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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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전통이 장구한 서양의 세계관과 신이 있든 없든 상관없는 동양의 세계관 사이에서,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고민에 직면한다. 어느 세계든지 신을 믿는 인간과 부정하는 인간이 상호 존재하며 갈등하는데, 신에 관한 문제와 투쟁하는 삶의 과정에서 인간은 결국 어디에 이르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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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독약 창비세계문학 28
엔도 슈사쿠 지음, 박유미 옮김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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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적응하는 존재인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상황에 조금씩 물들어가고 익숙해지며, 결국에는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악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그리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타인의 시선이 없이도 양심에 따라 옳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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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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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내용의 책이지만,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한국어판의 제목보다 <Man´s Search for Meaning>이라는 영어판의 제목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직접적으로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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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위험 - 글쓰기에 대하여 철학의 정원 40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그린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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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푸코에게, 공적인 대담에서 글쓰는 이로서의 자기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지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연구자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가 드러난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세계와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 글쓰기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에게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하는가의 문제이다. 즉, 연구자의 좋은 글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그리고 좋은 질문이란 글을 쓰는 이의 실존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면서, 또한 역설적으로, 글을 쓰는 이가 자신을 상실한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진단을 내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의 작업은, 글쓰기라는 절개 자체를 통해, 죽어 버린 것의 진실일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내 글쓰기는 죽음으로부터 삶으로 또는 삶으로부터 죽음으로의 옮겨 가는 축이 아닌, 죽음으로부터 진실로 또는 진실로부터 죽음으로 옮겨 가는 축 속에 존재합니다. 나는 죽음의 대체물은 삶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무기력과 공백을 가로질러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삶의 잃어버린 기미가 아니라, 진실의 세심한 펼쳐짐입니다. 내가 진단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 P32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그것을 통해 그리고 그 결과로서, 내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게 해줄 어떤 작업을 감행함으로써 실현됩니다. 내가 하나의 연구, 한 권의 책, 또는 또 다른 무엇이든, 어떤 것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그 글이 어디로 갈지, 어떤 곳에 다다르게 될지, 내가 무엇을 증명하게 될지, 정말 알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바로 그 움직임 자체 안에서만, 내가 증명해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글쓰기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 순간에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정확히 진단하는 행위이기나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 P33

글을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종이 위에 쌓아 놓는 이 미세한 흔적들 안에서, 실존과 신체의, 모든 실체를 글쓰기와 펜이라는 신비한 운하를 따라 흘러가도록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 삶은 늘 종잇장 바깥으로 펼쳐질 것이고, 증식될 것이며, 결코 이 작은 직사각형 안에 고정되지도 않을 것이며, 신체의 무거운 부피 역시 결코 종이 표면 위에 펼쳐지기에 이르지도 않을 것이고, 우리가 2차원의 이 우주, 담론의 이 순수한 행렬로 옮겨 가는 일도 없을 것이며, 한 텍스트의 선형성에 다름 아닌 무엇인가가 될 만큼 우리가 충분히 가늘고 섬세할 수도 없을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P53

나는 다만 즉각적으로 현존하고 있지만, 동시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려고 노력합니다. 나의 담론 계획은 노안을 위한 계획입니다. 나는 우리 시선에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오히려 우리에게 잘 안 보이는 것, 우리와 아주 가까운 거기에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다른 것들 역시 잘 볼 수 있게 될 어떤 것을 잘 보이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 P58

이런 의미에서, 나의 담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자만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한 말은 바로 이런 점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나는 물론 내가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 거리를 재는 측량사이고, 나의 담론은 오직 차이와 거리두기의 체계를 측정하는 이 전적으로 상대적이고 연약한 담론의 미터법일 뿐입니다. 나의 언어작용이 수행되는 대상은 우리가 아닌 어떤 것과의 차이에 대한 측정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조금전 내가 당신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고유의 얼굴을 잃어버리는 일, 자기 고유의 실존을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나는 내 실존에 기념비적인 견고함을 부여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습니다. 나는 차라리 내 고유의 실존을 죽음과 분리시키는, 그리고 아마도,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 거리 속으로 서서히 흡수시키기 위해 글을 씁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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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8-11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공쟝쟝이 좋아합니다.

공쟝쟝 2022-08-11 12:50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 날 너무잘 아는 잠자냥에게 오늘치 실존에 대한 사면을 허락합니다!

라파엘 2022-08-11 13:02   좋아요 4 | URL
푸코가 이야기하는 사면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그러므로 쟝님의 말씀은 자냥님 오늘치 글쓰라는 소리~ 😄

공쟝쟝 2022-08-11 13:17   좋아요 1 | URL
라파엘님 꼼꼼히 읽었군요? ㅋㅋㅋ

라파엘 2022-08-11 13:31   좋아요 1 | URL
저도 쟝님처럼 꼼꼼히 읽는 편이에요 😃

2022-09-14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4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4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자평 22주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서재에 일반 리뷰나 페이퍼보다 100자평을 주로 작성하였다. 항상 계획을 하고 움직이는 성격상 100자평 챌린지에서도 현황표를 어떤 책들로 어떤 순서로 채울 것인지 먼저 생각하였고, 나름의 규칙과 체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현황표를 완성하였다. 


  내가 느끼기로 "알라딘" 하면 "중고" 인데, 100자평 챌린지 대상도서에 새책 구매도서만 해당이 되고 중고 구매도서는 해당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나는 알라딘에 처음 가입을 한 것도 중고서점 이용이 잦아지면서부터였고, 현재도 우주점을 포함하여 중고서점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새책을 구매하는 경우보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해보면, 중고책은 생각보다 상태도 괜찮고 포장도 안전하게 잘 되어서 배송되는데, 새책은 모서리가 찍히거나 표지가 접혀진 채로 배송이 되는 등 관리가 부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알라딘 스스로가 중고로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으면서, 정작 챌린지에서 중고도서를 제외한 것은 정말 아쉬웠다. 


  아무튼 100자평 챌린지를 잘 마무리하고 이제 다음 학기의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관심 분야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수록 강의에 대한 관점도 조금씩 변화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해당 과목에 대한 기존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는데, 이제는 단지 기존의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나 자신의 문제의식과 강조점에 따라 강의의 내용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가게 된다. 덕분에, 같은 과목도 이전의 강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완전히 갈아엎어서 나 자신의 고유한 강의로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그 노력의 과정도 즐겁고, 이렇게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들은 그만큼 나로 하여금 삶에서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끼게 한다. 


  올해 하반기에도 내가 선택하고 집중하는 영역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잘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전공 분야에서 탁월하게 연구하는 것과 흥미롭게 강의하는 것 그리고 건강하게 수영하는 것, 적어도 이 세 가지는 정말로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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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8-09 17: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구와 강의와 수영 모두 응원합니다~~

라파엘 2022-08-09 17:40   좋아요 4 | URL
정말 좋은 글을 쓰시는 잠자냥님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Yeagene 2022-08-09 1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챌린지 완주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라파엘 2022-08-09 19:32   좋아요 4 | URL
예진님,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8-10 17: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라파엘님. 성실하십니다 👍 건강하게 바라는 대로 좋은 강의하실겁니디 *^^*

라파엘 2022-08-10 17:54   좋아요 2 | URL
성실하게 잘 해볼게요!! 미니님, 항상 감사합니다 😃

scott 2022-08-10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파엘님 강의는

수강경쟁이 치열 할것 같습니다 🤗

라파엘 2022-08-10 17:57   좋아요 2 | URL
스콧님 덕분에 백자평 챌린지에 참여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2-08-10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독한 계획 형 인간 ㅋㅋㅋㅋ 아무레도 라파엘님에게 갖다 대면 전 뒤메질인 것 입니다.

라파엘 2022-08-10 19:37   좋아요 1 | URL
앗!! 인기없는 자에 이어서, 지독한 자가 되어버렸다... 😂 😂

공쟝쟝 2022-08-10 21:58   좋아요 1 | URL
지독한 인기없는 자…. 악명이 드높아지는 고독한 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