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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악덕의 번영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170
사드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2년 12월
평점 :
-20230713 사드 미운 새끼.
싸드 이 새끼는 누가 나중에 읽거나 말거나 어쩌라구 니기미 씨비다 이러고 막 싸 갈기듯 글을 쓴 것 같다. 여기에 어떤 어려운 철학이 듬뿍 담긴 것도 아니고, 그저 날것의 난행들이 가득할 뿐이었지만, 올여름 독서 중 이 책 읽기야 말로 고난이고 고행이었다.
검색해보면 번역자 김문운이 1977년에 이미 죽었다, 일본 유학 다녀온 사람이 프랑스어 했겠냐 일본어판 해적 불법 중역본이다, 아니 유령번역가다, 역자가 맘대로 잘라내고 건너뛰고 지어내고 엉망이다, 말이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소돔120일 처음 읽던 2013년에는 이 번역가를 거친 버전 밖에 없었고, 2018년에 성귀수 번역가가 전집 시리즈 중 하나로 새 번역판을 내어 놓긴 했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전 다시 안 봅니다...
현존하는 악덕의 번영은 동서출판사의 책 단 한 권이고, 누가 돈 주고 산다고 하면, 말린다. 종이책 너무 비싸서 전자책은 좀 할인이 되길래 샀는데, 팔지도 못해… 그때 알라딘이 귀여운 체셔 고양이 키링 시계 준대서 샀는데, 그 시계는 약이 떨어져 멈춘지 오래다. 그러니까, 굳이, 굳이? 읽고 싶으시면 사드의 다른 작품 먼저 보시구...이 책은 다른 번역본이 나오면 그때나...그때도 읽지 마!!!
악에 대한 책은 많다. 쾌락에 대한 책도, 음란한 책도 많고 많지만, 이 책은 온갖 음행을 담아도, 책 속 등장인물이 신나서 도락을 즐겨도, 읽는 이에게는 그것이 야하지도 쾌감을 주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냥 역겨움...사드 너 창의력 대마왕에 신과 법과 세상에 아주 반역반역 반대자인 거 알겠는데 그거 알자고 사드 책 네 권 이상 볼 필요는 없지 싶다. 그래도 궁금하다면...아 그냥 상상력은 이상한데다 쥐어짜내서 갖은 패륜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희생양들 고문하다 죽이고, 가끔 먹고, 내 마음이 달라져 그런가 나이들어 그런가 몰라도, 소돔120일은 대량학살에 악행이라도 약간 판타지 같고 희극적인 게 있는데, 이 책은 그냥 악덕악덕 악악악악 강약중강약 없이 강강강 하고 악 버무리만 하다 보니, 오히려 무감동 무미하다. 끔찍한데 진짜 그게 쉬지도 않고 그래서 지루할 정도… msg도 한 숟갈 톡 털어 넣어야 감칠맛이지, 미원 한 봉다리 껴안고 퍽퍽 퍼먹으면 혀는 마비되는 것이다… 감각 없이 역겹다 그냥… 심장 딜도 들어봤냐...좁아서 안 들어가니까 심장 잘라서 넣으래...하아...진짜… 그쯤되면 어이가 없는데 이새끼는 진짜 거기서 끝을 모르고 점점 더함…
아, 사드를 읽고 영화 아가씨를 보면, 박찬욱도 사드 열심히 읽었구만, 살로 소돔도 열심히 봤구만, 오오 쥘리에뜨, 이야기 상연회 할 때랑 지하 고문실 장면 보면 그냥 그런 생각이 팍 든다… 그것도 성과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거 알아차리는 눈...없어도 삶은 더 잘 돌아간다아...
그리고 이런 독서에서 어떤 즐거움도 못 느끼는 나를 보며 나 생각보다 정상이야...쥘리에뜨에 비하면 착해...천사야… 아니 괴로워하면서도 꾸역꾸역 끝을 본다고 읽으니 비정상인가… 약간의 혼돈마저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보부아르를 피해다녔다(?) 싶을 정도였는데, 이 책 펴면 읽으려던 소설은 안 나오고 서문 격으로 보부아르가 쓴 ‘사드를 화형시켜야 하는가?’ 이런 글이 실려있다. 이 작품에 대한 해제는 아니고 사드 작품과 사드라는 인물 일반과 삶에 대한 비평 쯤으로 읽혔는데, 그래서 나름 이 언니는 뭐라 하나, 나에게 사드 독서에 대한 이해 약간이나마 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못했다. 그저 사드도 뭐 존재 가치가 아예 없는 건 아녜요? 정도...그 소리 듣자고 어려운 말을 꾸역꾸역 보았구나… 그치만 이 소설은 진짜…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요… 이런 걸 이렇게 두껍게 쓸 일이냐고...너야 감옥에서 심심하니까 너 좋자고 썼겠지만...진짜 이거 고르고 산 내가 밉다. 끝까지 읽겠다고 오기로 버틴 나도 밉다. 이새끼 감옥에 가둬 이런 거 쓰게 만든 프랑스도 밉다. 애새끼 이따위로 기른 사드 엄마도 밉다.
그런 미운 사드의 눈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스웨덴 구석구석 유럽 여행을 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쁜 짓 하는 로드무비는 또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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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비정상성은 그것을 타고난 성질로서 견뎌내지 않고 자기의 것으로 주장하므로 그가 거대한 체계를 이룩해내는 바로 그 순간에 가치를 드러낸다. 뒤집어 말하면, 그의 글이 풍기는 장황함과 틀에 박힌 하찮은 이야기를 통해 그 특수성이 전달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하나의 체험을 사드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것임을 아는 순간, 그의 글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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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놀라움은 꽃병이 깨질 때까지 꽃병을 후려치는 놀라운 어린아이와 닮았다. 그는 늘 위험을 즐기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지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의심했다. 사회는 개인이 모든 몫을 지니기를 거부하고, 뱃속에 감춘 것 없는 개인을 요구한다. 사회는 사드의 비밀을 재빨리 벗겨내 범죄라는 틀 속에 송두리째 던져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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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적이고 환상적인 미덕은 우리를 겉만 번드르르한 세상에 가둔다. 그러나 육체와의 은밀한 결합이 악덕이라 불리는 것의 본성을 보증한다. 사드를 가까이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스티르나의 말을 빌리면, 미덕은 ‘인간’이라는 이 허무한 실재에서 개인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자기의 권리회복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나로서의 자기를 완성하는 것은 죄악으로만 가능하다. 가난한 사람이 체념한다면, 또는 동포를 위해 싸우려 애써도 그 노력이 헛되다면 가난한 사람은 멋지게 조종당하고 속아 넘어가며, 자연이 가지고 노는 무기력한 대상이 되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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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내내 묵살당했던 이 인물은 20세기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마르키 드 사드, 과거에 존재했던 가장 자유로운 이 정신은 여성에 관한 독특한 사상을 지님으로써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자유로운 존재가 되도록 하려고 했다.
?우리도 언젠가 받아들이게 될 이 사상은 먼저 두 소설로서 탄생을 보았다. 《쥐스틴》과 《쥘리에트》가 그것이다. 후작이 남주인공이 아니라 여주인공을 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쥐스틴은 고리타분한 여자, 비참하고 노예가 된 인간 이하의 존재이다. 이에 반해 쥘리에트는 작자가 예견한 신여성, 아직 아무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인간성으로부터 해방된 존재, 날개를 지니고 세상을 새롭게 할 여성이다. ……어쩌면 독자는 이 소설들 속에서 불쾌한 문장밖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아폴리네르 《마르키 드 사드 작품집》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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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옥의 교리를 없애고 천국의 교리를 믿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어느 쪽이나 인간의 생각을 막아 이를 절대군주의 전제적인 속박 아래 두려는 종교적 폭군들의 잔인한 발명품이니까. 우리 인간은 물질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죽은 뒤에는 절대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해요. 우리가 영혼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 것도 모두 실은 단순한 물질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요. 이것은 인간의 자존심을 해치는 것 같아 혼이야말로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것으로 다들 여기는데 그러나 만일 우리가 동물처럼 우리를 움직이는 요소를 모두 물질로 되돌린다면 우리는 이제 자연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체질에 따라서 빠져드는 극악무도에 의해 벌을 받는 일도 없는가 하면 반대로 체질에 따라서 실행해야 할 선행에 의해 보상을 받는 일도 없을 거예요. 선행을 하건, 악행을 하건 이 세상 뒤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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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서 무지몽매와 동포의 악 말고는 지옥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죽어버리면 모든 일이 끝장이에요. 영원히 무로 돌아가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그런데도 자신의 정욕을 마음껏 구사하지 못한다니 한심해요. 인간은 정욕을 위해서만 만들어졌고 어떤 극단적인 방법도 정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믿어야 해요. 그러면 영원한 형벌이라는 학설을 깨뜨리기 위해 내가 편리하게 이용한 신의 관념을 이쯤에서 속물들에게 돌려보내기로 할까요? 요컨대 신도 악마도 있지 않아요. 천국도 지옥도 없어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수행해야 할 유일한 의무는 사회적인 이해관계를 제외하면 단지 쾌락의 의무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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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것도 없는데 악 또는 악이라고 불리는 것이야말로 이 비참한 우주의 부패한 조직에 있어서 절대로 필요한 것이지. 그리고 이 우주를 만들어낸 신은 매우 복수심이 강하고, 매우 야만, 매우 악랄, 매우 부정, 매우 잔혹한 존재인 거야. 왜냐하면 복수, 야만, 악의, 부정, 포학이야말로 이 광대무변한 천지창조의 원동력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것에 의해서 상처를 입게 될 때 말고는 굳이 불평을 하지 않으니까. 수형자에게 죄는 부당하지만 가해자에게 있어서 죄는 정당한 것이지. 그런데 만일 악 또는 악으로 불리는 것이 만물을 창조한 신의 본질이고 또 이 신을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본질이기도 하다면 악의 운동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신은 악 가운데서 세계를 창조하고, 악에 의해서 세계를 유지하며 악을 위해 세계를 존속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인간은 악에 침해되어 생활하고 죽은 뒤에도 악 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혼이라는 것도 묶인 것이 풀린 물질 위에 미치게 된 악의 작용에 지나지 않고 악에 의해서만 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창조물의 혼인 동시에 창조자의 혼이기도 한, 이 악이란 양상은 따라서 창조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만물이 죽어 없어진 뒤에도 존재할 거야. 만물은 신처럼 악랄, 야만, 무도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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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재능을 가질 필요가 어디에 있지? 그들에게 재능을 줄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수를 줄이는 게 나아. 프랑스의 인구는 줄일 필요가 있어. 치부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먼저 거지를 쫓아내자. 선동가는 이와 같은 계급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 요양원이나 병원도 부숴버리자. 국민을 오만하게 하는 시설은 하나도 남기지 말자. 아시아의 민초가 묶여 있는 사슬보다도 천배나 무거운 사슬로 그들을 묶어 노예처럼 땅에 기어다니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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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이 요구하는 파괴에 협력하기 위해 자연의 입에서 토해낸 하나의 괴물인 것이다. 인류라는 종족 가운데서 오직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오오, 그렇다, 나는 세간의 인간들이 나에게 퍼붓는 욕설과 잡소리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누구 한 사람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힘차고, 고독 가운데서 진정으로 즐기며, 모든 인간을 혐오하고, 나에 대한 인간들의 비난공격을 업신여길 정도로 지혜에 뛰어나며, 온갖 제례를 부서뜨리고, 온갖 종교를 비웃으며, 온갖 신을 위안으로 삼을 정도로 학식이 뛰어나고, 모든 정부에 침을 뱉으며, 모든 속박, 온갖 예속, 온갖 도덕원리를 뛰어넘을 만큼 오만불손한 인간이므로 넓지 않은 나의 영지 가운데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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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을 속이자고요. 그거야말로 그들에 대한 가장 큰 봉사니까요…… 그렇죠, 브라스키 씨? 우리 이제 성당으로 가서 인간 몇을 죽일까요?”
“물론이지.” 교황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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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이미 오래전에 병들어 죽고 없지만, 우리도 몇 개월 뒤, 몇 년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의 여신이 손에 든 커다란 낫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조리 싹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주 잠깐 머무를 뿐인 인생길은 되도록 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죽음의 여신이 우리의 목숨줄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엔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도록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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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친 사람을 데려왔는데 그 남자는 자기가 하느님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번엔 하느님과 즐겨볼까요?” 베스폴리는 우리에게 말했다. “잘 보시오. 섹스하기 전에 하느님을 실컷 때려줄 테니까. 자, 이리 와. 이리 오라고. 바보 같은 하느님 놈아…… 엉덩이를 내밀란 말야, 엉덩이를.”
이윽고 하느님도 간수의 손으로 십자가에 묶였고, 순식간에 한낱 인간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