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겨울방학 나의 계획은 가급적 교무실에 붙어 앉아 공부하는 거였는데, 교무실이 너무 추워서 도저히 못 버티겠다. 오늘 자로 보충수업도 다 끝났고, 다음 계약은 알수가 없으니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왔다.
머리가 지끈지끈. 며칠 전 실업급여로 신경 쓴 이래로 두통이 계속 남아있는 듯하다. 신경성인가 화장실도 잘 못 가겠고, 파스퇴르나 불가리스 등등, 뭐라도 좀 먹을까 싶어 슈퍼를 다녀오는데, 신호등 건너고 있을 때 누군가 막 부르는 소리가 난다.
-아가씨, 여기 좀 봐요, 아가씨!!
응? 돌아봤는데 모르는 할머니다. 날 부른 게 아닌가? 되돌아 가려는데 다시금 부른다. 자기 좀 기다려 달라고.
얼라, 내가 아는 분인가???
다시금 신호등 불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헐레벌떡 뛰어오신 할머니,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말씀하신다.
-아니네, 잘못 봤네. 미안해요. 그냥 가요.
헐....;;;;
다시 오들오들 떨며 집에 왔다. 근데, 나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워낙 사람 얼굴 잘 못 기억하는 편이라 알 턱이 있어야 말이지...
내일은 영하 17도란다. 우리 동네가 산을 끼고 있어서인지 서울 평균 온도보다 항상 1도나 2도씩 낮다.
내일은 집에 짱박혀 있고 싶지만, 집의 상황에 따라 도서관으로 토낄지 모르겠다.
손이 아직도 얼얼하다. 하긴, 집도 추워서 녹을 새가 없구나. 히터를 틀어야지.
***
저녁 먹고 와보니 그 할머니가 누군지 생각났다.
언니네 아파트 단지에 둘째 조카를 무지무지 이뻐하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비공식 다현양 팬클럽 회장 되시겠다.
멀리서 날 보고는 울 언니로 착각한 거다.(우리는 쌍둥이라고 늘 오인받는다. -_-;;;)
근데 뚫어져라 살펴보니 언니가 아니고, 내가 ?????이런 얼굴로 쳐다보니 자신 없어서 그냥 가신 듯하다.
뒤늦게 생각이 난 게 더 용하다. 할머니 얼굴 거의 일년 만에 만난 듯... 아니, 반년인가? 암튼....;;
밥을 먹고 나니 머리가 좀 돌아가는구나.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