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교]김용훈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

***

살면서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둘 커나간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 서야하는 나에게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시행착오는 나를 위해서는 발전의 초석 또는 밑거름이 되지만
아이들에게는 또다른 불편함이며 나 뿐만이 아니라
교사에 대한 불신을 낳게 하는 것은 아닐까?

뜻대로 되기만 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고,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리라

뜻대로 되지 않은 학급분위기와 아이들
뜻대로 절!!!대!!!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웁지만
역시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해 나갈수록
새록새록 고개드는 도전심(?)에 바탕한 재미가 있지 않나?

그러한 도전 속의 재미는 시행착오라는 과정 속에서
교사에게 주어지는 성장판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교사들은 완벽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르치는 자들이기 때문에
가르침을 받는 이들 앞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쉬이 고백하지 못할 때도 있고
자신이 범함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 안다
우리가 어리다고, 미성숙하다고 생각하는 그 아이들은
교사의 자잘못이나 미숙함을 교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안다

아이들에게 나의 부정적인 모습은 뭐가 있나를 적어보라고 했다
긍정적인..좋은 모습이 아니라 교단에 서서 너희를 가르치고 있는
나의 잘못된 모습과 고쳤으면 하는 모습을 적어보라고 했다

최다득표는

"담배피지 마세요!!",
"담배 냄새 때문에 괴로워요!!" 등등 담배 이야기

그 외에 내 머릿속을 띵~때린 말들은...

"선생님이 힘이 없으니 수업 시간에 저희도 힘이 없어요"

"여학생을 편애하고 있어요"

"당신은...선생님입니다.."

위의 것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말들이다...
특히 마지막의 당신은...선생님입니다..라는 말 속의 함의는
뭐라 못할 꽉 막힘이랄까...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에 대해 아이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을 하며
내가 이미 겪었다고 생각하는 시행착오의 것들을
더욱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만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그들의 머릿속에 선생님은 이미 판단되어
나뉘어졌으며 평가 또한 이루어져 있었다

아직 교직 경력이 짧은 나로서는
시행착오라는 단어가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단어의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는 법
과한 욕심으로 일을 그르치기 보다는
조심스러움과 겸손함으로 아이들 앞에 다가서지 않는다면
나의 시행착오는 아이들 앞에 자만과 무책임, 게으름과 무능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나는 아이들과의 소통의 통로를 무너뜨려버릴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아이들은 많은 선생님들을 겪으며
이미 그들의 시행착오를 다 같이 겪어왔다
어쩌면 나는 내 학창시절, 내 지난 시절의 선생님들의 시행착오만 반복하지 않으려할 뿐
새로운 학생들 앞에서 내가 만들어낸 시행착오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러한 시행착오를 겪는 내 모습을
학생들이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아직 교사로서의 경험이 짧은 나보다
10여년 간 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교사를 겪어본
아이들이 더 전문가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들 앞에 더 작아져야한다
아니면 아이들 앞에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난 더 많은 준비과 계획의 철저함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라며 써준 아이의 글을 옮겨본다

"모든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입시 위주의 교육도 좋지만 학생들의 고민, 슬픔, 약자의 눈물, 개개인의 고유하고 존엄한 권리를 존중 또는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 좀더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대해 주세요. 저희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입시에 이리저리 치여사는 것이 저로서는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서 이제는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고교 2년생의 말이라고 보기에 너무도 서글픈 하소연이 아닌가
이들에게 내가 주어야 할 것은?

***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게 하는 글을 계속 만나게 된다.  지금 읽고 있는 '봄을 앓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글 쓰다가 1교시 수업을 마치고 왔는데, 땀으로 목욕하고 나왔다.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애들이 쉬었다 하라고 말림..;;;;

교실이 너무 더웠고, 중요한 부분이어서 좀 더 열강을 했더랬다. 아주 쪼오금, 덜 부끄러워졌음 좋겠지만, 뭐 그래도 여전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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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6-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님의 열강, 저도 들어보고 싶어요. 조용히 있겠다고 약속하면, 청강을 허락해주실 건가요? : )

마노아 2007-06-20 12:26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고양이의 청강을 받는 선생님이 되는 건가요? 와우, 영광입니다^^

향기로운 2007-06-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멀티로 해주세요. 저도 듣고싶어요~~^^*

마노아 2007-06-20 12:26   좋아요 0 | URL
오옷! 남사스럽습니다.(>_<)

비로그인 2007-06-2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군요. 마노님께 선물하고 싶은 책이 생각났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6-20 12:26   좋아요 0 | URL
앗! 그게 뭘까요? ^^

비로그인 2007-06-20 14:49   좋아요 0 | URL
다음에 만나면 꼭 드리겠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6-20 15:16   좋아요 0 | URL
헤엣, 기다리는 즐거움이 큽니다. ^^

치유 2007-06-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생님들도 안타깝구요..우리 아이들도 너무 안스러워요..
이런글을 진정으로 봐야할 사람들이 못본다는게 또 안타까워요..

마노아 2007-06-20 12:27   좋아요 0 | URL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교육분야도 참 많은 애달픔을 갖고 있지요.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 더 열심히 달려야겠지요.

무스탕 2007-06-2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일의 특성상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뵈는데 정말 열정적인 선생님들 많으세요..
울 마노아님도 못지 않은 선생님이실거에요 ^^
정말 언제고 마노아님의 열강, 열나게 들어봤음 좋겠어요!!

마노아 2007-06-20 20:23   좋아요 0 | URL
배워갈 길이 한참이긴 한데, 앞서 가는 사람의 발자국이 짙어서 그나마 다행이에요6^^
열나게 듣는 강의라니, 으헤헷, 갑자기 라면이 생각났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