까.
 
소설에 있어 아쉬운 점은 소설의 분량상의 문제인데,
만약 이 소설이 더 짧은 단편이었다면 좀더 깔끔했을 것 같고, 더 긴 장편이었다면 좀더 심도 깊었을 성 싶은데,
약 300페이지의 준수한 페이지는 어딘지 아쉬워서 고개가 갸우뚱.
굳이 <벚꽃...>과 비교해보자면, <벚꽃...>쪽이 재미나 소설의 메시지가 더 깊이 와 닿는 것도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회를 좀먹는 행태에 대한 몹시도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장편으로 보기에는 뭔가 디테일이 모자른 것 같기도 하고, 단편으로 보기에는 얘기가 너무 광범위해지는
참으로 신기한 소설이다. 더 짧거나 더 길었다면 좋았을 것같은데...음....
 
그러나 얘기자체의 몰입감이 좋고, 마무리도 꽤 깔끔하다고 생각하고,
(분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도 빨리 즐거움을 찾을수 있는 소설이며,
뭐라 딱히 말하기 뭣하지만, 뭔가 끌리는 구석이 있다. 이 작가-
이 책 자체는 뭔가 내 취향을 확실히 건드리는 한방은 부족했지만, 뭔가 살살 건드리고 있다.
뭔가 하나 확 다가오는게 있다면, 쑥 빠져들수 있을 것 같은 작가이다.
앞으로 나올 아비코 다케마루의 대표작이라는 <살육에 이르는 병>을 열렬히 기대해보자.
어쩌면 그 책을 읽고나서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광팬이 되어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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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육에 이르는 병은 19금이 될 거랍니다 ㅡㅡ;;;

Apple 2007-01-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소식은 들었는데, 그 점때문에 왠지 더 궁금해진다는..^^;;;켁..
도대체 뭐가 어떻길래 19금까지...음....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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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유독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장르는 누가뭐래도 공포소설 쪽이 아닐까.
간혹 공포문학이 주는 공포감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은 무슨 보면 안될거 보는 냥,
아주 수준낮은 저급 이야기를 보거나, 또는 변태인냥 의아하게 처다보는 경우도 있다.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워낙 사랑하는지라, 공포 예술장르는 내가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장르인데,
예전에 어떤 친구가 "넌 그런거 왜 좋아해?"라고 대놓고 물어봐서 "그럼 넌 왜 싫어하는데?"라고 물은 적이 있다.
아주 간단명료하게 친구는 "사는 게 힘든데 영화나 소설보면서 힘들고 우울한 게 싫다"라고 말했다.
참 순진한 답변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나 뿐일까.

나는 예술이 주는 우울함이나 공포심과 현실이 주는 그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아주 슬픈 것을 보고, 또는 아주 무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그 감정 자체가
기쁨이나 행복처럼 내가 즐길 권리가 있는 다양한 감정중의 하나라 생각하고,
그 감정 역시 꺼릴 것 없이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중에 하나라고 믿는다.
하나의 상상력으로, 이것 역시 즐거운 예술품의 하나로- 그렇게 받아들여주면 안될까.
공포문학이 그렇게 만만히 얕봐서는 안되는 장르이고,
매니아들이 단지 고어함 때문에만 공포문학에 심취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를까.

어느날 갑자기 몹시 보고싶어서 참지 못하고 사와 한걸음에 봐버린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와!"하는 탄성이 자아내질 정도로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책이다.
공포 단편이 주는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단편집에 실린 작가들의 내력을 훑어보니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70년부터 80년대생까지-비교적 나이가 젊은 작가들인데,  그만큼 젊은 감각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엿보인다.
귀신이나 새로운 존재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끄집어 올려낸 공포,
현실의 짜증이나 당혹감,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한 공포심리를 잡아낸다.

전체적으로 신경질적인 분위기 묘사가 무척 좋은,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김종일의 <일방통행>.
그리고 초반부터 불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호흡 좋고, 마무리 깔끔하고, 무엇하나 손색없는
이 단편선 최고의 단편이라 생각되는 권정은의 <은둔>,
버려도 버려도 집으로 계속 돌아오는 상자로 시작하여 엽기적인 공포물로 마무리 짓는 신진오 <상자>,
가장 짧은 단편인만큼 임팩트 강한 마무리를 짓는 엄성용의 <감옥>,
단편의 반정도의 분량이 고어한 장면으로 채워져있고, 엽기적이나
또 한편으로 어딘지 슬프기도했던 우명희의 <들개>,
뭔가 확실히 잡히는 스토리 라인이 없어 아쉽지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게다가 치과치료를 무척 무서워하고 있는 본인으로써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최민호의 <흉포한 입>,
지배자가 군림해 인간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은호의 <하등인간>,
다소 식상한 소재이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전개와 흡입력이 매력적인 김종호의 <아내의 남자>,
짧고,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하고, 또한 잔혹한 코믹 잔혹극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박동식의 <모텔탈출기>, 공포소설이라기보다는 의학 스릴러에 가깝고, 어딘가 아쉬운 김민영의 <깊고 푸른 공허함>까지-

모두 공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재의 다양성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으로는 역시 <일방통행>과 <은둔>, <상자>, <모텔 탈출기>였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그것도 대부분이 아직 젊은 작가들이 이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읽는내내 완전히 몰입해서 정말 재밌게 읽어버렸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더 많은 양질의 공포문학이 소개되기를 바라게 되는 왠지 신나는 책이었다.
이런 작가들이라면 꿈꿔볼 만도 하다.


p.s 이 책에 뭐 다른 제목을 딱히 붙일 것도 없겠지만,
세계 공포문학선, 한국 추리단편선....뭐 이런 식의 제목은 너무 흔해서 제목은
그다지 강하게 다가오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점이 좀 아쉽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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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0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보고 싶은데 마음만 앞섭니다 ㅡㅡ;;;

Apple 2007-01-0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헤헤....재밌어요..^^
 
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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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권력을 갖지 말고, 무리를 짓지 말고, 늘 재야의 존재로 있어라."
어느 한 지방의 이름도 되고, 어느 한 일족의 이름도 되는 도코노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렇단다.
그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누군가의 기억을 마음속에 저장하기도 하며,
방대한 양의 책을 암기하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일어날 일을 예견하기도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
온다리쿠의 "빛의 제국"은 재야에 수수하게 뭍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독특한 재주를 가진 도코노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온다 리쿠의 책- 이를테면 <삼월은 붉은 구렁을>같은 책을 볼 때에 느꼈던 느낌,
이 빛의 제국도 단편집이나 장편처럼 보이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름 기억하는 데에는 잼병인 사람이라도, 각 단편들의 주인공들의 이름을 기억해두는 편이 좋을 듯 싶다.
그래야 각 단편의 연결고리를 느끼며 읽어갈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어느 계기로 각성을 하고, 사무실에서 한숨을 짓다가 지나치는 사람에게서 그리운 향기를 맡고,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잡초를 뽑는 사람들이 나오는가 하면,
예정된 운명적인 인연을 갖기도 하는 둥,
이 책은 평범하고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일상속으로 신비한 능력을 가진 도코노족의 환타지를 끌고 들어와
환상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보여주고,
언젠가는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만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한다.

 
흔히들 온다리쿠를 "노스텔지아의 마법사"라고들 부르는데,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
언젠가 돌아가야할 그리울 곳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좀더 "귀향"의 느낌을 더해준다.
내가 그곳에서 왔다는 과거의 노스텔지아,
가끔씩은 그 그리운 향기에 돌아가고 싶어지는 현실의 노스텔지아,
그리고 언젠가는 돌아가야한다는 미래의 노스텔지아-
온다리쿠의 향수는 어느 시간, 어느 공간을 정해놓지 않아 정처없이 헤매듯 아련해진다.
 
개인적으로 <굽이치는 강가에서>에서 무척 실망한 바가 크므로,
<빛의 제국>은 훨씬 편안하고 사심없이 읽어내려 갔지만, 아쉬운 점은 무척 많은 책이었다.
책안에서 다루는 열개의 이야기의 호흡이 너무 짧아 깊은 공감이나 감동을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고,
데자부처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흔한 이야기들도 참 많다. (이것도 노스텔지아인가....)
이야기에 비해서 제목이 너무 무거운 것같은 느낌도 드는 것은
이 책이 거대한 뭔가의 비밀을 다룬다기보다는,
일상의 사소한 데서 이끌어오는 비밀과 감동의 순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
좀더 소박한 제목을 짓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빛의 나라"라면...)
전체적으로, 띠지의 "수많은 미스터리 팬들이 최고 걸작으로 뽑은 바로 그 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에는
조금 모자르는 범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쏟아져나오는 온다리쿠의 소설들-
도코노 시리즈는 앞으로도 출간될 예정 같고,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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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컷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9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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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떠나버린 아버지. 그로인해 자살한 어머니.
18살, 뉴욕으로 건너와 친척들과 살다가 그간 돌봐주던 외삼촌이 죽자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숙모가 준 돈을 도둑맞고 명을 만난다.
체육관 관장이자 킬러인 명의 보살핌 아래 체육관 잡일을 하며 킬러수업을 받게되었다.
<B컷>의 킬러 여주인공의 삶은 그렇게 흘러왔다.
그녀는 킬러가 되고, 유일한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랑하는 명을 위해 4명의 남자를 죽여야한다.
 
6개월 전 직장에서 짤린 형사.
직업도 잃고 아내에게 버림받고 하나뿐인 딸도 빼앗겼다.
빌어먹을 세상, 분노밖에 남지 않은 그에게 거액을 건내며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여자 킬러와 퇴직 형사. 두사람의 시선을 교차해 나가며 하나의 사건을 이끌어내는 소설 B컷.
짜임새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와 씁쓸한 미래의 불안함을 남기고 돌연 끝나는 결말,
두 주인공의 시점이 맞물리는 점의 반전도 재밌었던 괜찮은 우리나라 스릴러 소설이었지만,
뭔가 아쉬운 구석이 꽤 많았다.
 
일단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때) 애정을 갖기 힘든 캐릭터들이 많이 아쉽다.
강한 이미지의 킬러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아가씨이고,
나름대로 사정 많고 나약한 구석도 많은 여주인공은 독자로써 감정이입을 할수 있을 부분이 많은데도
다소 입체감이 부족하고 감정선이 뚝뚝 끊기는 면이 살짝 보여서 아쉽고,
주인공인 퇴직 형사 황형사쪽으로 가면 여성의 입장으로 볼 때는 쓰레기같은 인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원래부터가 깨끗한 형사도 아니었던 데다가,
오죽 못났으면 변변한 연애한번 못하고 사건현장에서 만난 여자를 강간해놓고 강간이 아니라 발뺌하며,
아이가 생겨 어쩔수 없이 결혼하는 여자에게 고상한척 하지 말라며 속으로 되뇌이는 남자.
이러니 여자가 떠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감정 조절을 못한 댓가로 직장에서 쫓겨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인물이 누구탓을 하며 어디다가 분노를 터트리는지....
사람찾기에는 귀신이라더니, 타인의 도움을 받아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눈에 여실히 보이고,
어디를 가나 여자를 성도구로 보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기고,
모든 여자를 "년" 아니면 "계집"따위로 부르는 마초가 과연 혼자서도 딸을 제대로 키울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씁쓸한 사회군상이라 하기에는 속부터 썩어문들어진 황형사가 너무나 비호감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짜증이 났다.
여성의 환상에서 맞춰진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인물을 인간적으로 불쌍히 여겨주기에는 인물 자체가 너무 닳고 닳은 속물 아닌가.

느와르인지 스릴러인지 확실치 않은 경계도 좀 그렇다.
느와르라면 좀더 비장한 분위기를 살리던가, 스릴러였더라면 독자에게 통쾌한 한방을 내려주던가 하는 편이 좋을텐데 두 점에서 모두 모호한 편이라, 느와르 스릴러로 좋은 평가를 내리기에도 좀 아쉬운 점이 많고...
가족해체로 인한 심리묘사와 사회에서 버림받는 처지같은 독자로서 공감대를 이룰수 있는 면모를 좀더 많이 배치했더라면, 캐릭터의 매력도 살고 비장미도 살았을 듯 싶다.
한번에 읽어 내려가기에는 좋았던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 불만과 아쉬움이 더 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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