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나더러 직업이 뭐냐고 물었던 그 학생. 그 반 수업이 오늘 있었더랬다.

처음 질문을 던진 그 여학생이 수업 시간 내내 깐죽거리는 거다. 피식 웃는 웃음을 연신 흘리며.

내 말이 끝날 때마다 아, 네~ 이런 추임새를 계속 달면서.

설마하니 난 이 학생이 날 우습게 보아서 그럴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냥 오늘 좀 까부는구나 싶었는데, 전반적으로 그 반 아이들 분위기가 다 그렇게 바뀌어 있는 거다.

무슨 말 끝에 애들이 자지러지게 웃길래 왜 웃냐고 하니까 한 남학생이 "선생님 때문에 웃는 거 아니거든요!"

이러는 거다.

뒤늦게 깨달은 건데, 야들이 지극 날 같잖게 보고 있구나.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아니란 소린데, 마치 정식 교사가 아닌 것처럼 인식을 하고 있나 보다. 며칠 전 그때 제대로 설명을 해줬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러기엔 그때 내 속이 너무 쓰렸었다.

이 반은 다음 주에 수업 이틀 빠지는데 하나도 안 걸리고 이틀 다 봐야하는구나. 거시기 허다.

 

2. 행정실에 식대 하루치 더 나온 것을 문의했더니, 3일 이상 공무로 출장가지 않는 한 무조건 식대는 내야 한단다. 먹든 먹지 않든!

여기가 무슨 공산국가 배급제도 아니고 내참 황당했지만, 규정이라고 밀어붙이니 나야 도리가 없재.

3천원 먹고 떨어져라...라기 보단 사실 3천원 내고 내가 떨어져나가는 거다. 치사 빤스!

 

3. 중3 학생들은 시험이 일찍 끝나서 여유 시간이 많은데, 통합 수업을 진행 중이다. 토요일에 중3 애들만 영화를 보여주는데 추천 영화로 카핑 베토벤과 어거스트 러쉬를 얘기했었다.

카핑 베토벤을 집에서 보고 오신 부장님이 애들 용 영화가 아니라고 두고두고 뭐라 하신다.

어거스트 러쉬는 애들도 좋아할 법한데 말이쥐...ㅜ.ㅜ

 

4. 이철수 오프 매장을 찾아가는데, 학교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어찌나 막히던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했더니 한 정거장 지나침.;;;;

반대방향으로 건너갈 횡단보도도 없고 육교도 없고 지하도도 없고. 대체 어떻게 건너 가라는 건지.

결국 진행 방향으로 다른 버스 한 번 더 타고 한강진에서 지하철로 버티고개 역으로 감.

얼마나 뱅뱅 돈 거냐..ㅠ.ㅠ

 

5. 디자인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전시장은 아주 조그맣다.

온라인 샵에서도 눈독 들였던 시계들이 너무 예뻤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침만 삼키고 패스.

다이어리는 꽤 큰데도 불구하고 가벼웠다. 근데 색이 너무 무거워서 봄 여름에는 좀 부끄럽겠더라.

직원 분이 나의 의견에 크게 동의해 주셨다. 내후년 다이어리 제작 때는 꼭 참고하겠다고. (기왕이면 그보다 작은 사이즈도 만들어 달라고 말할 것을, 방금 생각이 나는구나..ㅜ.ㅜ)

 

6.  엄마를 부탁해... 를 읽고 나니 마음이 짠하여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왜 했냐고 하시길래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다고 하니 웃으신다.

떡볶이 만들고 있다고 이따 와서 먹으라고 하시길래, 알았어. 이따가 봐~하는데, '알았어'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뚜뚜뚜뚜...;;;;

 

7. 그렇지만, 집에 도착해 보니 떡볶이는 다 먹고 없을 뿐이고 , 어제까지 있던 만두도 다 먹고 없을 뿐이고...

그래서 그냥 밥 먹었지 뭐. 집에 올 때 신당동 떡볶이 집 간판을 보아서인가, 떡볶이 자꾸 생각나네.

 

8. 내 개인 홈페이지엔 게시글이나 꼬리말을 하나라도 달아야 포인트가 올라가고 포인트가 올라가야 소설방을 클릭할 수 있는데 어떤 회원이 가입해서 글 남기고는 바로 삭제해 버렸다. 인사말 하나 꼬리말 하나가 뭐 그리 비밀스럽고 대단하다고 지울까나. 성격도 이상하여라.

 

9. 내일은 피아노 학원에서 향상 음악회가 있다. 지난 번에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없을 듯하다고 불참하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너무도 낭랑한 목소리로 같이 한 번 연주해 보자고 설득을 하신다. 그러다가 얼결에, 나도 내일 참석한다.

선생님하고 연탄 곡 하나. 조카 세현이와 연탄 곡 두 개.

난 또 이런 것 처음이라 신이 나서 엄마도 오냐고 막 옆구리 찔렀는데 어무이 내일 이모네 방문하신단다.

음, 큰 언니 찔러서 데리고 가야지. 형부도 오시려나? 비디오 촬영을....ㅎㅎㅎ

 

10. 알잖아.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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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는 거지만..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경제대국 떠들고 있어도..교육은 여전히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것 같습니다. 1번의 여학생...참...(쥐어 박고 싶군요..애 하는 모습 모니까 집에서 어떻게 키웠는지 뻔히 보입니다. "여왕"으로 키웠어요!!)

마노아 2008-12-20 22:11   좋아요 0 | URL
일제고사를 앞두고, 저게 다 평준화를 무마시키려는 사전포석이려니 생각하니까 아찔했어요. 지금도 모든 것 다 틀어쥐고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뜨거운 감자인 교육분야를 손에 쥐어 대대손손 모든 걸 다 가지려 하는구나...싶어서요.
학생의 문제는 결국 이 사회의 문제인 것 같아요. 착잡하지요.

BRINY 2008-12-1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나 저런 학생 있어요...
교권을 떨어트리는 건 교육당국 스스로다라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마노아 2008-12-20 22:11   좋아요 0 | URL
자살골 넣고 있는 한국 교육 당국이에요. 이러다 자폭하지 싶어요..

메르헨 2008-12-1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기분 상하네요..그 특유의 목소리가 들리는거 같아요.체체체...ㅡㅡ
엄마를 부탁해...읽는동안 그리고 읽은 후에도...계속 그건 소설일 뿐이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마노아 2008-12-20 22:12   좋아요 0 | URL
만약 저도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주문과 암시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너무 아플 것 같아서요.

2008-12-20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8-12-20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참 힘드시겠습니다. 그런 반 들어가기 싫죠. 선생으로 보지 않는 겁니다. 애들이. 차별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외치는 애들이, 차별이 몸에 밴 말과 행동을 하죠. 이것마저도 우리 탓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 쓰라립니다. 지금 접고 들어가면, 애들 계속 그럴텐데... 이휴.

마노아 2008-12-20 22:18   좋아요 0 | URL
이런 상황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간제 교사 카페 게시판을 보면 더 황망한 일들은 얼마든지 있지요.
병들어 있는 이 사회의 구석구석들이에요. 아프네요.

꿈꾸는섬 2008-12-2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고래가 그랬어를 보면서 학교 사회가 이런 면이 있었구나 했는데 마노아님이 이런 일을 당하셨군요. 참 속이 쓰리네요. 계약 기간이며 월급의 식대며, 게다가 4가지 없는 여학생까지...그래도 힘내세요. 화이팅~~~

마노아 2008-12-20 22:19   좋아요 0 | URL
화이팅 고맙습니다, 꿈꾸는섬님^^
조카가 좀 더 자라면 고래가 그랬어를 꼭 정기구독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잘 이끌어야하지요.
비정규직 사회에서 그나마 교사는 제일 나은 편이란 생각을 하면 또 아찔해요.
우리 사회가 갈 길이 참 멉니다.

가시장미 2008-12-2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성질이 고약해서 확!!! -_-)/ 했을테죠. 때리지는 않았겠지만 엄하게 한 소리 했을 것 같아요. 가끔 잘해주고 편안하게 대해주면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죠. 어린 학생들이 그럴 때는 더 얄미운 것 같아요. 근데 뭐 저도 생각해보니, 예전에 고등학생들 가르쳤을 때.. 그렇게 하지 못 했던 것 같아요. 뭐... 학원이였으니 더더욱 그럴 수 없었죠.

근데...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거지.. 마노아님이 정식교사가 아니라서 그런거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마 다른 선생님한테도 그럴껄요. 괜시리 그런 생각으로 마음쓰시면 어깨도 움츠러들고 기운도 빠지고 그러잖아요. 그런 생각 하지 마시고 더 당당하고 더 자신있게.. 그런 아이들 쯤이야! 라고 생각하시고 무시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모든 학생들에게 존경받고 인정받고 사랑받는 선생님이 얼마나 있겠어요. ^^;;;

마노아 2008-12-20 22:20   좋아요 0 | URL
장미양, 그 카리스마 있게 확 휘어잡고 엄하게 하는 것, 그걸 내가 제일 못하잖아요. 그것도 내 콤플렉스 중 하나고...;;;
아, 그리고 난 정식 교사 맞는데. ^^
다른 사람들이 용어를 제대로 해석 못해서 오해를 많이 한단 얘기였어요.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자존감을 높여야지, 건투를 스스로에게 비는 중이에요.

L.SHIN 2008-12-2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상하지. 언제나 뭔가 하나는 마노님이랑 쌤쌤~이 되거든요.^^
(이 댓글을 쓰는데 갑자기 핸드폰 모닝콜이 울려서 화들짝 놀랐다는..=_=)
어제 케이블 채널에서 개그 콘서트를 하길래 생각없이 봤습니다. 거기서 '~할 뿐이고'의 유행어 원조를 보고 말았죠.
'이거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요즘 그렇게나 저런 말투를 쓰는구나'
그거 재밌더라구요. 어제 봤던 내용이, 베트남에 파견된 리포터가 뉴스 진행 잘 하다가 갑자기.

"난...지뢰를 밟았을 뿐이고, 뛰어 놀던 사슴들 사이에서 여기 저기 터질 뿐이고.."
"아, 지금 마침 이 부근에서 거주중인 주민 한 명이 지나갑니다. 알고보니 여기서 지뢰 수십 개는 해채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 좀 살려달라고 했죠. 제 발을 떼면 그 위에 돌을 올려 놓겠다고.."
"난...발도 떼지 않았는데 아저씨가 돌을 얹었을 뿐이고..아저씨도 지뢰 밟았을 뿐이고.."

간만에 웃었습니다. '난 좀 속상했을 뿐이고'인 마노님이 이 댓글을 보고 '피식' 이라고 웃길 바라며 - ^^

마노아 2008-12-20 22:22   좋아요 0 | URL
개그 콘서트인가요? 난 원조 버전은 보지 못했는데 CF는 여러 차례 보았어요.
요새 많이들 쓰는 말투죠.
베트남 얘기 웃기네요. 나 요새 베트남 관심 많잖아요.
이래저래 엘신님이랑은 정말 통한다니까요.
저번에 선물 보내준 안산 주소, 거기가 직장이에요, 집이에요?
그리로 카드 보내면 받을 수 있는 거예요?

L.SHIN 2008-12-21 05: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카드 보내주신다면야 넙죽(_ _) 받겠습니다.
그 주소는 거주지입니다.^^

마노아 2008-12-21 13:33   좋아요 0 | URL
역시 거주지였군요! 넵. 기다려주세요~ ^^

미설 2008-12-2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규직교사가 아니셔도 교원자격증이 있으면 충분히 교원으로서 자격이 있는걸요. 괜히 마음 쓰지 마시고 당당한 모습 보여 주시면 좋겠네요.
저도 엄마에게 전화해야 되는데 한달에 두어번 겨우 하는것 같아요. (님 서재도 온다 온다 하면서 겨우 오늘 왔다는;;;)엄마가 부탁해는 왠지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부러 외면하는 중이에요. 언제까지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요.

마노아 2008-12-20 22:24   좋아요 0 | URL
넵!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는 게 더 당당해지는 길일 테지요.
전 미설님 서재 꽤 오래 전부터 다녔는데 댓글을 이번에 처음 달았나봐요.
저는 예전에 흔적을 남긴 줄 알고 있었거든요^^;;;;
엄마를 부탁해는 많이 아프니까, 부러 외면하는 것도 괜찮아요.
아니어도, 그 짠한 마음 우린 다 알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규직 교사들이 비정규직 교사를 같은 동료로서 존중해주는 관행을 뿌리내렸다면 그 학생이 과연 그런 모습을 보였을까요? 저는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마노아 2008-12-20 22:25   좋아요 0 | URL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 정교사 샘들은 누구누구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호칭 붙이는데, 기간제를 지칭할 때는 꼭 '그 기간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선생님을 여러 번 보았어요. 내가 안 보여서 나 없는 줄 알고 말한 거지만, 그래도 좀 그렇죠.
해임 당한 선생님들을 위한 촛불집회를 여는 것처럼, 비정규직 교사를 위한 연대도 보여줬음 좋겠어요.
이 사회의 모든 부조리함에, 정말 연대만이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들 뿐이 아니라 대학생들도 아직 사회에 나가보기 전에는 실감을 하지 못할 걸요.철도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한명이 대학에 비정규직 문제 강의하러 갔는데 학생들에게 철도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8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분위기가 숙연해지더라는 이야기를 신문에 썼더군요.

마노아 2008-12-2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인의 일이 되어보기 전에는 대체로 그럴 것 같아요. 그리고 대개들 그건 나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막연히 믿고 살고요.

月江 2008-12-2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번 글에서 실소를..
저도 늘 겪는 일이라;;;
알겠다 근데 엄마
하면 알겠다'에서 끊겨진거죠-_-;;

마노아 2008-12-22 09:15   좋아요 0 | URL
뭔가 애틋함을 전할 기회를 안 주신다니까요^^ㅎㅎㅎ

순오기 2008-12-2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번, 나도 이 다음에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참 쓰린 현실이지요~ 여러가지로.ㅜㅜ

마노아 2008-12-22 12:30   좋아요 0 | URL
지구에 이토록 다양한 문명과 문화가 존재하는 건 인간이 이렇게 온갖 다양한 감정을 겪으면서 살아서가 아닐까, 란 생각이 문득 들어요. 행복하고 슬프고 고단하고 서럽기도 한 여러 감정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