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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고가 겐토는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다. 평생 연구에 전념한 대학교수였던 아버지는 겐토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일에 부정적이었고 어른으로서 실패한 인생을 산 것처럼 보였다. 대학원에서 약학부에 있는 겐토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아직도 확신이 없다. 잘 한 선택인지 알 수가 없고, 자신도 없다. 어느덧 겐토는 자신이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무기력한 패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런 겐토가,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죽은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자동발신된 이메일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버지는 겐토에게 특수한 임무를 맡겼고, 이제부터 그가 사용하는 모든 통신이 감시될 거라고 경고했다.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현실로 벌어졌고, 어느새 겐토는 아버지가 하려고 했지만 채 하지 못했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말이다.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백악관에 있는 미 대통령이 조간 브리핑을 받고 있고, 이라크에 파견 가 있는 용병 예거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뭔가 껄끄럽지만 보수가 어마어마한 임무를 수락한다. 예거가 리더로 움직이게 된 특수부대는 네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뭔가 비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일본인 믹과 통신 담당 개럿, 의료 담당 마이어스가 합류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내전이 한참 진행 중인 콩고에서 누군가를 사살하는 임무를 맡았다. 치명적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고, 그것을 막기 위한 명목으로 그곳 피그미 부족원들과 거기 살고 있는 인류학자를 없애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달리 이들에게 떨어진 임무는 바이러스 퇴치가 아니고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지도 모를 어떤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끊임없이 전쟁에 대해서 얘기했다. 인류의 역사 속에 포함된 무수한 전쟁과, 그 속에서 인간이 보인 광기, 그리하여 자행된 대학살에 대해서. 특히 아프리카 콩고에서 벌어진 전쟁을 가리켜 '스폰서가 붙은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군사 강국은 반군과 정부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그 땅의 주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스스로를 지옥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대규모의 지하자원들이 대기업의 안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바로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도 그 영화에서처럼 비참한 소년병들이 등장한다. 가진 것이 많아 더 가난할 수밖에 없는 땅 아프리카가 주요 무대니까.
첫 씬이 백악관이었던 것처럼 미 대통령 번즈는 중요 인물이다. 초 거대국의 수뇌부이고, 이 국가의 인격을 몸으로 나타낼 수 있는 최고 의사 결정권자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중요한 인물은 다분히 폭력적이었다. 제 나라의 안전과 이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자신의 권력과 만족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내칠 수 있고 버릴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지난 날, 돈 잘 벌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며 가장 탐욕스러운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의 천박한 선택이 떠오른다. 그후로도 우리는 얼마나 신중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415쪽
고대로 올라갈수록 전쟁은 근접 거리에서 이뤄졌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근거리에서 적 병사와 마주친 미군 병사가 총의 방아쇠를 당긴 비율은 20%라고 했다. 무척 적은 비율로 보인다. 남은 80%는 탄약 보급 등의 구실을 삼아 살인을 기피했다고 한다. 최전선의 병사들은 자신이 죽으리라는 공포보다 적을 죽이는 스트레스를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그런데 베트남 전에서 발포율은 무려 95%까지 상승했다. 사격 훈련 시 표적을 원형 표적에서 인간형 표적으로 바꾸고 사격 성적에 따라 가벼운 징계를 내리거나 보수를 주었다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발포할 수 있는 훈련을 갖춘 그 병사들은 그러나 살아남고서 더 큰 지옥을 만나야 했다. 반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군인은 그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 목격하지 못했다. 그의 심리 상태는 베트남전에서 사람을 죽인 군인보다 훨씬 편안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가장 먼 거리, 그리고 가장 안전한 백악관 안에서 공격 명령을 내리는 미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살인에 따른 정신적 부담을 갖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니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서 이 지구의 평화는 상당 부분 좌우된다. 이 책에서는 노골적으로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대입시켜 놓았다. 매스컴을 이용한 민심 조작에, 배불리기 바쁜 군산복합체까지.
작가는 공정하게도 미국에 대한 비판만 일삼지 않는다. 관동 대지진과 난징대학살 때 일본인이 보인 만행과 끔찍한 학살도 과감없이 전했다. 자국의 역사를 반성할 줄 알고 사죄할 줄 아는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에, 피해 당사자국의 국민으로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작품에는 겐토의 동료로서 중요한 몫을 해내는 한국인 청년도 등장한다. 그의 입을 통해 한국적 '정'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데, 이게 그렇게 특별한 것인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작가가 직접 언급하고 싶을 만큼 각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분명하리라.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용병 대장 '예거'다. 병든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위험한 선택을 내린 그였지만, 자신의 선택에 따른 대가를 변명하지 않고 지불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의 손에 묻힌 피와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감수했고, 사죄와 반성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버지'로서, 또 '어른'으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모두 충실함을 보였다. 목숨을 걸고 아들을 살리려고 했고, 누스가 세상에 대해서 과장된 증오를 품지 않게, 또 세상의 소중한 대의를 우습게 여기지 않게 정리해주는 모습이 믿음직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진짜 이유가 등장한 것은 작품의 1/3이 지나고 나서였다. 마침내 등장한 하이즈먼 리포트의 내용에 독자는 휘파람을 불고 싶었다. 오호라, 이 대단한 상상력이라니!!! 그리고 엄청난 사건의 동요 속에서 더 큰 반전이 나온 것은 587쪽이었다. 이 작품이 686쪽에서 끝나니 슬슬 마무리지어야 할 때에 커다란 한 방을 먹인 것이다. 그제서야 궁금했던 많은 부분들의 조각이 맞아 떨어지면서 퍼즐이 완성되었다. 작품 속 중 소재처럼 그야말로 독자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진화할수록, 인류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가난해진 마음처럼. 진정 인류는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자신들이 가진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추가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초강대국들의 행태를 보면 너무나 소원한 일이다. 존 레논이 노래했듯 나라도 없고 종교도 없이 평화를 노래할 그 날이 오려면, 이 책의 누스 같은 존재가 있어야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이즈먼 박사님이 얘기한 것처럼, 가끔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사악하고 이렇게 탐욕스럽고, 이렇게 지저분한 인간들이 점령을 했는데, 이 지구가 살아남는 것은 타당한 일인가 하고... 물론, 그러니까 다 같이 망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지만...
현생인류는 탄생한 지 20만 년이나 지나도 서로 죽이는 걸 멈출 수 없는 딱하디 딱한 지적 생명체네. 살육 병기를 모아서 서로를 위협하지 않으면 공존할 수 없는 이 현재 상황이야말로 인류가 가진 윤리의 한계였던 거지. 슬슬 다음 존재에게 이 행성을 넘겨줘도 좋을 때라고 생각하네. -475쪽
작품이 무척 방대하다. 메시지도 분명하고, 재미도 크다. 잠시 지나친 이야기를 조금도 흘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모두 챙겨서 알뜰하게 사용해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했던 과거들을 정리하고 새출발하기에 700쪽에 달하는 장편 소설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고, 그들의 악과 선을 모두 제시했다. 끔찍한 절망도 보였지만, 벅찬 희망도 같이 노래했다. 메시지가 대놓고 적나라해서 때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원래 진실은 가혹하고 불편한 법.
쓴소리도 해야겠다. 번역이 한숨 나올 지경이다. 문장이 너무 어색하다. 주어가 안 맞는 게 많았고, 사용하는 단어도 부드럽게 읽히지 않는다. 편집은 또 어떻던가. 오타와 비문이 아주아주, 정말 환장할 정도로 많았다. 재밌게 읽다가 툭툭 끊겨서 어찌나 화가 나던지, 때로 책을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더 많았지만, 요만큼만 옮겨보았다. 이것도 시간 오래 걸렸다..;;;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모든 시간이 네자리로 표시되어 있다. 1800시는 정각이라 좀 나아 보이는데 2205시는 너무 우습지 않은가.
51
모두가 공수 부대 기장은 모두 갖고 있다. >>>모두의 중복
149
내용이었데 >>>내용이었는데
154
최저한의 화력은 >>> 최소한의 화력은(문장이 매끄럽지 않음)
160
예거가 물음에 마이어스의 목소리가 답했다. >>> 예거의 물음에 마이어스가 답했다.
170
가지고 놀다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 놀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204
용병 일행에서 기묘한 동요가 퍼졌다. >>> 용병 일행에게서
213
눈에 보이지 않은 커다란 힘이 >>>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236
일류 멸망의 연구가 >>> 인류
269
그 결과가 인류는 고도의 언어 능력을 얻었다. >>> 그 결과 인류는
305
멸망한 인류종에게는 마지막이 하나 남은 개체가 있었을 터였다. >>> 마지막에
417
남은 20메가의 정보 >>> 앞에서 15메가 중 3메가를 쓰고 남은 거라고 했으니 12메가가 맞다.
422
모든 대응책은 네메시스 작전의 발동되기 전에 >> 작전이 발동되기 전에
436
대답을 듣던 에시모의 표정이 절망적인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 표정에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시선을 떨어뜨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윽고 결심했다는 그러면 자기 혼자 돌아가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 아 욕 나와..;;;;
443
현지 조사를 위해 머물하고 있었다. >>> 머무르고
491
피어스가 손가락으로 손가락으로 >>> 손가락 중복
494
손전등를 >>> 손전등을
500
첫줄 끄트머리 문장이 아주 희미하게 인쇄되어 있다.
501
수갑에 다른 한쪽은 >>> 수갑의
502
중국의 사이버전 부대라면 그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겁니다. >>> 문맥상 가지고 있다고 해야 맞아 보인다.
503
붉은색을 띄었다. >>> 띠었다.
511
루벤스는 자세를 바로하고 대답하자>>>루벤스가
515
같은 건물을 두고 뒷장까지 계속해서 ‘성당’과 ‘교회’가 교차되어 나온다. 통일을 해줘야겠다.
그 자체가 거대한 빨간 벽돌 같은 모양의 건물이 평평한 옥상이어도 >>> 건물은
예거가 벽에 붙여서 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았지만 >>> 붙어서
517
예거를 죽이러 돌진했다. >>> 죽이려
522
빨간 벽돌 건물로 향해 돌격 대형을 섰다. >>> 건물을
529
평화 유지군이 기지로 돌아가기 시작하니 이쪽으로 오고 있네. >>> 뭐라는 건지...;;;;
532
예거가 물음에 마이어스가 대답했다. >>> 예거의 물음에
558
수수께끼를 풀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 풀려면
561
겐토는 차에 내려서 >>> 차에서 내려서
564
마지막 한 주 동안이었나. >>> 동안이었네.
577
누스는 어째서 북적도해류의 데이터를 필요했을까? >>> 데이터가
600
손전등를 >>> 손전등을
601
빛의 다말이 전자화된 기기들을 비췄다. >>> 다발의 오타인 듯
603
예거는 외침과 동시에 마이어스가 조종간을 앞으로 당겼다. >>> 예거의 외침과
610
첫 줄 끄트머리가 또 다시 희미하게 인쇄되어 있다.
621
공학 도착에서 >>> 공항
629
겐토는 고바야시 마이카의 생존을 빌며 뒷문을 접수 창구에 말을 걸었다. >>> 아, 욕나온다.
633
전화가 서둘러 전화 전원을 켰다. >>> 인공지능이야?
644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혼란 외침이었다. >>> 혼란스런
647
공중에 비산한 파편을 >>> 비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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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신호로 예거가 훤히 열린 문간으로 두 팔을 뻗었다. >>> 누구의 신호라는 거야?
650
일순 자취를 남기고 수평 꼬리 날개에 머리 위를 스치고 날아갔다. >>> 주어는 누구? 여긴 어디?
656
눈을 빛내는 리디아가 흘러넘칠 것 같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 눈을 빛내는.... 이 문장으로 감격에 겨운 인물의 심사가 느껴지는지...
657
중환자실를 >>> 중환자실을
664
물 분자에 갇힌 상태에 있는 상태입니다. >>> 상태 중복. 상태 심각!!!!
666
이 시선에서 도망칠 수 없었을 거리라고 생각했다. >>> 거라고
667
창밖에 햇살을 바라보며 >>> 창밖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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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는 사람’으로서의 면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명목을
671
먹구름이 잔뜩 긴 사이로 >>> 낀
내 책은 1쇄인데,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이니 지금은 물론 많이 수정되어 있겠지?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
작가 소개에서 보고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무척 궁금해졌는데, 같은 번역가여서 망설여진다. 읽으신 분들 계시면 번역 어떤지 정보 좀 주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