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후 5개월서부터 아토피를 달고 살았던 조카가 최근 두드러기 증상이 너무 악화되어서 병원에 예약을 했다. 유치원에서 차량 타기 전에 픽업을 하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우쒸... 나 분명 내릴 때 버스 카드 찍었고, 갈아탔을 때도 '환승입니다'라고 멘트 나왔는데 다시 내릴 때 추가 요금이 '600'원 붙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에러가 없었는데 화딱지 났음!
2004년도던가, 버스환승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에러가 엄청 나서 추가 요금이 5천원 정도 더 붙었었는데, 그때 홈페이지에 신고하래서 열심히 내역 적었더니 다시 전화로 신고하라고 물먹였던 기억이 난다. 끝내 그 돈은 못 찾았다지. 서울 시민 천만명이 5천원씩만 손해를 보아도 대체 얼마야? 나아쁜 넘들...(버럭!)
2. 아무튼 조카를 픽업해서 언니랑 같이 병원에 갔다. 간 김에 둘째 조카 감기 증세도 묻어서 진료를 받을까 했지만 따로 접수해야 한단다. 그때 접수를 하니 대기 시간 두시간(쿵!)
그래서 조카 피아노 학원은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강북 삼성병원에서 마을 버스를 세번 타면 홍은동에 있는 피아노 학원까지 갈 수 있다고 언니가 설명해 주었지만.... ....... .....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역사 박물관 앞에서. (조카가 다리 아프다고 칭얼댔다.)
3.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할머니가 독립문 가는 버스를 물어보신다. 노선을 알려드렸는데, 자꾸 집에 두고 온 '200만원' 이야기를 하신다. 그게 그대로 있어야 하는데 누가 집어갔으면 어쩌냐고....(아니 저더러 어쩌라구요ㅠ.ㅠ) 만나는 사람마다 혹 저렇게 말씀하고 다시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정말 안전하던 돈도 위험해질 텐데 말이다.
4. 홍제역에서 내려서 마을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하는데, 홍제역에서 못 내렸다. 언니가 4년 동안 살던 곳이고, 그 전에 내가 3년 동안 살던 곳인데, 잘 모르겠더라..;;;;;
거기가 사거리여서 한 정거장 다시 되돌아오기가 복잡했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조카가 다리 아프다고 짜증냈다.)
육교를 건너고 사거리를 지나고 모퉁이 돌아서 버스 정거장까지 가는데...... 좀 멀더라.(조카가 다리 아프다고 화냈다ㅠ.ㅠ)
5. 조카를 피아노 학원에 무사히 데려다 주고 나는 두정거장 더 가서 자리한 한의원으로 향했다.
최근 몸 상태가 아주 부도덕해져서, 어제는 급기야 호흡곤란 증세도 있고 해서 보약을 짓기로 한 것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보니....... 못 찾겠더라.
그 한의원에서 2004년에 한 번, 2000년에 한 번 보약을 지었었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동네에서 3년 살았었는데...... 모르겠더라.... (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다. 길 건너 복권집 이름까지 또박또박 알려주더라..;;;;)
6. 오랜만에 찾아간 한의원은 여전했다. 화장실은 안에서 문이 안 잠기고, 그나마 손 씻는 곳은 불도 안 켜지더라. (대체 돈 벌어서 어디다가 쓰실까나???)
7. 오래오래 맥을 짚어보고 진단을 받았는데, 왼쪽 뇌쪽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고 하신다. 원래 어려서부터 혈액순환이 안 되어서 다리가 자주 아프던 나인데, 머리쪽으로는 상상도 못했었다. 꽤나 충격적! 곧잘 졸도하곤 했던 이유도 머리 쪽으로 피가 순환이 잘 안 되서 그런 거라 하신다. (이럴 수가!)
내재된 스트레스가 밖으로 발산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신다. (내 말이!)
심장도 별로, 위장도 별로... (어쩌라고..;;;;)
아무튼, 그래서 한 시간 가까이 진맥 받고 뜸 뜨고 침 맞고 약 맞추고 두 시간 뒤에 한의원을 나섰다.
8. 피아노 학원 마친 조카랑 언니랑 만나서 집으로 귀가. 피아노 학원 너무 멀다. 이사가기 전에 다니던 곳인데 커리큘럼이 훌륭해서 주3일 수업을 주2회 수업으로 바꾸고 다니게 하는데 아이도 엄마도 너무 멀다. 조만간 울 동네로 바꿔야 할 듯!
조카는 알레르기 수치가 너무 높아서 측정도 불가능했단다. 새로 이사했다고 하니까 도배지 바꾸지 말고 페인트 칠하지 말라고 했단다. 벽지 열심히 고르고 있었던 언니는 주춤..;;; 했다. 아무래도 세계지도, 한국 전도, 그밖에 각종 한글 카드 등등으로 벽을 도배해야지 싶다.
9. 나는 내 스트레스의 원인을 알고 있다. 그건 굉장히 오래 묵은 것이고 내가 떨궈낼 수 없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제발 전화 좀 안했으면 좋겠고, 문자도 안 찍었음 좋겠고, 할 수만 있다면 얼굴도 좀 안 보고 살고 싶다.
근데 그게 안 된다.
그 사람은 나를 화나게 하고 비참하게 하고 숨막히게 만든다. 그러다가 내가 필요해지면 무서울 정도로 잘해준다.
잘 해주고 이용하고, 잘 해 주고 민폐를 끼치고, 잘 해 주고 내 병의 근원이 된다. 오 갓!
모질어 지자고, 독해 지자고, 매일같이 다짐에 다짐을 더하는데, 번번히 실패한다. 이젠 내 자신이 스트레스가 된다. 제길슨!
10. 누에 애벌레가... 미치도록 빨리 자라고 있다. 하루에 뽕잎을 세 차례나 주고 있다. 얼마나 잘 먹는지 똥도 대따시 커졌다.
너무 커져서 저러다가 '뱀'이 되는 것 아니냐고 언니가 말했다. 진짜, 그렇게 될까 봐 무섭다.
제발 자기 집에 데리고 가지...ㅠ.ㅠ 아직도 2주는 더 키워야 한다고 하니...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