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선선해지고 새벽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여름은 여름이다.

오늘은 에어콘 안 틀고 버티는 중인데, 영 답답하다.

옆집 철공소에선 끊임없이 쇠를 자르는 소리가 진동하고 냄새도 퍼지고 밖은 오늘 종일 누런 하늘이다.

우쒸. 방학 마지막 날인데 휴가는커녕 휴식 한번 없었다.

설마 오늘까지 가게에 나와 있을 줄이야...T^T

오늘 불현듯 든 후회인데, 좀 더 체계적인 독서활동을 했어야 했는데, 이번 방학에는 너무 '내키는' 위주로 책을 보았다.  오랜만에 교과서랑 친해지려니까 영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나저나 생활 패턴이 늘 새벽녘에 잠들어서 아침 나절 일어나기 일쑤였는데 내일부터는 바짝 긴장해야 할 터.

일부러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깨어 피곤함을 조장했지만, 그렇다고 오늘 일찍 잠들 것 같지는 않다.

낮부터 병든 닭마냥 계속 졸고 있는 중...;;;; 더우니까 더 졸립다.

내일부터 매장 안 나와도 되겠다~하고 좋아하려고 했는데, 이번 주 토요일 놀토다. 아마도 또 내가 문 열겠지.

씨이... 정말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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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고라즈데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팔레스타인으로 유명한 것은 알았는데 팔레스타인이 앞서 작품인 줄을 몰랐다. 알았다면 아마 그 책을 먼저 구입했을 텐데.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보스니아 내전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조 사코가 직업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현장을 체험한 그곳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어떤 순간엔 밥이 넘어가지 않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다.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했지만 지난 주에 본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의 실사 사진보다도 그림으로 그려진 이 책의 현장이 더 잔인하고 무서웠다. 

워낙에 유럽 중심의 역사를 배워온 까닭에 발칸의 유럽 국가들은 이름부터가 낯설다. 이름도 낯선 그 땅의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종교와 다양한 역사적 체험은 당연하게도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멀고도 먼 나라에서 내가 살았던 동시대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끔찍한 학살과 탄압이 자행되었다.   그건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그 시간에 유럽의 어느 곳에서는 평화로운 일상이 벌어졌던 것과 마찬가지의 이야기이다.  변방에 속해 있는 나라의 가혹한 현실 따위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고, 언론 통제마저 이뤄진다면 더더욱이나 알기 어려운 먼 우주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흔히 한국전쟁을 표현할 때 "동족상잔의 비극"이란 말을 쓴다.  한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 겨누고 싸운 그 비극의 아픔은 좀처럼 무엇과도 견주기 어려운 설움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이웃끼리 원수가 된다는 것.  자기 집을 불태우고, 그 집을 향해 총을 쏘는 상대는 내 아이의 친구며 함께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변하지 않았지만,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단번에 원수가 되어버렸다.  그들이 겪은 끔찍한 시간은 결코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고, 죽은 사람은 죽은 채로 그 비극을 간직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있는 까닭에 그 비극을 평생토록 안고 살아야 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그 원인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알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과거를 돌이킬 수 없고 그 자체가 현실이라는 것.

안전지대로 지정되었지만 결코 안전하지 않았던 땅 고라즈데.  연합군의 도움을 바라지만 쉽사리 움직여주지 않고, 식량을 구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어버리며, 병원에서는 마취제는커녕 진통제도 없이 수술을 하고 때로 식칼을 이용하여 절단 수술을 해야했던 그곳.  화학무기가 사용되어진 게 분명한데 진상은 조사되어지지 않고 감춰져 버렸다.  (이 부분에선 역시 한국전쟁 생각이 아니 날 수가 없었다.)  혹 사라예보와 맞바꿔지는 것은 아닐까 방송에 귀기울이며 숨죽여야 했던 그들의 절박함은 그림 속에서 행간에서 무수히 묻어났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그 땅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비극의 끝이 아니라, 잠시 간의 휴전일 뿐이다.

평화로운 시간은 쉽사리 오지 않았고 고통은 여전히 산재한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갇혔던 그 시간만큼의 공백이 생겨버렸다.  일생의 중요한 한 순간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셈.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살아야 하는 게 그들의 숙제다. 

되도록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 애썼고, 또 현장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체험하여 그려낸 조 사코의 열정과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이 책의 아쉬움은 그들의 비극을 보여준 것 이상을 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그건 이 책의 냉정할 정도로의 현실성이 아닐까 싶다.  그 처참한 과거를 딛고 쉽사리 찾을 희망은 아니었지 않은가.  그 이후의 희망을 찾는 것은 그곳에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들 모두의 몫일 테지. 

그런데, 여전히 그곳은 멀고도 먼 나라.  안타깝다고 한 번 생각하고 두번 세번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는 또 안다.  그것 역시 잔인한 현실.  그래서 읽고 나서 내내 씁쓸하다.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는 날은 단 3일 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정말이었나 보다.  그 숱한 전쟁보다 더 기막힌 것은, 다시 잊어버리고 또 다른 전쟁을 치루는 게 우리 사람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911도 곧 다가오는 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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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1-10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구매한 상품˝에,, 제가 구매한 책들이 쭉~ 나올 때,, 가끔 묘한 기분이 듭니다ㅋㅋ 창비인권만화도 그렇고, 조사코의 책들도 그렇고,, 다 찾아서 구매하여 읽고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하여 이 책들의 리뷰들도 ˝찾아˝ 읽었습니다.
˝또˝ 잘 읽고 갑니다 ^__^
 

바람의 나라 뮤지컬에 열광한 뒤, 다시금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에 열광하게 되고, 그래서 작가 김진 공식 팬클럽에 가입했다.

오늘은 상영회가 있던 날.

2001년 뮤지컬과, 이번 2006년 뮤지컬을 보여주는 거였는데, 개인적으로 늦게 도착할 일이 있어 그때 이후 수년 간 보지 못한 2001년 편을 늦게 봐도 되겠냐고 요청했다. 운영진이 기꺼이 들어주었고, 난 2001년도 판, 박완규와 박화요비 주연의 뮤지컬이 시작할 때 도착했다.

오래도록 익숙한 온라인 만남이 있었는데, 그걸 제외하곤 처음 가져본 모임이었다.  나 혼자 샤랄라 버전으로 입고 갔건만 다들 어찌나 편하게들 입고 오셨는지 뻘쭘 그자체...

알고 보니 93년도에 결성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만남이란다.  그것도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한달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그들로서는 빼입고 나오는 게 더 어색한 일이 될 듯.

하여간 놀랄 노자다.  내가 유지하는 온라인 모임도 2000년도부터 꽤 끈질기게(?) 모임을 갖고 만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적 만남이 많지, 모임 자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웠다.

이들은 만화, 애니, 성우, 영화,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서 서로 너무 닮아 있어 이젠 원작을 안 보고도 패러디를 이해하는 수준이 되어 있단다.  서로 가깝게 지내다 보니 많이 닮아버린 것.

그들이 김진 작가에게 보여주는 신뢰와 애정도 대단했다.  그 정도 열정을 가진 팬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해 준다면 작가로서 그 이상의 지원도 없을 것 같다.

그녀가 이룩한 '바람의 나라'는 하나의 신화이자 역사이자  전설이 되고 말았다.  그 왕국에 입성하게 된 것이 영광일 정도로.

'장인 정신'이 돋보인다.  십오년 째 이어지는 장기 연재.  부디 막바지 힘을 내어서 완결까지 쭈욱 이어지기를.  그리고 바라건대 애장판 꼭 나오기를...(>_<) 더불어 소설 바람의 나라도 꼭 재출간 해주기를!!

ps. 그나저나 말만 무성하고 실체는 없는 태왕사신기.  일명 태왕복사기는 정말 어찌된 것인지...

암만 봐도 표절이건만 참 사람들 너무 하네.  그러다가 배용준이 확 빠져버리면 다들 어떻게 되는 건데?

과연 찍고는 있는 것인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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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이프 2006-08-2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님... 별님... 별님... 별님.... ♡

마노아 2006-08-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아키타이프님도 러브 모드군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책이 넘어질 뻔한 것을 잡아주다가 발견하게 된 책이다.  하얀 바탕의 책 위에 붉은 제목의 글씨가 단정하면서 산뜻했고, 꼭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도 갖게 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두 명의 소년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곤 하는 아이 마르슬랭과, 어디에서고 느닷없이 재채기를 해대는 르네 라토. 

각각의 콤플렉스를 가진 두 아이는 만나자마자 친구가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 같이 있게 되었고, 우정이 깊어가자 서로 아무 말 없이도 아주 편히 있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르네가 이사를 가고 그가 남긴 연락처를 찾지 못한 마리슬랭은 오랜 시간이 흘러 서로 어른이 되어서야 다시 재회하게 된다.  서로의 콤플렉스였던 재채기 소리는 둘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고 만다.  그 둘의 재회 장면은 감동이라는 단어가 몹시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오래도록 서로에게 그윽한 친구가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해피엔딩’이었다.

뭐랄까.  난 이 책이 외로운 사람들이 읽으면 크게 위로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본다면 힘이 되어줄 것만 같았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그림과 글의 조화, 어설픈 표정이지만 사람사는 느낌이 나는 따사로움을 나는 꼭 누군가에게 전달해서 같이 느껴보고픈 충동이 일었다. 

내 경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내 지인에게는 선물로 전했는데, 생각 외로 나의 지인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서 살자쿵 상처도 받았던...;;;;

당신이 외로워한다는 것을 들킨 게 기분 나빴나?  아님, 정작 외로웠던 것은 나였던가...;;;;

아무튼 장자크 상뻬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의 이름이 걸려 있다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드는.

이렇게 무언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수줍은 듯한 제목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작가를 모른 채 만나는 책에서 제목이 70%, 표지가 30% 정도 먹고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좋은 책, 아름다운 책, 사랑스러운 책... 이 동화는 3박자를 다 갖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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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 아름다운 55가지 이야기
좋은생각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좋은생각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맑고 푸르고 깨끗한 책이다.

한마디 말로 얼마만큼의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지를 말해 주고, 한줌의 위안이 사람의 진로를 바꿔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며, 함께여서 아름다운 우리네 삶을 얘기해주는 책이다.

행복의 척도를 물질적 가치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함으로 얻어내는 지혜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한권의 책이 나눔의 정을 가질 수 있게 하며, 그것이 단돈 몇 천원으로도 가능함을 당당하게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제목은 다소 식상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메시지들은 결코 식상하지 않다.  오히려 진부해서 더 진리가 되어버린 이야기들이다. 

결국, 마음을 얼마나 열어주는 가가 관건인데, 편견 없이, 고집 부리지 않고 읽기를 추천한다.

지하철 안에서 오며 가며, 조금씩 조금씩 깊이 들어가는 멋을 즐기기를.

적어도 좋은 생각이 55가지는 더 해 줄 것이며,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조건 55가지를 더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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