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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1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 카오루의 신작 신부 이야기
껍데기 뒤쪽 그림이다. 일부러 사진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
단란한 살임살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결코 화려하거나 편리하지도 않건만 눈부시게 정겹고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앞쪽 그림. 주인공인 새색시 아미르의 모습이다.
새색시가 시집 와서 처음으로 시댁 식구들을 만난 순간이다. 시집 온 색시는 방년 스무 살. 그리고 낭군님은 12살 꼬마 신랑.
그녀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신랑도 못지 않게 놀랐을 것이다. 그네들의 기준으로는 노처녀였을 테니까.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중앙아시아. 카스피 해 인근의 지방도시다.
아미르의 친정은 여름에만 유목 생활을 하고 있고, 새신랑 카르르크는 유목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정착 생활을 하고 있는 집안이다.
마치 사진을 찍은 것 같은 분위기. 뒤에 집에서 막 나오는 청년은 가족 계보에도 등장하지 않는데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 아버지와 엄마가 있고 시집 간 누나와 자형 사이에 네 꼬맹이가 짜르르 앉아 있고, 이제 아미르와 카르르크도 저리 예쁜 아이들을 줄줄이 낳을 테지?
제일 웃겼던 장면이다. 시어머니가 옷 해입으라고 선물로 준 옷감으로 남편 옷을 지은 아미르. 너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자 제 옷이 지저분해서 그런 줄 알고 당장 옷 빨아오겠다고 홀랑 벗어버린 새색시. 식구들의 저 난감한 표정이라니...^^
아미르의 성격은 이렇다. 즉흥적이고 열정적이고 순정적이다.
얼굴에 붉은 금을 그어 표현한 표정이 상기되어 발그레해진 것인지, 부끄러워진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난점이 있기는 하다.
막내 꼬마가 반해버린 목수 아저씨의 작업. 나뭇결이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작품 속에선 '부적'이란 제목이었는데 나도 하나 지니고 싶어지게 만드는 멋진 문양들이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다.
신랑의 표정이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신부도 아래서 위로 잡은 컷이다. 까닭은 이렇다.
유목민 집단을 찾고 있는데 말 위에 올라섰다. 사진의 초점이 안 맞긴 했지만, 역동적인 그녀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장면이다. 유목민 처녀답게 사냥도 잘하고, 가죽을 벗겨내어 옷도 썩썩 지어내는 씩씩한 그녀.
그렇지만 유목민 세계에서 여자란 교환의 값어치로 여겨지기도 했던 것. 이미 시집 간 그녀를 다른 데로 시집 보낼 테니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친정 오라버니.
괘씸하지만 한 카리스마 하는 표정이 마음에 든다. 누구도 자신의 신부를 돌려달라고 말하지 못하게끔, 우리의 꼬마 신랑이 어서어서 자라기를!
양탄자며 주전자며 그릇이건, 그림에서 정성이 가득 보인다. 작가는 필시 고되다고 여기지 않고 무척 즐겁게 그림을 그렸던 게 아닐까. 중고등학교 때부터 유목민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물론 영국과 메이드도 그녀를 매료시켰지만~)
초판에만 선물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 위 그림을 필름으로 옮겨놓은 녀석이다. 이렇게 생겼다.
벽지 앞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서 찍었다. 아까워서 다시 비닐로 씌워놨다. ^^
작가가 구성한 캐릭터의 성격. 그야말로 유목민 판 엄친딸이랄까.
모리 카오루답게 작고 소소한 이야기가 예쁘게 펼쳐졌다. 작가처럼 즐겁게 천천히 읽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