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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ㅣ 놀라운 팝업왕
로버트 사부다 팝업제작, 프랭크 바움 원작, 푸른삼나무 옮김 / 넥서스 / 2005년 9월
구판절판
내가 갖고 있는 동화책들 중에서 울 언니가 가장 탐냈던 것이 바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함께 품절이었던 이 책을 중고샵 오픈 첫해에 중고로 구매하고는 심봤다~!를 외쳤었는데, 나중에 살림이 궁해져서 앨리스는 되팔고 이녀석은 아까워서 남겨뒀었다. 첫장을 열었을 때 회오리 바람이 불듯 휘리릭 돌아가는 저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말이다.
계속 내가 간직하려다가, 아무래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언니의 생일 선물로 추가했다. 그 전에 사진으로 흔적을 남겨본다.^^
캔자스 외딴 시골 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회오리바람 불어와
끝없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오즈의 마법사는 어떤 사람일까요
코가 빨간 코일까
희고 노란 곱슬머리일까
허수아비 친구야 우리 함께 가보자
멀고도 험한 모험의 길
우리는 신나게 달려나간다
아름다운 나라 오즈로
꿈의 세계 오즈로
오즈의 마법사 노래다.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가운데의 메인 팝업 말고도 양옆 사이드 책장들을 펼치면 그 안에도 소박한 팝업들이 펼쳐진다. 오즈의 마법사 내용들은 그 사이사이 여백들을 또 꽉 채우고 말이다.
도로시가 에메랄드 도시로 가는 길에 마주친 여러 친구들은 작은 책자 안에 포개져 있었다.
지혜를 간구하는 허수아비와 마음을 간절히 원하는 양철로 된 사람
그리고 용감해지기를 원하는 겁쟁이 허수아비까지......
사실은 자기 안에 내재된 진짜 용기를 모르는 것 뿐인데,
저 표정을 보면 영락없이 겁쟁이 표정이다.
첫 등장은 또 얼마나 우스웠던가.
작은 강아지 토토를 겁주려다가 도로시에게 와장창 깨지고 말았으니...^^
노란 길을 따라 도착한 에메랄드 성.
여기선 초록빛 셀로판지 안경도 들어 있는데,
오즈의 성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쓰는 것 같은 안경의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사실 안경은 조잡해서 그냥 보는 에메랄드 성이 훨씬 아름답다.
요새는 안경만 보면 3D 영화가 떠올라서 갑자기 좀 우습기도...^^
오즈와의 거래(?)로 사악한 서쪽 마법사를 해치우러 떠난 도로시 일행.
물론 처음엔 도로시네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지만, 사필귀정!
사악한 서쪽 마법사는 찍소리도 못하고 사라지는 운명을 당하고 만다.
'서쪽'이란 말의 어감을 무척 좋아하는데, '서쪽마녀'가 비록 나쁜 마녀로 나오지만 역시 어감 자체는 참 좋다.
비록 서쪽 마녀를 해치웠지만 오즈는 약속을 지킬 능력이 없다고 이실직고했다.
하지만 그는 진정 지혜로운 인물!
허수아비와 양철로 된 사람과 사자에게 각각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준다.
그들이 이미 갖고 있지만 미처 몰랐던 그것들을!
하지만 캔자스로 보내주려던 도로시는 기구를 타지 못하고 오즈만 떠나버렸으니...
결국 도로시는 착한 남쪽 마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남쪽 나라로 떠났다.
온통 붉은 색으로 된 그 나라로...
오랜만에 마주한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는 재미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읽었던 오즈의 마법사에 들어있는 삽화들도 기억난다. 그 책은 전체 시리즈를 한 사람이 그렸는지 삽화의 분위기가 다 비슷했는데(시리즈 100권짜리 책이었음에도) 그래도 오즈의 마법사에 그려진 그림들은 이야기와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고 기억한다.
언니가 이 책을 받으면 큰 조카와 둘째 조카 모두에게 구경을 시켜줄까? 큰 조카는 혹시 이제 지루해 하고 둘째 조카는 여전히 팝업북을 망가뜨리려는 건 아닐까? 아무튼 간에 재밌게 보아주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