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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아 ㅣ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뜰 앞에서
쨍아가 죽었습니다.
과꽃 나무 밑에서 죽었습니다.
대체 쨍아가 누굴까요?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 준다고
작은 개미 앞뒤 서서
발을 맞추고
왕개미는 뒤에서
딸-랑딸랑
딸-랑딸랑
저기 보이는 것은 잠자리군요.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였어요.
딸-랑딸랑
개미들의 장사는 잠자리 사체를 분해해서 나누는 것이건만,
그 모습이 잔인하거나 서글픈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영롱한 빛깔로 표현되었어요.
빛들이 함께 와서 춤을 출 것만 같은 그림입니다.
가을볕이 따뜻이
비추이는데
쨍아 장례 행렬이
길게 갑니다.
길게 갑니다.
소용돌이 치는 저 물결 속에서
쨍아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것만 같습니다.
개미에게로, 흙으로, 우주로...
천정철 시인의 쨍아는 1925년 '어린이' 11월 호에 발표되었습니다.
어린이는 방정환 선생님이 만든 잡지이지요.
달.리에서 기획한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이 참 많았어요.
게다가 우리시그림책의 감동도 늘 벅찼지요.
시리즈 15편 중에서 7편을 보았네요.
더 찾아 보고 싶은 책들이 많이 남아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광익 작가님의 다른 그림도 더 살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