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 추억 (1disc) - [할인행사]
롭 마샬 감독, 장즈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게이샤의 추억은 책으로 먼저 읽었다.   기녀가 나오는 글을 쓰기 위해서 배경지식을 얻고자 읽었던 책이었다.  나의 글쓰기엔 별로 도움이 안 되었지만, 작품 자체는 재밌게 읽었었다.

그땐 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김희선이 오디션을 보내, 떨어지네.. 말이 한참 많을 때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는데 장쯔이, 공리 주연의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작에 대한 애정으로 극장에서 보고자 했는데, 기회가 되지 못해 결국 dvd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엄청 낯설게 느껴진 것이다.

그것이, 일본 여자의 이야기를, 중국 배우가, 그리고 영어를 사용해서 찍은 영화여서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그보다는... 내용 자체의 위화감이 있었던 것 같다.

게이샤는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예술을 파는 거야...라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미화했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는 이 작품이 상당히 남성의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많이 불편했다.

시대가 그러했고, 그들의 삶이 그러했을진대, 그것을 표현해 낸 게 뭐가 나쁜데?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책으로 보았던 몇 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수년 간의 시간을 더 살아내서인지, 당시엔 제법 예쁘게 보였던 사유리의 사랑이, 난 어쩐지 짜증이 나서 보고 있기가 답답했다.

오히려 가식 없이 솔직한 공리가 맡은 역할에 더 호감이 갔다.  젊었을 때 주연만 도맡아 하던 때의 공리보다 더 예쁘게 보였다.

장쯔이가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은 아주 멋있고 근사한 장면으로 나왔을 법한데, 이미 마음이 별로였던 내게는 그 장면도 그닥 인상을 주지 못했다.

과연 장쯔이 자신은 그토록 많은 욕을 먹었음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었을까?

김희선은 아마 연기력이나 영어도 문제였겠지만,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이 작품은 '못' 찍은 게 더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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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09-2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희선 연기력으로는 좀 힘들지 않았을까요?

마노아 2006-09-22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영어뿐 아니라 연기도 좀 부족하죠ㅡㅡ;;;;
 
풍경과 상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을 떠올릴 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간결한 문체였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개, 강산무진... 기타 등등까지. 모두 간결하지만 강력한 문체로 독자를 압도하게 만들었는데, 뜻밖의 책을 발견했다.

1993년에 서문을 썼으니 십년도 더 된 글인데, 김훈의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만연체에 가까운 긴 문장과 긴 호흡, 그리고 현학적인 수식어가 난무하는 글이 충격처럼 다가왔다.  그가 한문 단어를 많이 쓰긴 했어도 부러 어렵게 쓰려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 책은 지식인의 냄새가 많이 났다.

기행 산문집인데, 그의 눈으로 보고 느낀 감정들이 적힌 글이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이어서 독자하고의 사이에 어떤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나로서는 대략적인 느낌만 전달 받았을 뿐, 다 읽고서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는 감이 오질 않았다.

원래가 김훈의 글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편이었는데, 초반의 노력이 있으면 곧 몰입되어 빠져들게 하던 옛글... 사실은 이 책 보다 더 근래의 글에 비하면 이 책은 물과 기름처럼 나와 격리된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썼을 그 시간으로부터 긴 시간이 흘러 지금이 짧고도 간결한, 그러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문장으로, 김훈만의 문체를 만든 것일 지도 모르겠다.

글이 어려운 것은 오로지 작가 탓만은 아닌, 부족한 독자의 탓도 크지만... 어쨌든 난 지금의 김훈이, 그의 글쓰는 방식과 스타일이 더 좋다.  그의 문장을 사랑하니까.   그렇지만 모든 작품을 다 사랑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런 책이 예외로 숨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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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펌]꿈의 해석과 실제

 

출처 배꽃> 꿈의 해석과 실제

‘가문의 위기’의 한 장면. 김원희가 신현준을 찾아와 옷을 벗고 덤벼든다. 당황한 신현준은 소파에 넘어지는데, 입술 가까이 접근한 김원희가 난데없이 이런 말을 한다.

“형--님!”

놀라서 정신을 차려보니 동생(유재석 분)이 잠자는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며 깨우고 있는 거다. 괴물이 얼굴을 잡아당기는데 깨보니 엄마더라,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지도를 그렸더라...


이런 현상을 마노아 현상이라 한다. 꿈 해석의 권위자인 에르하르트 마노아가 처음으로 명명한 데 따른 것. 영화 같은 데서 자주 등장하니 흔한 것 같지만, 실제로 마노아 현상을 경험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메피스토 연구소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중 마노아 현상을 겪어본 사람은 30% 미만이라고 한다 (울보일수록 더 흔하다).


오늘 난 그 현상을 경험했다. 학회장이었고, 난 열심히 발표를 듣고 있었다. 근데 주위 사람들이 너무 떠들기에 맨 앞자리로 옮겼다 (현실에서 이런 적은 없다). 갑자기 내 휴대폰 벨소리인 타잔 소리-Kelkelkelkelkel----가 들린다. 원래 내 자리에 두고 온 전화기다. 발표를 하던, 깐깐하기로 유명한 전호인 선생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다. 난 그게 내 것이 아닌 양 모른 척하고 뒤를 본다. 하지만 벨소리는 줄기차게 울린다. 결국 그걸 끈 건 엄마였다. 그건 6시 30분에 맞춰놓은 내 모닝콜이었다.


마노아 현상에 대한 비판은 1960년대에 나오기 시작했다. 클라인수선 박사가 인도네시아 비자림 지역의 야클족을 5년간 연구한 결과 ‘마노아 현상’이 허구라는 논문을 아프락사스지에 게재한 것이 그 시초다. 요지는 이렇다.

“전화벨 소리는 잠을 자는 사람에게 충격적인 경험이다.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스토리를 꾸며낸 것이 바로 마노아 현상”이라는 것. 실제로 꿈을 꾸지 않는 시기인 non-REM(눈동자를 움직이지 않는 시기) sleep에 빠진 사람들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결과 대상자의 77%가 꿈을 꾸다 깼다고 진술을 했다.

“나를 찾기 위해 수암사에 갔는데 종소리에 깼다.” “해적에게 잡혔는데 탈출하다가 종을 건드렸다.” “가을산에 올라갔다가 커다란 종을 든 기인을 만났다.”....

그러니까 그들이 꾼 꿈은 종소리를 매개로 조작한 거였다.

청여우 학파의 수장인 세실은 이렇게 말한다.

“전화벨은 현실의 소리입니다. 그게 들린다는 건 이미 잠을 깬 거죠. 전화벨이 울릴지를 어떻게 알고 거기 맞는 꿈을 꿉니까. 다 조작입니다.”


반면 마우어 현상을 옹호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다우 연구소의 알프레도 로쟈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1989년 배혜경이란 사람이 차를 도둑맞았어요. 근데 그가 물만두를 먹다가 꿈을 꿨는데 해리포터가 나타나더니 수니나라에 가보라고 하는 겁니다. 긴가민가 하다가 꿈에 나온 그 장소로 가보니 정말 자기 차가 있었어요. 이거 말고도 여러 사례가 있지요. 절세미인이 있다는 말에 하이드라는 사람이 200 킬로 가까이 차를 몰고 갔더니 하늘바람님이 있었다더군요. 꿈에는 이렇듯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신비함이 있습니다. 무조건 아니라고 단정짓는 건 위험합니다.”

물론 배혜경님이 술에 취해 차를 거기다 세워 놓고 다음날 찾은 거라는 설도 있긴 하지만, 꿈의 기전과 내용은 아직 신비한 구석이 많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꿈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다우 연구소 말고도 딸기의 꿈나라, 비연의 꿈공장 등 많은 곳에서 꿈을 연구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거다. 거기서 2개월째 묵고 있는 깐따삐야님은 꿈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잠도 공짜로 자고 돈도 벌고 아주 좋다.”

엊그제 들어왔다는 주드님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 열시간 넘게 잘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연구원인 매너리스트는 “참가자들이 다 식성이 좋아서 걱정”이라며 “이 돈을 민간이 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꿈을 쫓는 젊은이들의 참가가 많아진다면 꿈에 나오는 메시지들을 유용하게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리=부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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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05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등장해 감격한 나머지 퍼 왔어요^^ㅎㅎㅎ
 
구멍가게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을 파는 곳
정근표 지음, 김병하 그림 / 삼진기획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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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소설처럼 옮겨 놓았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가족이 가장 큰 재산이었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책 표지의 빛바랜 느낌 마냥 옛 분위기 잔뜩 느낄 수 있는 내용도 한겨울의 군고구마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이 더운 날씨에 적당힌 비유는 아닌듯 하다..ㅡ.ㅡ;;;)

5남매중 둘째인 저자는 그야말로 천하제일 악동이었다.

그가 저지른(?) 여러 일들을 활자로서 보는 나는, 매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때로 이건 좀 심하다 싶은 일화들도.ㅡ.ㅡ;;;;

제3자인 나는, "이 놈의 자식을!"하며 야단이라도 쳐주고 싶지만, 그래도 피보다 진한 혈육의 식구들은 그 억척스러운 극성마저도 따스하게 보듬어 준다.

가난했지만 가족애로 넉넉해 보이는 그들의 시간이, 풍족하지만 너무도 멀어진 가족애를 느끼는 현대인보다 부자로 보였다.  어쩌면,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상대적인 가난함을 느끼는 그때가 덜 부족하고 덜 가여운 것일 지도 모르겠다.

구멍가게는커녕 편의점조차 대형쇼핑몰에 밀리고 살아남기 힘든 요즘을 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편리함과 합리적인 생활이 과연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행복은 고사하고 덜 불행하게만 만들어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도, 우리를 둘러싼 사회도,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씁쓸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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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제임스 레스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어려서는 동화 속에 들어가 있는 편견과 강요를 알지 못했고, 학생 시절에는 왜곡된 역사적 진실을 알지 못했다.

좀 더 나이 먹은 지금이라고 그것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더 공부하고 더 많은 책을 들여다 보면서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일 거라고 믿고 싶다.(믿는 게 아니라.ㅡ.ㅡ;;;)

그렇게 뒤늦은 깨달음으로는 서구 중심적 사고관이 엄청나게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역사 공부를 하게 되면 강의 시간에 거의 볼 수밖에 없게 되는 서양사개론(민석홍 저)은 엄청난 찬미주의로 범벅을 해놓은 책이었다.  미국만 찬양했던가.  서구권 문명과 문화를 감탄에 찬사로 뒤덮어 놓은 책이었다.

그 책을 수업 시간에 공부할 때는 미처 몰랐다.  뒤늦게 얼마나 위험한 책이었는 지를 간파했을 뿐.

그래서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는 책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만난 책이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이었다.  흡족하게 중립적 시각을 지켰느냐고 한다면 역시나 아니오겠지만, 그래도 비교적 중립을 지키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 책이었다.

200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이 '성전' 이 아님을 이제는 모두가 알 것이다.  이제는 우리 교과서에도 그 폐해를 적어놓고 있으니.

그렇지만 여전히 사자왕 리처드 등은 멋진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으니... 사실 웃음이 나온다.

이 책에서 내게 흥미로웠던 점은, 아랍쪽 사료들을 많이 뒤져서 문헌적 정보를 뒷받침해준 것과, 근래 들어 또 많이 추앙되어버린 살라딘의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 영웅이기보다 하나의 인간이었던 모습을 보여준 점이었다.

리처드도 그랬지만, 살라딘 역시 군주로 살았으나 인간으로 죽는 모습이 내게는 상징적으로 보였다.

역사서보다는 말랑말랑했지만, 소설이라기엔 많이 딱딱한 책이다.

그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가 붙었던 편이라 시작할 때보다 수월히 끝낼 수 있었다.  페이지가 좀 부담스러웠지만 읽고 나서 뿌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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