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면, 으레 묻게 된다. 어찌 지냈냐고. 잘 지냈다라는, 습관적인 인사말도 나오지 않는다. 늘 무언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으니까. 나만 그런가?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그렇지...해도, 그게 자기 일이니까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다.
2. 추석 연휴 때는 많이 심난했다. 상해에서 온 오빠네 식구들과 만나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한테 화가 났고, 그 분노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의 심지까지 건드렸다. 그래서 거기에 불을 붙였냐면, 그러진 못했고... 그냥 내 속만 태웠다. 밤새 좀 울었다. 무신경함에 대해서, 무지함에 대한 분노로. 본인이 관여했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는 어떤 사건. 무려 20년이나 지났지만 나만 알고 당신은 모르는 사건. 그걸 말로 풀어낸다면 노여움은 조금 옅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상처는 사라질 수 없고, 그리고 내 고통은 엄마와 함께 두 사람이 짊어지는 몫이 될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말하지 못한다. 엄마는 끝내 모를 것이다. 그래서 또, 화가 난다.
3. 연휴 막바지에는 오빠네 식구들과 이모네 식구들이 우리 집에 다녀갔고, 우리 집으로서는 드물게 떠들썩한 명절을 지냈다. 그게 좋았냐고 묻는다면, 좋은 게 있고 싫은 게 있었다. 당연하잖아...
그리고 그날 한밤 중에, 집에 일이 생겼다. 이번엔 백만원 짜리. 한밤중에 검찰청까지 다녀오는 생쇼를...;;;
이번엔 엄마더러 책임지라고 했다. 난 못한다고. 엄마는 알겠다고 했다. 대답은 늘 그리 하신다. 과연...-_-;;;
4. 학교 급식 업체가 부도 났다. 사장이 튀었단다. 급작스럽게 하루 급식 제공이 되지 않으니 도시락 싸오라는 가정통신문이 나왔지만, 남학생들이 도시락 싸들고 올 리가... 시험 때도 책가방조차 안 들고 오는데...(컴퓨터용 사인펜... 그런 것 취급 안 한다..;;;) 교사들도 부랴부랴 점심 해결에 바빴는데, 마치 당신이 쏠 것처럼 수선 떨어놓고 계산할 때는 뒤로 빠진 우리 부장님. 비빔밥 여섯 그릇 얼마 하지도 않을 텐데 넘하신다... 결국 그 시간에 수업 없던 어느 선생님이 본의 아니게 쏘셨다. 각자 걷어서 내려고 했는데 늦게 도착한 어느 샘이 누가 쏘는 거냐고 선수치는 바람에...(그 샘이야 당근 부장님이 쏘는 줄 알고 그랬겠지...;;;;)
5.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은 이날 오전 담임샘으로부터 800원짜리 매점용 식권 3장씩을 전달 받았는데, 그걸 학교가 원래 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 1학년 학생이 교무실로 몇 차례나 찾아와서 자기도 달라고 떼를 썼다. 걔는 주고 왜 나는 안 주냐고. 그 아이가 왜 식권을 받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이게 참 난감한 거다. 담임샘은 형편 어려운 친구 얘기는 하지 않고 설득해서 보내려고 하는데 울 부장샘이 버럭 성을 내며 끼어드셨다. 알아서 상상하시라..;;;;
6. 그렇게 급식 소동을 겪고 다음날은 타업체가 들어와서(직원은 그대로) 점심을 준비했다. 한 번 소란을 겪고 나니 평소 이렇게 맛없는 급식은 처음 봤다고 투덜대던 과거가 반성된다. 그저 운영해주는 것도 감읍...;;;;
7. 내 자리 샘이 결국 1년 휴직계를 내셨다. 같은 병명으로는 연달아 휴직이 안 되므로 일단 1년을 내놓고 6개월 동안 경과를 지켜본 뒤 건강이 회복되면 바로 돌아오실 마음으로. 어쨌든 서류상 자리는 1년이 비지만, 내 계약은 며칠 남지 않은 상황. 가신 분이 넌지시 힌트를 주고 가셨다. 근데 그 힌트가 불편하다. 말하자면 싸바싸바 눈 딱 감고 응응~이건데, 말이 될 소린가.
원래 학기제로 끊어야 하니까 2월 말까지는 계약이 연장되어야 하는 게 맞다. 나에게 치명적인 하자가 없는 한, 학기 말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서 다시 또 사람을 바꾸는 건 비상식적이니까. 그렇지만 계약은 12월 방학 직전까지로 통보 받았다. 거기에 플러스 말도 안 되는 온갖 트집과 함께. 계약 끝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으니, 300만원짜리 굴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제길슨!
8. 우리 장감님이 나더러 정장을 입고 다니라고 특별히 하명하셨다. 선생님들 80% 이상이 청바지에 캐쥬얼하게 다니신다. 정장을 왜 선호하는지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왜 정장만 입지 못하는지도 강조하고 싶지만, 어쨌든 그 무수한 청바지족들 중에서 나 한사람만 꼭 집어서 그렇게 요구하는 건 공정하지 않잖아?
생각해 보면, 정장만 입어야 했던 사립학교 근무할 때가, 그래도 긴장한 탓인지 제일 체중이 적게 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당장 옷부터 사야하는구나... 싶어서 다시 인상이 찡그려진다. 쳇...!
9. 원래 계약이 2월까지만이라도 연장된다면 피아노 학원을 다시 나갈 기대에 차 있었는데, 달랑 두달 연장이니 거시기 하다. 두달 더 피아노 다니고 다시 그만두면 그게 뭔가. 7개월 열심히 피아노 치고, 4개월 넘게 쉬었다. 고민이 된다. 엄마는 그래도 어쨌든 연장 됐으니 10만원짜리 전기장판 새로 하나 사달라고 하신다. 알라딘에서 전기장판도 파나? -_-;;;
10. 봄에 다녀온 이후 처음으로 대중 목욕탕에 다녀왔는데 체중계에 올라가기 전 무지 긴장했다. 옷이 안 맞는 품새가 한 5kg은 찐 것 같건만, 막상 올라가 보니 체중은 거의 그대로다. 아씨, 그렇다면 이게 모두 나잇살이란 말인가! 피아노 학원이 아니라 헬쓰 클럽을 끊어야 하는 건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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