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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 쇠제비갈매기 가족의 슬픈 이야기 ㅣ 미래 환경 그림책 3
이철환 지음, 김형근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8월
평점 :
연탄길로 유명한 이철환 선생님의 환경동화다.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포구에는 모래가 많았는데, 도시에 높다란 건물을 짓느라고 사람들이 포구의 모래를 마구 퍼 갔다.
포구의 모래밭에는 쇠제비갈매기들이 살고 있었는데, 마구 파헤쳐진 모래 위에 알을 낳은 터라 갈매기들의 불안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여름이면 어김 없이 오는 손님 장마비. 그 장대비에 낮아진 포구의 모래바닥은 위태롭기만 하다. 모래밭에 있던 쇠제비갈매기의 알들이 불어난 물에 잠기고 말았던 것!
새끼들을 보호하느라 모진 비를 맞고 있는 어미 쇠제비갈매기가 안쓰럽기 그지 없다. 물은 점점 더 불어날 것이고 이대로는 새끼들을 보호할 수가 없으니, 어미 새는 뭔 수를 내긴 내야 했다. 그때 눈에 띄었던 것은 떠내려가는 나무 널빤지 하나.
하지만 어미새가 물살을 거스르며 널빤지를 새끼들 있는 곳으로 옮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찢어진 부리에서는 피가 흐르지만 어미새는 멈출 수가 없다. 급기야 새끼들을 물어서 널빤지 위로 옮기는 어미 새의 극진한 마음.
너무 지쳐서 더는 날개를 퍼덕일 힘도 없어 보이는데, 새끼 새가 널빤지에서 밀려나 빗물에 떠내려 가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죽어라 날갯짓을 하는 어미새. 하지만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새끼 새들을 구해낼 수가 없었다. 불어난 강물에 순식간에 새끼들을 잃어버리고 마니, 어미새가 망연자실 넋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모래를 마구 퍼가는 바람에 쇠제비갈매기는 새끼를 잃어야 했다. 어미새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까. 그리고 지구의 눈물은?
정부는 여전히 4대강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곳곳의 '환경' 관련 전시관에서는 4대강 사업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처럼. 모래를 퍼올려서 다친 것이 과연 쇠제비갈매기뿐일까. 결국 우리 살을 파먹고, 우리 사는 터전을 스스로 갈아 엎는 것인데도, 정부는 물론이요, 수많은 지식인들까지 그 진리를 외면하고 있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그것도 곤란하지만, 알고서도 진행하는 마인드라면 더더욱 곤란하고 끔찍하다.
기상청에서는 금년 겨울이 예년보다 더 따뜻할 거라고 발표했다. 아마도 해마다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지구는 더 더워질 테지. 지구는 무한한 인내심으로 자정기능을 해내느라 엄청 애를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만행이 그쳐지지 않는다면, 이 지구에서 축출되는 것은 결국 인간들이 될 것이다. 지구는 인간들 없이도 아름답게 잘 살아남고 말 것이다. 아니, 인간이 사라진다면 더더욱.
우리 사는 삶의 유통기한이 지구 전체의 나이에 비하면 찰나처럼 짧지만, 그 짧은 삶들을 모두 모아보면 얼마나 장구한 시간이 되겠는가. 또 우리 다음에 이 땅에서 살 사람들의 삶까지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런데도 환경을 보살피지 않고 겁도 없이 양심도 없이 생각 없이 망쳐버리는 이 몰지각함을 어찌하면 좋을까.
아침 등교길에 보면 앞서 교복을 입고 가는 학생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껍데기는 너무도 당연히 버리고 가는 모습들을 목격하게 된다. 뿐인가? 교실에서 껌 뱉으라고 지적하면 바로 바닥에 버리고, 침도 같이 뱉어버리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내가 귀찮으니까 그래도 된다는 식의 사고관. 무섭고 끔찍하다. 누구한테 배운 것일까. 그래도 된다는 자각은 어찌 갖게 되었을까. 오로지 공부공부공부에, 학벌, 대학, 부동산만 외치다가 이 사회가 아이들을 완전히 못쓰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이 땅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끔찍하다. 그 책임이 어른인 우리들에게 먼저 있지만.
요즘의 초등학생들은 독서 교육이 엄청 강조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웬만한 환경도서 쯤은 다들 접해 보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공감으로 환경지킴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 지구에서 모두 다 같이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간결하되 뚜렷한 메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이었다. 어미새와 새끼새의 애달픔도 잘 전달되는 그림이었다. 미래 환경 그림책 첫번째 시리즈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