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9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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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떠나버린 아버지. 그로인해 자살한 어머니.
18살, 뉴욕으로 건너와 친척들과 살다가 그간 돌봐주던 외삼촌이 죽자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숙모가 준 돈을 도둑맞고 명을 만난다.
체육관 관장이자 킬러인 명의 보살핌 아래 체육관 잡일을 하며 킬러수업을 받게되었다.
<B컷>의 킬러 여주인공의 삶은 그렇게 흘러왔다.
그녀는 킬러가 되고, 유일한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랑하는 명을 위해 4명의 남자를 죽여야한다.
 
6개월 전 직장에서 짤린 형사.
직업도 잃고 아내에게 버림받고 하나뿐인 딸도 빼앗겼다.
빌어먹을 세상, 분노밖에 남지 않은 그에게 거액을 건내며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여자 킬러와 퇴직 형사. 두사람의 시선을 교차해 나가며 하나의 사건을 이끌어내는 소설 B컷.
짜임새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와 씁쓸한 미래의 불안함을 남기고 돌연 끝나는 결말,
두 주인공의 시점이 맞물리는 점의 반전도 재밌었던 괜찮은 우리나라 스릴러 소설이었지만,
뭔가 아쉬운 구석이 꽤 많았다.
 
일단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때) 애정을 갖기 힘든 캐릭터들이 많이 아쉽다.
강한 이미지의 킬러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아가씨이고,
나름대로 사정 많고 나약한 구석도 많은 여주인공은 독자로써 감정이입을 할수 있을 부분이 많은데도
다소 입체감이 부족하고 감정선이 뚝뚝 끊기는 면이 살짝 보여서 아쉽고,
주인공인 퇴직 형사 황형사쪽으로 가면 여성의 입장으로 볼 때는 쓰레기같은 인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원래부터가 깨끗한 형사도 아니었던 데다가,
오죽 못났으면 변변한 연애한번 못하고 사건현장에서 만난 여자를 강간해놓고 강간이 아니라 발뺌하며,
아이가 생겨 어쩔수 없이 결혼하는 여자에게 고상한척 하지 말라며 속으로 되뇌이는 남자.
이러니 여자가 떠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감정 조절을 못한 댓가로 직장에서 쫓겨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인물이 누구탓을 하며 어디다가 분노를 터트리는지....
사람찾기에는 귀신이라더니, 타인의 도움을 받아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눈에 여실히 보이고,
어디를 가나 여자를 성도구로 보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기고,
모든 여자를 "년" 아니면 "계집"따위로 부르는 마초가 과연 혼자서도 딸을 제대로 키울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씁쓸한 사회군상이라 하기에는 속부터 썩어문들어진 황형사가 너무나 비호감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짜증이 났다.
여성의 환상에서 맞춰진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인물을 인간적으로 불쌍히 여겨주기에는 인물 자체가 너무 닳고 닳은 속물 아닌가.

느와르인지 스릴러인지 확실치 않은 경계도 좀 그렇다.
느와르라면 좀더 비장한 분위기를 살리던가, 스릴러였더라면 독자에게 통쾌한 한방을 내려주던가 하는 편이 좋을텐데 두 점에서 모두 모호한 편이라, 느와르 스릴러로 좋은 평가를 내리기에도 좀 아쉬운 점이 많고...
가족해체로 인한 심리묘사와 사회에서 버림받는 처지같은 독자로서 공감대를 이룰수 있는 면모를 좀더 많이 배치했더라면, 캐릭터의 매력도 살고 비장미도 살았을 듯 싶다.
한번에 읽어 내려가기에는 좋았던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 불만과 아쉬움이 더 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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