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가장 추한 술주사는 `껄떡'이다.
술만 들어가면 자신이 진시황 혹은 서태후라도 되는 양 주변의 이성에게 껄떡 거리면서 접근하고
치근덕거리는 그런 불쾌하기 짝이 없는 주사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장마기간이였던가.? 우산을 들고 그곳에 간 기억이 난다.
그날은 술약속이 잡혀 있었고 나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일행들이 이미 벌이고 있는 술판에 끼어들게
되었다.동갑내기 친구들과의 술자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한 인원수는 모여보니 여자는 달랑 혼자..
고만고만한 남자2명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내가 있었고 그날의 트러블리스트이자 불청객이 하나 더
있었다. 정리하면 합이 5명 되겠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을 한 나는 술판 분위기를 파악하니 평소와는 다른 썰렁한 분위기의 모습이였다.
나를 뺀 대부분 호리호리한 체구들인 녀석들은 무엇인가 잔뜩 불만이 있는 표정이였지만 그걸 밖으로
표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저분의 대명사인 뭔가를 씹는 표정이였다. 유쾌, 상쾌, 통쾌하기로 둘째가
라면 서러운 저놈들의 표정엔 이유가 있었다. 그놈들의 건너편을 보니 깔깔거리면서 주접(?)을 떨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여자는 친하게 지내는 녀석이였고, 옆에 앉은 놈은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산적같은 덩치를 가진 보
기에도 매우 불쾌, 저질, 찝쩍스럽게 생겨먹었었다. 화장실 가는 친구놈 따라 나서서 저놈 누구냐 했더
니 그녀가 얼마전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부킹 상대자였다고 하는 것이였다
원래 선약인 오늘 술자리에 예의나 매너도 모르고 끼어든 상황이였다.

그녀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약간은 허스키 음성에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 친구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애인은 없어도 친구는 많았고 성격도 모난 곳
없이 털털한 녀셕이였다. 그러나 단점이 하나 있는데 술이 과하게 들어가면 그 중성적인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면서 흐트러지고 무너지는 정도가  심하고 민망하기까지 했다.

술자리에서 그녀는 이미 앞의 설명 직전까지 와 있었고 그 원인은 그 옆의 산도적같은 놈의 반강압적
인 술권유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도착한지 30분정도 지나서 나름대로의 정리에 들어갔다. 일단 빨리 지금의 술자리를 깨버리고
무너지기 직전의 그녀를 가급적 빨리 저 산도적 같은 놈에게서 떨어트려서 그녀의 집에다가 골인을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였다.

이런 내 움직임을 감지한 산도적은 자기하고 대화 좀 하자면서 날 끌고 다른 자리로 옮겼다.
기가막힌 대화내용을 잠깐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하도 허무맹랑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산도적: 내가 누군지 아쇼..?

메피스토: 모르겠는데요..누구신데요.? (뭐긴 임마..!! 발X난 수X지...!!)

산도적: 내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요...!!

메피스토: 아 그러세요..(행색은 결코 그래보이지 않는다...응..)

산도적: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정말 결혼을 할 뻔한 여자가 있었오 그여자가 누군지 알어..?

메피스토: 모르겠는데요..(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이놈 미친거 아냐.! 그런데 왜 말이 짧아져..?)

산도적: 도요다 자동차 회장 막내딸이였소..!! 그런데 그녀의 집안반대로 결국 결혼 못했소..

메피스토: 아 그러세요..(미친게 확실하군..도요다 회장 막내딸이 몇살인줄이나 알어..??)

산도적: 내가 오늘 그 일이 생각나고 많이 외로워서 제하고 좀 단둘이 있고 싶으니까..
        늬들은 그만 집으로 가라...

메피스토: 그건 좀 곤란한데요..(죽여버릴까. 차라리...??)

옥신각신 단 5분만에 이 산도적 같은 놈의 시커먼 속을 확인하는 대화였었다.

안되겠다 싶어 무시를 해버리고 유쾌상쾌통쾌한 두놈에게 그녀를 집에다 데려다 주라고 말을 전하는
순간 그 산도적 놈이 상황을 파악했는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 착 달아붙어 앉아 오른손으론 이미 무너진 그녀를 주무르면서 다른 손으론 병을 깨면서
`앤 놔두고 느들이나 나가봐..!'라는 아주 매너없는 대사를 내뱉었던 것이였다.

머리속에서 전구가 깨지는 `퍽' 소리가 들렸고, 시야의 모든 사물들이 순식간에 무채색으로 보였다.
(쉽게 말해 눈에 뵈는게 없어진 상황)

메피스토: (앞의 육두문자 생략) 너...!! 밖으로 좀 따라 나와...!!(뒤의 육두문자 생략)

꽤 큰소리였었나 보다 술집에 그 많은 사람들이 죄다 날 쳐다 봤으니까..
먼저 술집을 빠져 나왔다. 비는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이윽고 살기 등등한 표정으로 술집
정문을 빠져나오는 그놈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중간생략)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쌍코피가 터진 그 산도적은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유흥가였었기에 주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쌈구경을 하느라 버글버글 모여 들었다. 뒤늦게 나온
유쾌상쾌통쾌2인조와 무너진 그녀를 택시에 태울려는 순간 산도적이 일어나 비틀거리면서 이쪽으로
접근을 하는게 목격되었다.(불쌍한 놈이다.. 욕정에 눈이 멀어 상대를 잘못 택했으니까..ㅋㅋ)

메피스토: (손가락 하나 내밀면서..) 멈춰..!! 한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이번엔 어딘가 부러질꺼야..!!
                   (꺄악!! 멋져 오빠~!!)

꽤 살벌하고 조용하게 말을 했는지 그놈은 쌍코피를 줄줄 흘리면서 뭔가에 홀린 듯 그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그걸로 깨끗하게 상황은 끝났고 다시는 그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으며 도요다 자동차 회장의
막내딸과 결혼을 할뻔한 산도적은 다시는 우리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뱀꼬리: 사회에 나와서 맨손으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 불쾌한 경험이였다.
            학생때야 투닥투닥 싸워도 별로 심각하지 않았겠지만, 아마도 그놈이 날 고소했다면
            난 폭행상해죄로 콩밥을 먹을 뻔 했다.
            하긴 도요다 회장 막내딸과 결혼을 할뻔한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가 어디서 두둘겨 맞았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얼마나 쪽팔릴까 하는 생각때문에 고소를 할 엄두도 안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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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대단한 메피스토님.!!ㅎ 님께서 쓰레기하나 분리수거 하셨군요.ㅎ

근데 궁금한게.. 도요타 회장의 막내딸이 몇살인데요?=_=;;

물만두 2006-04-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얼굴 공개!!! 주먹 공개!!!=3=3=3

조선인 2006-04-0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머슴될 자격이 충분하시네요. *^^*

mong 2006-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불지 말라는 표현을 이렇게 하시다니...
뭐 그래도 안무서버요 ㅎㅎ

Mephistopheles 2006-04-08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렁이님//중장년이나 할머니 아닐까요...?? ^^
물만두님//오오 얼굴은 신비주의로 비공개~!!! 주먹은 살빼고 나서 공개~!!
조선인님//아름다움...은 무대에서만 일껄요...^^
몽님//에이 제가 설마 몽님에게 그러겠어요.^^(귀신같이 눈치는 빨라가지고..흥~!)

하이드 2006-04-0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고 있어요.

날개 2006-04-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악~~~>.< 멋쟁이 오빠~~~~!!!

로드무비 2006-04-0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야믄 좋노.
너무 매력적이시라.
다소의 허풍까지!=3=3=3

Mephistopheles 2006-04-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하이드님//뭘요....?? 갸웃..??^^
날개님// 꺄아아악~~ >.< 멋쟁이 언니~~~~!!!
로드무비님//5%의 허풍을 간파하시다니...무서운 로드무비님...^^;;;

비로그인 2006-04-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라마 같은 이야기!

Mephistopheles 2006-04-0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차라리 드라마 였음 생각합니다...^^

플레져 2006-04-1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도적, 자기소개도 엄청 길군요 ㅎㅎ
이제 그 대사는 좀 잊었으려나~
메피스토님, 잘 하셨어요. 정말... 멋지십니다. 팬클럽 결성할까요? ^^

Mephistopheles 2006-04-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설마 팬클럽 이름은 `해결사' 이런 건 아니겠죠..^^

반딧불,, 2006-04-1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결사가 싫으시면 의리파도 있어요.

Mephistopheles 2006-04-1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사파를 척결하는 의리파가 되겠군요...
그 주사파 아닙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