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7일에는 언니의 동대문 사무실에 가서 앵글을 조립해 주고 왔다. 철구조물이 날카로워서 두군데 베었는데 하나는 상처가 깊어서 아직도 만지면 좀 아프다. 언니는 거주가 가능한 돈암동 오피스텔이 싫다고 동대문 사무실로 들어간 거였다. 주차 문제를 핑계로 댔는데, 동대문 오피스텔 역시 주차가 안 되어서 월주차를 해야 했다. 꽤 규모가 큰 삽질이다. 돈암동 사무실은 창문 열면 하늘도 보이게 시야가 트였고 화장실도 있고, 주방도 있지만, 동대문은 건물 안쪽 사무실인지라 창문 열면 그냥 복도다. 아주 답답한 구조다. 언니는 가습기를 사야겠다고 한다. 여긴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고 세면대도 없다. 물을 마시고 버리는 모든 과정들이 다 불편하다. 좀 넓게 쓰겠다고 옮긴 거였는데 넓은데 가니 이웃 사무실 지인이 짐을 맡겨놓고는 찾아가질 않는다. 넓은 평수를 세 더 주고 쓰는 의미가 없어졌다. 여러모로 또 삽질. 그런데 아예 다 정리하고 집으로 다시 들어오면 어떻겠냐는 말까지 나와버렸다. 그야말로 헐.....이다. 제에에엔장!!!
4. 19일에는 조카들과 함께 북촌한옥마을을 다녀왔다. 모처럼 날이 풀려서 바깥 나들이가 가능한 날이었는데,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제법 추웠다. 많이 걷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오래 걸을 테니 추울까봐 롱부츠를 신은 게 잘못이었다. 추워서 다리가 얼마나 아픈 지를 몰랐는데 집에 돌아가보니 땡땡 부어서 며칠 동안 무척 고생했다. 어휴 바부팅이....
최근 이주 동안은 달이 아주 예쁘게 변했다. 가느다란 눈썹 같던 초승달이 지금은 보름이 되었는데, 지난 주에는 딱 저만큼의 크기였다. 사람이 많아 북적거렸지만, 집만큼은 고즈넉해 보였던 북촌에서 발견한 예쁜 달님이다.
돌아나오는 길에 크레페 집을 발견! 크레페 4개를 주문했더니 반죽이 모자라서 두개만 된다고 했다. 아해들 크레페를 두개 주문하고 났더니 하나까진 더 나오겠다고 해서 하나 더 추가! 그랬더니 미안하다며 아메리카노 한잔을 서비스로 준다. 센스쟁이 사장님!
조카들은 모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걸 골라서 무척 추웠을 것 같은데 꿋꿋하게 잘 먹더라. 젊어 좋구나. ㅎㅎㅎ
5. 연말정산 신청이 한참이다. 지난 일년 동안 받은 급여를 한장의 종이에 편집해서 한눈에 바라보니, 박봉이었던 게 처음에 눈에 띄었고, 그 다음에는 누락된 게 있다는 것이 보였다. 내가 이 학교에 작년 3월 마지막 주부터 근무를 했는데 4월 급여에 그게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4월에 급여를 받았을 때는 이 학교가 워낙 급여가 적다는 것만 알았지 얼마나 주는지 몰랐기 때문에 비교를 못했고, 5월에 받았을 땐 4월보다 급여가 줄어 있어서 4월 급여에 3월에 일한 닷새 치가 들어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국민연금이 나가지 않아서 그랬던 거였다. 이건 지난 7월에 석달치가 한꺼번에 나가서 아주 황망한 월급을 받고 난감했더랬는데, 하여간 그렇게 3월 급여가 부족한 것을 어제 알아차렸다. 해서 행정실에 전화했더니 대뜸 직원분이 그걸 왜 이제 따지냐고 타박을 놓는다. 나는 미처 몰랐던 거지만 너희는 일을 잘못해 놓고는 사과도 없다. 아무튼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해서 다시 연락준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와서 몇 시간 지나서 담당자와 재통화를 했다. 본인도 모르겠다고 해서 알아보겠다고 하고 끊더니 실장님(교장 큰며느리)께 묻고 다시 전화가 왔다. 계약이 2월 28일까지니까, 그럼 5일을 빼서 2월 23일까지만 근무하는 게 어떠냐는 거다. 그야말로 헐! 이 학교 와서 별 이상한 것 많이 보고 많이 들었지만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싫다고 하니 직원분이 당황. 실장님께 직접 얘기하란다. 그래서 전화를 바꿨더니 대뜸 "재계약은 어려운 거 아시죠?" 이런다. 하하하... 당연히 알지. 지금 정교사도 날마다 닦달해서 그만두게 하는 마당에 기대도 안 했고, 무엇보다 더 있기엔 많이 부끄러운 학교 아닌가. 하여간 제안한 것 싫다고 했더니 왜 이제와서 얘기하냐고 또 따진다. 이제야 알았고, 다른 학교도 급여 문제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아차리면 학교가 바뀌거나 해가 바뀌어도 다시 정산한다고 하니 자기도 안다고 말한다. 그럼 그대로 해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아씨, 도가니보다 심한 학교인데 이러다가 2월 근무가 통으로 날아가는 것 아닌가 싶어 기분이 더 나빠졌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학교 답다. 비.러.머.글..!
6. 세현군은 월요일에 개학이다. 방학 마지막 주말을 맞이하여 덕혜옹주 전시회를 보러 갔다.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 민속 박물관에서 무료로 열고 있고 내일이 마지막이다. 우리처럼 마지막 방학을 불사르러 온 초등생들과 부모님이 아주 많았다. 이런 전시회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제발 전시방향을 바닥에 화살표로 표시해 주면 좋겠다. 반대 방향으로 도는 이들이 아주 많다. 입구에 들어섰는데 양방향 길이 나오니 내키는 대로 지나가는 것이다. 오른쪽 방향이라고,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거라고, 제발 화살표 하나로 소박하지만 세심한 배려, 부탁한다.
7. 덕혜옹주 이야기는 많이 접했고 예전에 한국사 傳에서도 다뤄서 참 슬프게 보았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때 영상을 일부 편집해서 쓰기도 했다. 일본에서 보관 중인 덕혜 옹주의 혼수품도 잠시 돌아와 있고, 옹주가 돌적 시절부터 입었던 옷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전에 보지 못했던 사진도 여러 장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조선의 복식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회장저고리와 반회장저고리의 차이점을 모르겠는거다. 우리의 전통 옷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옷들이다. 일년에 한번은 커녕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한복이 아닌가. 일본에서는 기모노를 꽤 자주 입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지나치게 멀고 낯선 우리의 전통이 안쓰럽다. 관람객중에 일본인 학생 둘이 보였는데, 일본어로 쓰여진 편지를 소리내어 읽으며 지나갔다. 일본에 의해서 아주 비참한 생을 살다간 덕혜 옹주에 대해서 그들은 일말의 연민이라도 느꼈을지 궁금하다.
전시관 1층에 순종황제 어차도 보이던데 그게 창덕궁에 있던 걸 가져온 건지 잘 모르겠다. 암튼 우리가 타는 차보다 상당히 커보였다. 번쩍 번쩍!! 사진으로 보니 위에 것이 순종황제어차고 아래쪽이 순정효황후어차다. 색깔 마음에 든다. 그야말로 클래식한 걸!
특별전시관의 덕혜옹주 말고도 상설 전시관도 볼 게 많다. 조선의 국왕, 조선의 궁궐, 왕실의 생활까지. 로비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면 쭈욱 이어서 볼 수 있다. 1층으로 가면 왕실의 의례, 대한제국과 황실, 천문과 과학 1관이 있고, 지하 1층으로 가면 왕실의 회화와 궁중의 음악, 왕실의 행차와 천문과 과학 2관이 준비되어 있다. 중간에 앉아서 쉴 공간도 있는 게 좋았다. 근데 한참 서 있었더니 배가 고파져서 많이 못 보았다는 게 함정!
8. 배고픈 우리는 다시 경복궁역으로 돌아와서 옛날국수를 맛보았다. 아주 맛나게~ 광화문 씨네큐브가 근처여서 나온 김에 '더 헌트'를 보고 싶었다. 시간도 밥 먹고 움직이면 딱 적당했다. 그런데 예매하다가 도중에 오류가 났고, 그 사이 내가 찜한 좌석을 누군가가 예매해 버렸다. 딱 그 자리 하나 뿐이었는데...ㅜ.ㅜ 그래서 이번엔 종로3가 피카디리에서 더 임파서블을 볼 생각에 예매를 시도하니 이번엔 카드 번호 오류가 났다. 처음에 번호 두번 틀리고 그 다음엔 연속으로 비밀번호가 안 맞았다. 분명 맞게 입력했는데 어디서 오류가 났는지... 그래서 결국 신경질나서 예매 포기. 오래 서 있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급 피곤이 몰려와서 집으로 와버렸다. 둘 중 하나는 보고 싶었는데 아쉽군...
9. 내일은 뮤지컬 레베카를 예매해 두었다. 정한 오빠, 우리 곧 만나요~
10. 오늘 불후의 명곡에 김다현이 출연했다고 언니가 말해주었다. 어이쿠, 놓쳤네. 다시 보기 해야겠다. 그런데 언니가 재밌는 걸 알려줬다. 김다현의 본명이 김세현이라고 한다. 으하하핫. 내가 왜 웃냐면.... 세현 다현이 모두 내 조카들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우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