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아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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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에서
쨍아가 죽었습니다.
과꽃 나무 밑에서 죽었습니다.

대체 쨍아가 누굴까요?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 준다고
작은 개미 앞뒤 서서

발을 맞추고
왕개미는 뒤에서
딸-랑딸랑
딸-랑딸랑

저기 보이는 것은 잠자리군요.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였어요.

딸-랑딸랑

개미들의 장사는 잠자리 사체를 분해해서 나누는 것이건만,
그 모습이 잔인하거나 서글픈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영롱한 빛깔로 표현되었어요.
빛들이 함께 와서 춤을 출 것만 같은 그림입니다.

가을볕이 따뜻이
비추이는데
쨍아 장례 행렬이
길게 갑니다.

길게 갑니다.

소용돌이 치는 저 물결 속에서
쨍아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것만 같습니다.
개미에게로, 흙으로, 우주로...

천정철 시인의 쨍아는 1925년 '어린이' 11월 호에 발표되었습니다.
어린이는 방정환 선생님이 만든 잡지이지요.
달.리에서 기획한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이 참 많았어요.
게다가 우리시그림책의 감동도 늘 벅찼지요.
시리즈 15편 중에서 7편을 보았네요.
더 찾아 보고 싶은 책들이 많이 남아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광익 작가님의 다른 그림도 더 살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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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1-04-0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 이 책, 이 그림 너무 좋다... 뭐라 더 할말을 잃었어요.

마노아 2011-04-01 02:04   좋아요 0 | URL
말을 잃게 만드는 시와 그림이에요. 저도 넋을 놓고 보았답니다.^^

섬사이 2011-04-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정말 좋죠?
그림이 또 하나의 시였어요.

마노아 2011-04-01 13:3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또 하나의 시란 표현 정말 근사해요. 그 말이 딱이에요. 참 좋았어요.^^

2011-04-01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1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04-0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적이고 또 감성적이고 감동적이고,, 이거 정말 멋지군요~~

마노아 2011-04-01 23:52   좋아요 0 | URL
3박자를 고루 갖춘 좋은 책이에요. 중고샵에서 건지면서 만세를 불렀더랬어요.^^

꿈꾸는섬 2011-04-0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너무 좋아요.^^

마노아 2011-04-02 01:23   좋아요 0 | URL
이렇게 접하는 시가 참 고와요.^^

순오기 2011-04-02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쨍아~~~~~~ 이 책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얼얼하던데...

마노아 2011-04-03 01:09   좋아요 0 | URL
얼얼하다는 표현이 확 와 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