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집에 이사오고서 줄곧 하나로 통신을 썼다. 예뻐서 쓴 건 아니고 당시 들어오는 게 이 선 밖에 없었다.ㅡ.ㅡ;;;
그 후 주변에 광랜이 들어올 때마다 옮겨타고 싶었지만 우리 지역엔 꼬박 꼬박 비켜갔다. 아파트가 아닌지라 더 그랬는지도.
그리고 최근, 하나포스가 공격적 마케팅에 들어선 것을 알았다. 메가패스랑 파워콤이 영업정지 당한 순간 고객 확보에 혈안이 된 것.
제시하는 서비스는 대체로 이렇다.
가입 보조금 15만원(개통 다음 날 현금 입금)
3개월 무료 서비스
4개월 차부터 요금 30% 할인. 그래서 광랜 설치시 부가세 포함해서 21,700원(이메일 요금 신청시 추가 200원 할인)
지금까지 하나포스 일반 속도를 만 8년 쓰면서 월 27,000원을 쓰고 있던 나로서는 아니 갈아탈 수가 없는 노릇.
시집 간 언니 이름으로 가입되어 있는 것을 내 명의로 변경하면서 광랜 신청했다.
5배는 빨라졌다고 하시지만, 대용량 서비스를 메일로 전송해본 결과 2배 빨라졌다. 어쨌든! 중요한 건 서비스!
애석하게도 내가 갈아타자마자 6개월 무료 서비스 상품이 나왔지만...ㅜ.ㅜ
어쨌든 오늘 현금 입금이 제대로 됐으면 좀 덜 열받았을 텐데, 전화까지 안 받고 화딱지가 났더랬다.
게다가 전화도 안 받는 것!
뭐, 나중에 통화가 됐는데 전산 확인 후 입금해 준다고 한다. 고객 유치할 때는 바로바로 답장도 주고 전화도 해주고 하더니만, 일단 서비스 신청하고 나니까 늘어지는 모양새, 좀 언짢구나. 아무튼 이틀 내에 입금해 준다고 하니 기다려야지.
2. 추석 전에 머리 감다가 전화를 한통 받았는데, 이번 주에 일주일 시간강사 할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9월 달에 일한 것은 10월에 페이가 들어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반짝 알바가 필요했다. 그래서 두 번 생각 않고 머리에서 물 뚝뚝 떨어지는 채 급하게 알았다고 하고 끊었는데, 사실 난 그때가 지난 주에 오란 소린 줄 알았다. 이번 주에 간다고 뭐 달라질 건 없지만 정신이 좀 없었다는 이야기. 남자 선생님 한 분이 지난 토요일에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가신 게다. 그래서 그 특별 휴가 자리를 메꾸게 된 것.
그래서 필요한 서류가 공무원 채용 신체 검사서. 사실 직장인 건강 검진과 내용은 다 똑같지만, 검사비 5만원의 이 서류를 꼬박 꼬박 요청한다. 예전에 받아둔 게 사용기한 1년을 지났으므로 다시 받아야 했는데, 제기역에 있는 어느 병원에서 25,000원에 검사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했다.(내가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가 올해 초였는데 그땐 2만원이었지만 6개월 새에 25% 올랐다.)
병원에 예약하고 위치를 물어봤는데 제기역에서 50미터란다.
3. 그래서 나는 또 버스 노선을 검색해 봤더니, 만약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버스 한번에 지하철 두번을 타야 하지만, 버스를 타면 우리 집에서 한 번에 가는 차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버스를 탔다. 내려야 할 곳은 '경동시장'이었는데, 세상에! 경동시장이라고 적혀 있는 정거장이 두 개인 거다! 그러니까 경동시장 다음 정거장이 또 경동시장! 보아하니 회차하는 노선은 아닌데 어떻게 이름이 똑같을까!
4.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 두분께 여쭤봤지만 두분 다 모르신단다. 그래서 난 찍어서 두번째 경동시장에서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제기역은 안 보인다. 걷고 걷고 물어물어 병원 찾아 삼만리. 나중에 생각해 보니 질러가는 길을 못 찾고 한반 바퀴를 빙 돌았던 게다. 게다가 병원 이름이 경일의원에서 성지의원으로 바뀌어 있어 동네 사람들도 병원 위치를 모른다는 것.
병원은 제기역에서 200미터 거리였다.(50미터라니..ㅡ.ㅡ;;;;) 피검사 때문에 아침도 굶고 갔는데 어찌나 피곤턴지....
5. 결과는 내일 나온다. 그리고 나는 낯선 학교로 오늘 첫 출근을 했다. 2교시가 없었기 때문에 9시 30분까지만 오면 된다던 교감샘. 위치를 여쭤보니 홈페이지 지도 보고 찾아오라신다. 그래서 나는 홈페이지를 열심히 뜯어보았다.
당산역 1번 출구. 그리고 학교까지 가는 온갖 노선도 다이어리에 다 옮겨적었다.
9시 30분까지 가면 되지만, 9시까지 도착할 생각으로 일찍 집을 나섰는데, 2호선이 아니라 4호선에서 깔려 죽는줄 알았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ㅜ.ㅜ
차없는 9월 22일을 기념하여 버스비, 지하철비 안 내고 당산역까지 도착.
1번출구로 나가보니 지하철 공사로 인해 버스 정류장이 이동을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휙 옆을 보니 내가 타려던 버스들이 다 그쪽에 서고 있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명시된 마을 버스 1번을 탔는데....
6. 버스 안에 노선도가 단 한 개도 없는 거다! 내가 내려야 하는 정거장을 확인할 수가 없다. 한 정거장을 간 다음 기사님께 물었더니, 그 학교 안 간다고, 2번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둘 다 가야 맞는데......
아무튼 틀렸다고 하니 내렸다. 그래서 일러준 곳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정거장이 안 보인다. 그래서 길 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쭈욱 가라고 한다. 걸어가도 된다고. 그래서 막 갔는데, 내가 도착한 곳은 같은 학교 이름의 '초등학교'
헉, 내가 물어본 건 중학교였는데...ㅡ.ㅡ;;;;;
7. 그래서 다른 사람을 붙잡고 다시 물었다. 여기서 걸어서 못 간다고 한다. 건너가서 버스 타라고. 그래서 건너갔다.
내가 빼곡히 적어놓은 노선들의 버스가 우르르 지나간다. 그래서 탑승 전에 물어봤다. 그 학교 가냐고!
기사님이 모른단다. 그런 학교!
세상에.... 이 무슨 조화인가! 그래서 나는 또 우왕좌왕하다가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도 모른단다. 그러더니 내리란다.
헉, 두 배로 세상에! 그래서 이번엔 뛰었다. 막 뛰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는데, 이 사람도 아까 지나쳐온 초등학교 방향을 얘기해준다.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이제는 지나는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고, 아주 미치겠는거다.
내가 예상했던 9시는 이미 훌쩍 넘었고, 도착해야 마땅한 9시 30분도 코앞에 다가왔다.
8. 그리고 한참 뛰다가 겨우 붙잡은 택시! 아저씨도 모르신단다. 아니 이 학교는 어디 산골에 숨었나, 왜 이렇게 아는 사람이 없는가!
그래서 아저씨가 네비게이션을 어렵게 부팅시키셨다.(기다리는 나는 초조해서 떡실신 전.)
그리고 네비가 일러주는 대로 차를 출발해서, 100m 앞에서 내려주셨다. 코앞이었다. (ㅠ.ㅠ)
버스비 안 내고 출근해도 좋았던 날에, 나는 거스름돈도 못 받고 2천원 내고 학교 겨우 도착했다. 집에서 출발하고 1시간 40분 만에. (아놔...ㅜ.ㅜ)
그 다음이 하일라이트.
힘들게 도착한 나를 보고서 교무부장님이 말씀해 주셨다. 당산역에서 그냥 걸어와도 된다고... 10분에서 15분 걸린다고.
아... 나의 기나긴 삽질은 대체 ...ㅠ.ㅠ
9. 나의 이 만신창이 초행길 얘기를 들은 언니가 얘기했다. 다음부턴 둘째 딸을 엄마한테 맡기고 너의 초행길은 동행해 주어야겠다고... 넌 어째 가는 곳마다 그러냐고.
나도 모르겠다. 가는 길마다 어긋나고, 내가 물어본 사람은 잘못 가르쳐주거나 모르는 사람이고, 두가지 갈래길에서 하나 고르면 꼭 틀린 길이고. 지도보고는 길 못 찾고...... 정말, 슬프구나...
10. 그래도 오랜만에 수업을 하니까 기분은 좋았다. 목이 좀 많이 아프지만. 기가폰을 사느냐, 복식호흡을 배우나... 란 갈등도 잠깐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