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8월1주

예전에 하이드님이 유럽영화제 다녀와서 이 영화 좋다고 했던 것 같다. (맞겠지?) 

그때 기억해 두었던 영화가 최근에 개봉을 한 것.(아, 한 달 정도 됐나 보다.) 

'타인의 삶' 같은 분위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했던 것 같은데,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작년부터 '타인의 삶'이 된 까닭에 무척 기대하며 보았다. 그리고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타인의 삶과는 좀 다르지만. 

한 여자가 있다. 어떤 단란한 가정의 주변을 맴돌며 그 집안에 가정부로 들어가려고 무한 에너지를 쏟는. 마침내 그 집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 여자의 목표는 그 집의 어린 딸이다. 헤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보호'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여자를 쫓는 한 남자가 있다. 여자가 도망쳤던. 영화는 여자가 과거에 겪었던 어떤 학대와 폭력이 기억 속에 남아 불안한 그 마음을 관객과 함께 느끼게 한다. 감독도 유명하고 음악도 너무 훌륭한데, 무엇보다도 서스펜스를 잘 활용한 듯하다. 대놓고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라고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관객을 집중시키고 긴장시킨다. 우리에겐 결코 익숙하지 않은 배우인데 연기도 무척 훌륭했다. 영화는 말미에 가서 뜻밖의 반전을 가져다 주는데 그 가련함에 안쓰러움이 물씬 묻어났다. 광화문 씨네 큐브에서 봤는데 지금도 하지 않을까? 거기서 하는 영화는 여태껏 다 좋았다는... 이제 바람구두님이 추천하신 '시티 오브 갓'을 볼 차례. 근데 여긴 조조가 6천원이다. 그 외 시간은 주말에 8천원 받고, 평일엔 7천원 받는 듯. 영화 시간표가 들쭉 날쭉 해서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좀 어정쩡했다. 사랑의 편견을 버리라고 포스터는 말하지만, 편견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튀려고 해서 불편했던 게 아닐까 싶다. 여러 에피소드 중 특히 고교생의 스와핑 건은 공감은커녕 재미도 없더만. 

제일 평범하고 무난했던 첫번째 에피소드가 그나마 장혁의 나래이션과 함께 제법 웃겼다.  

그밖에 여배우들의 실루엣(나신이 아니라)이 넘흐 훌륭해서 보는 관객 기를 팍팍 죽이는데 일조했다. (남배우들의 실루엣도 그만큼 보여주라!!!) 

배종옥의 캐릭터는 '그들이 사는 세상'과 거의 흡사한 역이었는데, 말투가 너무 똑같으니까 금세 식상했다. 노희경만큼의 시나리오가 아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같은 옴니버스 스타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서로 다른 5개의 에피소드에 몇몇 배우들이 까메오처럼 깜짝출연하는 수준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황정민은 출연분량이 너무 적어 그야말로 까메오 같았다. 마지막 고교생 에피소드에서 꽃보다 남자에서 1인 2역했던 쌍둥이가 나오는데(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포스터 왼쪽 맨 아래 저 녀석!) 연기 너무 못하더라...;;;; 

원래 액션이 큰 영화는 극장에서 보자 주의인데 그러다 보니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는 으레 극장행이다. 언니가 자동차 보험 갱신한 걸로 영화표 두장을 얻었는데, 그걸로 엄마와 함께 보고 왔다. 엄마랑은 마라톤이나 인어공주, 워낭소리 같은 잔잔한 영화를 주로 보곤 했는데, 이런 영화도 같이 보기 좋았다. 엄마도 만족하신 듯! 

영화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CG는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다. 다만 첫 번째 쓰나미가 몰려올 때 빌딩들이 한꺼번에 넘어지는 건 너무 가짜티가 나긴 했다. 그 외에는 효과 아찔해 보였음. 

다만 여러 번 얘기했지만 꼭 박중훈이 할 필요도 없었든 그 역할을, 박중훈은 너무 소화를 못 시켰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 말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발음이 너무 안 좋아서 말이 다 엉키더라. 설마 컨셉은 아니겠지? 배우 생활 수십 년인데 그걸 교정을 안 하다니... 실망실망이야... 

부산 야구장 씬은 너무 길게 잡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좀 다를 수 있겠다. 사실 거기 나온 감독님도 야구선수도 다 모르는 분들이라...ㅜ.ㅜ 

그나저나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이민기가 아닐까. 이민기를 처음 본 건 '태릉선수촌'이었고, 그 다음에 '얼렁뚱땅 흥신소'에서도 즐겁게 만났다. 비교하자면 임창정 같은 느낌인데 서글서글 능글능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늘 웃기지만 가끔 진지해지면 더 없이 진실해 보이는 스타일이랄까.  

한 명 밖에 살 수 없는 위태로운 생명줄에 매달려 갈등하는 그 씬이 인상깊었다. 제 머리를 슥슥 문지르며 긴 숨을 뱉어낼 때,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서 씨익 웃어줄 때, 아 그 여자는 이 남자 평생 못 잊겠구나 싶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어쩌다 보니 늘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했다. 딱 한 번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가게를 하고 있던 언니가 핸드폰 테러를 저질러놔서 못 보고 돌아갔던 적이 있다. 아, 다시 생각하니 또 부들부들.....;;;;;; 

암튼, 책을 보지 못한 나는 기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감상에 좀 더 여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남들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던데 나로서는 무척 재밌었다. 

'혼혈왕자'가 누굴까 궁금했는데 전혀 뜻밖의 인물이 그 대상이어서 화들짝~ 놀라 버렸다. 

오홋, 그 배우 생각보다 나이가 많던데 그 포스가 장난이 아님! 

해리가 아저씨가 되어 있을까 봐 근심스러웠는데 뜻밖에도 해리는 아직 뽀송뽀송해 보이고 론이 너무 징그럽게 컸다. 거기엔 '키'도 한 몫 하는 듯하다. 해리 역할의 배우는 키가 별로 크지 않은 듯. 시리즈가 하나 내지 둘이 더 남은 듯한데 그때까진 천천히 자라줬음 좋겠다. 

아, 이 영화가 제일 좋았다. 금년에 본 영화 중에서. 

원래 '스포츠 영화'와 '음악 영화'가 감동을 주기에 제일 좋은 소재인 것 같은데 가끔 우.생.순처럼 너무 기합이 들어 있고 과하게 스포트라이트를 주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작품은 기대치를 훨씬 넘어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캐스팅도 완벽! 성동일이 감초 역할을 잘 해주었고, 하정우는 원래 이름났고, 그밖에 이은성은 첫 씬이 별로였지만 뒤로 갈수록 좋아졌다. 특히나 "자매님~" 이때가 제일 웃겼다. 그 놈의 옥장판 어쩔껴...ㅋㅋㅋ 

'국가'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과도하게 '충성'스런 분위기를 낼까 봐 좀 우려가 되었는데 현명하게 잘 비켜간 듯 하다. 애국가 씬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지나쳐 보이진 않았다. 솔직히 애국심으로 그들이 그만큼 했던 건 아니지 않은가.  

촬영 기법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하정우의 스키 점프 씬 때 화면 멈추고 소리 죽여버린 그 순간에 관객도 호흡을 멈추고 두 주먹 꼭 쥔 채 화면만 응시했다. '청연'에서 장진영이 구름을 뚫고 고공비행을 했을 때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아, 나도 날고 싶구나... 

포스터에서 하정우 오른쪽에 서 있는 배우는 얼굴이 익숙한데 출연작 중에 아는 게 없다. 대체 어디서 보았을까? 그리고 그 배우의 동생 역으로 나온 포스터 맨 왼쪽 끝의 배우는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 아들로 나왔던 이다. 아, 많이 컸구나.  

아,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 이걸 대한극장에서 보았는데, 보다가 영화가 소리가 자꾸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다. 한 일곱 차례 정도. 제일 감동스런 씬에서 음악이 잠깐 멈췄는데 그 순간 분노 게이지 폭발. 

영화 다 보고 나서 매표소 가서 항의했더니 자긴 표만 발급하기 때문에 표 수거하는 직원을 찾으란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서 항의했더니 실장님과 기사님이 나오신다. 그런데 이 기사님 말씀이 아주 핫했다! 자기네는 음향에 아무 문제가 없고 영화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임 없다고. 아, 이런 궁색한 변명이라니!  

결국 환불 받았다. 4천원씩 할인 받고 조조로 끊은 거라서 두 장에 3천원에 예매해서 새로 다른 영화 예매해준다고 할 때 그 표 받는 게 더 이익이었지만 너무 열받아서 그냥 환불 받았다. 내가 사랑하는 대한극장에서 그래서 더 열받음....

아, 그리고 올해 최고의 충격적, 문제적 작품! 

작품이 훌륭해도 관객은 이렇게 괴로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언제든 그 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휘모리님 리뷰 보고서 '언노운 우먼'의 분위기를 생각했다. 학대. 스릴러. 공포. 이런 것 말이다.  

전혀 다른 진행과 결말이었다. 

어제 머큐리님이 영화 보고 오셔서 신음을 토해내셨다. 볼 사람들은 단단히 각오하시라.  

날 원망하지는 말고...ㅜ.ㅜ 

아, 그리고 오늘 아침 본 영화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흑흑.... 

이런 영화가 하는 줄 며칠 전에 알았다. 언니가 이민기 나온다고 해서 오, 그래? 하고는 언니랑 같이 보려고 표를 끊었다. 대한극장 조조.ㅎㅎㅎ 

집에서 제일 가까운 CGV는 무려 7시 50분에 시작하는 게 아닌가. 차라리 빈정상했지만 2시간 더 늦게 시작하는 대한극장으로 와버림.  

근데, 기대치도 별로 없었지만 영화가 너무 별로였다. 소재도 흔했고, 반전도 거의 짐작 가능한데, 너무 긴장감 없이 찍은 게 아닐까 싶다.  

신민아는 아직 연기가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이민기는 광기 어린 연기도 잘하는구나. 나쁜 역도 되는구나... 싶었음. 그리고 제일 나쁜 놈은 박해일 같다....;;;;;; 

그리고 지금 이 페이퍼를 쓰는 곳은 대한극장 2층 라운지다. 당일 표를 예매하고 멤버십을 갖고 있으면 차도 마시고 인터넷도 쓸 수 있다. 다 좋은데 화장실 다녀오려면 한 번 나갔다 와야 하는구나. 그건 좀 안 좋네.  

무튼. 속이 좀 가라앉을 때까지 있다가 들어가야지. 오늘 들고 온 책은 파울로 코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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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0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많이 보셨네요. 전 언노운 우먼하고 해운대 보고파요

마노아 2009-08-07 16:08   좋아요 0 | URL
집에 있기 싫어서 뛰쳐나갔더니 느는 건 영화뿐이네요. 아까 작성할 땐 박스 안에 색깔이 푸른 빛이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어두운 톤이어서 좀 놀랬어요.^^

비연 2009-08-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노운우먼이랑 해운대, 국가대표 보고 싶어요..극장 가본지 몇만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

마노아 2009-08-07 18:35   좋아요 0 | URL
극장에서 안 보면 해당 영화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지더라구요. 비연님도 마실 다녀오셔요. ^^

무스탕 2009-08-0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대표..국가대표..국가대표..
하정우..하정우..하정우..
보고싶다.. 보고싶다..보고싶다..
봐야지..봐야지..봐야지..
T^T

마노아 2009-08-07 18:3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꼭 보셔요! 어여 건강해지셔서 나들이 나풀나풀 다니셔아 합니다!!

머큐리 2009-08-0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나님 땜시 국가대표 보고 말았어요...ㅎㅎ 언노운우먼으로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덕분에 즐감...마터스의 상처를 조금은 회복한 듯 합니다...ㅋㅋ

마노아 2009-08-09 01:55   좋아요 0 | URL
10억은 마터스의 상처를 조금도 치료해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소금을 뿌렸죠.^^;;;
언노운 우먼은 추천작이에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