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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열일곱 : 열일곱 명의 작가 열일곱 개의 이야기
알라딘 도서팀 엮음 / 알라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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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정세랑_현정
배명훈_폭군으로서
윤이형_역사
김 솔_열일곱 번째 프러포즈
최정화_17번 테이블
정용준_두 남자
김금희_17/24
김성중_17호실의 오그반제
한은형_도미노
손보미_무단 침입한 고양이들
박애진_너와 나의 시간
정지돈_바다의 왕은 장 팽르베
오한기_불안에 대해
이상우_제17화: 일기예보
박하익_왕따를 위한 또래 상담
곽재식_단수신(檀樹神)
박솔뫼_자전거를 잘 탄다

모아 놓은 이북이 많은데 굳이 무료로 받은 엽편소설집을 꺼냈다. 알라딘이 17주년 기념으로 17명 작가에게 17에 대해 써 달라고 해서 모은 책이었다. 이미 읽어본 작가가 8명이나 되는데 왠지 한국소설 분야의 덕력 게이지가 상승한 기분이 들었다. 나머지 9명 작가들도 괜찮을까, 새로운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었다. 
짧은 분량인데도 작가 나름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이 꽤 있었다. 좋았던 것도 있고 이게 뭐야 하는 것도 있었다. 짧게 쓴 글에도 장단점이 드러나고 작가의 목소리가 묻어나서 신기했다. 샘플러(맛뵈기, 카탈로그)의 의미라면 나름 성공적인 기획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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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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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6 이승우
2017년에 나온 이승우의 소설집.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다 읽고 편집자에 김봉곤이 있어서 오우, 했다.
많은 것을 의심하고 분명하지 않은 것을 분명하지 않다고 하고, 말의 뜻이나 기억이나 감정이나 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주변을 쪼고 쪼으고 그러다가 결국 확신할 수 없지만 그나마 짚을 수 있는 곳까지 짚고, 그런 문체는 사실 술술 읽히지 않지만 작가의 특성을 만들고도 있었다. 제일 좋았던 소설은 윔블던, 김태호였다. 그냥 읽고 나니 마음에 들었다. 오랫동안 써 왔고 지금까지 쓰고 있는 사람의 여전한 모습은 꽤나 존경스럽다. 

모르는 사람 …… 『문학과사회』 2015년 가을호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아들. 
    복숭아 향기 …… 『문학동네』 2014년 봄호
  역시 부재중이고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와 그녀가 머물던 m시에 대해 외삼촌을 통해 들으며 알게된, 왜 좋아하는 과일을 물으면 아무 생각 없이 복숭아라고 답하는지에 대한 실마리. 
    윔블던, 김태호 …… 『릿터Littor』 2017년 2/3월호
 자서전을 대필하는 화자가 듣게 된 김태호를 찾는 회장의 과거 고백.  
    강의 …… 『세계의문학』 2014년 겨울호
 금융 자본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살인자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에 분개하며 대항하려다 똑같이 굴복하는 아들. 
    찰스 …… 『한국문학』 2017년 상반기호
 대학교수 철수와 인도네시아인 찰스aka철수. 
    넘어가지 않습니다 …… 『현대문학』 2016년 1월호
 바로 앞 이야기와 약간 짝을 이루는, 와이파이를 얻어 쓰다 오해 받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과 문 열기. 
    신의 말을 듣다 …… 『창작과비평』 2015년 봄호
 자신의 과거의 과오에 대한 부끄러움, 거기서 뜬금 없이 신의 소리 퍼 먹이는 건 그러려니 읽을 수도 있지만 잘 안 맞는 부분이었다. 
    안정한 하루 …… 『현대문학』 2017년 3월호
 누이의 죽음과 황병수에 대한 분노와 장철수와 장필수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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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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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위화
개정판 전 제목 살아간다는 것
위화의 강연집을 보고 전자 도서관에 한 달 가까이 예약 대기 하다 빌려 보게 되었다. 
화자는 시골로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는 사람이다. 우연히 소와 함께 밭을 가는 노인을 만나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소는 한 마리인데 대체 이름이 몇 개인가. 노인에게 묻자 노인은 이 소의 이름은 푸구이 하나라고 한다. 노인의 이름과 같다. 
부잣집 자손이던 푸구이는 젊어서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그로 인해 아버지가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이 들고, 아내 자전은 고생을 하고, 아픈 어머니를 살펴 볼 의원을 모시러 가다 싸움을 하느라 지체하다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갖 죽음을 목도하고,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죽고 딸 펑샤는 농아가 되었다. 그래도 착한 아내 자전과 펑샤와 유칭과 열심히 살기 위해 애쓰지만 인민 공사의 실패한 공산 체제, 문화 대혁명 등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아들은 헌혈을 하다 어이없이 죽고, 다행히 좋은 사위 얼시를 만나 시집갔던 펑샤는 아이를 낳다 죽고, 자전도 아이 둘을 잃고 너무 많은 고생으로 병들어 죽고, 사위 얼시는 사고로 죽고, 펑샤가 남긴 손자 쿠건은 콩을 많이 먹고 죽는다. 그 모든 가족을 손수 묻고 홀로 남은 푸구이 노인은 쿠건과 함께 돈을 모아 사기로 했던 (자기 처럼 늙은)소를 사서 화자가 보는 것처럼 밭을 갈고 있었다. 
읽으면서 노인이 가상의 소처럼 불러대던 이름이 너무 많아서 아니 또 누가 죽으려나, 이건 또 누군가 하면서 자꾸 마음이 아프고 슬픔이 차올랐다. 그나마 자전이 죽을 듯하다 회복한 것, 유칭이 달리기에서 일등한 것, 펑샤가 얼시에게 시집가서 행복하게 사는 부분, 쿠건이 재롱둥이마냥 노인 곁을 지키던 시절이 보기 흐뭇하고 좋은 부분이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순간이라는 것을 아니 더 안타깝고 언제 다 사라지는 건가 조바심이 났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지도 모른다. 좋았었던 짧은 몇몇 장면들 덕에 곁에 있었던 사람들 덕에 고난과 슬픔을 참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도 다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먼저 그들을 떠나게 될지도. 그러니 일희일비 하지 마라, 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그저 그런 슬픔과 고통과 후회를 견디는 것이 삶일지도. 너무 결정론적이고 운명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사람을 그렸다고 비판 받았을 법도 하지만, 모두가 삶에 맞서고 투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이야기도 그렇다. 저항하고 싸우고 그러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겠지만, 견디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세상을 받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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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참 쉬운 비즈니스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참 쉬운 시리즈
라라 브라이언.로즈 홀 지음, 켈런 스토버 그림, 고정아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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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8 라라브라이언, 로즈홀 글, 켈런스토버 그림
원제 Business for biginners
영국 어스본에서 기획하고 두바이에서 만들어 수입해 온 책이다. 서점 메인에서 열심히 광고하길래 낚여서 샀는데 아이도 나도 만족스럽게 읽었다. 
한국어 제목은 초등학생 타겟으로 되어 있고 뒷표지에도 초등 5학년 사회 단원 하나를 언급해 놓았지만 중학교 1,3학년의 경제, 세계화 단원과 밀접한 부분이 더 많다. 마케팅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회과 교육과정을 조금 더 신경 써서 분석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이들 뿐 아니라 경제, 경영의 기초에 대해 쉽고 빠르고 흥미롭게 익히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인포그래픽이나 만화 같은 일러스트 그림과 적절한 실제 또는 가상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경제, 경영 용어와 원리에 대해 알려준다. 윤리적 소비나 지속가능한 생산과 같은 부분도 잊지 않고 다룬다. (새 교육과정에서 기업가 정신 같은 거만 줄창 다루고 기업 윤리 같은 거는 엄청 축소해 놓은 거랑 꽤나 비교된다...)
굳이 기업가가 되고 사업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재화와 서비스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에게 오는지, 광고, 마케팅이 어떻게 우리 삶 속에 침투하는지, 기업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과 기업 활동 중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나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부는 기업 활동을 위해 무엇을 하고 세금은 왜 내야 하는지 등등 수많은 질문에 대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쉽고 흥미롭게  답해주는 책이라서 누구든 읽어볼 만하다. 다른 주제의 비슷한 시리즈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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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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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제임스 설터
 개인 셀러에게 제임스 설터, 존 치버, 가즈오 이시구로, 필립 로스 중고책 네 권을 주문했다. 마지막 책은 이미 팔렸다고 해서 환불 받고 나중에 알라딘 중고로 다시 샀다. 도착한 책과 함께 멋부린 손글씨로 쓴 편지가 있었다. 부모님 집에 퇴비를 주고 제주도에 돌아왔다며 고른 책 모두 의미 있게 읽힌다는 본 적 없는(아마도 나이 지긋한 아저씨) 셀러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받는 것은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설터가 마흔 초반에 쓴 이 책은 프랑스를 여행하는 미국인 화자(아마도 삼십 대 즈음, 이혼녀를 짝사랑하고 사진을 찍는)의 눈과 입을 빌어 그린 미국인 주인공 필립 딘(이십 대의, 대학을 중퇴한 잘 생긴 부잣집 아들)과 프랑스 여인 안마리(십 대 후반의 예쁘지만 계급이 드러나 가끔 필립 딘이 부끄러워하는..)의 연애담이다. 제목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코란에 나오는 구절”현세의 삶이란 한낱 스포츠와 여가일 뿐임을 기억하라”와 관련 있다고 한다. 
화자는 딘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지만 딘에게 들었거나 상상했을 법한, 혹은 그 이상의 전지적 시점으로 딘과 안마리의 밤과 낮을 그려낸다. 거기에 있던 것처럼, 거기에서 사진이나 영상이라도 찍어둔 것처럼 섬세하게 보이는 것들, 들리는 것들, 그들의 동작, 그들의 기분과 심리, 사소한 대화, 창 밖의 풍경, 들른 곳들, 차로 지난 곳들을 묘사한다. 
등장하는 여인들의 세부 묘사가 그녀들의 액세서리, 몸매, 복장, 피부, 말투 등 디테일 일부를 취하면서 그럴 듯하게 나타나 있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인 테이블, 식사 장면, 파티, 바 등의 광경을 잘 그리는 것 같다. (호우 좀 놀아본 놈인가.) 
여태까지 본 책 중에 섹스 장면이 제일 많이 나왔다. 그것도 단 한 커플을, 그들은 들라주를 타고 돌아다니고,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이나 그녀의 방에서 섹스를 한다. 아주아주 많이 한다. 읽으면서 기필코 다 보고 나면 몇 번이나 나오나 세어 봐야지 했다. 세어 보니 내가 놓친 것도 있겠지만 스무 번은 확실히 넘고 서른 번은 안 되는 것 같다. 제일 마음에 드는 묘사는 프랑게라는 마을에서 창 밖에는 어떤 대가족이 식사를 하고 창 밖의 시간 흐름으로 그들의 정사 시간을 표현한, 마치 식사 장소에서 섹스를 하듯 뒤섞이는 부분이다. 
잠시만, 안타깝게도 화자는 (적어도 이 책에서는) 한 번도 못 해 본다.(눈물 좀 닦고…)

프랑스는 가 본 적도 없고 프랑스어도 잘 몰라서 프랑스에 대해 잘 모르고 그닥 관심 없었는데 설터가 자신이 둘러 본 프랑스 지방 곳곳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리려 애쓴 덕에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글로 본 것을 상상하는 것은 당연히 불완전하겠지만 어쨌거나 어떤 분위기와 풍경이 그려질 수 있도록 시각 묘사를 치밀하게 해 놓았다. 
그렇게 세세하고 치밀하고 정교하게 적어두지 않는다면 사라질 어떤 것들, 반짝이고 아름답고 그 순간에는 가슴 속에 어떤 강렬한 느낌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사라지고 그 느낌을 받은 사람이 사라지면 역시 함께 소멸될 어떤 것들을 소설로 엮고 책으로 낸 덕에 이 책을 쓴 설터가 죽었어도 내가 여기서 그런 비슷한 느낌들을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다. 들라주라는 예쁜 차를 타고 달리는 이십 대의 젊은 남녀, 그들의 섹스, 그들이 거쳐간 식당과 호텔과 마을들, 상점들... 예쁜 것들은, 즐거운 순간들은 지나고 나면 참 덧없고 가벼운데 그런 덧없고 가볍고 사소한 것들조차 남기는 것이 소설의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라고 소설이 있는 것이다. 

필립 딘은 그렇게 신나게 잘 놀고 여기 저기 돈 빌려서 빚잔치하고 안마리의 젊음을 취하다 미국으로 가 버린다. 그리고 복선처럼 나타났던 시트로엥의 사고처럼 그도 죽는다. 딘을 떠나게 만들고,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해서 안마리를 울리더니 마지막 몇 줄로 그래도 그녀는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하고 퉁치는게 영 찝찝하고 부당해 보였다. 괴롭혀 놓고 그 말 한 마디로 보상이 되냐. 소설가 놈 넌 왜 그렇게 잔인하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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