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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 선녀님 ㅣ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끼는 백희나 작가님의 신작이다. 장수탕 선녀님!이라는 고운 제목인데 표지를 장식한 인물은 할머니 선녀님이다. 일찌감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선녀님, 매력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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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가면 흐린 눈으로 꼭 읽게 마련이었던 안내문이 아련하게 보인다.
하늘에 우뚝 솟은 저 굴뚝도 정겹기만 하다. 찜질방이 대세인 요즘엔 동네에도 좀처럼 목욕탕 보기가 힘들다. 이 책이 나오자 언니는 조카들이 경험해보지 못해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얘기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무척 슬펐다. 추억이 가득한 목욕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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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목욕탕집은 모텔이 위층에 있는데, 처음에 이사 와서 출구를 잘못 들어가 모텔 카운터에 가서 어른 한장이요! 했던 기억이 난다. 아저씨가 빤히 쳐다보더니 목욕탕은 아래층으로 가세요!라고 쌀쌀 맞게 말했었다. 뭐, 남탕 들어가본 적도 있는데 그 정도야 실수 측에도 못 끼지...;;;;
덕지는 엄마와 함께 동네 목욕탕 장수탕으로 향했다. 어른 4천원에 미취학 아동은 3,500원이란다. 우리 동네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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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는 냉탕에 들어가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목욕탕에 가면 냉탕에 들어가서 그 오싹함 가운데 물놀이하는 재미를 충분히 즐겼더랬다. 아주 아주 큰 목욕탕이 있었는데 물에 드러누우면 둥실 떠서 발장구를 치면 쓰윽 움직이는 게 어찌나 신기했던지. 그것 때문에 나중에 배영 배울 때 자세가 안 잡혀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ㅎㅎㅎ
신나게 냉탕에서 놀던 덕지의 눈에 놀라운 인물이 들어왔다. 바로 이분, 장수탕 선녀님 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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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이 옷을 가져가버려서 하늘로 못 돌아가고 계신다는 할머니, 장수탕 선녀님은 덕지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장황하게 해주신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도 경청하는 착한 덕지! 할머니와 함께 냉탕에서 재미난 놀이를 했다. 다년간 갈고 닦은 목욕탕 신공으로 할머니는 덕지와 누구보다 즐겁게 놀아주셨다. 그런데 할머니,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사람들이 쪽쪽 빨아먹는 저게 대체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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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는 엄마가 때를 밀어주고 나시면 사주는 요구르트를 할머니께 대접해 드렸다. 행복감에 젖은 할머니의 저 표정! 가지 못하는 하늘 나라라도 강림한 얼굴이다. 울 엄니는 목욕탕에 가실 때 꼭 바닐라맛 우유를 사시곤 했다. 흰우유는 배탈이 나는데 바닐라 우유는 괜찮다면서. 나도 그 우유 먹는 즐거움에 같이 목욕가는 걸 좋아했다. 할머니 보고 나니 나도 요구르트가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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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그러나 냉탕에서 너무 오래 놀았나보다. 감기에 걸려 끙끙 앓고 있는 덕지. 그런데 머리맡 대야에서 쓰윽 등장한 장수탕 선녀님! 요구르트 대접 받은 답례를 톡톡해 해주신다. 차가운 손으로 아이의 열을 떨어뜨려 주신 것! 은혜 갚은 까치가 아니라 은혜 갚는 선녀님 되시겠다. 역시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다음 날 거뜬히 일어난 덕지! 이제 매주 엄마와 함께 목욕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까. 이야기가, 전설이, 동화가, 그리고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멋진 장수탕이다. 장수탕 장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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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부록이다. 펼치면 커다란 브로마이드가 된다. 그리고 책속의 책, 주머니 그림책 만드는 도안이 있다. 설명서를 보고는 잘 못알아 보겠는데, 눈썰미 있는 분이라면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새 목이 칼칼하니 아프고 기침도 많이 난다. 이럴 때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서 몸을 좀 녹여줄 필요가 있다. 추억을 가다듬어 엄마와 함께 다녀온다면 더 좋겠다. 근데 엄니는 아쿠아로빅을 하시는 터라 요새 목욕탕 잘 안 가신다. 병원을 가느냐, 목욕탕을 가느냐... 고민을 좀 해야겠다. 마음으로는 목욕탕 쪽이 더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