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엔 언니의 독립한 집에 수신카드를 달려다가 실패하고 반품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엔 디비코 얘기를 해보자.
친구가 케이블방송 모니터링 알바를 일년째 하고 있다. 아직도 독수리타법을 고수하는 꽤 컴맹인 내 친구는 비디오로 일주일치를 녹화해서 보고서 보내야 하는 날 몰아서 6시간 정도를 작업해서 보내곤 했단다. 작사를 하는 친구라 집에서 알바로 적당하다며 무척 마음에 들어 했는데 오늘 날짜로 유럽 여행을 가게 됐다. 3주 일정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없는 동안 세 차례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내야 하므로 한동네 사는 내게 이 일을 맡기게 되었다.
문제는 또 TV다. 친구네는 지역 케이블을 보지만 우리집은 Btv를 본다. 증권방송인 토마토 방송은 우리집에서도 나오지만 지역방송은 우리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집에 지역 케이블을 한달만 신청을 하면 사용료와는 별도로 설치비만 4만원이다. 그래서 친구는 자신에게 이 일을 소개해준 후배의 조언에 따라 디비코를 사기로 했다. (사실 검색도 구입도 모두 내가 대행했다..;;;;;)
이런 제품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된 건데 무척 편해 보였다. 그러니까 TV에 설치해서 녹화를 할 수 있는 제품인데 타임쉬프팅 기능도 있어서 생방송을 멈춰두었다가 이어서 볼 수도 있고, 비디오처럼 예약녹화도 가능하다. 그밖에 외장하드처럼 쓸 수 있어서 파일을 넣어서 그 파일을 TV로 시청하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TV가 아주 좋지 않는 한 별로 쓸 일은 없는 기능이지만...)
아무튼, 이게 지난 주 금요일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우리의 계획은 이걸 우리집에 설치해서 증권방송은 녹화를 하고, 지역방송은 수영 다녀오는 길에 친구 집에 들러서 예약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오는 것이었다. 근데 또 Btv가 문제였다.
설치를 해보니 모두 녹화방지가 걸려 있는 것이다. 이게 vod서비스가 되는 거라서 저작권 때문에 그리 막아놨나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비디오로 토마토 방송을 녹화해 보려고 하니 토마토 방송은 300번대인데 우리집 오래된 비디오는 두자리수만 인식한다. 당연히 녹화할 수 없고, 심지어 Btv는 공중파도 녹화가 안 된다. 이런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 얼마 전에 인터넷 전화여서 팩스가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우리집 서비스에 무척 불만이 많아졌는데 TV마저 신경질나게 해서 약정이 얼마나 걸려있는지 알아봤다. 아씨, 일년 넘게 남았네...ㅜ.ㅜ
그래서 일요일에 친구집에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근데 제품이 말을 듣지 않는다. 채널 검색만 수십 차례를 했다. 되다가 멈추고, 화면이 떨리고, 그러다가 안 되고, 그러다가 또 되고... 아예 안 되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제품은 반품을 했을 터인데 미련이 남게 될까 말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녹화에 성공한 것은 6시간이 지나고 난 뒤의 일이었다. 친구 집에 12시에 가서 저녁 6시가 넘어서 우리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시부터 9시 반까지 프로그램을 녹화하고(하루에 3시간 반씩 모니터링 해야 한다) 녹화가 끝나면 메일로 보내라고 말해둔 터였다.
사실 몇 가지 문제가 더 있기는 했다. 친구의 TV와 컴퓨터의 위치가 멀어서 녹화가 끝나도 그걸 컴퓨터로 옮기기 위해서는 장치를 빼서 컴까지 가져가야 하고, 이 고물 컴은 친구의 동생의 친구가 얻어준 것인데 상태가 아주 메롱인데 usb위치도 엄한 것이 끙! 소리가 나게 만든다. 게다가 이 고물 컴을 친구의 동생의 친구가 도로 돌려달라고 말해놓은 상태라지 뭔가. 여차하면 친구가 유럽 가 있는 동안에 컴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파일을 옮길 것인가. 집에 있는 역시 상태가 메롱인 노트북을 들고 가야 한단 얘기인데, 내가 너무 귀찮아지지 않는가!
친구의 오빠와 여동생은 집에서 파일을 나한테 메일로 보내는 것도 못하냐고 하니 그 두 사람은 곧 휴가를 갈 계획이란다. 아씨, 장난하나...-_-;;; 게다가 두 사람도 컴맹 수준이라고... OTL
하여간 그래서 내가 책임지고 하기로 결정은 났는데, 밤 12시가 다 되어서 친구의 걱정스런 전화가 울렸다. 녹화한 파일을 들여다 보니 3시간 반 분량이 6기가란다. 이거 메일로 어케 보내냐고.... 하아... 그래서 나도 써본 적은 없지만 클라우드를 설명하면서 클라우드로 보내라고 했다. 이번엔 첨부파일 한계까 4기가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압축 분할을 설명해야 했다.
친구의 고물 컴은 6기가 짜리를 담으니 더 이상 용량이 없어서 파일을 두 개씩 담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나는... 외장하드를 질러야 했다. (뭐 이래...ㅜ.ㅜ )
친구는 날마다 노트북을 들고 오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너무 번거로워서 어차피 필요했던 거니까 1TB를 주문했다. 8월이 시작되려는 찰나였고, 나름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새벽예배를 가고자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래봤자 7080보고 나니 새벽 1시...;;;;)
근데 2시 다 되어서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자니?"
아, 놔! 또 뭐냐? 하니 그냥 케이블 신청해줄까? 한다. 됐다고 했다. 이미 외장하드 질렀다고. 친구는 알았다며 다시 마무리지어야 할 곡으로 돌아가고, 한 번 잠이 깨자 나는 잠이 오질 않았다. 얼른 자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 들었지만 잠은 오지 않고 생각만 많았다. 친구 모니터링 문제랑 이것저것 내 문제랑, 알라딘의 검은 오로라 등등...
그렇게 뒤척이다가 5시에 기상해서 새벽예배를 다녀왔다. 요새 형부가 새벽예배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차로 가는 걸 얻어 타고 5시 반 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그 교회는 내가 다니는 도서관과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데 예배 마치고 나온 시간이 대략 6시 15분. 도서관 열람실은 8시에 문을 열지만, 그 전에 도서관에 들어가서 기다릴 수는 있겠지 싶어 형부를 먼저 보내고 난 도서관으로 갔다.
근데, 문을 안 열어주네. 안에 사람이 있지만 빗속에 서 있는 나를 보고도 문은 안 열어준다. 알림판에는 우천시 들여보내줄 수도 있다고 적혀 있건만...ㅜ.ㅜ
그래서 그 애매한 상태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책을 보기는 했지만 자리가 불편했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해서 영 기분도 별로고.... 그러다가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말았다. 그 순간 기분이 확 상해서 집으로 휙 돌아오고 말았다. 나 오늘도 삽질한겨???
오후에는 토요일자 비디오로 녹화한 테이프를 모니터링 해봤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증권방송을 돌려보며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게 웃기지만, 어쨌든 완수해야지.... 근데 이때 전화가 울렸다. 국제전화라고 나온다. 친구가 파리에서 전화했나? 하며 받았는데 아무 소리 없이 끊어졌다. 뭐지? 친구가 아니라 스팸인데 내가 잘못 받았나? 아, 심난하게시리... 요금 폭탄 나오는 거 아니겠지? 흑...ㅜ.ㅜ
사실 TV시리즈 중 가장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한 것은 울 언니의 새로 산 42' TV지만, 그건 누워서 침뱉기라 차마 말을 할 수가 없구나...(버럭!)
그나마 오늘 하루의 가장 보람찬 일은 수영장에서 있었다. 마치고 나오는 길에 혹시나 싶어 화목 아쿠아로빅 7시에 자리 있냐고 하니 한 자리 있다지 뭔가! 지난 수요일 무섭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가서도 등록하지 못했던 그 수영강습이 아니던가! 누군가 환불을 받아가서 극적으로 한 자리가 남아있었단다. 앗싸! 8월에는 새벽같이 나가서 줄 안 서도 된다. 만세!!
나로서는 서재 이미지가 울 공장장님인 것이 가장 좋은데, 최근 내 사진에 대한 주변 반응이 좋아서 제법 오래 걸어두었었다. 하지만 조선인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역시 이게 진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환님! 나도 사람 얼굴 잘 구별 못해서 나무랄 수가 없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