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230717 앤드루 포터. 재독.


담임 선생님이 그렇게 오열하는 모습은 그 전에도, 후에도 본 적이 없다. 내가 휴직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는 한 번 그랬다. 담임반은 아니던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다가, 교탁 앞에 서서 한참 미친놈처럼 줄줄 흐느껴 울었다. 나는 그렇게 내 첫 직업과 이별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망 망해서 아무래도 다시 끌려갈 듯… 

아무튼, 담임은 어느 날의 받아쓰기 10번 문제에 자기 이름을 불러주고, 담임의 이름을 발음할 수는 있었지만 미처 써 보지는 않았던 나는 례와 레 사이에서 엄청 갈등하다가, 역시나 리에-하는 발음은 내가 내본 적 없다 결론을 내리고 지우개를 들어 획 하나를 지우면서 레몬의 레를 선택하고 만다. 담임 선생님은 기다란 몽둥이로 그어진 개수만큼 손바닥을 쳤고, 겨우 한 대를 잘못 맞은 내 손바닥 맨아랫부분은 한동안 부어 있었다. 짝꿍은 뼈맞았네, 하고 자기가 맞춘 문제를 틀린 내 시험지를 넘겨다 보며 실실 웃었다.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단어로 기습한 담임이 부조리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십 몇년 뒤 자연지리학 중간고사 시험지의 교수님 성함 적는 란에, 끝자를 욱이 아닌 석으로 쓰고 비마이너스를 맞고 보니, 국민학교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은 스승의 존함을 틀리면 어디서든 아주 주옥된다는 교훈을 일찍이 심어주시려 했던 것 같다. 미천한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해 먼훗날 그 미진함의 대가를 낮은 학점으로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가르침에도 매질에도 열심이던 선생님이 손수건을 부여잡고 쓰러질 듯 흐느적이며 흐느끼며 교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은 떠들기를 멈추고 선생님의 울음 사이에 섞인 이름을 가만가만 감별해내고 있었다. 흐어헝 석순이가 죽었대애 허어어으어응- 아이들의 눈은 교실의 빈 자리로 쏠렸을 것이고, 그 자리의 주인이 다시는 학교에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향년 8세.

석순이는 내 바로 뒤에 앉은 민희의 짝꿍이었고,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어 보라고 하면 어버버 했던 걸 보면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거칠지도 않았다. 옆 짝꿍 성식이 새끼가 제가 가져온 채변봉투 겉냄새를 맡다 내게 디밀기도 하고, 책상에 금을 그어두고 넘어간 지우개를 빼앗거나 여차하면 주먹질을 했던 것에 비하면, 석순이는 애들한테 못되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연필 낙서를 해도 지우개로 잘 지워지고 노트 뒤에 받치면 글씨가 매끈하게 잘 써지는 책받침 하나를 내게 주기도 했다. 딱히 친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이 있던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다니, 많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학예회에서 독창을 맡게 되어서 음악 전공한 옆옆반 선생님이 나를 방과후에 남겨두고 노래 연습을 시키곤 했다. 그렇게 남던 날 중 하루는 선생님들의 휴식 시간이었는지 교사 휴게실에 사과를 까놓고 장판 위에 둘러 앉은 자리에 나도 끼어 앉아 사과를 먹었다. 다니던 교회 버스에 치었대요. 동생 하나 있다던데. 고개를 수그리고 사과를 꼭꼭 씹어 먹는 척하면서도 귀를 세우고 선생님들이 나누는 그 이야기가 석순이에 대한 것임을 알아 듣고 있었다. 아이 장례가 끝난 무렵 담임 선생님은 석순이 어머니가 주시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공책 한 권 씩을 돌렸다. 석순이는 더는 함께 있지 못하게 되었지만 너희들이 그 몫까지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교훈 한 마디도 잊지 않고 전하셨다. 


‘구멍’이라는 소설에서 화자의 어린 날 친구였던 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이상하게도 30년도 더 전에 죽은 반 아이가 생각났다. 나는 여섯 살 때 유아원에 다녀오다 갈림길에서 헤어진 친구가 가방 옆구리에 허술하게 꽂아둔 유치원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바닥에 휘날리고 가는 걸 보았다. 그걸 주워주겠다고 달려가다 바닥에 철푸덕 넘어졌다. 넘어져 있는 위로 자동차가 달려와서 나는 그대로 차 밑에 깔렸다. 웬일인지 차는 나를 밑에 놓은 채 멈췄고, 나는 차 밑에서 나가보려고 발버둥이를 쳤는데, 펼쳐진 옷자락이 바퀴에 깔려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마침 그 앞에 있던 아주머니 상회(청과물 가게)주인이 운전자에게 신호를 줘서 차는 천천히 뒤로 후진을 했고, 이제 운신이 된다 싶은 나는 벌떡 일어나서 까맣게 멀어지는 친구 뒤를 쫓아가며 떨어진 안내문을 줍고, 다시 그 친구를 따라잡아 손에다가 안내문을 쥐어주고, 그러고는 돌아서서 터덜터덜 집에 갔다. 겉옷에 온통 바퀴자국을 찍고 온 나를 본 엄마가 몸 이곳저곳을 살피고는 혼비백산해서 아주머니 상회에 달려가 목격담을 듣고 왔다. 내 기억의 많은 부분은 그러니까 엄마의 2차 가공물일 수도 있다. 내 몸집이 차 밑에 다 차지 않을 만큼 작지 않았다면, 차 바퀴가 경로를 조금 더 옆으로 잡아 나를 밟고 지나갔다면, 그날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기억해 낼 사람도, 기억해서 여기에 적어 둘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석순이는 나보다 운이 나빴다. 그렇지만 내 머리에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그게 조금은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써 놓았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집 다시 읽을 거라고, 사고 싶어하는 이웃에게 일단 홀드, 했었다. 워…한 편 두 편 읽을 수록 아니야, 당장 사, 내가 이 소설집을 얼마나 좋게 읽었었는지 금세 알았다. 벌써 4년이나 지났다니. 다른 이웃도 이 소설 기억 하나도 안 나는데 하여간에 좋았다고 했던 그런 기억만 남고, 나도 이야기 흔적은 어렴풋한데 막상 다시 읽으니 진짜 좋다. 진짜 잘 썼다.


그때 내가 읽은 건 전자책이었고, 뒤에 편집인 중에 김봉곤 있다고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빌려 읽고 좋아서 바로 중고책으로 하나 샀는데, 문학동네에서 나온 새 책이 아니라 그보다 10년은 더 먼저 21세기북스에서 나온 판을 구했다. 번역자도 같은데 책이 더 싸서?ㅋㅋㅋ 막상 받으니 책 상태는 세월 탄 흔적이 남아 추레해 보여서 조금 실망했었다. 결국 사 놓고 4년은 더 묵혀 더 추레해질 것이었지만...ㅋㅋㅋ


와 표지...겉커버 디자인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 가득...우산쓰고 걸어가는 하이힐 신은 종아리에 초점 맞춰 있다. 이 사진 불법촬영 아닌지 걱정도 되고, 그런데 비 오는 날...개를 산책 시키러 나온 것인가...개는 비 맞고 가로등에 오줌 누고 있다. 그런데 책등에는 개랑 개목줄은 생략하고 우산 쓴 여자만 누끼 따서 척 얹어놨어…


겉커버 매우 귀찮아 하는 편이라 휙 벗기니, 의외의 민트색...이거 색은 안 나쁜데 이 책이랑 어울리냐 하면 글쎄…

단단한 하드커버 휙 펼치면 또 의외의 베이비 핑크 ㅋㅋㅋㅋㅋ 아… 아아…. 


그런데 겉표지에 소개된 북커버 디자이너는 검색해보니 의외로 네임드였다. 모방범 표지도 28 표지도 이분 작품… 죽 둘러보니 디자이너 분 문학동네에서 오래 일하시고 나름 히트친 책들 표지 디자인 많이 하신 것 같은데 나랑 미감은 아주 많이 맞지 않다는 것을 모든 책 표지에서 느꼈다… ㅋㅋㅋㅋ

21세기북스는 이렇게 오묘한 책 디자인으로 별로 많이 팔지 못하고 절판 했나 본데, (나는 출판사가 망한 줄 알았음 아직도 있음 마법천자문으로 떼돈 범) 몇 년 후에 판권을 문학동네가 사서 내가 읽을 무렵 다시 출판한 모양이었다. 

뭐 그런저런 것도 이번에 다시 읽으며 알게 된 사실...그래서 지난 번에 읽으면서 비문 있다고 투덜댔던 ‘코네티컷’의 문장도 궁금해서 구판에서 다시 찾아보니, 조사만 조금 다른데, 바꾸기 전 문장이 조금 더 나은 것 같지만 그거나 개정판이나 역시 이상했다… 그거 하나 빼곤 그냥 문장도 다 좋음…했지만 한 군데 좀 더 읽기 까끄러운 페이지 나옴…(자세한 건 아래 발췌 참고 ㅋㅋㅋ)


4년 만에 읽은 소설집은 내 멱살을 잡고 자기 무릎에 나를 앉혀 놓고 자꾸만 자꾸만 물었다. ‘좋지? 소설 좋지? 근데 왜 자꾸 도망가?‘ 나는 특히나 이 소설이 좋네, 이 책 다 좋네, 하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목덜미에 소름 돋고 가슴 쥐어뜯듯 떨리듯 좋은데 그렇게 소설 좋아하는 놈이 자꾸 소설 피하면서 ‘원소의 이름’ 이런 걸 먼저 읽고 있었다. ㅋㅋㅋㅋ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낮의 우울을 우울의 우물로 맘대로 고치며 우물우물 거리는데, 옮긴 이의 말에 고통의 우물은 깊어진다, 이런 문장이 나왔다. 뭐 그렇다고...그렇게 하나도 안 비슷해 보여도 책들은 어찌어찌 이어진다. 


장마철이라 머리가 너무 말리고 뻗쳐서 초사이어인이나 피구왕 통키가 자꾸 생각났다. 커트한 지 한 달 만에(예전엔 미용실 일년에 한 두 번 감…) 미용실 가서 옆머리 팍 쳐 달라 했더니 미용사님 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무 과감했다. 순식간이었다. 거울보니까 아 저 머리 나 아는 머린데...진, 진중권!!!! 안경 쓴 거 보니까 진중권이잖아… 나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나보다 이십살은 더 많은 진중권이 되었다… 집에 미학오디세이 내가 안 샀는데 있긴 있는데 안 봤다...근데 내가 진중권 본 게 한 권 있긴 한데 그것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나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열심히 독후감에 남기고 있잖어...길다 오늘 잡소리가 너무 길다.



+밑줄 긋기

-콜린은 그즈음 이미 본과 입학이 확정되어 있었고, 나는 5월이면 그와 함께 볼티모어로 간다는 데 이미 동의를 한 터였다. 곧이어 여름이면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될 터였다...콜린은 총명했고 야심찼으며, 나는 그가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무슨일이든지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생길 터였다. 나는 일을 해도 됐고 하지 않아도 됐다. 나는 분자물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아무도 알지 못할 이론들을 만들면서 나의 나날들을 보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콜린이 내게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다 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120, 특별히 좋아서 그은 게 아니라, 한 페이지 안에 ‘-터였다.’ 3개나 나와서 ㅋㅋㅋㅋㅋ 은오님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페이지 읽으면서 몹시 거슬려할 것이 걱정된 터였다.ㅋㅋㅋㅋㅋㅋ)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버트 역시 똑같이 중요한 나의 또 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가 생각하기론,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할 수 있는 나의 일부다. 그것은 닫힌 문 뒤에 있을 때, 어두운 침실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제일 편안하게 느끼는,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고 믿는 나의 일부다. 로버트는 거의 10년 동안 내가 콜린에게 숨긴 비밀이다. 가끔은 그에게 말을 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기를 10년이 되었고, 그동안 우리는 유산, 파산지경, 그리고 시부모님의 죽음을 지나왔다. 이제 나는 우리가 함께 헤쳐나갈 수 없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가 두려운 것은 그의 반응이 아니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 그는 그 사실을 내면화하여 속으로만 삭일 것이다. 그 때문에 나를 미워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내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도 그는 아마도 내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을테고, 내게서 로버트에 대한 감정을 듣는다고 해도 내게 상처주지 않을 방법만 생각할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안다.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127-129)


+4년 전 독서 흔적

https://blog.aladin.co.kr/lunanuna/11110832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7-17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7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7-17 2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17 20:58   좋아요 2 | URL
다정한 우끼님 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진중권에게서 어떤 미감을 느끼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

2023-07-1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7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9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9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18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훈에서 시작해서 감동과 감상까지 아니 이런 완벽한 리뷰라니! 처어어언천히 읽으신다면서 벌써 올라왔네요 당장 사! 하시면서 ㅋㅋㅋㅋ 빠른 시일 내에 땡투하겠어요 ㅋㅋㅋ 저 도촬같은 표지와 저 민트 베이비핑크 조합에 대한 말씀 공감하는 바입니다.. 최선이니.... 지금 바뀐 표지는 여자 등이 보이는데 이건 좀 책이랑 어울리나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터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유열님덕에 미리 예방주사 맞아서 읽을땐 괜찮을듯 ㅋㅋㅋㅋㅌ

반유행열반인 2023-07-18 10:28   좋아요 2 | URL
지금 이 판은 안 팔고 사신다면 문학동네판 사실 ‘터’인데 그래서 땡투는 의미 없을 수도요 아닌가 개정판에도 예전 독후감 있음 ㅋㅋㅋ(깨알같이 땡투 털어먹기) 개정판 책은 제가 전자책 빌려봐서 전자책 보면 표지나 부제나 겉표지 추천사를 좀 신경 안 쓰게 되더라구요. 중고도 많네요 하여간에... 근데 동성애 코드랑 노교수랑 학생 썸 타는 거 소재 자체를 역겨워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안 역겹게 신경써서 잘 써놨는데 혐과 호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지...
은오님 덕에 읽게 되어서(아니 어쩌다가 앤드루 솔로몬이 이 책이 되었나) 이 리뷰를 은오님께 바칩니다...

2023-07-1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8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7-18 19:0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어떻게 자다가 그렇게 눌렀는지 진짜 깜놀했네요;;;;

페크pek0501 2023-07-20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특히 표제작은 너무 좋았어요. 슬프기도 했고요.
세 사람 다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줬던 게 인상적이었고, 나중에 그 교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주인공이
울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 교수가 어찌나 안 됐던지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도 있구나, 그랬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1 07:11   좋아요 1 | URL
페크님도 좋게 보신 책이군요. 죽은 교수 가엾어 하는 독자는 처음 봐서 참신합니다 ㅎㅎㅎ 통속적이고 질투로 펄펄 끓고 그렇게 뻔하게도 쓰일 소재인데 읽는 마음에 안타깝고 아름답게 읽히게 쓰는 것도 큰 재주다 싶은 소설들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07-21 20:06   좋아요 1 | URL
그 교수는 나이가 들어 프로포즈도 못하고 여성을 짝사랑만 하다가 고독하게 혼자 죽어갔잖아요.
끝까지 그 여성의 사랑을 지켜 주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연락도 하지 않고요. 그게 진정한 사랑이죠.
어찌 가엾지가 않나요? 그 젊은 부부는 둘이 함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홀로 있는 그 늙은 교수가 가여웠어요.
혼자니까요. 늙으면 안 그래도 고독해지는데...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21 20:41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여주인공도 같이 있어 덜 외롭다 뿐이지 오히려 같이 있어 노교수를 볼 수 없다 생각하면 슬프지 않나요 ㅠㅠ 교수님은 극진한 사랑이라 연락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여자 만큼 상대를 별로 안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ㅋㅋㅋ낭만파괴범
 

예스24 단독 연재 이래가지고 시무룩 했었는데 책 나왔다
자기파괴만이 해답이다
전단지 키링 선착순 증정 -미친 키링 갖고 싶어서 바로 살 듯...
+++아니 잠시만 사은품 제안!!! 키링 말고 저기 저 비누를 달라!!!! 비누 비누를 보자...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7-17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키링 별로 안 땡겼지만...? 열반인님이 올려주시면 찬찬히 보고 고민해보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4   좋아요 2 | URL
아오 수하님 저도 키링은 열쇠가 없어서 필요가 없는데 전단지가 글쎄 세 장이 겹쳐져 있는 디테일에 그만...손 미끄러짐 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7-17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소린가 하고 들어와서 봤네요 열반님 ㅋㅋㅋㅋ 자기파괴만이 해답 ㅋㅋㅋㅋㅋㅋㅋ 독서는 자기파괴인가요 자기개발인가요 저는 헷갈리네요
저는 키링 싫으니 선착순 끝나면 주문해야지 싶으면서도 ㅋㅋㅋㅋㅋ 괴랄해서 갖고싶기도 하고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4   좋아요 1 | URL
책 사실 거면 키링 받아서 저 주시면 제가 셀프 커플템으로 두 개 가질게요 미리 감사합니다 독서는 고죠 저처럼 하면 자기파괴 취급 하더라구요 쯔쯔 셀프고문 이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7-17 15: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저도 독서클럽 모집할때 참고하고픈 디자인과 문구..(???)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6   좋아요 3 | URL
우끼님 되게 사회성 좋으시다 독서클럽 계획도 있으시구... 저는 제가 들어간 모임은 다 파괴되고 싸우고 그럴 것 같아서 인류 평화 위해 혼자 읽고 있습니다....

우끼 2023-07-17 15:57   좋아요 2 | URL
저 문구로 모집하면 독서클럽 다 싸우고 와해되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자기파괴를 위해 독서클럽부터 파괴하자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8   좋아요 2 | URL
아니...저런 걸 뿌리면 누가 와...우끼님 독서클럽 시작도 전에 붕괴 안 생겨요...

우끼 2023-07-17 15:5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는 말씀이라 할 말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도 못해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7-17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렇게 재밌어요. 페이퍼 읽었을 텐데 찾아보러..뒤적뒤적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6:50   좋아요 3 | URL
내가 두 번 읽는 책 흔하지 않은데 두 번 보고 첫번째 봤을 땐 웃었고 둘째는 안 웃었다고 합니다... 하필 키링이 두 번째 읽었을 때 퍼놓은 이미지라서 아 이사람들 진짜 나보고 사라고 이런 짓들을...하고 사 버렸어요... 그런데 알라딘 보면 사실 저 놈들보다 더 한 분들 더 많다는... 책으로 목숨 팔아 번 돈 탕진하고 그 책 썰고 책 가지고 싸우고 울고 웃고 자책하고 길티플레저 하다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고 술 먹고 책 보고 난 술은 끊어도 책은 못 끊고 근데 책 끊고 공부하는 독한 놈도 보이고... 오늘 말이 길다 길어 ㅋㅋㅋㅋ

Yeagene 2023-07-17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 키링이 나왔군요ㅎㅎ 책 나온 것도 방금 알았는데 열반인님 역시 빠르시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9:26   좋아요 1 | URL
저두 알라딘이 알림으로 신간 홍보해주고 키링으로 꼬셔가지고 알았어요 ㅋㅋㅋ지르고야 말았습니다 흐헝헝

유부만두 2023-07-18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즈로 비누 괜찮겠는데요? 안에 책 결말 문장 넣어도 재미있겠다 생각도 들… 지만 뭐 사탕 깨물어 먹는 사람이 이런 말 하니까 우습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18 07:43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저 어린이책 사면서 하얀 비누 굿즈 받았는데 아직 안 쓰고 있네요 ㅎㅎ
이 만화는 다른 거 말구 저 전단지 안에 단 네 글자 ‘독서클럽’ 써진 분홍 비누요 ㅋㅋㅋ사실 좀 속되게 표현한 장면인데 (뭔 나이트클럽이나 게이클럽 느낌) 비누 말고 거기 출연진이 쓴 사차원 소설 별책부록으로 주는 것도 ㅋㅋㅋ(점점 산으로 가네요)

유부만두 2023-07-18 07:52   좋아요 1 | URL
아 그거 좋네요! 책 속의 “그 책”! 전에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 읽으면서 그 안에 언급된 소설이 더 궁금했더랬어요.
그런데 속된 분홍 비누라… 흐음? 제 비누는 주로 하얀 비누인데 말이죠. 저도 산으로 가는 중입니다.

새파랑 2023-07-19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거 같은데 왠지 구매해서 보기는 좀 망설여지네요 ㅋ 키링 사은품이 좋아보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9 22:47   좋아요 1 | URL
1권 보셨으면 2권은 추억 빨로 ㅎㅎ 키링은 저게 좋아보이신다굽쇼????!!!!????!!!!!
 
칠조어론 3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715 박상륭.


유리처럼, 이 동리에도 안개비가 내립습지, 아니 내렸었습지, 칠조 흉내를 내려는데 비가 그쳐 망한 듯싶지만 안개비는 바깥 아닌 안에 내려도 그만입지. 습한 날입지.
꼼꼼히 읽기 책을 일러 세르파 타령을 해 그런지, 어느 도류는 이 책읽기를 큰 산 넘기라 하셨지만, 차라리 깊고 깊은 계곡입지, 해골의 골짜기입지, 수렁입지.

아 시바 ㅋㅋㅋ 흉내내보니까 촛불중 말투로 써 내려간 박상륭 선생님 대단하심… 속이 오글거리고 니글거려서 때려치기로 한다.

2권과 3권 사이에 책 열다섯 권을 밀어 넣고 틈새를 벌리고 벌리다 좀 많이 미뤘나? 다 까먹겠다...하고 7월 들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 백여쪽 쯤 읽다가 2권 읽기의 오독이 탁, 풀렸다. 갑자기 판관 겸직 읍장, 이 칭호가 신경 쓰인 것이다. 읍장 겸직 판관이랑 다른가? 달랐다. 그러니까 읍장 겸직 판관(육조스님과 씨름 붙었다 졌던 큰형장나으리, 관직 몸에 안 맞아 지혜주머니인지 보따리한테 거의 다 맡겨 놓고, 죽은 장로 손녀딸하고 강제 혼인했다가 유산 시키고 목매 죽음)이랑, 판관 겸직 읍장(큰형장문지기 출신, 큰형장나으리 친구이자 심복인 지혜주머니, 이미 수렴청정하듯 읍장 겸직 판관 똘마니 하면서부터 야심 있었고, 읍장 겸직 판관 죽자마자 권력 공백 채우면서 판관 겸직 읍장 됨, 승려들에게 가혹함, 칠조에게 형벌을 가하는 자) 둘은 다른 놈이고, 거기에 대해 2권에서 엄청 상세하게 풀어놨는데 나새끼가 왠일인지 눈뜨고 다 놓쳤다. 일단 아무도 읽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중에라도 스스로 바로 잡았으니 다행이고...

수레바퀴 타고 저만 구하러 왔는지, 중생 모두 구하러 왔는지, 하여간에 촌장이다 하고 나타난 시님들은 죄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졌다. 육조는 높은 나무에 매달리고, 칠조는 땅굴에 산 채로 묻힌다. 판관 겸직 읍장은 불성 없다는 개랑, 모두가 불성 있다는데 그럼 도 닦는 중은 불성 찾고 있으니 개나 같지 하고 둘이 묶어, 개 모가지 잘라 피를 내고 그 피를 칠조에게 발라 육조 스님 거하던 유리의 굴 안에 가둔다. 그러고도 이 책은 몇 백쪽이 남아서 하아… 이거 지하동굴자의 수기로 계속 가는 것인가...사람 생매장 당해 죽어가는 거를 계속 보는 것인가...나 어떡해...했는데 자비로운 박상륭 선생님은 독자 생각해서 (3권 맨 뒤에 주석처럼 붙여 두기로) 관0품, 하는 칠조의 설법도 엄청 덜어냈다 하고, 또 지난한 읽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베리에이션을 주셨다. 촛불중 굶어 죽지 말라고 밥 넣어주러 온 화장터지기 할아버지가 거의 중이나 다름 없어서, 자기 인생역정, 비리데기 만나고 헤어진 이야기, 자기 나름대로 시체 태우는 불 보며 도 닦은 이야기 중간중간 풀어줬다. 관몽품은 아무래도 촛불 시님이 꿈꾸면서 각설이꾼 마냥 음담패설 섞어가며 몽중 설법 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열두공주 밤마다 어디서 춤추고 와서 신발 닳아지는 이야기, 그거 쫓아가 신발 닳기 끝내는 별보던 청년 이야기를 넣어놨다. 깨달음 이루는 과정이나, 이 세상 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음양의 맞물림 같은 성적인 비유로 내내 반복해 표현하는데, 이원론적 비유는 언뜻 찰떡 같고 쓰기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만 세상은 둘로 나뉘지 않는다구! 빼애액! 양끝점 갖는 물고기 모양 가지구 되겠냐구…하고 멍충이가 빼애액 거리기는 쉽지만 그렇다고 뭐 더 할 말도 붙일 사유도 없기 때문에 아 예… 그럴사 하군요… 거참 실물이든 관념이든 아무데나 꼴리고 아무데나 박을 수 있군요 문학이란 죠쿤뇨…모두모두 싸우지 말고 섹스해... 이러고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는 있지만 사실 읽기보다는 눈뜨고 꿈꾸는 거에 가깝고, 이 더운 여름잠은 참으로도 길고, 내가 씨부려 놓은 거 조금이라도 훑어 읽는 사람들은 또 같이 땀 흘리다 지쳐 집단적 꿈이라도 (그런데 하필 왜 내가 잘못 꾼 꿈에 들어오셨어요? ㅋㅋㅋㅋ죄송해요…) 꾸는 것 같고, 4권을 읽고 나면 나는 쎈 수학을 풀기로 했기 때문에 4권은 최대한 천천히 읽을 거야… 왠 너덜너덜해지는 책들로 셀프 고문한 나에게는 위무가 필요하다. 그치만 괴롭히는 건 잘 아는데 보살피는 건 잘 못해서 잘 몰라서 큰일이다 큰일…


+밑줄 긋기
-아으 그리하여, 인간의 비극이 뭣인지쯤 알 만하겠도다. 짐승이고 싶은 욕망과, 짐승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찢기는 자여, 사라쌍수여, 그대의 아픔이 뭣인지쯤도 알 만하겠도다, 바룬다 새여. (3661)

-어쨌든, 이 유리의 칠조는, 아스라이 멀고도 먼데, 어느 동네서, 예의 그 한 마리 금조가 깨어 일어나, 처음 홰치고, 다음 벼슬 단 머리를 빼돌려, 어둠의 고장을 향해 우는, 그 신선하고도, 그리고 잠으로 고달픈 울음을, 자기의 안쪽에서 들은 것이다. 그 어둠의 고장이 그러자부터, 밝음의 해일에 덮여 들고, 암흑의 영산이, 끓는 용암의 바다에 난파한 것처럼, 녹아, 빛의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내리고 있었다. 그 빛의 만조 아래에서, 모래톱의 게 새끼들 같은, 빛의 억만 벌레들이 일제히 창을 열어, 빛 가운데로 나들이 나와, 그렇게도 넘치는 빛도 모자라다는 듯이 탐해, 전신에서 흡반을 돋궈, 그 빛을 머금어 들이고 있다. 바로 이런 때에, 야행성 귀신 나부럭지며, 박쥐 따위들은, 빛이 어두워(우그러질 녀러, 빛도 일종의 어두움이다?), 밤 동안 열어놓았던 창들을 닫기에 바쁘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제 침상에다 무거운 몸을 부릴 것인데, 밖의 빛의 두테와 비례하여, 그것들의 잠의 두테도 두터워져 갈 것이었다. 그러고 본다면, ‘밝다’거나, ‘어둡다’는 식으로, 명암을 구별하는 말 같은 것도, 순전히 빛벌레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그것들만의 사투리가 아닌가 하는 것을 고려해보게 한다. (3761-3762, 상쾌한 아침이다! 할 것을 이렇게 줄줄 풀어 놓고 명과 암의 역전...이런 거 좋아함ㅋㅋ)

-우리들은 그런 뒤 더 이상 숲에로 내달리지 않슴메,
두 월계수는 버혀져 아무 데도 없슴메. (3923, 천몇페이지 읽는 동안 유일하게 기억나는 해피엔딩임…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는데 이거 하나 적어둠...)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07-1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리뷰 보고 <죽음의 한연구> 구매했었는데...어려워서 못읽을거 같아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6:03   좋아요 1 | URL
할 수 이따 할 슈 이써!!! 거기 스님이 쥬절쥬절 하는 거랑 막판에 갸갸 거리고 넋두리하는 거만 잘 넘기면 재미...나다고 해도 그냥 저게 절반이라 송구하옵니다...나빴네 내 취향... 새버스 독휴감 써주세요!!(화룡정점 진상 마무리)

새파랑 2023-07-16 16:06   좋아요 1 | URL
새버스는 포기했습니다...제가 그리 강하지 못해서..못따라가겠습니다 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6:14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기운이 왜 없어요... 덥지만 아프지 마시규 내내 건강하세요!!!!

유수 2023-07-16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아무도 읽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대(?) 알려주시려고 여기 적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9:21   좋아요 1 | URL
나만 당할 수 없다 이건데 나 따라 책 샀다 후회하는 사람(저 위엣분도...) 요즘 많이 봐서 슬픔... ㅋㅋㅋㅋㅋ그래서 사드는 도의적으로다가 말림 적어도 제대로 된 번역판 나올 때까진 다 참아라... 박상륭은 참지 마라... 외롭다 모두들 같이 가자 도류들 동류들... 예수님도 나온다 여기 기독교도 불교도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함께 가자 모두모두 (정작 나는 종교 없음...)

유수 2023-07-16 19:30   좋아요 1 | URL
사드 말고는 말리지 마세요. 반님 글 보시는 분들 따라할만해서 따라하시겠죠ㅋㅋ 저는 한자공부하고 싶더라고요. (급작스럽게 ㅋㅋ) 반님은 쎈 저는 한자 ㄱㄱ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9:32   좋아요 1 | URL
아 일단 유수님이 날 쎈 가르치는 건 되는데 내가 한자 가르치는 건 안 될 거임...거 네이버사전앱 깔구 센터에 카메라로 페이지 찍으면 이미지 스캐닝 다 해주드라... 저는 나중에 아랍어 공부나 듀오링고로...알 함두 릴라

유수 2023-07-16 19:52   좋아요 1 | URL
쎈 수학 도와드릴게요 필요하심 연락주세요ㅋㅋ 제가 가르치는 건 필요없으실거 같..고 문풀 혼자 하기 외로우시다든가😍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9:59   좋아요 1 | URL
아이 든든하다

유수 2023-07-16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밀려올라가는 애를 저 귀여운 애로 건성.. 눌러서 해결할 일입니까? (사실 전 잘 신경 안쓰는지라 이 세계를 모릅니다) 내보내줘.. ㅋㅋㅋ 자꾸 대답하고 싶네요. 근데 책의 위쪽 부분을 아래로 두셨네요? 아.. 앞이 말려 올라가는 거구나. 미안해요 자문자답일지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9:19   좋아요 1 | URL
장마철 되니 표지 양쪽 다 말려 올라가는데 뭔가 정복 느낌(?)으로 올라가는 걸로 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 이 책은 땅 파고 내려 가는게 맞았네요...늦었다...늘 혼잣말 될 뻔한 거 메아리 있으니 저는 그저 감사하규 유수님 요즘의 나의 빛 그저 빛 ㅋㅋㅋ

유수 2023-07-16 19:3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넘 귀여운 거예요. 사진 보고 어디 그전 글 사진에도 뭐가 쓰여있나 들여다보게 됨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6 19:38   좋아요 1 | URL
애들 거 뺏어다 문진겸 손목받침대 겸 스트레스해소볼(이게 진짜 용도래요 수학할 때 너무 쥐어짜서 배 조금 터짐 미안...) 인스타갬성템(인스타 안 하지만 알라딘이랑 네이버블로그를 그느낌으로 색칠) 다용도로 잘 씀미다
 
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 못다 깐 근육과 신경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25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714 얍듈라.

뻥이고, 난 가라앉을 땐 만화책을 봐. 쟁여둔 만화책이 소진된 줄 알았는데, 제일 따끈한 최신간 만화가 한 권 남아 있었다.
전작에선 드립도 진짜 너무 빽빽하고 (응 꼭 막 사드 책의 못된 짓 마냥 너무 꽉 들어찬 밈들) 퀸, 으로 모에화된 신경, 심장, 척추 등장도 많았다. 그런데 스포츠 전공한 저자의 공부가 깊어졌는지, 더 진중해졌는지, 드립도 소화할 만큼 적당-해졌고(으아니 아닌가 내가 커뮤니티 구경=밈 공부를 너무 한 것인가), 이번에는 근육과 신경 위주라 그런가 신체 여성화 했다고 어디가서 개쳐맞고 와서 그런가(그러나 만화쟁이들한테 여체 그리지 말라 그러면 애들 다 만화 관두지 않을까…아 저거 뇌피셜임) 퀸들의 비중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왠지 내가 인대도 파열되고, 맨날 책쳐보고 인터넷쳐한다고 목근육이랑 머리가 아파 그런가, 왠지 나랑 밀접하고 친밀하고 유익한 느낌이었다. 데헷.

아!!!! 마지막에 저자가 책 권해주는데 그것은...빌 헤이스의 ‘해부학자’!!!! 나 올해 빌 헤이스 ‘인썸니악 시티’봤는데… 그레이 아나토미 저자 헨리 그레이 추적한 책 썼다고 근데 그 책은 별로라는 소문도...있었는데 해부학 만화 그린 사람이 우왕 굿 ㅋ하고 추천하잖아… 궁금해졌다.

+밑줄 긋기 아니고 퍼오기
-이 만화에서 제법 귀여운 콤비인 (뼈)다귀와 근(육)돼(지), 사이사이 네컷 만화 여전히 귀엽다. (가끔 쫌 뻘하다. 근육과 뼈는 성별이 없다.)

-C8은 욕이 아니야!!! 새끼 손가락 부위를 담당하는 피부 감각 부위라규!!! ㅋㅋㅋ 퀸 중에 제일은 신경퀸...이었으나 뭔가 아마조네스 삘로 근육퀸 등장 ㅋㅋㅋ근데 디테일 신경 썼는데 인기 없을 것 같음…(거 만화 취향에선 외모 코르셋 벗기가 쉽지가 않음…예쁜 게 보기 좋아서 그거 어떻게 고침...)

++초판 한정부록으로 ‘신경퀸의 중간고사’ 별책 만화를 주는데...이게 찐이야 ㅋㅋㅋㅋ오다 주웠다 하구 근육퀸이 운석 선물 ㅋㅋㅋ나 이런 거 좋아함 ㅋㅋㅋ

+++악 ㅋㅋㅋㅋ텐텐으로 도핑 ㅋㅋㅋ심판매수 ㅋㅋㅋㅋ숨을 쉴 수 없다...근돼랑 다귀가 악당 역하는 거 ㅋㅋ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수 2023-07-14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벌크업되어보이는 쟤가 다귀라고? 의아했는데 알바간다고 새벽에 주섬주섬 잠바입고 나서는 다귀..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7-14 22:12   좋아요 1 | URL
근육 패딩 종류도 여러벌이더라구요? 패딩 비싼데 다귀 좀 산다귀????(때려도 돼...)

유수 2023-07-14 22:16   좋아요 1 | URL
ㄲㄲㄲㄲㅋㅋㄲㄲㄲ

은오 2023-07-15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열님 안읽는 분야도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7-15 10:17   좋아요 2 | URL
음 BL GL 로판 무협지 등등 장르물 요즘엔 SF랑 여성주의랑 철학책도 잘 안 본...다면서 앞에 니체랑 모든 여성은 같은 투쟁을 하지 않는다랑 어슐러 르귄 꽂아뒀네? 꺄르륵

은오 2023-07-15 10:41   좋아요 2 | URL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안 가리고 다 집어삼키는 분이십니다 ㅋㅋㅋㅋㅋ

유수 2023-07-15 10:50   좋아요 2 | URL
은오님 같은 생각입니다 ㅋㅋ 그러면 저는 모든 여성이랑 르귄 기다릴게요. 르귄은 에세이말고 소설 꽂아놓으신 건가요.. 칠조어론이라는 큰산..

반유행열반인 2023-07-15 11:04   좋아요 1 | URL
소설만 세 권 사놓고 벌써 몇 년 묵었어서 너무 묵혔네...하고 일단 제일 처음 모신 걸로다 가까이 꽂아만 놨어요 ㅋㅋㅋ장강명(나 몇 년 전만 해도 이분 전작 ㅋㅋㅋ한 2년 전 부터 놓아보냄 ㅋㅋㅋ그렇게 놓아 보낸 작가가 구병모 정유정 김영하 등등 있음...하산할게 ㅋㅋㅋ)신작 SF보느니 고전 보자 하고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5 11:05   좋아요 1 | URL
은오님 유슈님은 아직 많은 사람을 보지 못한 모양이에요...난 그냥 잡탕 독서계의 꼬꼬마새끼여...

은오 2023-07-15 11:07   좋아요 3 | URL
아니 누가 사드를 실제로 읽고.. 그 이상하고 느끼한 편지 모음집 있잖아요? 그거 유열님 아니면 누가 읽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열님 셀프고문을 즐기시는 마조히스트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ㅜ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5 11:12   좋아요 5 | URL
음 저는 온건하게 사랑 받는 것을 좋아하며 날 때리는 놈은 내가 더 세게 쳐패고 빠이빠이 합니다... 쳐패는 책 등신 같은 책 참고 읽는 이유는 더 세게 패는 독후감을 쓰기 위함...
 
[eBook] 악덕의 번영 동서문화사 월드북 170
사드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0713 사드 미운 새끼.


싸드 이 새끼는 누가 나중에 읽거나 말거나 어쩌라구 니기미 씨비다 이러고 막 싸 갈기듯 글을 쓴 것 같다. 여기에 어떤 어려운 철학이 듬뿍 담긴 것도 아니고, 그저 날것의 난행들이 가득할 뿐이었지만, 올여름 독서 중 이 책 읽기야 말로 고난이고 고행이었다.

검색해보면 번역자 김문운이 1977년에 이미 죽었다, 일본 유학 다녀온 사람이 프랑스어 했겠냐 일본어판 해적 불법 중역본이다, 아니 유령번역가다, 역자가 맘대로 잘라내고 건너뛰고 지어내고 엉망이다, 말이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소돔120일 처음 읽던 2013년에는 이 번역가를 거친 버전 밖에 없었고, 2018년에 성귀수 번역가가 전집 시리즈 중 하나로 새 번역판을 내어 놓긴 했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전 다시 안 봅니다...
현존하는 악덕의 번영은 동서출판사의 책 단 한 권이고, 누가 돈 주고 산다고 하면, 말린다. 종이책 너무 비싸서 전자책은 좀 할인이 되길래 샀는데, 팔지도 못해… 그때 알라딘이 귀여운 체셔 고양이 키링 시계 준대서 샀는데, 그 시계는 약이 떨어져 멈춘지 오래다. 그러니까, 굳이, 굳이? 읽고 싶으시면 사드의 다른 작품 먼저 보시구...이 책은 다른 번역본이 나오면 그때나...그때도 읽지 마!!!

악에 대한 책은 많다. 쾌락에 대한 책도, 음란한 책도 많고 많지만, 이 책은 온갖 음행을 담아도, 책 속 등장인물이 신나서 도락을 즐겨도, 읽는 이에게는 그것이 야하지도 쾌감을 주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냥 역겨움...사드 너 창의력 대마왕에 신과 법과 세상에 아주 반역반역 반대자인 거 알겠는데 그거 알자고 사드 책 네 권 이상 볼 필요는 없지 싶다. 그래도 궁금하다면...아 그냥 상상력은 이상한데다 쥐어짜내서 갖은 패륜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희생양들 고문하다 죽이고, 가끔 먹고, 내 마음이 달라져 그런가 나이들어 그런가 몰라도, 소돔120일은 대량학살에 악행이라도 약간 판타지 같고 희극적인 게 있는데, 이 책은 그냥 악덕악덕 악악악악 강약중강약 없이 강강강 하고 악 버무리만 하다 보니, 오히려 무감동 무미하다. 끔찍한데 진짜 그게 쉬지도 않고 그래서 지루할 정도… msg도 한 숟갈 톡 털어 넣어야 감칠맛이지, 미원 한 봉다리 껴안고 퍽퍽 퍼먹으면 혀는 마비되는 것이다… 감각 없이 역겹다 그냥… 심장 딜도 들어봤냐...좁아서 안 들어가니까 심장 잘라서 넣으래...하아...진짜… 그쯤되면 어이가 없는데 이새끼는 진짜 거기서 끝을 모르고 점점 더함…

아, 사드를 읽고 영화 아가씨를 보면, 박찬욱도 사드 열심히 읽었구만, 살로 소돔도 열심히 봤구만, 오오 쥘리에뜨, 이야기 상연회 할 때랑 지하 고문실 장면 보면 그냥 그런 생각이 팍 든다… 그것도 성과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거 알아차리는 눈...없어도 삶은 더 잘 돌아간다아...
그리고 이런 독서에서 어떤 즐거움도 못 느끼는 나를 보며 나 생각보다 정상이야...쥘리에뜨에 비하면 착해...천사야… 아니 괴로워하면서도 꾸역꾸역 끝을 본다고 읽으니 비정상인가… 약간의 혼돈마저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보부아르를 피해다녔다(?) 싶을 정도였는데, 이 책 펴면 읽으려던 소설은 안 나오고 서문 격으로 보부아르가 쓴 ‘사드를 화형시켜야 하는가?’ 이런 글이 실려있다. 이 작품에 대한 해제는 아니고 사드 작품과 사드라는 인물 일반과 삶에 대한 비평 쯤으로 읽혔는데, 그래서 나름 이 언니는 뭐라 하나, 나에게 사드 독서에 대한 이해 약간이나마 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못했다. 그저 사드도 뭐 존재 가치가 아예 없는 건 아녜요? 정도...그 소리 듣자고 어려운 말을 꾸역꾸역 보았구나… 그치만 이 소설은 진짜…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요… 이런 걸 이렇게 두껍게 쓸 일이냐고...너야 감옥에서 심심하니까 너 좋자고 썼겠지만...진짜 이거 고르고 산 내가 밉다. 끝까지 읽겠다고 오기로 버틴 나도 밉다. 이새끼 감옥에 가둬 이런 거 쓰게 만든 프랑스도 밉다. 애새끼 이따위로 기른 사드 엄마도 밉다.

그런 미운 사드의 눈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스웨덴 구석구석 유럽 여행을 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쁜 짓 하는 로드무비는 또 처음이네…


+밑줄 긋기
-
사드의 비정상성은 그것을 타고난 성질로서 견뎌내지 않고 자기의 것으로 주장하므로 그가 거대한 체계를 이룩해내는 바로 그 순간에 가치를 드러낸다. 뒤집어 말하면, 그의 글이 풍기는 장황함과 틀에 박힌 하찮은 이야기를 통해 그 특수성이 전달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하나의 체험을 사드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것임을 아는 순간, 그의 글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
그의 놀라움은 꽃병이 깨질 때까지 꽃병을 후려치는 놀라운 어린아이와 닮았다. 그는 늘 위험을 즐기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지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의심했다. 사회는 개인이 모든 몫을 지니기를 거부하고, 뱃속에 감춘 것 없는 개인을 요구한다. 사회는 사드의 비밀을 재빨리 벗겨내 범죄라는 틀 속에 송두리째 던져넣은 것이다.

-
가공적이고 환상적인 미덕은 우리를 겉만 번드르르한 세상에 가둔다. 그러나 육체와의 은밀한 결합이 악덕이라 불리는 것의 본성을 보증한다. 사드를 가까이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스티르나의 말을 빌리면, 미덕은 ‘인간’이라는 이 허무한 실재에서 개인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자기의 권리회복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나로서의 자기를 완성하는 것은 죄악으로만 가능하다. 가난한 사람이 체념한다면, 또는 동포를 위해 싸우려 애써도 그 노력이 헛되다면 가난한 사람은 멋지게 조종당하고 속아 넘어가며, 자연이 가지고 노는 무기력한 대상이 되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
“19세기 내내 묵살당했던 이 인물은 20세기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마르키 드 사드, 과거에 존재했던 가장 자유로운 이 정신은 여성에 관한 독특한 사상을 지님으로써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자유로운 존재가 되도록 하려고 했다.
?우리도 언젠가 받아들이게 될 이 사상은 먼저 두 소설로서 탄생을 보았다. 《쥐스틴》과 《쥘리에트》가 그것이다. 후작이 남주인공이 아니라 여주인공을 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쥐스틴은 고리타분한 여자, 비참하고 노예가 된 인간 이하의 존재이다. 이에 반해 쥘리에트는 작자가 예견한 신여성, 아직 아무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인간성으로부터 해방된 존재, 날개를 지니고 세상을 새롭게 할 여성이다. ……어쩌면 독자는 이 소설들 속에서 불쾌한 문장밖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아폴리네르 《마르키 드 사드 작품집》 1909)

-
그렇지만 지옥의 교리를 없애고 천국의 교리를 믿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어느 쪽이나 인간의 생각을 막아 이를 절대군주의 전제적인 속박 아래 두려는 종교적 폭군들의 잔인한 발명품이니까. 우리 인간은 물질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죽은 뒤에는 절대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해요. 우리가 영혼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 것도 모두 실은 단순한 물질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요. 이것은 인간의 자존심을 해치는 것 같아 혼이야말로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것으로 다들 여기는데 그러나 만일 우리가 동물처럼 우리를 움직이는 요소를 모두 물질로 되돌린다면 우리는 이제 자연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체질에 따라서 빠져드는 극악무도에 의해 벌을 받는 일도 없는가 하면 반대로 체질에 따라서 실행해야 할 선행에 의해 보상을 받는 일도 없을 거예요. 선행을 하건, 악행을 하건 이 세상 뒤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거죠.

-
인간에게 있어서 무지몽매와 동포의 악 말고는 지옥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죽어버리면 모든 일이 끝장이에요. 영원히 무로 돌아가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그런데도 자신의 정욕을 마음껏 구사하지 못한다니 한심해요. 인간은 정욕을 위해서만 만들어졌고 어떤 극단적인 방법도 정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믿어야 해요. 그러면 영원한 형벌이라는 학설을 깨뜨리기 위해 내가 편리하게 이용한 신의 관념을 이쯤에서 속물들에게 돌려보내기로 할까요? 요컨대 신도 악마도 있지 않아요. 천국도 지옥도 없어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수행해야 할 유일한 의무는 사회적인 이해관계를 제외하면 단지 쾌락의 의무뿐이에요.

-
의심할 것도 없는데 악 또는 악이라고 불리는 것이야말로 이 비참한 우주의 부패한 조직에 있어서 절대로 필요한 것이지. 그리고 이 우주를 만들어낸 신은 매우 복수심이 강하고, 매우 야만, 매우 악랄, 매우 부정, 매우 잔혹한 존재인 거야. 왜냐하면 복수, 야만, 악의, 부정, 포학이야말로 이 광대무변한 천지창조의 원동력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것에 의해서 상처를 입게 될 때 말고는 굳이 불평을 하지 않으니까. 수형자에게 죄는 부당하지만 가해자에게 있어서 죄는 정당한 것이지. 그런데 만일 악 또는 악으로 불리는 것이 만물을 창조한 신의 본질이고 또 이 신을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본질이기도 하다면 악의 운동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신은 악 가운데서 세계를 창조하고, 악에 의해서 세계를 유지하며 악을 위해 세계를 존속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인간은 악에 침해되어 생활하고 죽은 뒤에도 악 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혼이라는 것도 묶인 것이 풀린 물질 위에 미치게 된 악의 작용에 지나지 않고 악에 의해서만 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창조물의 혼인 동시에 창조자의 혼이기도 한, 이 악이란 양상은 따라서 창조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만물이 죽어 없어진 뒤에도 존재할 거야. 만물은 신처럼 악랄, 야만, 무도해야만 해.

-
국민들이 재능을 가질 필요가 어디에 있지? 그들에게 재능을 줄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수를 줄이는 게 나아. 프랑스의 인구는 줄일 필요가 있어. 치부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거지를 쫓아내자. 선동가는 이와 같은 계급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 요양원이나 병원도 부숴버리자. 국민을 오만하게 하는 시설은 하나도 남기지 말자. 아시아의 민초가 묶여 있는 사슬보다도 천배나 무거운 사슬로 그들을 묶어 노예처럼 땅에 기어다니게 하면 돼.

-
나는 자연이 요구하는 파괴에 협력하기 위해 자연의 입에서 토해낸 하나의 괴물인 것이다. 인류라는 종족 가운데서 오직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오오, 그렇다, 나는 세간의 인간들이 나에게 퍼붓는 욕설과 잡소리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누구 한 사람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힘차고, 고독 가운데서 진정으로 즐기며, 모든 인간을 혐오하고, 나에 대한 인간들의 비난공격을 업신여길 정도로 지혜에 뛰어나며, 온갖 제례를 부서뜨리고, 온갖 종교를 비웃으며, 온갖 신을 위안으로 삼을 정도로 학식이 뛰어나고, 모든 정부에 침을 뱉으며, 모든 속박, 온갖 예속, 온갖 도덕원리를 뛰어넘을 만큼 오만불손한 인간이므로 넓지 않은 나의 영지 가운데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
“인간들을 속이자고요. 그거야말로 그들에 대한 가장 큰 봉사니까요…… 그렇죠, 브라스키 씨? 우리 이제 성당으로 가서 인간 몇을 죽일까요?”
“물론이지.” 교황은 대답했다.

-
물론 그는 이미 오래전에 병들어 죽고 없지만, 우리도 몇 개월 뒤, 몇 년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줄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
다른 미친 사람을 데려왔는데 그 남자는 자기가 하느님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번엔 하느님과 즐겨볼까요?” 베스폴리는 우리에게 말했다. “잘 보시오. 섹스하기 전에 하느님을 실컷 때려줄 테니까. 자, 이리 와. 이리 오라고. 바보 같은 하느님 놈아…… 엉덩이를 내밀란 말야, 엉덩이를.”
이윽고 하느님도 간수의 손으로 십자가에 묶였고, 순식간에 한낱 인간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7-14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4 08:44   좋아요 2 | URL
사드가 신성모독(좋다 하신 밑줄 대부분)은 찰지게 잘해요... 멜서스는 신부라 사드가 싫어할 듯 근데 인구 많다고 싹 죽여버리자 이런 건 좀 멜서스걱정에 대한 사드의 해결책 ㅋㅋㅋ 이 책은 아마 감옥 나오고 말년에 가장 독해진 채로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은오 2023-07-14 06: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열님의 셀프고문현장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4 08:42   좋아요 1 | URL
이전 책까지만 해도 읽을 순 있다 였는데 말입니다... 이 책은 읽다 보면 어휴 사드를 읽느니- 하는 은오님의 쯧쯧 얼굴이 부쩍 자주 떠올랐습니다... 불닭볶음면은 음식이지만 이건 그냥 핵폐기물입니다...

미미 2023-07-14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열반인님 사서 고생하시는 모습! 저는 또 왜 따라하고 싶죠? 우리 무슨 사드 순례자도 아니고ㅋㅋㅋㅋ
돈 주고 사지말라 하셨으니 도서관에 있나 미리 봐둬야겠어요. 일부러 pc들어와 읽었는데 너무 재밌습니다.
마지막 문장 ...어쩌나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4 11:42   좋아요 2 | URL
굳이 난도 따지자면 미덕의 불운<밀실에서나 하는 철학(규방철학)<소돔120일<악덕의 번영 순이구요. 뒤로 갈수록 스케일도 커지고 번역도 후져집니다. 그런데 악당 주인공 입빌려서 설파하는 개똥철학(반사회성, 악이 의무이다, 무신론)은 복붙 돌림노래라 굳이 찍어먹을 필요는... 아니 다들 사드 지독하다 하면서도 제대로 읽고 어느 정도인지 아는 놈 알려주는 놈은 없어서 직접 봤는데 이제 집에 갈게요... 집에 보내주세요... 살려주세요...

Yeagene 2023-07-14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힘든 독서셨군요..고생하셨습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14 14:23   좋아요 2 | URL
제가 잘못했습니다 ㅎㅎㅎ 고생은요... 감사합니다.

난티나무 2023-07-14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치만 사드는 감옥 갇힐만 했고요, (그냥 사형이 낫지 않았을까…@@ 그럼 더이상은 없었을 텐데) 사드가 그리 클 줄 사드엄마는 모르지 않았을까… ㅎㅎㅎ (유일하게 걸리는 문장이라서 딴지 걸어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함.ㅎ)
아 저는 사드를 읽지는 않았지만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거기 무지하게 많이 나와서 쪼매 맛을 봤구요, 비판해줘서 좋았고요, 보부아르는 음 왜 그랬을까 ㅋㅋㅋㅋㅋ 싶었답니다.
암튼 저걸 다 읽으셨…@@ 와!!!!!!!

반유행열반인 2023-07-14 14:30   좋아요 2 | URL
저도 엄마 찾으면서 이건 좀 문제적이지 싶지만 진짜 저 정도로 자라려면 친모 친부든 대리양육자든 유년기에 애착 하나도 안 준 거 아닌가 싶어서 (작품 내에도 친모 살해 자녀 살해 자녀 약취 이런게 너무너무 많이 나와요... 보부아르 글에도 클로소프스키가 추론한 쟤 엄마랑 관계가 영향 있지 않겠냐 근데 추론일 뿐 근거 부재 뭐 그런 언급도 있고) 그런 안타까움을 제가 너무 후려쳐 써 버린 것 같긴 합니다... 그냥 너무 잔혹하게 자라나 인간 사랑할 줄 모르게 크는 인간 보면 슬프고 끔찍해서 아무나 미워해 버렸네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3-07-14 16:00   좋아요 3 | URL
아니 실례라니 무슨 말씀을.^^;;; 영향 당근 있었겠죠. 다만 아시다시피 범죄자를 놓고 이야기할 때 어린 시절 소환되면 그게 원인이라 치부될 때가 많아서 유독 제가 크게 읽었나 봅니다. 내 우울은 어린 시절에서 왔다, 엄마나 아빠 때문이다, 이거 맞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 있으니까요… (부정하고 시포요..ㅋㅋ)
제가 댓글 또 늠 막 썼나 봐요. ㅠㅠ 열반인님 마지막 문장은 농담으로 알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4 16:03   좋아요 1 | URL
아이참 제가 여태 갑자기 엄마 아빠 미워...이러고 갑자기 사드 빙의해 있었거든요 ㅋㅋㅋㅋ 못된 새끼들이 꼭 부모탓하지 ㅋㅋㅋ(막상 내 어린이들이 그러면 막 혼낼 거면서 ㅋㅋㅋ) 감사합니다 난티나무님ㅎㅎㅎ

유수 2023-07-14 21:33   좋아요 2 | URL
오… 좋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이렇게 댓글을 써봐야지. 저는 맨날 삼키는 통에 ㅋㅋ 두분이 그냥 막 쓰라고 하시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