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질문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존 무스 글 그림, 김연수 옮김 / 달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동화를 읽으니 좋다. 게다가 마음에 쏙 드는 동화였으니 더 기분이 좋다.  

레오 톨스토이 원작을 동화로 각색해 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화두이다.  



니콜라이에게는 세 가지 질문이 있었다. 그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니콜라이의 친구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니콜라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답을 주지는 못했다. 

왜가리 소냐도, 원숭이 고골리도, 그리고 개 푸슈킨도.

이제 눈치 챘는가? 니콜라이부터 소냐, 고골리, 그리고 푸슈킨까지. 모두 톨스토이와 관련된 인물을 이름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원작에서는 니콜라이가 어린 소년이 아니라 황제이니 친구들의 이름도 다르게 나올 것이다. 물론, 상황도 같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좀 더 어린이 눈 높이에 맞추어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늙은 거북이 할아버지는 현명하니까 분명 답을 주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니콜라이는 삽질...이 아니라 밭을 갈고 있는 레오 할아버지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서 말이다. 

할아버지 대신 밭도 갈아주었지만 니콜라이는 쉽사리 답을 얻을 타이밍을 얻지 못한다. 긴급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몰아친 폭우, 쓰러진 나무에 다리가 깔린 팬더 곰을 구해낸 레오. 기운도 좋다. 번쩍 들어 안고 레오 할아버지 집으로 고고!

그런데 할아버지 집이 꼭 우리나라 집처럼 생겼다. 원작의 배경은 러시아이고 이 책을 각색한 사람은 미국인인데도 말이다.  물론, 팬더 곰이 나오는데 다른 무에가 문제가 될까.

팬더 곰 하나 구한 걸로 끝나지 않는다. 팬더 곰의 어린 아기도 구해야 했으니까.



고생한 레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해 주는 레오 할아버지. 그림 밖으로도 따뜻한 기운이 번질 것만 같다.

소년은 아직도 자신이 가졌던 질문에 해답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빙그레 웃어주는 레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니콜라이가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아니, 어떻게???



학창 시절에 죽고 못 살만큼 꼭 붙어 다니며 우리 우정 변치 말자 꼭꼭 믿고 있던 그 친구들. 지금은 연락 잘 하고 지내는지? 

직장 생활 중 단짝처럼 붙어다니며 같이 밥 먹고 같이 영화 보고 함께 좋아 지내던 그 동료들, 지금도 줄곧 연락하고 지내던가?

한 직장에서 오래오래 계속 근무했다면 혹 모르겠지만 길어야 2년 밖에는 함께 있지 못했던 나는, 일년에 몇 차례 전화 통화하고 일년에 한 번 정도 얼굴 보는 게 고작이다. 학교 시절 친구들은 결혼할 때, 아기 돌잔치 때나 소식 전하며 얼굴을 본다. 

그건 꼭 무심해서라기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다들 그렇게 바쁘게, 제 삶을 사느라 정신 없이 지낸다. 우리가 문학소녀일 때 그 모습 그대로 같이 늙어가진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중하다고 여긴다. 지금 충실하지 않으면, 지금 만족하지 않으면 그 결핍이 계속 누적될 것만 같았다. 

이 책의 메시지도 그렇게 읽힌다. 지금 이 순간,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 그것들이 참으로 중요한 인생의 세 가지 질문의 답이며 다시 질문이 된다. 

원작에서는 니콜라이 황제가 팬더 곰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해치려고 한 상대를 구하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어간다고 한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인생이란 무엇인가' 3편(행복)에 들어 있는 단편이라고 한다. 어이쿠, 페이지가 무려 1006쪽! 책꽂이에서 무척 빛이 날 것만 같지만 일단 겁부터 엄습하는구나. 

도서관에서 해당 단편만 먼저 보고 오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일단은 이 작품이 가장 궁금하니까. 
표지가 예뻐서 산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단편집이라는 걸 이 책 읽으면서 알아차렸다.(민망함..;;;) 

러시아 미술사에서 본 톨스토이의 초상화가 떠오른다. 형형했던 그 눈빛. 뿐인가. 일리야 레핀의 그림 속에서도 톨스토이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역시, 거장 답다. 그러니 이렇게 반한 나머지 헌정과도 같은 동화책이 나올 테지. 읽어야 할 톨스토이의 작품이 많다는 게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9-09-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 예쁘네요!! 번역이 김연수씨면 소설가 김연수씨를 말하는 걸까요?

마노아 2009-09-14 14:45   좋아요 0 | URL
그 김연수 씨가 맞아요. 종종 번역가로서도 만나게 되더라구요.^^

카스피 2009-09-1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어려운 질문을 이쁜 그림과 함께 그린 동화책이네요^^

마노아 2009-09-14 19:08   좋아요 0 | URL
글도 좋도, 그림도 좋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흠뻑 좋아요.^^

같은하늘 2009-09-1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한 그림책이군요...

마노아 2009-09-20 23:32   좋아요 0 | URL
조카 주려다가 제가 갖기로 한 책이랍니다. 하하핫^^

비로그인 2009-09-2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서점에서 본 책이 이 책 맞아요.

마노아 2009-09-20 23:32   좋아요 0 | URL
오, 더 반가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