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그리고 04

- 시詩

 

수학과 시에 관한 책은 수학과 음악에 관한 책보다 많다는 느낌을 주나 이 책들은 내가 생각하는 관련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수학과 시의 연관성은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원인적인 면에서 보자. 수학/과학과 시/예술은 양쪽 모두 통찰에서 나온다. 이 통찰의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혹자는 수학이 점點과 선線 등 보이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점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은 위치이고, 선 역시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 길이만 존재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에는 이에 꼭 맞는 것이 없다. 관념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현실을 이데아의 모방, 예술을 현실의 모방으로 이데아와 더 멀어진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술에 대한 판단은 세계와 사람에 대한 통찰을 글, 그림, 선율을 통해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통찰은 현실보다는 이데아에 더 가깝다.

 

결과적인 면에서 볼 때, 수학/과학과 시/예술을 양쪽 모두 이성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 나와 같은 사람은 수학 공식이나 물리학 공식을 보고 이해의 수준을 높이기도 하지만 감동도 함께 받는다. 어떤 사람은 시를 읽고 감동을 받지만, 그 시의 주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차이점은 첫 번째 작용점이 다르다. 수학/과학은 좌뇌/이성에 먼저 호소하고, 시/예술은 우뇌/감정에 먼저 호소한다.

 

그럼 수학과 시의 관계가 수학과 소설의 관계와 같나? 나는 좀 차이가 나게 느낀다. 시에는 방법론적으로 은유가 사용된다. 수학은 그 자체가 은유라고 생각한다. 1, 2, 3이라는 숫자나 점, 선 등은 실생활에서 볼 수가 없다. ‘나무’를 본 적이 있나? 소나무, 배나무, 감나무가 아닌 ‘나무’를 보았나? 소나무를 본 적이 있나? 옆집 마당에 심어있는 소나무가 아닌, 앞산에 있는 소나무가 아닌 소나무를 보았나? 우리는 관념에 있는 은유에 대해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 은유를 잊는다. 그러다가 수학이나 시에서 익숙하지 않은 은유를 만나면 어려워한다. 다른 분들이 시와 소설을 문학으로 한 묶음, 수학을 따로 나눌 때, 나는 은유 강도가 강한 수학과 시를 한 묶음, 소설을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주절주절 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 수학의 시ㄱ式(정리)도 짧고 문학의 시도 짧다. 짧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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