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거리 시위 참가. 오늘은 알라디너가 아닌 드림팩토리 식구들과 함께 했다.
월요일 올라온 글에 직공님이 함께 모여 깃발 들고 뭉치자고 하셨다. 이승환 소속사인 드림팩토리는 직원들을 '직공'이라고 부른다.
직공님이 음료수와 김밥을 쏘신다고 했고, 우린 줄줄이 댓글을 달아 참가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 직공님 댓글 보니 김밥과 물은 공장장님이 쏘셨다고....감동!)
애초에 교보빌딩 앞에서 모이기로 했지만 그 넘의 컨테이너 박스와 지하철 무정차 소식에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장소를 변경.
장소 변경 공지 글에 공장장님(이승환)이 댓글도 달아주셨다. 와... 든든하다.
종로2가에서 내린 나는 광화문을 거쳐 시청 지나 대한문 앞까지 가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거기 통과하는 데도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방향 감각이 없는 나는 질러가는 길을 상상도 못했다.;;;; 뭐,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직공님도 결국 지각.
암튼 우린 드림팩토리 깃발 아래서 뭉쳤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깃발보고서 간혹 알아본다. 엇, 드림팩토리네? 그게 뭔데? 이승환 팬클럽!
...라고 설명하던데, 팬클럽은 아니다. 팬클럽같은 성격의 사람들은 맞지만^^ㅎ
모인 사람들도 재밌다. 공연장에서 자주 보던 얼굴들이라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누군가 시트지로 잘라와서 피켓 구호에 붙였다. REWIND!
이승환 노래 제목이다. 우리가 공연장에서 저렇게 인쇄된 종이를 마구 흔든다. 그렇지만 이 순간에는 이 말도 안 되는 정권과 2mb에게 다 돌려놓으라고 외치고 있다.
처음엔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다가 늦은 저녁(김밥!) 후에 행진에 동참했다. 너무도 인파가 많아서 과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뜻밖에도 전진이 잘 됐다. 집회 주최측은 서울에 모인 인파가 70만에 전국 백만인데 경찰측에선 '8만'이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허허.... 참 없어 보인다, 니들!
옆에 대학생들이 줄줄줄 가는데 외치는 구호가 재밌다. "기말고사 책임져라!" "여름방학에는 좀 쉬자꾸나"
길가에서 사람들이 또 김밥을 나눠준다. 스티커를 보니 DC갤러리와 미주한인주부들에서 후원했다. 어찌나 뜨겁게 느껴지던지.
11시가 넘으니까 또 어디선가 우비도 나눠준다.
몽당연필처럼 작아진 촛불을 광화문에서 종각 너머까지 중앙선을 따라 줄줄이 늘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촛불이 환하게 불탄다. 미처 사진을 못 찍은 게 좀 아쉽다.
평소엔 종로3가까지만 오면 차를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종로3가에서도 차를 탈 수가 없어서 지하철 두 번 더 타고 버스 한 번 갈아타서 집에 도착했다.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오늘도 신데렐라 귀가 완수.
초반에 참여할 때 명동과 시청을 뺑뺑 돌때만큼 걸은 게 아닌데도, 너무 더웠던 날씨와 인파에 치여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됐다. 그래도 땀흘린 보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