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꼬막은 꼬막 몰라요. 꼬막은 참꼬막 몰라요. 파고들수록 복잡하고 미묘한 꼬막의 세계.

먼저 참꼬막.

어제 저녁 사무실 사람들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꼬막을 먹으러 가재요. 찬바람 대차게 불고 무릎으로 바람이 실실 들어오다 보니 탁배기 생각이 간절했을지도 몰라요. 짐작 내색않하고 조용히 따라가요. 사무실 출퇴근길에 왔다 갔다 하며 매일 보아왔던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가요. 아뿔싸. 인테리어고 외관이고 경로당 할배들, 술 먹는 분위기 물씬 풍겨요. 속으로 이렇게 외쳐요.

"아아니 이런 술집에서 뭐 제대로 먹을 수 있겠써어어어~~~"

먼저 착석하고 주인아주머니 불러요. 일단 꼬막 삶아 달라 주문해요. 그러자 아주머니 대뜸 이렇게 말해요.

"일반 꼬막? 참꼬막?.. 참꼬막은 좀 더 비싼데......"

가게 겉모습 보고 아차차 판단 미스 했어요. 일단 두 가지 다 구비했다는 것에서 메뉴의 치밀함을 보여줘요. 더불어 아주머니의 포스가 심상치 않아요. 호기롭게 참꼬막 주문해요. 주종은 막걸리에요. 밑반찬으로 콩나물무침 나와 줘요. 일단 주린 배를 채우고자 한 잔씩 들이켜요. 가뜩이나 추운데 차가운 탁주가 들어가니 위장에서 식도까지 왕 소름이 돋는 기분이에요.

조금 기다리다 보니 많은 양도 아니고 적은 양도 아닌 꼬막이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나와요. 뜨거운 참꼬막 손으로 이리저리 옮겨가며 하나를 까 입에다 털어 넣어봐요.  

아싸라비아..  

이게 바로 참꼬막의 맛이었나 봐요. 부드러운 꼬막의 속살에서 벌교 갯벌 삼천 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요. 아무 말도 안하고 서로 많이 먹겠다고 열심히 까먹어요. 이땐 직책이고 나발이고 없어요. 하나라도 먼저 까서 입으로 들어가는 놈이 장땡이에요. 빠르게 많이 먹는 놈만 인정받는 드러운 세상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완전히 안 삶고 반 정도만 익혀서 나온 꼬막은 입안에서 살살 녹아요. 초장 찍어도 맛있고 양념장 찍어도 맛나요. 하지만 하나라도 많이 먹으려면 뭘 찍어먹을 시간 줄이고 그냥 입에 털어 넣어도 맛나요. 이렇게 한 접시 금방 바닥내버렸어요. 뭔가 아쉬운 마음에 아줌마를 또 불러요.

" 아줌마. 참꼬막 한 접시 더 삶아주세요!"

그러자 아줌마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해요.

"참꼬막...떨어졌는디..그게 워낙 비싸서..."

아무리 봐도 뻥 같아요. 다른 손님께 팔려는 걸지도 몰라요.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일반꼬막으로 바꿔서 주문해요.

이제 일반꼬막 이야기에요.

참꼬막보다 가격이 싸요. 그리고 씨알도 좀 작아 보여요. 참꼬막과 가장 큰 차이는 조개껍데기에서 대번에 나타나요. 우둘투둘한 꼬막의 굴곡이 참꼬막에 비해 밋밋하고 맨들맨들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맛이에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참꼬막을 한 입 털어 넣었을 때 환상처럼 보였던 벌교 갯벌 삼천 평이 갑자기 새만금으로 보이기 시작해요. 환청처럼 들리는지 여기저기 개발한답시고 건물 올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아요. 듣기 싫은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명색이 꼬막인데 참꼬막과는 너무나 비교돼요. 참꼬막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데 일반꼬막은 그냥 조개랑 똑같아요. 더불어 해감도 제대로 안되었는지 갯벌 흙이 부록처럼 튀어 나와요. 그래도 조개에서 나오는 모래는 못 먹어도 벌흙은 괜찮다고 먹으래요. 그래도 어떻해요 이미 시킨걸...그나마 마지막으로 시킨 골뱅이무침에 국수를 산처럼 삶아주셔서 모든 게 용서가 되었어요.

이렇게 참꼬막과 꼬막의 차이점을 제대로 확인하는 꼬막 앤 막걸리 술판이었어요. 근데 작년 걸쳐 올해 벌교 꼬막 농사가 흉년이래요. 혹시라도 지나치게 싼 가격에 벌교 산 꼬막이라고 파는 건 전부 가짜라고 보면 된데요. 이 이야기는 벌교에서 꼬막 농사 하신다는 이모가 있는 사무실 직원이 들려준 이야기이기에 정확도에서 제법 신빙성 있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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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0-02-0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꼬막 탐구생활이로군요.~~~

Mephistopheles 2010-02-04 10:58   좋아요 0 | URL
근데...맛은 있는데 흉년인지 가격이 많이 올랐더군요.

뷰리풀말미잘 2010-02-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꼬막이 곧 일반꼬막이며 서해바다에서 나는 꼬막은 다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부끄러워 지는군요. 근데 정말 '종'의 차이일까요? 같은 갯벌에서 참꼬막도 나고 일반꼬막도 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참꼬막만 나는 갯벌이 있고 일반꼬막이 나는 갯벌이 따로 있는 것일까요? 흐음..

내친김에 궁금한 걸 얘기해보자면 갯벌에 사는 조개들은 도대체 어떻게 서로의 존재를 알고 '교배'(이놈의 교배)를 해서 새끼를 낳는 것일까요? 참 알 수 없는 조개들의 세계입니다. 알려주세요 메피님!

Mephistopheles 2010-02-04 11:01   좋아요 0 | URL
일단 참꼬막은 TV에서 자주 봐왔던 것처럼 사람이 뻘배타고 직접 캔다는군요. 일반꼬막(새꼬막)은 어선이 바다 긁어서 채취하는 거라더군요. 인권비에서부터 차이가 나겠죠. 그리고 갯벌에서 부대끼며 온갖 좋다는 영양분 섭취한 꼬막이 더 맛난 건 아마 당연할지도 몰라요.

그 놈의 교배를 설명하자면....
http://blog.aladdin.co.kr/avantgarde/3371797 이 페이퍼의 마지막 문구처럼 교배를 할지 안할지 자정능력이 꼬막과 조개들에게도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ㅋㅋ

하이드 2010-02-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개구이 먹고싶다. 스읍-

Mephistopheles 2010-02-04 11:38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din.co.kr/mephisto/3250130

(페이퍼의 재활용)

L.SHIN 2010-02-0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꾸불꾸불 주름이 깊은게 참꼬막이었구나...(쓰읍, 먹고 싶다)
저는 모든 걸 다 조개라고 불러요. 그러면 사람들이 꼭 옆에서 정정해주더라구요.-_-
어쨌든 조개 종류를 무척 좋아하는지라. 이제 보니 내가 좋아하던게 꼬막...이었던..

Mephistopheles 2010-02-04 11:39   좋아요 0 | URL
냉중에 맛조개 혹은 키조개로 샤부샤부한걸 꼭 드셔보시길...조개도 조개지만 국물이 진짜 끝내준다는...므흐흐..

L.SHIN 2010-02-04 17:33   좋아요 0 | URL
'냉중'이 뭔데요?
난 거대거대한 조개 먹을 거에요!

Mephistopheles 2010-02-04 17:52   좋아요 0 | URL
나중의 귀염체에요. 제법 잘 어울리죠.(우엑)
대왕꼬막이라고 주먹만한 꼬막도 있다더군요.

L.SHIN 2010-02-04 22:10   좋아요 0 | URL
어머, 형님, 나한테 귀여운 척 한 거에요? (실룩)
대왕꼬막이라니! 그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Mephistopheles 2010-02-04 23:19   좋아요 0 | URL
버릇일 뿐 개념치 마시오...오호호

각종 포탈사이트 검색식을 쎄워 보아요.

레와 2010-02-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동으로 성우아줌마 목소리가 들려요~ ㅎㅎㅎ


이번 주말에 저는 석화굴이 먹으러 갑니다~
두명이서 15000원이면 굴구이로 배를 채울수 있거든요!!
에헤헤~

Mephistopheles 2010-02-04 11:43   좋아요 0 | URL
성우계의 김태희 이신 서혜정님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즐거워지죠. 근데 성우계의 김태희라고 하면 실례일지도 몰라요. 사실 김태희..연기는...아우..그렇잖아요..ㅋㅋ

아 저번 산행에서 사무실 사람들이 안양에 있는 굴찜하는 가게에서 배터지게 먹과 왔다던데...^^ 석회굴...쓰릅....어제 그렇게 꼬막을 까먹고도 이 주체할 수 없는 식탐...

무해한모리군 2010-02-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꼬막 비싸요 비싸.
요번에 꼬막 씻느라 고생한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ㅎ
그런데 그걸 파는데가 다있네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2-04 11:58   좋아요 0 | URL
꼬막, 홍어, 매생이 등등 남도의 토속음식들이 옛날엔 무슨 맛으로 먹냐고 타박하던 음식들이 이젠 전국 별미로 자리잡아버렸다죠..^^ 나중에 대방동쪽에 있는 순천집 한 번 방문해보세요..^^

(아시겠지만 꼬막은 푹 삶으면 맛 없잖아요. 정말 기술이거든요 꼬막 삶는 거..근데 어제 그 허름한 술집..제대로 삶아오더군요..^^)

saint236 2010-02-0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라질네이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톤을 살려서 읽었어요. 롤코에 나도 모르게 중독됐나봐요. 이상으로 참꼬막과 일반꼬막의 차이점 페이퍼에 관한 답글을 마쳐요.^^

Mephistopheles 2010-02-04 12:37   좋아요 0 | URL
사실 페이퍼를 쓰면서도 롤코 성우님처럼 읽으면서 썼어요. 아..이젠 답글까지도 그런 톤으로 읽으면서 쓰고 있어요..

[해이] 2010-02-0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막 먹어본지 백만년 흐른듯 ㅋㅋ

Mephistopheles 2010-02-05 09:4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해이할아버님 연세가....백만년하고도..???

조선인 2010-02-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내가 어쩌다 충청북도 남자를 만나서... 어흑... ㅠ.ㅠ

Mephistopheles 2010-02-05 09:40   좋아요 0 | URL
엄밀히 말하면..서울도 내륙이랍죠. ㅋㅋㅋ

무스탕 2010-02-0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고추장된장막장같은 경우를 봤나요. 읽으면서 어금니 사이로 침이 고여요.

생각난 김에 내일 꼬막 사다 먹어야 겠어요.
(왜 내일이냐?! 내일 금요일이 알뜰시장이 열리는 날이거든요 ^^)

Mephistopheles 2010-02-05 09:41   좋아요 0 | URL
금요일 알뜰시장갔어요. 꼬막사러갔어요. 아침에 곰가죽 뒤짚어쓴 어떤 놈이 와서 사재기해버렸데요. 낚였어요.

L.SHIN 2010-02-05 11: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순오기 2010-02-0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교 식당에 가면 참꼬막으로 가지가지 음식이 나옵니다.
태백산맥 문학관에 들렀다 꼭 먹고 와야 할 벌교 꼬막, 그냥 오면 평생 후회할지도...

Mephistopheles 2010-02-05 09:42   좋아요 0 | URL
벌교식당이야 꼬막으로 유명한 걸 알지만서도...거기까지 갔다가 온다는 그 거리감때문에 서울에서 비싼 돈 주고 벌교에서 직접먹는 것보다 백만배 맛없는 꼬막을 먹는 건 그런대로 참을 만 합니다..^^

카스피 2010-02-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꼬막에 말걸리라 갑자가 술생각이 불현듯 나네요.언제 술을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ㅡ.ㅜ

Mephistopheles 2010-02-05 09:42   좋아요 0 | URL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왔다래요. ^^

BRINY 2010-02-0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동으로 서혜정님의 목소리가 ㅎㅎㅎ 저희 시골이 보성이라, 옛날엔 늘 시골집 뒤 돌확속에 꼬막 커다란 넘들이 있어서 그거 찔러서 입다무는 거 보고 놀고 그랬는데...이젠 시골가도 꼬막 먹기 힘들어요.

Mephistopheles 2010-02-05 09:43   좋아요 0 | URL
갯벌도 개발이랍시고 죄다 덮어버리고 공사하느라 바쁜 나라인걸요. 아마 이대로 갯벌개발하다가 서해가 없어져 중국과 이어질지도 몰라요.

pjy 2010-02-0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전 모르면서도 참꼬막을 먹은거였어요~ 저 부르조아예요ㅋ 엄마가 한솥 삶으면 식구들이 다들 까먹느라 제정신들이 아니었지요^^ 진짜 먹고싶네요~~

Mephistopheles 2010-02-08 10:39   좋아요 0 | URL
옛날엔 정말 특정지역 사람들만 먹었던 음식이었는데...이게 전국으로 전파되고 나서 값이 올라 참 거시기하기도 합니다.

산사춘 2010-02-18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감동적인 글입니다.
자꾸 낭독하고픈 마음이... (속으로 성대모사하면서 읽었어요.)
참꼬막이 있는지도 첨 알았어요. 여전히 배울 게 많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2-18 10:12   좋아요 0 | URL
아마 산사춘님과 마찬가지로 잘 모르고 드시는 분들이 많으실지도 몰라요..^^
근데 참꼬막 새꼬막 비교하면서 둘을 동시에 먹어봤더니..확실히 맛의 차이가 극과 극으로 존재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