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큰조카가 수영 강습을 받게 되었다. 주3회. 한달 과정. 언니는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샤워부터 하고 가라고 했고, 그대로 따랐던 조카는 남들 준비운동 다 마쳤을 때 혼자 쭈뼛쭈뼛 입장했던 것이다. 게다가 생짜 초보는 조카 하나였고.
강사샘이 좀 무서운 편이었나보다. 겁먹은 아이에게 차분히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준 게 아니라 못하니까 바로 처음으로 돌아가서 물장구만 내내 치게 했다는 거다. 조카는 그날 우울한 채 돌아왔고, 어제는 수영장 입구에서 안 가겠다고 울며불며 떼 써서 결국 강습을 때려치고 집에 돌아왔다는 이야기.
이모들은 분개했다. 우리가 다 함께 가서 물이 무섭지 않다는 걸 놀이로 보여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는데, 꺼내본 수영복은 오래되어서 천이 바스러져 있는 거다. 그래서 오늘 아침, 조카들과 언니와 함께 아울렛으로 갔다. 가는 내내 덜커덩 거리는 차. 연식 9년의 마티즈의 풍채를 늘 고민하던 우리는 이게 또 카센터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매장에 도착해 보니 트렁크가 열려 있었던 것. 후, 다행이다...-_-;;;;
25,000원짜리 실내 수영복을 하나 사고(무수한 비키니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아차 수영모자! 하고 보니, 웬 수영모자가 이리들 비싼가. 인터넷에서 2,000원짜리 수영모자도 보았는데...;;;;;
뭐 암튼, 게 중 싼 걸 골라서 집으로 일단 갔다. 셔틀버스 점심 시간이 겹쳐서 그냥 우리 차로 가자~하고는, 둘째 조카를 위한 개구락지 튜브를 들고 수영장으로 입장하니, 뭇 사람들의 시선이 다 쏠리는 거다. 그래, 이 튜브가 좀 튀긴 하지....
자유수영은 어른 5천원, 아이들 4천원. 조카만 수강생이어서 천원 할인 받았다. 카드도 안 받으면서 현금 영수증도 안 주다닛!
언니, 수영장에 같이 온 게 25년 만이야. 수영장엘 다 오다니, 난 갑자기 중산층이 된 기분이야.
막 이러면서 오버해가며 옷을 다 갈아입고 보니, 아뿔싸, 새로 산 수영모자를 집에 두고 온 거다. 아, 대략 난감!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나가서 수영장에서 파는 모자 구입. 벌써 얼마를 쓴겨. 눈물 주르륵!
게다가 언니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형광색 물안경 3세트는, 알고 보니 모두 어린이 싸이즈였다. 아... 안 그래도 얼굴 면적 좀 나와주는 우리 자매. 안경 쓴 모습 흉하다고, 빨리 벗으라고, 이마에 걸치라고 하고는 서로 민망해 했다.
그래도 어쨌든 우린 씩씩하게 입장을 했는데, 수영장이 너무 깊은 거다. 강습하는 두 줄 피해서 제일 끝으로 갔다가 내 목을 넘어서는 물을 보고 기겁하고 뛰쳐나왔다. 제일 낮은데도 기본 140cm이니, 조카의 키를 넘어버린다. 그래서, 유아용 풀장에서 놀았다.(ㅡㅡ;;;)
아, 역시나 너무 튀는 조카의 개구락지 튜브.
큰 조카는 겁을 잔뜩 먹고 어깨의 힘을 빼라는 얘길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등에 매는 튜브를 달아주고, 키판(맞나?)을 잡고 몸이 푹 가라앉게 힘을 빼라고 알려준다. 내 허벅지까지도 안 오는 그 풀장에서 나는 물장구 치는 시범도 보여준다. 아, 주변 얼라들 보기 부끄부끄...;;;;;
무튼, 조카는 이제 좀 감이 온다며, 물장구를 한 번 쳐보겠다고 하는 순간, 누가 호루라기를 삐이익 분다. 그리고 모두 나가버리는 사람들. 에????
우리 입장한지 30분 밖에 안 됐는데 뭥미???
알고 보니, 주말 1시부터 6시 자유수영은 일요일에만 해당되고, 토요일은 3시에 수영강습이 있어서 자유수영이 끝난다는 거다.
아, 수억 들여서 큰 맘 먹고 온 풀장을 얼마나 쓸쓸히 나왔던고.
우리 입장할 때 다들 쳐다본 게 너무 커다란 튜브 때문이 아니라 이 시간에 떼로 들어온 게 어이 없어서였을까?
암튼, 조카는 혼자 남자인 까닭에 홀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와서 우릴 기다린다. 이래서 사내 아이는 아빠랑 같이 와야 하나보다.
그 소식을 전화로 들은 형부는 안쓰러워 한다. 그래서 내일은 꼭 아빠랑 같이 간다고...
이모도 같이 가잔 소리에 손사래를 친다. 그건 곤란해...;;;;;
게다가 모레부터는 보충수업이라공. 내일은 수업준비에 올인해야쥐...
뭘 하든 투자비용은 드는 법. 본전을 뽑으려면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몇 차례는 더 가줘야지. 지구는 여전히 뜨거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