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메피스토님..

본래 처음 뵙는 분의 서재이벤트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벤트의 주제가 제가 너무너무 원하던 것이네요. 정말 요즘 전

'난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

.......하고 생각하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습니다 -_-;;

이런 생각이라도 안하면 정말 요즘같은 때에는 견디기가 힘들 것 같더군요.

전 공익근무요원입니다. 본래 구청에서 일하다 건강문제로 작년에 동사무소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선거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동사무소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린다면 약간의 자뻑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2째주부터 3째주>

- 이번 5.31 지방선거는 중선거구제 시행에 따라 대전 서구 4개동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임

-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후보로 총 23명이 출마한 상황

- 각 후보측에서 홍보물을 동사무소에 전달하기 시작

- 한 사람당 2000~3000장의 홍보물이 도착. 비례대표 홍보물까지 포함하면 +1000~1500장 정도

<5월 21일>

- 선거 벽보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 출근. 동사무소측에선 그대신 내일 쉬게 해준다고 약속

- 오전 9시 반쯤 구청 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벽보와 기타 재료를 가지고 옴

- 밖에 나가 붙이기 전에 기초작업을 하고 11시쯤 인근 초등학교에서 벽보를 붙이기 시작

-20~30분쯤 들여서 23명의 벽보를 모두 붙였더니 그제서야 한 공무원이 관련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함 ----->5분간 좌절상태 OTL

-총 9군데를 돌아다니며 작업해야 하는데 12시 반까지 3군데 끝냄.

- 점심을 먹은 후 오후 5시 30분까지 작업.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중간에 한번 쉬었음.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투덜댔지만 어느새 해탈하여 '내일 비가 온다는데 그러면 더 힘들거야. 차라리 더운게 낫지' 하고 생각하게 됨.

- 남들이 볼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정말 무진장 힘들었던 하루;;

- 집에 돌아갈 때 쯤 동사무소 측은 아무래도 선거때문에 바빠서 안되겠다며 내일도 그냥 출근하라고 함 -_-;

<5월 25일>

-OO동의 모든 주민들에게 전달할 홍보물을 우편봉투에 넣어 포장하는 역할

- 23명의 통장들과 공익근무요원, 약간의 동사무소 직원들이 동원되어 아침 10시부터 작업 시작하여 12시까지 한번 쉬고 계속 작업함

- 점심을 먹은후 1시부터 몇시간동안 내내 봉투에 홍보물 담고, 풀칠하고, 한쪽에 쌓는 일이 반복

- 점심먹고 오후 6시 반까지 작업. 중간에 두번쉬었음.

- 일 끝나고 돌아가는 통장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동사무소...(우린 뭐 없나??)

- 안그래도 허약한 체질에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피로로 그날 코감기에 걸림.

- 우체국 직원이 몇명와서 한쪽벽을 완전히 덮어버린 우편물들을 보더니 표정이 굳어짐(뭔가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짐)

<5월 26일>

- 불길한 예상 적중!! 우체국 직원들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우편물을 밖으로 나르기 시작!!

- 이때부터 요통에 시달려서 주말에 집에서 누워지냄. 토요일 밤에는 열까지 나서 더욱 보기 안타까워진 상태가 됨.

<5월 29일>

- 투표소 바닥에 깔 천을 사옴.

- 두루말이로 된 것 2개를 사왔는데, 하나에 90미터라고 함.

-간만에 쉬운일을 한 덕분인지  다행히 감기는 좀 가라앉았음.

<5월 30일>

- 동사무소 인근의 초등학교, 중학교 아파트 단지 내 노인정에 투표소 설치

- 남들이 볼땐 그까이꺼 대충 기표대 몇개 갖다놓고 의자, 책상 몇개 채워놓으면 되는 줄 알지만 바닥에 천을 깔고 벽에 전지 붙이는 일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

- 특히 동사무서 2층에서 15개의 테이블과 지하 창고에서 20개의 의자를 갖고 3개의 투표소에 옮기는 일은 거의 죽음이었음. 불과 3군데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는데 오전 10시 반에 시작한 일이 저녁 6시에 끝남.

- 트럭에서 테이블을 내리다가 손가락 부상. 그날밤 목감기에 시달림.

<5월 31일>

- 오전에 투표를 하고 오후 6시쯤 철거작업 시작.

- 이때는 거의 이런 일에 베테랑이 된 상태라 7시 30분쯤 모든 작업이 완료.

- 트럭에서 라디오로 개표상황을 들으면서 어떤 직원이

 '만약 무효가 되서 재선거 하면 동사무소를 나가버릴테다'

 하고 소리침. 나도 완전히 공감함 -_-;;

 

보름동안 선거에 시달리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5.31선거에 나 없었으면 이 동네사람들 손쉽게 투표했을 것 같아!!!

물론 동사무소는 어떻게든 잘 굴러갔을지도 모릅니다. 작년 여름에는 주민등록표 정리에 자원봉사시간을 미끼로 많은 중고등학생을 끌어들인 센스를 발휘했던 동사무소니까요.

사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 하지만 더운데 일은 힘들고 어디 마땅히 이런 얘기할 데도 없는 판에 이렇게라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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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3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공무원이셨나요?

데메트리오스 2006-05-3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익이에요^^

물만두 2006-05-3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메님 님 덕분입니다~^^ 허리 이제 좀 괜찮으세요?

chika 2006-05-3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녁에 철거작업해요? 울 동네 공무원들은 담날 오전에 철거작업 하던걸요? 근무시간에 사람들 보는데서 해야 지들 일하는거 티낼수있으니까...? ㅡ,.ㅡ
고생하셨단 의미로 추천! ^^

해적오리 2006-05-3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네요..

가을산 2006-05-3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데메트리오스님, 대전 서구시라구요?
어머나~~~! 제가 투표한 곳에도 데메트리오스님의 손길이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Mephistopheles 2006-06-0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국가의 자산이 되시는 분은 자뻑하셔도 돌 날라올 일은 없을 껍니다..^^

반딧불,, 2006-06-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추천 필히 누를께요..

ceylontea 2006-06-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만약 무효가 되서 재선거 하면 동사무소를 나가버릴테다' 와 이번 5.31선거에 나 없었으면 이 동네사람들 손쉽게 투표했을 것 같아!!! 에 추천 빵빵 눌러드립니다.. ^^

데메트리오스 2006-06-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몸이 녹초가 돼서 쓴 글인데 정신도 없었나 봅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쑥쓰럽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를 떼는 걸로 모든 업무가 끝났네요 ㅋㅋ)

만두님/ 허리는 좀 괜찮아졌는데 아직 감기기운이 좀 있어요 ㅋ
치카님/이쪽 동네는 노인정과 학교 교실에 투표소를 차려서 빨리 철거한 것 같아요^^
날나리난쟁이해적님/ 감사합니다 ㅠ.ㅠ
가을산님/서구 월평1,2,3동과 만년동에서 일했어요^^
Mephisto님/어제 글쓸 때는 아무 생각없었는 지 용감했던 것 같아요. 다시 읽어보니 ㄷㄷㄷ
반딧불님/추천 필히...ㅎㅎ 감사합니다^^
ceylontea님/자뻑스러운 멘트에 추천이라니...감사합니다^^

플레져 2006-06-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번 5.31선거에 나 없었으면... ㅎㅎㅎ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추천합니다 ^^

마태우스 2006-06-0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익이시군요 더운 날씨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저도 추천.

로드무비 2006-06-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이오!^^

치유 2006-06-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