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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자 꿀꿀꿀 ㅣ 웅진 세계그림책 9
야규 마치코 지음 / 웅진주니어 / 1999년 8월
책 표지를 펼치면 아기 돼지네 집 주변 지도가 나온다.
바로 옆집에 토끼 아줌마네 집이 있는데 뒤뜰에 당근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악어 부부네 집은 강을 끼고 위치해 있으며, 까마귀 아줌마네 집 주변엔 나무가 많고,
길 건너 숲도 우거져 있다.
아기 돼지들이 가출(!) 했던 반경이 아주 좁다. 귀여운 지도다. ^^
아기 돼지 뿌와 톤과 양은 말썽 피우고 엄마 말 안 듣고 싸우고, 장난감 잔뜩 어질러 놓은 채 치우지도 않다가 엄마께 잔뜩 혼이 나고 만다.
화가 난 엄마는, "엄마 말 안 듣는 아이는 우리 집 아이가 아니야! 나가!"
하고 엄포를 놓는데....
잠시 잠깐 풀이 죽었던 아기 돼지들은 반성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집을 나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짐싸는 아이들, 소풍 나가는 줄 아는 양 신이 나 있다.
열려진 옷장 안에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엄마 솜씨라지.. ^^
시간은 대략 오후 두시가 되기 전인가 보다.
아기 돼지 양은 2층 침대에 놓인 돼지 인형 가지러 간다. 우리한테는 '마론 인형' 격이겠지?
첫번째로 가 본 곳은 토끼 아줌마네 집.
"안녕하세요, 아줌마. 우리, 이 집 아이가 되어도 돼요?"
라는 당돌한 질문!
사정을 들은 토끼 아줌마,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으으으 그래. 그럼, 우리 집에 잠깐 있어 볼래?"
아줌마는 이미 알고 있다. '잠깐'이면 된다는 것을!
아니나다를까. 싫어하는 당근 퍼레이드에 혼쭐이 난 아기 돼지들. 꼬리를 날리며 도망치기 바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악어 부부네 집. 배드민턴 치는 두 부부가 참 금슬도 좋아 보이고 건강한 미소가 싱그럽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이 집 어른들은 아기 돼지들을 정말 '아기' 취급해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 아기 돼지들.
세번째 도착한 곳은 까마귀 아줌마네 집.
이 집엔 무려 일곱 마리의 아기 까마귀가 일제히 울어대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기 돼지들은 엄마께 들은 말을 고대로 돌려준다.
"말 안 듣는 아이는 우리 집 아이가 아니야!"
그치만 그게 먹힐 만큼도 자라지 않은 아가 까마귀들. 다시 도망치는 수순을 밟는 아기 돼지들~
이불 집 만들고 버텨봤지만 얼마 안 가 지친 돼지들.
제일 어린 양은 벌써 눈물 찔끔 짜고 있다.
그리고 이때 밥 먹으라고 이들을 찾는 엄마 돼지 목소리!
양은 울다가 쳐다 보고 뿌와 톤은 좋아서 펄쩍 뛰기까지 한다.
집에 돌아와 목욕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진 아기 돼지들.
역시 우리 집이 최고라니까!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떠오르는 그림책이었다.
집 나가는 것을 놀이처럼 여긴 아이들다운 배짱(?)이 재밌다.
연필로 선을 그리고 수채화로 색을 입힌 그림이 편안하고 싱그럽다.
이런 이야기에는 역시 '동물'을 의인화한 것이 훨씬 좋아 보인다.
심지어 토끼 앞에서 아기 돼지들이 그렇게 작아 보인다니 말이다.
무시무시한 악어도 친절한 부부로 둔갑하고, 까마귀 아기 떼들의 합창(?)도 즐거웠다.
재밌게 읽고 집의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