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이집트 다녀오면서 장염 따따블이 걸려서 며칠 버티다가 병원에 갔다.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받았는데 당시 의사샘이 빈혈 검사한지 오래 됐으니 조만간 나와서 피뽑으라고 하셨다. 알았다고 말해놓고 바쁘단 핑계로 내내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 좀 많이 어지러웠다. 오늘이 모처럼 놀토니까 아침 먹기 전에 피검사를 해야지.... 해놓고 까먹어 버렸다..;;;;
오후에 조카 데리고 찜질방을 갔는데 평소보다 많이 어지러웠다. 원래 목욕탕이란 곳이 좀 더 어지러운 장소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았나 보다. 찜질방에서 먹은 맛없는 떡볶이는 무척 매웠고, 물냉면은 먹을만 했지만 속에서 별로였나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초밥집에 들러서 우리 식구들 저녁을 먹으려는데 배가 살살 아파온다. 아까 먹은 것도 소화가 안 됐고 나 원래 초밥 안 먹는 인간인지라 캘리포니아 롤 한 개 집어먹고는 먼저 일어섰다. 버스 환승이 될 것 같아서리.
근데 또 배가 살살. 가까운 CGV 건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상태가 심각한 거다. 이거 신호가 왔구나. 이러다가 정신줄 놓겠다... 했는데 정말 놓아버렸다.
아, 머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과, 웅성거리는 소리와 "괜찮으세요?"라는 어느 남정네의 목소리에 눈 번쩍!
아 꽃 팔려. 또 넘어갔어.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잽싸게 타버렸다. 밖에서는 계속 괜찮으냐는 질문과 어지러운가봐... 이런 속삭임이 마구 꽂힌다.
화장실 가서 보니 눈 옆에 상처가 나서 피가 맺혀 있고 광대뼈가 퉁퉁 부어서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다. 대충 얼굴 씻고서 다시 초밥 집으로 가니 식구들 황당!
식사 마치신 엄마와 함께 먼저 일어났다. 인근 약국에 갔더니 약국만 문 닫고 화장품 코너만 성행.
에잇, 집 근처로 가자! 해서 버스를 탔다. 다리가 후들후들. 기운도 없는데 빈자리도 없네. 아씨...;;;;
세정거장 쯤 가니까 빈자리가 생겼다. 나이스!
집근처 약국은 다행히 문을 열었다. 가서 물어보니 눈 근처라서 뭘 바르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긴, 내가 3년 전에도 앞으로 넘어지면서 안경 깨지는 바람에 눈밑이 찢어졌을 때도 약국에서 응급실 가라고 권했었다.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집에 와서 메디덤 붙이고 얼음 찜질을 내내 했다. 좀 가라앉긴 했는데 여전히 눈탱이 밤탱이. 설마 내일 모레까지는 가라앉겠지?
누가 보면 어디서 얻어터진 줄 알거다. 욱신욱신. 열라 아프다. 드라마에서 자주 묘사되곤 하는 매맞는 와이프가 눈탱이 밤탱이 된 설정은 정신은 물론이요, 육체적으로도 엄청 아픈 거구나 새삼 깨닫고 말았다. 쿨럭...;;;;
약사 쌤이 대뜸 빈혈 있냐고 물었는데 아차 싶었다. 약 먹으랄 때 진작 먹을 걸, 몇 달을 버틴 건지......
내일은 병원 문 안 여는데 석가탄신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후다닥 피 좀 뽑고 약을 먹어야겠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한 마디, 건강이 쵝오!!
그나마 눈 수술해서 안경 안 쓰고 있었던 게 천만 다행. 아, 아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