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침에 문자 한통이 왔다.  대학 동창 녀석 하나가 2월에 결혼한다고, 청첩장 보내게 주소 알려달라는 이야기.

졸업한 지 만 4년이 되었다. 그 사이 취업 문제 건으로 딱 한 번 통화를 해봤고 깜깜 무소식이었다.  학교쪽 소식이나 동창 소식이 내 귀에 잘 안 들어오는 일은 별반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내가 휴학을 2년 했고, 게다가 전과를 해서 선배도 없고 동기도 없고 후배만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 동창 쪽에 연락 닿아 인사하고 지내는 사람은 딱 세명이다. 전과 하기 전 학과에서 한 명, 전과한 직후 편입한 언니 하나, 그리고 울 과에서 내가 아끼는 후배 하나.

녀석도 아마 멋쩍어서 그랬을 테지만, 그럴수록 더 문자 대신 전화 한통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무려 결혼식 초대인데 말이다. 난 살짜쿵 기분이 상했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두울, 오후에 엄마와 찜질방에 다녀왔다.  더운 물도 잘 참고 뜨거운 것도 잘 참는 나이지만, 오고 가고 모두 합해서 4시간은 소요되는 나들이(?)를 다음 번엔 자제해야겠다.  그냥 동네 목욕탕도 난 좋아하걸랑. 버스 타고 나가서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목욕하는 것은,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사양하고 싶어지니까. (그치만 자꾸 엄마가 꼬신다니까..;;;;)

세엣, 생명의 모자를 하나 완성했다. 어제 도착해서 바로 뜨기 시작, 오늘 하나 완성했는데, 장식용 실타래가 같이 오지 않은 것을 좀 전에 눈치챘다. 내 것만 누락됐구나...ㅜ.ㅜ 어쩐지 실이 모자라더라니..;;;;



하늘색은 완성했고, 옅은 베이지색은 내일부터 떠야지. 저것도 장식 실이 없는데 우짜지?
언니 가게에서 안 파는(혹은 못 파는) 니트 볼레로 두 벌을 가져왔는데, 그거 풀러서 뜰까?

푸는 것도 곤욕이겠지만 어쨌든 저 모자 하나에 어린 생명 하나가 살아날 확률이 70%라니까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일이다.

근데 색깔이 골드에 가까운 겨자색과 청록색... .어째 칼라가 전부 내 취향은 아니다.(쿨럭...)

앗, 방금 어무이 말씀! 풀른 실은 스팀 처리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단다. 서랍장을 몇 개 뒤져보니 예전에 쓰고 남은 털실들이 보인다. 만세! 몇 개는 더 뜰 수 있겠다.(>_<)

모자에 술도 달고 이니셜(?)도 새겨야지. 좋아좋아!

네엣, 뜨개질에 매진했더니 어제 오늘은 통 책을 못 읽었다. 책이 자꾸 쌓이는데, 사고 싶은 책이 또 반짝여서 24호 송곳으로 허벅지 찌르며 참고 있다. 근데 쿠폰의 압력이 또 나를......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ㅠ.ㅠ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8-01-1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일에 동참하시는군요 마노아님 ^^
돈을 내는 것보다 마음과 시간을 내는 일이 더 어려움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에요
책읽는 시간과 바꾼 모자는 누군가에게 참 귀할 거에요 고생하셨습니다 짝짝

마노아 2008-01-16 23:46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시간과 바꿨다고 생각하니까 좀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박수 고마워요. ^^

라로 2008-01-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모자가 뭐에요???>.<

마노아 2008-01-17 01:23   좋아요 0 | URL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이 일교차가 심해서 많이 얼어죽는대요. 그래서 모자를 씌워주면 70% 정도의 생존률을 보인다면서, 모자 떠서 보내주기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세이브더칠드런홈
http://webn.kr/1_sc/03_campaign/03_01campaign_ing.php?No=154&No2=154&Thread=A&Kind=sc0301&Code=sc03&Type=edit&Page=1&Next=view&Category
요기랍니다. 함 들어가 보셔요. ^^ 저도 진/우맘님과 하늘바람님 하신 것 보고서 동참하고 있어요~

바람돌이 2008-01-17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자예요. 짝짝짝~~~

마노아 2008-01-17 12: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쑥스러워요6^^

순오기 2008-01-17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게 있군요.
알라딘에서 놀면서도 이런 일 동참에 망설이는 아지매.ㅠㅠ
님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하며~~~~

마노아 2008-01-17 12:03   좋아요 0 | URL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저비용 고효율인 것 같아서 도전했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려서 예상보다 더 뜰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전호인 2008-01-1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는 솜씨 좋은 분들이 넘 많은 것 같아염.
금솜씨가 좋으면 이런 솜씨가 저절로 좋아지는 건가여.^*^

마노아 2008-01-17 14:34   좋아요 0 | URL
디테일 사진이 없는 것이 저의 모략이에요. 어물쩡 보풀들을 넘겨버리는 솜씨랄까요^^;;;

무스탕 2008-01-17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멋져요!! 하늘바람님과 진/우맘님도 역시 멋져요!! 전 뜨개질은 쥐약이에요.. ㅡ.ㅜ
24호 송곳보다는 새로 개발된 24-A 송곳이 더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더군요.
알라딘에선 절대 팔지 않는다는 뒷 이야기도 있고요. ㅎㅎㅎ

마노아 2008-01-17 14:34   좋아요 0 | URL
24-A 신약이 베타 서비스 기간 중이란 얘기가 있더군요.
차차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입증되면 권하겠습니다^^ㅎㅎㅎ

BRINY 2008-01-1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솜씨 좋으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학교다닐 때 뜨게질 실기평가는 주위 친구들이 다 해주고, 지필평가의 뜨게질 기호 읽는 거 맨날 틀렸던 사람인지라...

마노아 2008-01-18 01:4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떠보는데 뜻밖에 생각이 다 나서 저도 신기했어요. 내친김에 코바느질도 해봤는데 이것도 생각나더라구요. 덕분에 자화자찬도 해봤답니다. 푸훗(>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