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정이 무척 바빴다. ㅎㅎㅎ
스티브 맥커리 전을 보고 나오니 시간이 빠듯했다. 급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두리번 거렸는데 뽐모도로 맞은 편에 수제 돈까스집이 있는 거다. 중간은 하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꽤 맛있었다. 다만 냉모밀은 별로.(메밀이 맞지 않나???)
광화문에서 아차산 역으로 이동. 유니버설 아트 센터에 공연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다.
시작 전에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된단다. 엘지아트센터의 굴욕을 기억함이다. ㅎㅎㅎ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의미심장하다.
초딩 시절 내가 읽은 책의 제목은 '암굴왕'이었다. 삼총사, 철가면, 암굴왕.... 이렇게 세개가 연속이라고 어릴 때 알고 있었는데 작가가 같을 뿐, 내용은 상관없지 않나? 아, 철가면에는 삼총사의 주인공이 등장했던 것도 같고... 오래 되어서 기억이 전혀 안 난다.
내가 기억하는 소설의 내용은 단편적이다.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써서 감옥에 갇혔다가 그곳에서 만난 어떤 노인의 도움으로 탈옥을 하게 되는데, 노인의 시체 대신 그가 들어있는 자루를 바다로 던지면서 간수들이 투덜댔었다. 무겁다고. 그랬더니 옆의 녀석이 원래 시체가 더 무거운 법이라고 대꾸해서 아 그렇구나... 했던 기억. 그가 복수의 화신이 되었던 것 까지는 알겠는데 복수의 결말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뮤지컬은 1부 80분에 인터미션 15분, 2부 60분으로 진행됐다.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로 진행했고, 영상 활용을 아주 실감나게 잘했는데 의상도 탁월했고 연기도 빼어났다. 다만 첫 곡이 좀 별로여서 몰입에 좀 시간이 걸렸다. 오늘 저녁 공연은 류정한, 차지연 주연이었는데 차지연 씨는 처음 보았는데 무척 노래를 잘 불렀다. 옥주현 버전도 사실 궁금하긴 하다. 앙상블에서 두 곡 정도는 지킬앤 하이드의 앙상블 곡과 쫌 비슷. ㅎㅎㅎ
친구의 여자를 빼앗고자 친구를 죽음의 위기에 빠뜨리고, 그 친구가 다시 살아 돌아와서 크게 성공해서 복수하는 이야기는 좀 흠했던 것 같다. 비천무도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딱 그런 얼개다. 비천무는 옛 연인이 자신이 모르던 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것 까지도 몬테크리스토와 똑같다. 다만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너무 다르다. 주인공 에드몬드의 친 아들이 사실은 자신의 원수였던 길러준 아버지를 직접 죽이는 장면은 원작이 19세기 작품이라는 걸 감안해도 좀 거시기 했다. 그에 비하면 비천무에서 남궁 성과 남궁 준광의 마지막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의 마리로렌의 의리도.
그래서 이 뮤지컬은 엔딩이 다소 불만이었지만 뮤지컬 자체는 무척 재밌게 보았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에서 문화대혁명기에 시골에 강제로 보내진 두 소년이 책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중 한 친구가 날마다 몬테크리스토를 얘기해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모든 게 차단된 공간에서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본인 버전의 새 책이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문득 생각했다. 그런 극적인 상황이라면 영화보다 더 리얼하게 감동적으로 전달이 가능할 것도 같다. 그 한마디 한마디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게 될까.
어렸을 때 내가 읽었던 책은 아마도 주니어 문고였을 것이다. 이렇게 길지 않았다. 결코.. ㅎㅎㅎ
좀 더 차분하게 나이 먹었을 때 읽고 싶은 고전 중의 하나. 현장에서 프로그램은 만원이었고, ost는 19,000원에 팔고 있었다. 노래를 더 들어보고 싶은데 벅스나 멜론 등을 이용해야겠다.
(사진 펑!)
포토 존에서 한 컷. 어제 파마 다시 했는데 오늘 비 맞았다능...(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