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문화홀에서 오늘 4시 이승환 미니 콘서트가 있었다.  본점 오픈 1000일 기념 행사에 '천일동안'의 가수 이승환을 초청했다는 것. ^^

스케줄이 확정된 것은 어제 오후 7시 10분이었고, 12분에 스케줄 확정 게시물이 떴다.  

그리고 신세계 티켓을 내가 거머쥔 것은 열흘 전의 일. 친구 와이프가 신세계 매장에서 일을 한다능...ㅎㅎㅎ 

신세계 구매 고객 중심으로 표를 뿌린 터라 팬들 중에선 가고 싶어도 못 간 사람이 많았겠지만 나는 전혀 팬이 아닌 내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다. 평소 귀차니즘의 화신이며 무대뽀의 전설인 이 친구는 너 혼자 줄 서라 하고는 공연 시간 맞춰서 오겠다고 했다. 공연은 4시 시작이지만 3시 반부터 입장이고, 적어도 3시까지는 와야 안전하다고 강조했건만, 녀석은 4시 직전에 도착했고, 2시부터 줄 선 나는 결국 맨 뒤로 가서 끝으로 입장해야 했다는 이야기...ㅜ.ㅜ 

신세계 쪽에서는 1500장의 표를 뿌렸다고 한다. 내 생각에 1500명이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공짜표의 한계란...;;; 

공연장이 그닥 크지 않았기 때문에 끝으로 입장한다고 가수가 안 보이진 않았지만, 일찍 가서 줄 선 게 참 억울하긴 했다. 물론, 10시부터 와서 줄 선 사람들은 일빠로 들어가서 땀구멍까지 봤겠지만...;;; 

게다가 백화점이라고 사람들 이목이 있으니 앉아서 기다리지 말라고 해서 내내 뻣뻣하게 서 있어야 했는데 무지 힘들었다. 같이 줄 서서 수다 떨 친구도 없었고...;;;;; 

나으 친구는 특징이 절대로 미안하단 말과 고맙단 말을 하지 않는다. 몰라도 안다고 하고 우기기 대장이고 갖다 붙이기의 명수다. 온갖 에피소드를 말로 표현하면 뭐 이런 애가 다 있냐... 싶은 녀석인데, 놀랍게도 밉지가 않다.  

입장 직전에 전화를 해보니 이제 종로 2가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확 뻗쳤는데, 막상 도착한 녀석을 보니 하나도 안 밉고 그냥 반갑다. 일주일 전에도 봤는데도 말이지... 신기한 녀석.  

최근엔 주로 말랑말랑한 곡들 위주로 부르고 있었고, 한 시간 짜리 미니 콘서트에 팬들이 모인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감상(구경)을 하러 온 까닭에 지극히 대중적인 곡들로 채워졌다. 내 주변엔 연세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꽤 있었다. 이분들 무척 재밌게 즐기시는데 엄청 멋져 보였다. ^^ 

내 친구 녀석도 신곡 하나 빼고는 다 아는 노래라고 한다. 절대로 칭찬하지 않는 성미답게 "괜찮더만~"이런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리는데, 그 정도면 녀석에겐 제법 칭찬인거다.ㅋㅋ  

사실 4시 공연은, 가수에게는 일어나자마자 노래 부르라고 하는 시각과 마찬가지. 게다가 음향 안 받쳐주고 조명도 성에 안 차는 문화홀 행사.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는 울 멋진 공장장님! 

낮에 본 기사 하나 고재열 독설닷컴 

부딪히되 흔들리지 않고, 조용하되 침묵하지 않겠다... 라고 말을 하는 멋진 공장장님.  

저 말이 너무 마음에 사무쳐서 서재 글귀로 써볼까 하다가, 그렇게 살 자신이 도무지 없어서 패쓰...-_-;;;; 

무튼, 연말 공연의 준비운동으로 신나게 뛰고 왔다. 옆에 계시던 어느 할머니가 나더러 저 가수 정말 좋아하나 보네? 하고 말 거셨다. ㅎㅎㅎ 더불어 저 가수 몇 살이냐고... 마흔 다섯이요~ (흑...ㅠ.ㅠ) 




공연장에서 마주친 어떤 처자가 "안녕, 마노아!"하고 아는 척을 했는데, 누군지 모르겠어서 급 당황! '마노아'라고 부르는 걸 보니 '이사늙' 사람인 것 같긴 한데 그럼 나보다 언니인지 갑인지도 모르겠고, 어색한 인사로 마무리! 그런데 끝나고 나오면서 또 마주쳤다. 어이쿠!!  다시 생각해 보니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한데 혹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서 내가 못 알아차렸나? 이놈의 눈썰미는...ㅡ.ㅡ;;;;;

그리고 6층이었던가? 신사복 전문 매장이 있는 층이었는데,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화장실을 찾아보니 보이질 않는다. 남자 화장실만 있다나? 이럴 수가! 신사복 매장에 오는 손님은 여성 손님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여자 화장실이 없다니, 신세계 네 이놈!

명동에서 영풍문고에 들려 친구 녀석의 작사 스승님 새로 나온 책을 구입하고, 밥 먹으러 인사동으로 고고씽. 그렇지만 두 길치가 인사동 길바닥을 마구 헤매다가 결국엔 다시 종로로 나와서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다리가 넘흐 아파서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간 건데... 여기 메뉴... 왜 이렇게 맵니... 철판 김치 치즈 볶음밥은 기름에 쩔어서 나오고...;;;; 

마지막 후식으로 롯데리아 캬라멜 마끼아또랑 아메리카노 한 잔씩. 그런데 머그 잔 이쁘다고 나중에 슬쩍 가져가야겠다고 말하는 내 친구..... ㅠ.ㅠ 

참, 엊그제 usb를 잃어버린 걸 어제 알아차렸고, 집에도 직장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오늘 알아차렸다.  

엉엉엉... 만보계에, 머리띠에, 이젠 usb까지....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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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11-2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 다섯 ... 어느새 그렇게, ... =3=3=3

마노아 2009-11-21 23:1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젠 팬들이 같이 늙어가요...ㅜ.ㅜ

순오기 2009-11-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 들락거리다보니 '이사늙'이 뭔지도 알아 들었어요.^^
노년에 부부가 같이 공연보러 오는 거 너무 멋져요~ 나도 그렇게 늙고 싶구만요!
아~ 조용필 공연하던데~~ 이번엔 광주만 빠졌어요.ㅜㅜ

마노아 2009-11-22 00:23   좋아요 0 | URL
전문 용어도 척척 알아들어주시는 순오기님^^
부부가 함께 문화생활 하는 모습 참 로맨틱해요~
아, 저도 조용필 공연 보고 싶어요. 얼마나 감동일까요...(>_<)

hnine 2009-11-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흔 넷 아니었나요? (나랑 동갑인줄 알았는뎅~ ^^)
롯데리아 머그가 그렇게 예쁜가요? 머그 보기 위해서 한번 방문 해보고 싶어지네요. 저는 머그가 너무 맘에 들어 주인에게 얘기해서 얻어 온 적이...그러니까 지금까지 세번 있네요. 까페 이름 새겨진 머그가 그래서 저희 집에 세개가 있답니다.

마노아 2009-11-22 00:23   좋아요 0 | URL
65년생이에요. 65년 12월 13일~
우리나이로 마흔 다섯이고, 만으로 하면 마흔 셋이고 그래요~ ^^
롯데리아 머그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이 친구가 스타벅스나 빕스나 커피빈 등등... 골고루 머그를 갖추고 있답니다. 절대 주인한테 얻어온 게 아니지요.ㅎㅎㅎ

웽스북스 2009-11-2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 요즘 이승환의 그대는 모릅니다가 너무 좋아서 계속 흥얼흥얼
그러다가 마노아님 생각도 하고. ㅎㅎㅎ

마노아 2009-11-22 00:24   좋아요 0 | URL
아아악! 십 년 전에 제가 그 노래에 꽂혀서 이승환 팬생활 10년차잖아요.(>_<)
저 그 노래 오리지널 버전 완전 사랑해요. 뮤직비디오에 꽂혀서 처음 보고 막 울었어요...T^T

후애(厚愛) 2009-11-2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환이 마흔 다섯으로 절대로 안 보여요.
부끄럽게도 이승환 노래 아는 게 없어요.^^;;;
맨 마지막 글에서 웃었어요.
usb를 잃어버려셨다는 글 보자마자 만보계와 머리띠가 떠올라거든요.^^

마노아 2009-11-22 12:38   좋아요 0 | URL
마흔 다섯으로는 안 보이지만 그래도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아, 꿈에서 usb를 찾는 꿈을 꾸었어요. 어느 선생님 노트북에 꽂혀 있었다능...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어흑... 내가 이렇게 칠칠치 못한 애인줄 몰랐어요..ㅜ.ㅜ

노이에자이트 2009-11-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환 님이 만약 평소 목소리가 같은 나이 또래 아저씨같다면 얼굴이 아무리 동안이라도 해맑아 보이지는 않겠지요.김구라보다 다섯살이 많다던가...

마노아 2009-11-23 21:56   좋아요 0 | URL
아핫, 미성도 나이보다 젊게 보이게 하는 한 역할이군요! 김구라가 마흔 밖에 안 됐나요? -_-;;;;

노이에자이트 2009-11-24 16:54   좋아요 0 | URL
윤종신한테 형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서른 아홉 아니면 마흔이겠죠.손석희와 노회찬도 동갑이래요.역시 나이가 들수록 같은 또래라도 젊어보이는 사람과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의 차이가 크지요.

마노아 2009-11-24 17:07   좋아요 0 | URL
검색해 보니 김구라는 마흔이네요.
지난 주 손석희, 노화찬, 그리고 박원순 씨 동갑이라는 게 화제였죠.
손석희 씨도 정말 동안이에요. ^^

꿈꾸는섬 2009-11-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면 너무 속상하죠. 전 요새 자꾸 책을 잃어버려요.ㅠ.ㅠ
도대체 어디다 두고오는질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9-11-24 00:52   좋아요 0 | URL
아앗, 책이라니, 그것도 엄청 속상한 일이네요. 이 부주의함과 깜박깜박을 어쩜 좋아요..ㅜ.ㅜ

같은하늘 2009-11-2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서트 보고오셨군요? 그래 재미난 친구분과 기분전환좀 하셨나요?ㅎㅎ
어째 마무리가 좀 어설퍼 보이기는 하지만 즐거운 시간이셨으리라~~~

마노아 2009-11-25 21:12   좋아요 0 | URL
시작이 좀 열 뻗쳤지만, 재밌게 하루를 마감했어요. 공연은 당연히 즐거웠구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