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지음, 코린 에노도 해제, 이세진 옮김, 이성근 감수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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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왜 철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 또한 질문으로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욕망하는가? 왜 타자를 찾는 동일자의 움직임이 도처에 존재하는가?"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욕망하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한다." - P47

"왜 철학을 하는가?"라는 우리의 물음에 완전히 명쾌한 답이 주어졌군요. 통일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철학의 욕구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철학의 기원은 일자(一者)의 상실, 의미의 죽음입니다. - P49

이 단편들은 한편으로 통일성이나 신을 다양성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요. 통일성은 다양성의 규칙, 규약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결국 변증법, 다시 말해 분열의 초월을 말합니다. - P64

통일성의 연속적인 상실을 통해서 철학은 다각화되고 불연속적인 것이 됩니다. 과거의 분리는 오늘날의 분리입니다. 과거와 오늘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분리는 과거와 오늘의 유일한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통일성에 대한 욕망은 부재하는 통일성을 증명하지만 그 통일성의 현존을 증명하는 것은 욕망의 통일성입니다. - P75

역사는 이러한 추구가 자기 뒤에 남기는 흔적이자 자기 앞에 열어놓는 기다림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차원과 미래의 차원, 이 두 차원은 현재라는 차원이 충만하지 않을 때, 현재가 그 영원한 현행성 속에서 부재를 드러낼 때, 현재가 자기 자신과 일체성을 갖지 못할 때에만 그 현재의 양쪽으로 뻗어갑니다. 프루스트가 사랑은 마음으로 감지하게 된 시간(그리고 공간)이라고 말했지요. 역사의 폭을 넓히는 것은 통일성에 대한 결핍의 통일성입니다. 여러분은 그래서 철학이 역사라는 것을 이해하겠지요. 게다가 우연히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구성에 의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 점에서 철학과 역사는 모두 의미의 탐색입니다. - P78

철학의 말은 신앙의 말이 아닙니다. 그 말은 과학의 말도 아닙니다. 그 말은 모든 것이 기호인 상징계 안에서, 은유의 논리 안에서 동일한 수준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철학의 말은 의미작용이 순전히 자기 책임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자기가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고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 P108

철학의 말이 명시적으로 겨냥하는 진리, 그 진리가 그 말에는 없습니다. 철학의 말은 자기가 말하는 것에서 빗나가 있을 때에, 빗겨나서 말할 때에 참된 것입니다. - P114

철학의 현실성은 오로지 현실의 비현실성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철학은 현실에서 체험되는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다른 것에 대한 욕망,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다른 관계 조직에 대한 욕망이 낡은 사회적 형식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데서 철학의 현실성이 나와요. 인간 세계가 실제로 결핍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 안에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 결핍 속에 철학은 비인간적인 세계, 형이상학의 세계, 다른 세상, 내세 따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 P128

세계에 귀를 기울임으로써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철학이 노후한 장식품, 양갓집 규수의 소일거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철학은 그런 것일 수 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그래도 철학이 현실 속의 욕망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는 점, 혹은 그런 순간일 수 있다는 점은 변치 않습니다. 우리가 개인으로서나 집단으로서나 겪는 결핍이 명명되는 동시에 변화되는 순간 말입니다. - P146

철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욕망이 있기 때문에, 현존 속에 부재가 있기 때문에, 생체 안에 죽음이 있기 때문에, 또한 아직 권력이 아닌 우리의 권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얻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소외되고 상실됨으로써 사태와 행위, 말해진 것과 말하기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말을 통하여 결핍의 현존을 증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 말해서, 어떻게 철학을 하지 않을 수 있답니까?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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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5-25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인용하신 부분만 보면 읽을 만한 번역서네요. 이전 리오타르 저서들의 번역은 처참한 수준이어서 읽는데 열불 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만하면 훌륭하네요~~

라파엘 2022-05-25 12:57   좋아요 1 | URL
특히 철학서의 경우에, 오역을 넘어서 반역을 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지요... 그래도 이 책은 충분히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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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요지를 선명하게 한다는 이유로 자신과 다른 견해를 배제하거나 쉽게 단정짓는 글들보다, 나는 은유적이어도 이렇게 섬세하고 사려 깊은 글이 더 좋다. 각종 질병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 삶의 현실에서,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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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농담 말들의 흐름 7
편혜영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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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남들과 다른 사람이길 원하는 마음에 음주를 즐겼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이제껏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은 뇌 건강에 부정적이며, 연구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뇌는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자산이기 때문이다. 농담 같지만 진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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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21 0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는 오늘도 술을 마셨는데요… 성인이 된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라파엘 2022-05-21 01:51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현실의 삶에서 저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다보니, 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술이 필요없는 삶이 된 것 같아요 ㅎㅎ

공쟝쟝 2022-05-21 02:41   좋아요 3 | URL
ㅋㅋㅋ 저 한달넘게 금주했는 데 ㅋㅋㅋㅋㅋ (이유는 없고 알코홀릭 각성 1주년 기념으로 걍 한번 참아봄….)tmi인가 ㅋㅋㅋ

수이 2022-05-21 0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 술꾼은 어제도 술을 마셨는데 대단해요 라파엘님!!

라파엘 2022-05-21 10:26   좋아요 1 | URL
뭐든지 잘못 쓰면 독이 되고, 잘 쓰면 약이 되는 거지요!! 😃

거리의화가 2022-05-21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전 술을 줄일 수는 있으나 끊기는 어렵던데요ㅎㅎ

라파엘 2022-05-21 10:28   좋아요 0 | URL
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만 아니라면, 술을 반드시 끊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ㅎㅎ

새파랑 2022-05-21 0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술을 못마시는 연구자의 삶은 멋지면서도 왠지 고독할거 같아요~@@ 술을 자주 먹는 저는 반성합니다 ㅜㅜ

라파엘 2022-05-21 10:30   좋아요 2 | URL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고, 술을 마시는 연구자가 더 많습니다 ㅋㅋㅋ 술에 의존하는 상태만 아니라면, 음주가 꼭 반성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2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고 덧붙이려고 하니 ㅋㅋㅋㅋ 전 특정한 이유 땜에 술을 시작하지 않았고요. 어쩌다 보니 술 모르는 인생이 되었네요. 언제 콜라 한 잔 같이하시지요^^

라파엘 2022-05-21 10:32   좋아요 1 | URL
저도 금주의 시작은 단발님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ㅋㅋㅋㅋ 언제 콜라 한 잔 좋아요 ^^

수이 2022-05-21 10:33   좋아요 2 | URL
그럼 전 옆에서 웰치스를……..

단발머리 2022-05-21 10:40   좋아요 1 | URL
저의 특정한 이유가 라파엘님이 짐작하신 그 이유라는 걸, 제가 알아챘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저는 콜라 사이다 환타 모두 다 좋아합니다. 물론 웰치스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1 09: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네??? 😱😱😱😱😱😱😱😱
새삼 내 뇌는 역시 술 때문에 이렇게.. 라고 반성하게 되네요.
베트남에서 라파엘 님 만나면 술 사드리려고 했는데 쌀국수만 사드리겠습니다.

라파엘 2022-05-21 10:34   좋아요 2 | URL
술은 마시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은 정말 좋아해요!! 쌀국수 미리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2-05-21 0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웅성웅성 👥🗣👥👤👥 자기 뇌를 위해 술을 안마신다니
[속보] :라파엘 발언 알라딘 마을에 파문을 일으켜…
알라딘고인물 A씨 (고도적응형 알코홀릭 2기) “물리적 뇌는 손상되겠지만 술을 안마시면서 돌아버린 세상을 사는 것은 정신건강을 손상시키지 않던가요?”

라파엘 2022-05-21 10:37   좋아요 2 | URL
[속보] 세상이 돌지 않으면 우리는 멸종한다!!!! 지구는 약 23시간 56분 주기로 자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

공쟝쟝 2022-05-21 10:57   좋아요 3 | URL
노잼… 😩 더 연습하세요…

라파엘 2022-05-21 11:53   좋아요 4 | URL
아... 그래도 360도 돌면 제자리라는 진부한 드립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참고로, 저는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신앙이라는 안전기지가 있고, 돌아버린 세상에 직면하자면 오히려 제가 취하지 않고 맑은 정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회피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테니까요 ㅎㅎ

공쟝쟝 2022-05-21 12:24   좋아요 1 | URL
오 근사한 대답 ㅋㅋㅋ (유머의 실패를 정면 돌파 하다니)
그렇다면 저는 저 자신이라는 신앙을 잘 구축해야겠군요. 물론 저는 저 자신이 항상 문제지만 ㅋㅋㅋ

라파엘 2022-05-21 12:46   좋아요 1 | URL
근데, 유머의 실패라니... 쟝님 솔직히 조금은 웃지 않았어요? 분명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은데!! ㅋㅋㅋ

persona 2022-05-22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신데요? 전 정신력으로 술 안마시기 이런 건 아니라서 ㅋㅋㅋ 술을 마시면 빌리루빈이 누출 될 수도 있어서 안 마시긴 하지만 요즘 가끔 더울 땐 생맥이 땡기더라고요. 저녁에 마시면 불편하게 잘 거 같고 낮에 마시면 낮부터 취하는 게 싫어서 마실 타이밍을 못 잡겠어서 현실은 웰치스 제로와 나랑드와 탐사 사이다네요. ㅎㅎㅎ

라파엘 2022-05-22 14:02   좋아요 1 | URL
대부분 건강할 때는 그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하지만, 사실 건강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ㅎㅎ 소나님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담론과 진실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2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옮김 / 동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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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주체와 주체화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철학을 역사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연구문제가 그의 삶의 문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하는 태도는, 연구자가 지녀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특별히 중요한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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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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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보다 차를 더 좋아하고 수영을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어서 공감이 덜 되었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읽으며 나는 인생을 다른 모습으로 한 번 더 살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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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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