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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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유독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장르는 누가뭐래도 공포소설 쪽이 아닐까.
간혹 공포문학이 주는 공포감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은 무슨 보면 안될거 보는 냥,
아주 수준낮은 저급 이야기를 보거나, 또는 변태인냥 의아하게 처다보는 경우도 있다.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워낙 사랑하는지라, 공포 예술장르는 내가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장르인데,
예전에 어떤 친구가 "넌 그런거 왜 좋아해?"라고 대놓고 물어봐서 "그럼 넌 왜 싫어하는데?"라고 물은 적이 있다.
아주 간단명료하게 친구는 "사는 게 힘든데 영화나 소설보면서 힘들고 우울한 게 싫다"라고 말했다.
참 순진한 답변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나 뿐일까.

나는 예술이 주는 우울함이나 공포심과 현실이 주는 그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아주 슬픈 것을 보고, 또는 아주 무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그 감정 자체가
기쁨이나 행복처럼 내가 즐길 권리가 있는 다양한 감정중의 하나라 생각하고,
그 감정 역시 꺼릴 것 없이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중에 하나라고 믿는다.
하나의 상상력으로, 이것 역시 즐거운 예술품의 하나로- 그렇게 받아들여주면 안될까.
공포문학이 그렇게 만만히 얕봐서는 안되는 장르이고,
매니아들이 단지 고어함 때문에만 공포문학에 심취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를까.

어느날 갑자기 몹시 보고싶어서 참지 못하고 사와 한걸음에 봐버린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와!"하는 탄성이 자아내질 정도로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책이다.
공포 단편이 주는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단편집에 실린 작가들의 내력을 훑어보니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70년부터 80년대생까지-비교적 나이가 젊은 작가들인데,  그만큼 젊은 감각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엿보인다.
귀신이나 새로운 존재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끄집어 올려낸 공포,
현실의 짜증이나 당혹감,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한 공포심리를 잡아낸다.

전체적으로 신경질적인 분위기 묘사가 무척 좋은,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김종일의 <일방통행>.
그리고 초반부터 불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호흡 좋고, 마무리 깔끔하고, 무엇하나 손색없는
이 단편선 최고의 단편이라 생각되는 권정은의 <은둔>,
버려도 버려도 집으로 계속 돌아오는 상자로 시작하여 엽기적인 공포물로 마무리 짓는 신진오 <상자>,
가장 짧은 단편인만큼 임팩트 강한 마무리를 짓는 엄성용의 <감옥>,
단편의 반정도의 분량이 고어한 장면으로 채워져있고, 엽기적이나
또 한편으로 어딘지 슬프기도했던 우명희의 <들개>,
뭔가 확실히 잡히는 스토리 라인이 없어 아쉽지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게다가 치과치료를 무척 무서워하고 있는 본인으로써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최민호의 <흉포한 입>,
지배자가 군림해 인간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은호의 <하등인간>,
다소 식상한 소재이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전개와 흡입력이 매력적인 김종호의 <아내의 남자>,
짧고,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하고, 또한 잔혹한 코믹 잔혹극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박동식의 <모텔탈출기>, 공포소설이라기보다는 의학 스릴러에 가깝고, 어딘가 아쉬운 김민영의 <깊고 푸른 공허함>까지-

모두 공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재의 다양성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으로는 역시 <일방통행>과 <은둔>, <상자>, <모텔 탈출기>였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그것도 대부분이 아직 젊은 작가들이 이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읽는내내 완전히 몰입해서 정말 재밌게 읽어버렸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더 많은 양질의 공포문학이 소개되기를 바라게 되는 왠지 신나는 책이었다.
이런 작가들이라면 꿈꿔볼 만도 하다.


p.s 이 책에 뭐 다른 제목을 딱히 붙일 것도 없겠지만,
세계 공포문학선, 한국 추리단편선....뭐 이런 식의 제목은 너무 흔해서 제목은
그다지 강하게 다가오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점이 좀 아쉽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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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0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보고 싶은데 마음만 앞섭니다 ㅡㅡ;;;

Apple 2007-01-0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헤헤....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