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말한다 - 당비생각 02
우에노 치즈코.조한혜정 지음, 사사키 노리코.김찬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이웃님의 요청으로…19년 전 애기 때 서평 숙제 낸 걸 발굴해서 올립니다…ㅋㅋㅋ스물한살 애기야 너 문장 왜 이따위야?ㅋㅋㅋ

-20041104 조한혜정, 우에노 치즈코.

근대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우에노 치즈코, 조한혜정의 『경계에서 말한다』를 읽고

처음 수업시간에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때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제목이 상당히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경계‘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한국과 일본의 두 학자가 주고받은 글이니 두 나라의 차이를 긋는 선이 아닐까, 처음에는 그렇게 짐작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또다른 많은 경계를 접하게 되었다. 우선 두 저자는 근대를 벗어나 탈근대로 이행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는데, 현재는 근대와 탈근대의 경계선상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속에서 근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국민이냐 시민이냐를 고민할 때 그 중간에 서 있는 개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와 노년의 삶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의 사람들, 두 언어를 가져야만 하는 바이링궐의 모국어와 영어 혹은 자문화연구와 파견연구, 그리고 통역, 유학을 다녀오는 사람들 등. 우에노 치즈코와 조한혜정은 편지글을 통해 여성의 강점이라 할 만한 친근한 언어로 날카롭고 깊이 있게 다방면의 주제에 관한 논의들을 하고 있었다. 형식 때문인지 저자들이 박식하고 글을 잘 쓴 덕인지 몰라도 무거운 이야기들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편지는 ‘적의 무기로 싸우는 것에 대해, 식민지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우에노 치즈코는 전쟁의 지배 하에서, 미국과 영어라는 거대한 그늘 아래에서,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적의 무기, 적의 언어로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 ‘바이링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바이링궐은 단순히 복종이 아니며, 언어를 거꾸로 사용함으로써 지금까지 누구도 알지 못한 현실을 읽어내고 만들어 가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위를 점하는 현실을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오히려 비교우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치즈코의 이 말은 영어 중독증에 걸린 한국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한국말은 제대로 못하더라도 기를 쓰고 영어를 익히려는 사람들, 조기유학붐... 영어에 능숙한 사람을 우대하고 유학생 출신 외국학위를 받은 사람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영어가 지배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우리 것의 강점을 살리며 영어를 익히기보다는 지배적인 흐름에 편승하려고만 해왔던 듯 하다. 조한혜정이 자신의 유학 경험과 일본의 지배를 받던 부모 조부모 세대를 교차하며 가족사를 이야기 한 것은 아직 학문 분야 등 많은 부분에서 식민지를 탈피하지 못한 우리의 상황을 보이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학술발표회에서 인류학을 자국의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으로 여기며 다른 민족을 조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나라를 연구해야함을 주장한 것도 인상 깊었다.

두 번째 편지 ‘선택할 수 없는 조국, 그 근대화의 역사 속에서‘에서 치즈코는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와 남성에 대해 모두 실망을 맛 본 경험을 이야기한다. 일본의 페미니즘은 1960년대의 좌익운동세력에서 파생되었으며 서구에서 유학한 이들을 통해 수입한 것이 아닌 자생적인 움직임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조한혜정이 말한 ‘원주민(현지인) 인류학자‘에 대해 상호모순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고 하면서 서구의 ‘지식의 식민지화‘ 전략을 꼬집는다. 오리엔탈리즘에 반발하여 ‘국학‘을 말하고 역오리엔탈리즘을 내세우는, 그러면서 서구가 일본에게 했듯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같은 일을 행한 일본의 모순됨을 지적하기도 한다. 식민지배/피지배의 경험과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뒤얽혀 있는 피해와 가해 관계를 이야기한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자매인 여성이지만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본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순됨을 느꼈다. 여성의 성피해가 현실에서 국가적인 문제로 여겨질 때만 부각될 수 있는 것도 개인이 택하지 않은 국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상황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했다. 식민지배를 받은 사람들의 자손이라는 것만으로 일본인에 대해 우리가 가졌던 반일감정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던 국가의 테두리가 희미해지고 국가의 위상이 약해지면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서 흐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 하다. 나는 이것도 개인이 국가를 벗어나는 탈근대적인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일본은 더 이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식민지배를 한 나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음악, 만화, 영화들을 높은 수준에서 생산해내는 나라로 더 와 닿는다. 조한혜정은 치즈코의 편지에 답하듯 한국의 학생운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군부독재에 저항하여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어 냈고, 오늘날의 학생들의 모습은 운동하던 세대와는 많이 변했다. 운동하던 386세대가 이런 변화를 거부하고 신세대를 비난하는 것을 조한혜정은 그들에게 상대주의적 사고와 심미적 감수성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화를 이야기하며 그녀는 일본과 한국의 다른 관점을 글로벌화의 ‘시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제대로 글로벌화‘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임을 지적한다.

세 번째 편지는 ‘여성의 급진성으로 다른 세상 만들기‘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조한혜정이 한국의 여성운동에 대해 소개하는데, 80년대부터 사회주의와 공존해 온, 서구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이 일어났던 한국 여성운동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두 갈래로 갈라진 흐름에서 조한혜정은 그 중 한 갈래인‘또하나의 문화‘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고 보수 언론에게 그들의 급진성을 ‘들키지 않고‘ 단체를 유지해 왔다. 이런 여성운동들도 결국 근대국가 형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졌음을 지적한다. 여성운동과 국가와의 관계를 파악했더라면 좀 더 다르게 운동했을지, 일본은 어떤지를 궁금해하면서. 또한 추신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 징용자들의 혁명적인 국적포기선언, 군대 성희롱으로 자살한 청년에 대한 국방부의 성명 등을 들어 ‘국가‘와 거리를 두는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즈코는 한일비교로 페미니즘 분석을 한 혜정의 편지를 보며 국경을 벗어나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셔널리즘의 영향하에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병과 같은, 극복해야 할 내셔널리즘, 국가보다 소중한 개인을 깨닫는 것이 페미니즘의 기본적 기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경포기선언을 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네 번째 편지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가, 다중심성의 세계 만들기‘는 우에노 치즈코가 조한혜정의 저서 ‘한국사회와 젠더‘에 대해 감상,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혜정이 말한 시차 개념이나 현재를 다른 사회의 과거에 대응된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모든 사회가 글로벌한 동시대성 속에 놓여있음을 강조한다. 여성 현실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주부화‘ 현상을 들고 남성이 부여한 틀을 깨는 작업으로서의 페미니즘을 말한다. 여성의 빠른 변화 속도와 그로 인한 여성과 남성의 역사적 시차, 부자연스러운 관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원조교제 논의, 비혼화와 저출산화, 이런 현상에 대해 여성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세력에게 대항할 준비를 그녀는 하고 있다. 원조교제나 성매매 문제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혼하지 않는 여성과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 낙태를 하는 여성은 그 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로 짐지워진 것들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화와 미래의 세원 부족 등을 들어 사회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혹은 도덕적인 잣대를 들어 낙태를 반대하는 모습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웃기기도 하고 우선하는 것이 개인이냐 혹은 국가냐 하는 문제와도 연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한혜정은 치즈코가 영문판 책에서 일본의 경우임을 명시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을 칭찬하며 ˝모든 것이 국지적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하는 시대임을 지적하고, 백인의 역사가 특수하고 국지적임을 드러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동시대성에 대해 치즈코가 비판한 시차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며, ‘비동시성의 동시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임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기존의 주류와 중심을 벗어나되 새로운 중심을 찾는 것이 아닌 다중심의 세계화, 지역화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치즈코가 이야기한 주부화를 한국의 상황에서 설명하고, 한국의 비혼화, 소자화-해체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인 한국 영화들에 대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이런 현상을 페미니즘이 아닌 소비 자본주의의 대중매체와 문화사업이 만들어냈음을 착잡해하면서)소개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시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기도‘ 다섯 번째 편지에서 우에노 치즈코는 출산저하와 고령화를 충격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비판하고, 그런 현상들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제국주의에 대항해 지속가능한 작은 나라를 꿈꾸기도 한다. 여기서 그녀는 고령화와 개호에 대해 고민한다. 집안 어른이 늙으면 당연히 자손들이 돌보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그리고 그 부담이 거의 여성들에게 가는 한국의 상황을 볼 때 개호라는 개념은 상당히 낯설지만 매력적인 것이었다. 가족단위의 보살핌이 정이 있고 아름답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사회는 변하고 있고 언제까지 무조건적인 희생을 특정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적인 개입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다른 것보다도 이러한 제도의 보장과 시행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늘 느낀 것이지만 탈근대의 움직임은 노년준비, 여성문제, 식민지, 비영어권 등처럼 약자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 주류 이외의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한혜정은 치즈코가 노년에 관심을 가지듯 자신이 젊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자신이 아이를 낳기로 한 선택에 대한 의무라고 말한다. ‘또하나의 문화‘모임과 대안 어린이 캠프 이야기, 규제와 감시를 참지 못하고 학교를 나온 아이들, 거대하고 비능률적인 학교로부터의 아이들 해방을 이야기하는 자신의 책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일본의 학교를 둘러 본 경험, 다매랜 모임, 교육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하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한 것 등.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불안과 그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음을,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그리 낙관적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여섯 번째 편지 ‘탈근대를 향한 모험으로 뛰어들기‘에서 조한혜정은 자신의 어머니를 간호하는 경험을 통해 한국의 간호 관행에서 바뀔 점과 유지할 점을 이야기하고, 이처럼 빠른 변화를 겪는 한국사회는 근대화와 탈근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할 때가 있음을 말한다. 교육개혁도 비슷한 맥락으로, 평준화 정책 및 사교육 억제 정책을 고수하는 평등주의자들과 사립고등학교 신설 등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맞서고 있으며, 학교는 이전보다는 평안한 무기력한 쉼터쯤으로 전락했다고 이야기한다. 대신 학원과 조기유학이 성행하고 그 결과 과외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대학 수업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조한혜정은 해체된 학교를 교육의 ‘기회균등‘ 차원에서 되살리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면서, 지역사회와 어울리는 ‘학교 중심 사회‘의 작은 학교 개념을 제시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하자센터의 작은 학교 모델을 소개한다. 그녀는 근대가 해체되면서 사람들 또는 학생들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으므로, 교육은 근대를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교육이 학교 내외의 불안과 위협을 보여주는 장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에서, 많은 경험들을 학교로는 충족할 수 없기에 그녀는 작은 마을 단위의 생활, 교육 공동체를 꿈꾼다. 국가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작은 공동체라는 것은 다소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보살핌의 유대로 묶인 공동육아를 하고 노후를 서로 보살펴주고 온 동네가 교육의 장이 되는 작은 마을은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주의 속에 만연하는 개인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우에노 치즈코는 긍정적이지 않은 미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를 택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이가 없어도 노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조한혜정의 ‘학교중심‘과 양육의 사회와는 좀 다른, 보살핌의 사회를 꿈꾸고 그래서 개호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가 아직은 끈끈하게 쥐고 있는 혈연조차 초월하고 혈연이 아니어도 좋고,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당연하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그녀는 하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가질만한 이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두 저자가 각각 개호와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성운동을 하는 것을 보며, 연구하게 되는 학문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다시 확인했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가장 열심히 잘 다루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한혜정이 이야기하는 ‘원주민 인류학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앞으로 무엇을 공부하고 관심을 가질지에 대해 대학을 들어온 직후에는 명확히 잡혀있지 않았는데 점차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하면서, 그리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 전공에 따라 내가 공부하는 사회과학과 교육학에 관한 것, 여성, 약한 사람이라는 경계 안에서 생각하고 혹은 경계 밖에서 안 쪽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찾게 되는 듯하다.

저자들이 다양한 중심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보며 세상을 바꾸어나가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간과하고 배제하는 부분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학문을 하며 자라온 그들로서는 생존권 투쟁을 하는 노동자 여성의 입장이나 성매매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기는 어렵지 않을지(그런 시도도 있어보이지는 않고), 그리고 탈근대화 시도에서 정작 ‘적당히 약하지만 목소리를 낼 여력을 가진사람들‘은 많은 중심중의 하나로 나아갈 수 있지만 그런 목소리도 내지 못할 만큼 약하고 여유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대변해줄 사람을 갖고 있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든 사회학이든 예술이든 문학이든 많은 분야에서 근대를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논의들을 접하게 된다. 주류라는 것이 존재하고 국가 중심, 백인과 남성중심이었던 세상에서 다양한 계층과 인종과 지역의 사람들이 소외 받지 않고 인간답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 지역에서 노력하는 저자들과 같은 사람들을 그래서 존경한다. 이 책을 통해 탈근대주의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볼 수 있었고, 나는 어떤 식으로 학문을 하고 해체되는 근대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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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6-30 11: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오랜만에 읽고 깜짝 놀램…야 니들 먹물은 노동자랑 성매매 종사자 이런 사람은 대변 안(못) 하잖아? 이러고 깠는데 우에노 치즈코님은 그 후 av배우 하던 여성과 대담집을 내고….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30 1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아니…이 책 너무 좋은데? ㅋㅋㅋ품절이니 여러분 제 서평이라도 읽으시고 마음에 차면 중고구매라도… 20년 전 담론인데 지금도 그대로 유효한 부분이 많은 건… 내가 이런 공부 했다는 거 다 까먹고 나만 개빻은 놈으로 바뀌고 세상은 그대로라는 반증…괜히 읽어서 슬퍼짐…

유수 2023-06-30 12: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고 싶다고 한 저를 칭찬합니다. 빻기 전(?) 반님도 좋아하빈다. 요즘 쓰시는 서평의 솔직함과 다른 솔직함이 있어서 좋아요. 이거 읽으니까 자꾸 옛날 책을 굳이 뒤지는 제 속내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저는 안도감을 얻고 싶습니다.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며 살아도 되는지. 20년전의 편지들이랑 반님의 서평이 저의 오늘 하루를 건졌다..ㅋㅋㅋ 읽기 전인데 책 참 좋구나요!!

반유행열반인 2023-06-30 12:55   좋아요 3 | URL
미숙한 스물하나 애기 반이가 읽은 거니까 성숙한 유수님이 읽으면 아마 더 좋을 거에요 ㅎㅎㅎ 오늘 하루 아직 반이나 남았으니까 뭐 좋은 거 더 많이 건지고 평안히 보내시길 ㅎㅎㅎㅎㅎ

은오 2023-06-30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으니까 스무살 스물한살때 과제로 제출한 제 독후감이 부끄러워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30 14:08   좋아요 0 | URL
아니 은오님 왜 제 부끄러움을 보고 부끄러워하세요 ㅋㅋㅋㅋㅋㅋ지금의 나는 저때보다 더 부끄럽다고 한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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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다이앤 애커먼.

 

Charles Dodge - Earth's Magnetic Field

https://youtu.be/j5MHsnc67yw


-미국의 작곡가 찰스 다지도 이 태국 승려들과 비슷한 작업을 한다. 그는 1970년 6월에서 9월까지, 1961년의 자기 데이터를 특수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신시사이저에 입력하여 <지구의 자기장을 연주하는 태양>을 녹음했다. 이 연주의 부제는 ‘컴퓨터에 의한 전자 사운드의 깨달음’이고, 앨범 재킷에는 녹음에 기여한 ‘과학계 동료’ 3명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다. (332)


 이 책에서 청각에 관한 부분이 가장 잘 안 읽어졌는데, 내가 음악에 관해 둔감해진 탓도 있겠다.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흥미로울 부분도 있겠다. 그런데 그나마 기억 남고 재미있는 부분이 청각 파트에서 많이 나왔다. 찰스 다지의 지구 자기장 음악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았다. 저자는 십대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하는데, 다른 악기 놔두고 굳이 바이올린인 이유 대는 게 조금 웃겼다. 다른 악기 막 다 까버림…ㅋㅋㅋ


-나는 몇 번 뿡뿡거리다 마는 튜바 연주자들을 동정했다. 튜바 연주자 중에는 남학생도 있었지만, 체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터라, 자리에서 일어서면 번쩍거리는 무거운  금관악기 뒤로 반쯤 가려져버렸다. 나는 신경에 거슬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타악기 주자들을 케틀드럼 속에 잡아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깔짝거리는 새 같은 오보에도 내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항상 코를 흘리는 여자 애들이 연주하는 플루트는 꼭 작은 불꽃을 불어서 끄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클라리넷은 너무 쥐새끼 같은 소리를 냈다. 첼로, 비올라, 베이스처럼 보조 악기로 생각되는 것들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 음악은 선율이었고, 영혼을 다해 노래하는 바이올린이었다.(302-303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단체로 때리러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ㅋㅋㅋㅋㅋㅋ)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앞머리 읽다가 포기했었다. 그러고나서 ‘감각의 박물학’을 읽는데, 두 책에서 동물의 감각을 다루는 부분이 은근 겹치는 게 있었다. 그래도 거의 30년 전에 나온 뒤에 읽은 책이 과학에 대해 다루긴 해도 조금 더 문돌이 특화(?)된 느낌으로 잘 읽혔다. 개정판은 어쩐가 몰라도 번역본이 2004년 초판에다 2011년 10쇄로 나온 내 책은 왠일인지 저자 소개와 역자 소개가 모조리 생략되어 있었다. 그래서 책을 조금 읽다 말고 아니 저자 뭐하는 사람임…하고 알라딘 저자 소개를 찾아 보았다. 오, 보니까 이 책 말고도 번역된 책들 많아서 전자도서관에 있는 책들 위시리스트에 적어놓고… (’휴먼 에이지‘, ’주키퍼스 와이프‘ 이런 것들) 박물학자, 라고 해서 그럼 박물학은 또 뭘까…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는 박물관학(다른 전공임)은 있는데 박물학은 없고…자연사, 라는 말이 비슷한 말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박물학예사로 뽑는 전공은 주로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도 뭐 그런거 다 다룬다. 생물학은 동물학, 식물학, 이렇게 분류도 되는 것 같고… 박물관이랑 크게 관계 없어보이지만 또 책 내용 자체는 진짜 박물관 마냥 잡다하게 이거저거 잔뜩 모아놓고 정리해놓은 느낌이었다. 약간 중구난방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인터뷰한 것, 자기 경험, 학계 연구, 실험 사례, 마구 왔다갔다 하는데 그런데 왠일인지 그렇게 뒤죽박죽인 느낌은 아니고 또 그냥저냥 읽혀서 신기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감각하란 의도셨을까요 ㅋㅋㅋㅋ 


 나는 티끌과 오류를 잘 골라내는 눈을 가졌고, 바깥과 이웃집의 소음에 민감하고, 냄새도 잘 맡고 싫어하는 냄새도 많다. 예민한 감각이 삶을 풍요하게 만들기 보다는 주로 지나친 자극으로 힘이 드는 편이다. 그래서 코로나19 걸렸을 때 후각이 사라지자 오히려 편한데? 냄새 쯤은 내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위층 안마의자? 제습기? 새벽의 청소기? 그런 것들이 내는 저주파 진동소음은 정말 견딜 수가 없어서 반쯤 미칠 뻔 했는데 이제는 견딜 수 있는 약을 발견했다. 

알약 아님…이거 다 귀마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보다도 효과가 좋은 3M에서 나온 굿나잇 이어 플러그! 이어플러그는 원래 쓰긴 했는데 내 귓구멍이 심하게 작은 편이라 (특히 왼쪽 구멍이 짝귀…그래서 플러그가 안 들어가고 바깥에 삐죽 솟음 ㅋㅋ) 그전 것들로는 완전 밀폐가 안 됐었는데, 보라색 벌크로 병 안에 약처럼 100알 들어있는 이 귀마개는 진짜…나의 구원자… 텔레비전 소리든 층간소음이든 이걸로 틀어막으면 인성 마저 좋아지는 느낌이다. 다 견딜 수 있어…


 감각이라는 게 직접 느껴보지 않고서는 이걸 뭐 어찌 전달할까, 싶은데 저자는 온갖 감각을 자신의 경험과 다른 저술과 남들 이야기 최대한 모아가지고 글로 전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전에 읽은 책들이 이 책을 언급한 경우도 많았고, 이미 감각(시각 미각 후각 촉각)이나 뇌과학에 대한 책들을 제법 본 후라서 아주 새롭구나, 하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쉬운 말들로 잔뜩 이런저런 정보나 묘사를 전해줘서 읽을 만 했다. 아, fMRI나 PET 이용되면서 뇌과학 많이 발달했다던데 이미 1990년대 이전에 많이들 썼구나 싶고 ㅋㅋㅋㅋ(아니 이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쎼 해서 책 처음부터 훑어봐도 fMRI고 PET고 하나도 안 나와서 황당했는데 왠지 같이 읽고 있던 사랑과 과학에 대한 책에 나온 연구들이랑 깊이 혼동했지 싶습니다…오류 죄송)


 감각적 표현이나 묘사가 많은데,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밑줄을 많이 긋지 못했다. 


-그러나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 숲 속에 있으면, 밤은 검은 쇠망치처럼 내려앉고 눈으로 반사되는 광선이 하나도 없으므로 우리는 전혀 보지 못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종교에 관한 수필에서 “모든 색채는 어둠 속에서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367)


 독서 생활,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관계 대부분이 시각에 의존한다. 운이 닿아 오프라인까지 인연이 이어지면 글자보다 구체적인 이미지, 몸짓, 상대가 내는 목소리 등으로 느낌의 여지가 확장될 수는 있겠다. 알라딘에서는 딱 세 명의 이웃들을 실제로 잠깐이나마 만나봤는데, 그 중 2/3는 아직 내 전화번호부에 있지만 더는 교류가 없다. 뭐 그렇게 되는 것이지… 왜 다들 왔다가 사라지는 걸까? 부재를 너무 커다랗게 느끼지 않으려면 조금만 알고 조금만 느끼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희고 검고 각지고 둥글린 글자들만으로 닿는 것도 오히려 오래오래 이어지는 방법일수 있겠다. 맛볼 것 느낄 것 볼 것 들을 것 많은 세상에서 작은 손길에도 쭈그러지는 미모사 같은 나야…


(그리고 유수님…나보고 이거 읽으래 놓고 어디갔어…이 책 가져가요 가져 가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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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6-29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유수 2023-06-29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깎이 이뻐요. 저 되게 비슷한 미색 쓰는데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29 09:44   좋아요 2 | URL
저거 알라딘 굿즈로 오래전에 받았어요 ㅋㅋ검정 거는 큰놈 주고 또 받음 ㅋㅋㅋ 소환 주문 통했어!!! 저 책 읽다가 이런 짓도 했단 말입니다…
http://naver.me/52hIWJXz
(피싱앱 안 깔림 ㅋㅋㅋ그냥 이미지 공유임)

유수 2023-06-29 09:48   좋아요 1 | URL
육아현생이랑 밸런스 깨졌어요. 책 거의 구경도 못해서 스스로한테 짜증나구요. 쓰는 건 못해도 읽는 건 그럭저럭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안되어요. 그래도 눈팅은 꼭 하쥬. 넘 좋다 소환주문.. 나도 못 읽으면서 반님 읽으라는 객기를 내가 부렸구나ㅋㅋㅋ 청각을 그렇게 느끼셨다니 나는 어땠지? 싶고.. 저도 오늘 구판 열어볼테다!!

유수 2023-06-29 09:50   좋아요 1 | URL
이미지 뭐예요 흑흑.. 감동 먹음 끄억끄억. 나는 화성에도 있었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29 09:52   좋아요 1 | URL
아니 내거 줄라는데 사셨어요?!?(새 책 나오니 구판 중고 많이 풀리더라구요 ㅋㅋㅋ) 저거 책 드리면서 나중에 보고 갬동 하라고 표시한 건데 그냥 오픈 하길 잘했구만요 ㅋㅋㅋ이건 그냥 내책으로 한다…(맘대로 커플템 ㅋㅋ)
저는 애기 3-4살 때 그냥 겨울왕국-치킨리틀-이상한나라의앨리스-기타 아무거나 마구잡이 다 틀어주고 혼자 방에 처박혀서 아님 티비 옆에서 책보거나 인터넷 하는 짓을 자주 했는데… (다행히 애는 안 망가지고 아직은 잘 자람…) 권할 육아법은 못 되네요 ㅋㅋㅋㅋ

유수 2023-06-29 09:56   좋아요 1 | URL
안샀어요. 전자책이라 커플템이 안되니까 그냥 받을게요?!! ㅋㅋㅋㅋㅋ 괴롭지 않은 육아법이 장땡인거 같아요. 저도 겨울왕국-모아나-앨리스 틀면서 키웠는데 둘째는 잘 안통해서 어렵네요 ㅋㅋㅋㅋㅋ 중장비 줄세우고… 그걸 나시키고..🫥🫥얘한테 통할 육아법(?!)을 여직 찾고 있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29 09: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저희도 작은놈은 막 남시키고…그러는데 그걸 할머니한테 외주…(불효새끼 원조) 주고 저는 아주 가끔씩만 들어주고 밀당합니다. 세 번중 한 번만 들어줌 그러면 황송해 함 ㅋㅋㅋㅋ거기 땅끝 마을이나 아랍에미리트 그런데 아니죠? 지하철 플러스 마을버스 한 번 조합 정도면 언제 한 번 배달 가겠습니다 ㅋㅋㅋㅋ아님 중간 어느 정도에서 ㅋㅋㅋㅋ부담스러우시면 택배(착불. 단호)로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29 10:02   좋아요 1 | URL
유수님 기상이는 누구야? 같이 있었네? (집착)

유수 2023-06-29 10:06   좋아요 1 | URL
착불. 단호 ㅋㅋㅋ 괄호안에 두 단어 왜케 절묘한지 ㅋㅋ 저는 부담없는데! 서울 가면 연락드려도 될까요?근데 기약이 없어요.. ㅋㅋㅋㅋㅋ책 바로바로 정리하셔야 하고 그런 거면 단호 옵션 선택해야하나요!??

반유행열반인 2023-06-29 10:10   좋아요 1 | URL
서울 오실 때를 애태우며 그리며…그동안 제가 고이 애껴둘게요(중고책 주면서 생색냄 ㅋㅋ아 이전 책주인이 딱 한페이지 세로로 접어 자국 내 놨어요 B플러스 중고됨 ㅋㅋ뭔 생활의 지혜 같은 실용지침 있는 쪽이었던 걸로…)
귀찮이서 겉커버 벗기고 읽다가 다시 씌우려고 보니까 저자 역자 소개가 겉껍데기에만 있더라구요? 나 겉껍데기 잘 버리는데 조심성 없는 출판사네 작가정신 ㅋㅋㅋㅋ

유수 2023-06-29 11:02   좋아요 1 | URL
선물(중고여도 저한테는 선물!) 받으면서 까다로운 새끼는 아닙니다 저. 물론 주시면서 신경써 주시는 마음 너무 이해함🧡🧡그럼 그 책장 한칸에 유수랑 기상이랑.. 당분간 좀 재워주세요 ㅋㅋ

Yeagene 2023-06-29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3M이어 플러그 끼고 살다가 귀에 곰팡이 질환 생겨서;;;; 대체품으로 폭신한 이어폰 써요 ㅎㅎ 저희 언니도 저 이어플러그 쓰는데 왜 저만 문제가 생긴건지 모르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6-29 14:24   좋아요 1 | URL
으악 귀가 고생하셨군요 ㅠㅠ샤워하고 귀 덜 마른 상태로 인이어 이어폰이나 귀마개 하면 염증 생긴다는 주의는 들었습니다만 ㅠㅠ저는 전신이 건조해서 귓구멍도 대체로 건조한 편인데 주의하면서 써야 겠네요…
 
파나마 페리엔 게이샤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아직 먹던 분쇄 커피(인도네시아 만델링, 유기농 콜롬비아)가 남았다. 그런데 어쩌다가 보고 말았다. 알라딘에서 파나마 게이샤를 판대… 300개 한정이래…

 다른 데서 에티오피아 게이샤 두 봉다리 먹을 만한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또 파나마 게이샤 에스메랄다 뭐 이런 유명한 커피의 사악한 가격에 비하면… 돈도 못 버는데 돈지랄인가 비싼 커피란…조금 고민하다가 깨달았다. 음, 파나마와 에티오피아의 떼루아? 같은 품종을 다르게 키워낸 대지를 느낄 기회다! 만약 차이를 못 느낀다면, 기뻐하며 더 저렴한 에티오피아 게이샤를 퍼 먹으면 된다!!! 한 번의 투자로 비싼 커피에 대한 로망을 치유할 수 있다면…


 그런데 월초에 케냐AA 콜드브루 산다고 쿠폰 다 씀…7월까지 기다리다 저거 다 팔리면 어떡하지…(응 아직도 다 안 팔렸어…)

 여러분께 플래티넘 선물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플래티넘 계정에 한함)

 알라딘 서재 달인 된 분들은 일 년 자동 플래티넘인데 저는 작년에 짤려가지고…플래티넘 안 짤리려고 구매액 맞춘다고 6월에 달림…플래티넘이 뭐라고…

 나의 계정에 가시면 ‘당신의 플래티넘을 지인에게 선물하세요!’ 배너가 나옵니다. 거기가서 누르시고 선물 받을 분(알라딘 계정 가졌으면서 플래티넘 아닌 사람) 전화번호와 암호를 적고, 암호는 따로 알려드리면 되고…



 나는 나의 가족들에게 플래티넘을 보내고, 그 계정으로 쿠폰 써서 내 커피와 책을 사면 된다… 

 그래서 커피 쿠폰, 도서 할인 쿠폰 탈탈 털어 어젯밤 도착한 파나마 게이샤와 사강 책…


 첫 원두 구매도 알라딘, 첫 홀빈 구매도 알라딘이다. 그동안은 분쇄 커피만 먹다가… 직접 갈아 마셔 보라는 커피가게 주인(?) 말에 홀린 듯이 마트에서 자동 그라인더 저렴이를 사고 만다… 그런데 홀빈 갈아 본 적도 없으면서 비싼 커피로 막 연습해도 되냐?


두근두근… 갈아 보자…

…는 망함… 뚜껑을 잘못 닫은 것인가 기계의 결함인가 나의 결함 같은데…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은 격한 감정을 느낌…



어찌어찌 내리고…

기운 빠져서 못 마시겠다… 대추야자도 위로가 안 됨… (아직도 다 못 마심…)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는 그냥 내리는 중에도 내린 후에도 마시는 중에도 꽃!!꽃이야 왜!!! 커피야 꽃이야!!! 그런 향이 마구마구 났었다. 내가 분쇄나 추출을 삐꾸로 한 건가, 저렇게 퍼끼얹고 로스가 많이 나서 그런가(대부분 주워담아 그냥 먹음…) 모르겠는데, 파나마 페리엔 게이샤는 흠…꽃인가? 오히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랑 비슷한 향이 났다. 살짝 구운 커피라 그런지 산미가 세고, 그런데 달달하고, 신선하고 맛있긴 했다. 그치만 내 꽃향기…어디갔어… 컵에다 코를 박고 훔하훔하 이러면 조금 갸웃하는 정도이다. 맛있는데 일단 나는 다음에는 분쇄커피를 사야겠어… 아니 좀 저렴이 홀빈으로 연습을 먼저 해야겠다… 앞으로는 비싼 원두라고 혹하지 말고 그 돈으로 좀 싼 걸 두 배로 먹기로 합니다… 싸도 맛있는 커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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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8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r2do834 2023-07-01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접 내리는 커피는 좋은 그라인더가 답 아니겠어여 허허

반유행열반인 2023-07-01 13:08   좋아요 0 | URL
역시 비싼 커피니까 그냥 알라딘에게 분쇄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요 ㅋㅋㅋ
 
긋닛 1호 : 비대면 긋닛 1
전치형 외 지음 / 이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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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구병모, 이상우, 정용준.

전치형-비대면의 방법들
구병모-있을 법한 모든 것
이상우-졸려요 자기
정용준-일요일 아침

중고책 털다가, 아는 작가들 이름 있는 책이라 샀다. 책인 줄 알았는데 잡지라고 한다. 맨 뒤에 보니까, 단편 소설 공모해서 고료 150만원씩 주고 책에 실어주는 모양이었다. 첫 호는 첫 호니까 그렇게 공모한 건 아닐 거고 섭외를 했겠지.

소설집이거니 했는데 맨 앞 여는 글은 에세이였다. 미문은 아니고 그냥 질문에 가까운 글이어서 감흥은 없었다. 그냥…왜 실렸지…싶은…

창간호에 유명 문예지도 아닌 문학잡지?무크지? 그런 지면이라면 소설가는 자기의 최선인 원고를 내놓을까, 야심작 같은 거, 으엑 안 써진다 쓰기 싫다, 이러는 소설가도 있을까… 구병모 소설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꿈속 영화, 이런 저런 가능성, 쪽지로 이어지는 혹은 인연이 되지 못하는, 인연. 잡지식 편집인가 문단 사이 널찍널찍 책 묶인 자리 여백도 넓은데 아…두께를 사분의 일 정도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그러면 책값이 싸져서 안 되나…
이상우 소설은 약빤 사람이 주절주절 거리는 걸 듣고 그러모으는 느낌을 주기는 했는데 뭐 그랬다… 정말 미국에 가면 펜타닐 케타민 등등에 취한 좀비 같은 중독자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마냥 거리에 널부러져 있는지 문득 궁금하고… 그게 사실이라면 슬프고… 트레인스포팅 같은 소설, 영화, 어려서는 막연하게 재미있게 봤는데 남의 인생 망하는 이야기니까 재미있지 그게 내 인생이면 안 재미있었겠다. 재미있거나 없기 훨씬 전에 죽었을 거야.
꾹 참고 제발 마지막 소설만은…정용준…믿습니다… 이러고 읽었는데 자살 방지 상담원이 나오는 슬픈 소설이었고 그래도 그나마 읽을 만했다. 읽으면서 아 그냥…잡지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소설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도박하느니 소설집으로 묶인 뒤 그 작가 거 골라보겠어… 문학과 지성사에서 계절마다 나오는 소설보다는 소설 세 편을 3천원대에 묶어 팔고 있다. 한 권 밖에 안 보긴 했지만 운 좋게도 다 읽을 만했지. 소설 세 편에 만이천원 정기구독해도 만원은 비싸다 그러면 작가들한테 실례일까. 상금 백오십씩 세 편 주면 사백오십만원 거기에 책 만드는 비용 더하고 나면 몇 권을 팔아야 수지가 맞을까. 내가 본 1호는(중고로 샀어 미안해) 작년 12월에 나왔으니 문득 올 3월 6월 2, 3호가 나왔을 텐데 사볼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지속가능한가… 편집인 중에 우다영이 있는데 우다영 소설 두 권 사 놓고 여태 한 권도 안 봤다…사진만 맨날 보고 책은 왜 안 봐…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검색해본 최신 호는 가격이 내려가고 소설은 네 편으로 는 것 같다. 벌써 4호까지 나왔고 여튼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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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6-26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흑…. ㅠㅠ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용준 소설이 괜찮아서 다행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3-06-26 22:47   좋아요 1 | URL
좀 더 분발하라규!!! ㅋㅋㅋ 야박한 독자놈입니다…

우끼 2023-06-26 22:48   좋아요 1 | URL
야박하지 않습니다 ㅠㅠ… 기대할 수밖에 없죠…

희선 2023-06-27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한편이라도 괜찮은 게 실려서 다행입니다 이런 잡지가 나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잡지는 잘 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서 단편소설 공모하고 뽑히면 상금 받고 소설도 실리는군요 이건 신인을 찾아내려는 잡지 같기도 하네요 앞으로 죽 나오면 괜찮은 소설가가 나올지도 모르죠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6-27 09:47   좋아요 1 | URL
처음엔 신인 찾기 의도했나 싶은데 다음 호들 보니 죄 고인물(?) 네임드 소설가들이 품앗이하는 느낌이었어요 ㅋㅋㅋㅋㅋ

Yeagene 2023-06-27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문학잡지도 있군요 ㅎㅎ 열반인님 덕분에 많이 알아갑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6-27 14:59   좋아요 1 | URL
저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좋은 소리 못 해줘서 미안하더라구요 ㅋㅋㅋㅋ내가 몰랐으면 더 좋았겠다…
 
칠조어론 2 - 제1부 중도(관)론 2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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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박상륭.
인간인 것의 지난함이여, 인간인 것의 지복함이여.

저녁에는 버터마늘새우구이 해 본다고, 냉동실에 아프기 전에 사 놓고 못 먹고 있던 블랙타이거새우 열두 마리를 꺼내 손질했다. 삐쭉한 윗뿔 아랫뿔 수염 다리 다 잘라내고, 왠지는 모르지만 검색하면 죄 똥창자 제거하라니까, 가위로 등을 따서 이쑤시개로 등허리 마디를 후비적대면서, 뭐가 차 있거나 아무 것도 없어서 투명한 가늘고 긴 새우 내장을 끄집어 내려고 애를 쓰고 있자니, 너는 무슨 죄를 지어가지고, 살이 그렇게 맛있는 거 말고는 물 속 눈에도 안 보이는 물벼룩이나 좀 건져 먹었을 건데, 겨우 그런 죄 가지고 나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구나… 언젠가 너랑 내 자리가 바뀌어 검고 둥근 눈을 한 새우가 이쑤시개보다는 굵은 창 같은 걸 들고 창자를 꺼내야 안 비리고 신선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마 그럴 일은 없을텐데도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새우 내장을 잡아 당겼다.
그러고나서 마늘이랑 버터 발라 파슬리 송송 뿌려 냠냠 새우 대가리까지 오븐이랑 에어프라이어에 바싹 구워 잘 먹었습니다.

천천히 보기로 해놓고, 1권 다 본지 열흘 만에 칠조어론 2권을 다 봐 버렸다. 그 사이 논 건 아니고 시집이랑 만화책 치트키를 쓰긴 했지만 독후감 여섯 권이나 썼잖아? 너무 빨리 봤다…
1권에 촛불중의 잡설이 길게 이어진 걸 보상하듯, 2권은 드디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혹여, ‘죽음의 한 연구’를 힘겹지만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싶은 동료 독자에게 응, 그냥 칠조어론 1권 건너뛰고 2권부터 ‘속 죽음의 한 연구’보듯 보셔도…하고 말하고 싶은 유혹과, 아니 그럼 박상륭 선생님이 힘들게 쓴 것이나, 열심히 편집 교정한 선생님들께나, 다 죄송스러운 일이 아니겠냐…무엇보다도 죽을 똥 싸고 1권 읽은 며칠 전 나새끼한테도 미안하지 않냐… ㅋㅋㅋㅋ앞에 길고 긴 잡설도 다 의도와 뜻이 있을 것인데 맘대로 빼고 읽으라 그러냐…하고 나를 한 대 쥐어 박는다. 그냥 뭔말인지 모르겠다…하면서 휙휙 넘기는 수고로움을 견디시고 읽으시면 2권은 서사가 있습니다…
그 사이 ‘소통의 잡설’이라는 요약본? 해설서?도 조금 보았는데, 고것 먼저 보고 책을 읽어도, 또는 책을 읽고 아 이렇게도 정리할 수 있군, 사후 되새김질 하는 것도 다 괜찮을 것 같다. 그러니까 꼼꼼히 읽기 책의 도움으로도 어려운 건 어려운 것… 읽고 싶은 대로 읽으세요…

죽음의 연구에도, 칠조어론에도, 유리에 사는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육조스님도, 칠조스님도, 자기 형벌에 관한 문서를 받아들고 본적란에 유리, 법명란에도 유리, 이렇게 써 버린다.
오조촌장, 육조 촌장, 읍장, 읍장 손녀딸, 수도부, 목사 딸 수도부, 판관 나으리, 형장 나으리->읍장겸판관 나으리, 청지기, 이렇게 사람들은 직위나 지위로 칭해진다. 그런데 예외가 촛불중, 촛불 스님이다. 이건 직위도 지위도 아니고, 수도부들이 붙여준, 그나마 이름에 가깝다. 육조도 얻지 못했던 이름을 촛불중은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더 큰 수난이 예상된다… 아참 존자 스님도 있긴 했지… 이름을 갖는 사람은 하여간에 비참하게 죽는 것이 예상됩…

2권은 약간 전개상에, 시간상에 혼란이 있어 자꾸 뒤로 돌아가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육조 열반->읍장이랑 판관 다 죽음->큰형장지기가 읍장겸직판관됨->읍장손녀딸이랑 강제로 혼인함->어느 밤 읍장겸직판관이 들이닥쳐 읍장손녀딸 쥐어패는 바람에 읍장손녀가 임신하고 있던 육조의 유복녀 사산->읍장겸직판관이 육조 나무 밑에 죽은 아기 묻고 자기도 나무에 목매고 죽어서 그 나무 밑에 묻힘

그러니까 읍장겸직판관 죽었어? 뱃속에 아기 있을 정도고, 조산할 정도면 육조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된 시기인데, 그런데 또 유리에 칠조 촛불중 돌아와서 설법하고->육조 모신 나무 밑(아기도 묻히고 음장겸직판관도 묻힌) 제실에서 읍장손녀딸이랑 교접하고(그런데 왜 계간, 비역, 그런지 모르겠음…왜 멀쩡한 데 놔두고 거기다 하냐고 비역쟁이 촛불중놈아…)

그런데 또 다음 전개 보니 읍장겸직판관 살아 있고 열심히 중들 때려 잡다가 촛불중도 친구지만 너도 예외 없지…이러고 촛불중의 수난이 시작된다. 촛불중은 예쁜 남자였는데, 오랜 세월 돌고 돌아 찌든 얼굴이 되어 있는 설정이니, 그런데 읍장손녀딸은 여전히 곱고…

나는 여기서 내가 서사에서 뭔 설정이나 흐름을 놓친 것인가…왜 읍장겸직판관 죽었다 살았어? 시간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가…헤매다가 원래 듣보잡 신인작가가 이런 식으로 서사 구성하면 이새끼 시간 시점 다 꼬이고 틀렸어! 할 것인데 대작가님이 해 놓으신 건 다 뜻이 있고 인간사 세속의 시간과 소설, 잡설 속 시간은 뭔가 다르다…우리는 다른 차원에 있어!!! 뭐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못 읽겠으니 그럭저럭 넘어가기로 했다… 혹시 먼저 읽으신 도류 중 제 오독 지적하시고 정리 잘 해 주실 분 계시면… 부탁드립니다…


———-
+20230709 셀프로 오독 바로잡기
-읍장 겸직 판관≠판관 겸직 읍장(3312쪽에서 별세한 읍장 겸직 판관~새로 판관을 겸한 읍장직 괄호 안에서 교체 장면 등장, 겸직 순서로 두 사람 구분한 것 놓침)
”겸직 순서가 중요 ㅋㅋㅋ“

-읍장 겸직 판관은?
읍장 죽고 그 아들 판관 죽으면서 황토고갯집 외동아들 ‘큰 형장 나으리’에게 읍사를 부탁함. ‘죽음의 한 연구’에서 육조와의 씨름에서 지고 나서 육조를 형님으로 모심.별세한 읍장 손녀와 강제 혼인, 육조 유복녀 유산하게 만들고 죽음.

-판관 겸직 읍장은?
읍장 겸직 판관이 큰 형장 지기였을 때부터 친구, 과거 큰 형장 문지기(3223쪽) ‘지혜의 주머니’, 심복이었던 자. 권좌 공백기의 그의 권력 승계?탈취?는 읍장 겸직 판관 실종 및 사망 확인되는 3310쪽 부터 3312쪽까지 다 나옴…
촛불중 옛 친구, 촛불중에게 형벌을 내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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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2권 말미에 드디어 패션 오브 촛불중이 시작되었다. 새우 배 따면서 내가 언젠가 이 새우가 될지도…한 것이, 촛불중이 판관 겸직 읍장한테 형벌을 받고 죄수가 되면서 자꾸만 육조를 처형하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육조는 사람들이 제법 단죄를 끄덕일 만한 짓을 저지르긴 했다. 존자스님이랑 애꾸스님 둘이나 원샷 투킬로 죽여버렸으니… 촛불중은 육조의 눈에 비상 섞인 검은 초로 촛농을 뒤덮어 시력을 앗아가고, 육조의 바람대로 나무 위에 매달아 생명을 거둔다. 그런데 칠조의 죄목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이유도 그랬고, 사실 순교하고 희생되는 사람에게 붙는 죄목이란, 이유란, 상관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저들은 이미 죽이기로 마음 먹었고, 죽을 이는 죽어도 별 수 없다, 죽음도 불사한다, 뭐 이런 상태로 보였다. 판관겸읍장은 칠조의 발바닥을 달군 쇠로 지져버리고, 고, 해, 두 글자 새기고 신발 속에 썩어가게 만든다. 그 순간마다 촛불중은 육조의 수난을 떠올리고, 읽는 사람도 저 정도 고난이면, 촛불중도 가엾네,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이새끼의 진짜 죄는 죽음의 한 연구에서 수도부였던 보살 같은 비구니 스님을 찢어발기고 강간하고 오줌까지 뿌려 결국 죽게 만든 게 아닌가… 와 그런데 그 수도부 스님은 칠조어론에서 진짜 손톱만큼도 회자되지 않는다. 초대 읍장의 또다른 손녀 겸 수도부가 된 이는 지독하게 살아남아 짐승성 드러내는 인물로 계속 나오긴 하지만, 하여간에 똑같이 죽었어도 나무에 매달린 육조는 여전히 모두가 그리워하고 숭배하는 대상이고 보살 같은 비구니는 다 잊어버렸어… 이 부분은 돌아가신 작가님께 매우매우 유감인 부분이고…

흥미로운 부분은, 그 사이 읽은 진화심리학, 문화인류학이랑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큰형장이 판관겸읍장의 실험적 통치(?)에 따라 잠시 자유 섹스존(?)같은 게 되었을 때, 여자 수인들은 범성애자 마냥 잘 적응해서 잘 지냈는데 남자 수인 및 형리들은 다 빙구마냥 집착부리고 사달나고 뭐 그래서 남자들은 여자들이 글이라도 배우면 지들은 생리대 빨래나 해야 되는 찌질이로 전락하고 그나마 빨래도 제대로 못하는 빙충이들이다… 이런 주장이 등장했다. 끄덕끄덕 하다가 갑자기 1권에서 좀 웃겼던 장면이 생각났다. 왠 노인네가 독룡한테 고통받는 마을 와서 사람들한테 가르침? 훈수? 이런거 두다가 아무 여자나 술 따라 봐라, 그런데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서 마을 지도자의 부인인 할머니가 와서 술을 따라주며 조곤조곤 달랬다. 거기다 대고 노인네가 급발진하며 막 상스러운 소리 지껄이니 내내 찌그러져 있던 마을 남자 사람들이 그 모욕에 다들 열이 받아서 노인네를 죽일 기세가 되었다. 그러자 노인네가 이게 다 너희들의 분노를 끌어 올리기 위한 책략이지, 이러고 할머니한테 예 갖추고 자리 물러나게 하는 장면 ㅋㅋㅋㅋ뭔 피씨방에서 전원 내리는 분노 실험 장면도 아니고 그냥 개웃긴 장면…왜 갑자기 뒤늦게 생각남…

그리고 마음이 있다, 없다, 마음 꺼내 봐, 하는 장면은 직전에 읽은 시에서도 자꾸 어른거리던 이야기라 많은 책들은 시간 공간 장르 넘나들며 통하는가…싶었다.

하여간에 이 여름에 남들은 마동석 월드와 범죄 도시에 빠져 있을 때 난 박상륭 월드와 막장 촌락 유리에 빠져 있고… 칠조어론 다 보면 다시 수학 하기로 했는데 왜 벌써 절반이나 봤어… 이제는 좀 쉬엄쉬엄 딴 책 먼저 보고 천천히 보기로 한다… 촛불스님은 좀 더 아프다 천천히 죽어도 되요… 스님도 발이 아프군요… 제 발목은 많이 나았답니다… 폐동맥도 잘 낫는 중이랍니다… 먼저 가 계시면 천천히 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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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6-27 0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을 것 같은 소설이네요 박상륭 작가 이름은 알아도 소설이 어려워 보여서 읽어 본 건 없어요 박상륭 작가 소설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보겠지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6-27 09:48   좋아요 0 | URL
읽을 땐 어려운데 읽다보면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있고 중독성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ㅋㅋㅋ아직 작가 작품 안 읽은 게 많아서 좋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