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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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피터 스콧 모건.

‘미덕의 불운’의 자매작인 ‘악덕의 번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 그런데 책의 앞머리에 예상 못한 새로운 만남(?) 서문(?) 하여간에 위대한 석학(?)이 사악한 세계의 어두운 면으로 바로 입문하지 않게 완충작용을 해 주는 중이었다. 그래서 아직 본문 못 보고 서문 읽는 중…누구의 글인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야지.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야. 번영을 누리며 잘 살고 싶어!”
나를 너무 혹사시키지 말자, 영혼이 없대도 어느 구석은 가련하게 떨고 있는 나를 위로할 책을 찾자…하다가 책 뒷표지에서 번영을 말하는 또 다른 책을 보았다. 이쪽은 표지도 하얀 게 더 희망적으로 보여서 야, 힐링엔 과학책이야, 하고 펼쳤다.

별 생각 없이, 미리 알아봄 없이 제목이나 저자 대충 보고 책을 모으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이 내게 온다. 이번 책도 그랬다. 원제 피터 2.0, 과학책 같고 뭔가 열심히 분투하는 사람이 나올 것 같았는데, 예상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책 후반부에서 한 9분의 1쯤 남았는데 이제 막 후두절제술 받는 시점이라 마음은 서늘하고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안타깝고 막판엔 그러긴 했지만…

피터의 경우도 오른발이 시작이었다. (나는 오른발목 인대…이젠 나아가지만 피터는…) 마비는 무릎을 타고 올라가다 대칭이 되고, 그렇게 하나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로봇공학으로 박사학위를 하고, 컨설팅 회사에서 기관의 암묵적 규칙을 해독하는 알고리즘 연구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프랜시스와 가고 싶은 어디든 여행을 다니던 피터의 삶의 새 버전이 그렇게 시작된다.
피터는 병증에 대해 대략 예감했고, 관련 논문 뒤지면서 공부했고, 의사들은 이런 저런 검사를 통해 한참 뒤에 진단을 내렸다.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및 기타 운동 뉴런 질환(MND), 루게릭병이라고 잘 알려진 질환.

몸의 많은 부분이 하나하나 기능을 상실하고 눈과 뇌의 감각만 남아 있다가 호흡 부전이나 섭식 곤란으로 대부분 사망하는 이 병에 대해 피터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여긴다. 기능 마비가 오기 전에 미리 호흡, 식사, 배설을 도울 인공 기관을 넣는 수술을 하고, 이동을 도울 휠체어 기능을 점차 높이고, 움직임의 부자유와 상관 없이 소통하고 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아바타 제작, 인공 음성 기술 개발, 최대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기꺼이 자기 몸을 실험도구로 활용하고, 또 협력하여 함께 MND가 일상을 파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번영’을 꿈꾸는 비전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동료들을 모으고 재단과 모임을 조직한다.

투병과 과학 기술, 이렇게 엮으면 책이 딱딱하고 슬플 것 같은데 책의 시작부터 피터는 너무도 활기 넘치고 자신만만한 인물이었다. 자신이 창조한 판타지 속을 넘나들고, 나 답게 살기 위해 자신의 퀴어 정체성에 등을 돌리는 세상 보란 듯이 내내 함께 할 사랑 프랜시스를 만나 피터 2.0의 세상과 그 이후의 다른 세계에서까지 함께한다. 책 자체는 재미있었다. 이렇게나 낙관적이고 긍정적이고, 기술을 세상이 더 나아지고 힘든 사람들이 더 낫게 살 수 있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열의를 다한 사람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건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 책 읽고 항상 두려운 건 수십년까지 생존을 내다본 피터가 2022년 생물학적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 더 걱정한 건 책에 나온 스콧 모건 재단 쳤을 때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연구가 흐지부지되고 뭐 그런 것이었는데,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재단은 그의 연인 프랜시스와 프랜시스의 조카인 앤드류, 그리고 책에도 언급되었던 동료들, 또 새로운 사람들 등등이 여전히 사진을 올린 채로 기금도 모으고 연구도 하고 피터의 업적을 알리면서 존재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가상 세계 살라니아에서 영생에 가까운 존재로 남는 상상을 피터는 판타지 소설처럼 적어 놓기도 했다. 소설은 아니고 비전이라고 할까. 끝까지 끝난 게 아냐, 하는 낙천성, 카메라를 향해 하얀 이가 드러나게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 사랑에 대한 믿음, 놀랍기도 하고, 스스로 위대해지는 사람들이 항상 내가 싫어하는 모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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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불공평한 현실을 참지 않기로 했어. 그것을 바꿀 거야. 얻어맞고 복종하는 것도, 선택지를 빼앗기고 다수에 맞춰 사는 것도 하지 않아. 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 거야. 그리고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야. 그자가 아무리 큰 권력을 가졌다 해도. 앞으로는 기성세력이 나를 괴롭히려고 할 때마다 반격하고, 반격하고, 또 반격할 작정이야. 결국 놈들이 굴복할 때까지.”
“그리고 네가 평화협정을 얻어낼 때까지!”
“아니! 무조건적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98, 교장실에서 쳐맞는 친구들 소리 듣고, 자신은 학교생활의 모든 즐거움과 권리 다 털린 열여섯 어린 피터의 다짐. 귀엽다. 그리고 이 마음이 생애 말미까지 이어진 게 놀라워…)

-“그렇고말고. 네가 옳아. 넌 진심으로 오페라를 사랑하지 . 변호사가 돼도 물론 잘하겠지만, 무대감독이 되면 정말 잘할 거야. 네가 ‘더 현실적인’ 다른 일보다 오페라를 선택하는 건 필연이야. 내가 최근에 생각한 ‘논리와 사랑의 법칙Law of Logic and Love’에 따르면 그래.”
“운이 척척 맞는군. 그건 인정하지. 그런데 그 법칙은 뭐에 대한 거야?”
“우주의 이치를 설명하는 법칙이야. 우리들 각자가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어김없이 작동하는 암묵적 규칙이 있다고 생각해. 어느 선까지는 논리가 우리를 이끈다 해도, 결정적 순간이 오면 언제나 사랑이 논리를 이겨.” (115)

-“음! 사립학교 출신이라…에로틱해!” 그들은 내게 직접 말을 걸기보다는 나 들으라는 듯 말했다. “사립학교 출신의 유일한 문제는 고학력 등신이 된다는 거지.”
나는 이 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 속눈썹이 너무 진해서 마스카라를 칠한 줄 알았던, 약간 고상을 떠는 게이 남성이 요들풍으로 말했다. “쟤는 외모도 훌륭하고 뇌도 훌륭해!” 그는 프랜시스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손으로는 나를 가리켰다. “나라면 쟤를 꽉 붙잡겠어.” 그가 모의라도 하듯 속삭였다.
“꽉 붙잡을 거예요.” (173, 낭만적 사랑을 믿건 안 믿건, 피터는 운도 좋다. 첫사랑이 괜찮은 게이이고 그게 마지막까지 간다는 거… 자기가 쓴 판타지 소설 속 인물처럼 그렇게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거… 이 책은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달달이도 보여준다. ㅋㅋㅋㅋ)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잖아.”
이제 프랜시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네가 강해져야 해. 안 그러면 나는 버틸 수 없어.“
우리는 적대적인 행성에 단둘이 버려진 추방자처럼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온 세상이 영원히 우리의 적이었다. 잔인한 결말이었다. 우리는 부둥켜안고 하나가 되어 몸을 들썩이며 흐느꼈다. 불행에 무너진 두 늙은 남자에게 싸움의 투지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는 마침내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서로에게 매달렸다.
”이봐. 정신을 차려야 해.“
프랜시스가 먼저 그 블랙홀을 빠져나왔다.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대답하려 했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늦기 전에 내가 쓸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적절한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357, 스콧-모건 커플의 위기. 피터의 개조와 연구를 돕기로 하던 기업과 협회, 협력자들이 일순간에 등을 돌려 좌절에 빠진 순간.)

-희망이 없어서 죽음에 내몰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슬플 뿐 아니라 견딜 수가 없다. 그들에게는 고려해볼만한 대안, 현실적인 선택지가 전혀 없다. 나는 그들에게 희망, 대안, 선택지를 제시하고 싶다.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그것을 알고 나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완전히 그들 몫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는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지지한다. 하지만 삶을 선택할 권리도 그것만큼 강력하게 지지한다.
선택은 진지하게 견주어볼 만한 대안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선택의 허울을 쓴 기정사실에 불과하다. 결정이 이미 되어 있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절차를 밟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진정한 의미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384)

-다행히 우주의 가장 중요한 규칙은 세 가지밖에 없다. 나머지 규칙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첫째, 과학은 마법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둘째, 인간이 중요한 존재인 것은 규칙을 깨기 때문이다.
셋째, 사랑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이긴다.
‘논리와 사랑의 법칙’에 따르면, 세 번째 법칙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강력하다. 이 법칙이 나머지 모든 법칙을 지배한다.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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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06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희석 하셨군요ㅋㅋㅋㅋ
피터 대단한데요? 저는 누가 맞는 소릴 옆에서 들었을땐
얼어버려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저항의식이 생겼어요.
저는 싸드 잠시 옆에 두고 스릴러로 희석중이에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6 17:28   좋아요 2 | URL
희석을 넘어 투석 수준이었어요 ㅎㅎㅎ 그런데 또 글로 쓰여진 것들 사실 나중에 좀 미화와 정당화 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ㅋㅋㅋ누가 옆에서 맞을 기미일 때 제가 선빵 날려본 경험은 있습니다… 싸드 새 책 여니까 누가 나왔냐면….보부아르가 튀어나왔습니다 ㅋㅋㅋ 우와 똑똑한 사람이 나한테 사드를 이해시켜줄지도 몰라!!했는데 저한테는 사드보다 보부아르가 더 어렵구나 하는 중입니다 ㅋㅋ니가 더하다 더해…

얄라알라 2023-07-06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잠수종과 나비]를 매우 긴 시차를 두고 다시 읽었을 땐, 저자의 글에서 점차 혼란스러움 모호함 의지가 약해짐...그런 느낌을 받아서 슬펐어요. 피터는 낙천성을 독자들에게 선물해 주셨나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06 22:27   좋아요 1 | URL
낙천성을 가져라!!! 이게 아니고 인간 자체가 긍정긍정 야 우리가 21세기인데 못 할 게 뭐야!!! 이러고 용감한 걸 보여주더라구요 ㅎㅎㅎ난 근데 그런 거 보면 왜 안쓰러움 ㅋㅋ(긍정 잘 안 옮는 부정쟁이…)

Yeagene 2023-07-07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꽤 낙관적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열반인님 힐링이 되셨겠는데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07 15:34   좋아요 1 | URL
책 자체는 열린 결말인데, 픽션도 아니고, 현실 결말은 정해져 있다보니 읽는 동안은 좋았는데 읽고 나니 조금 입이 쓰기도 했어요. 미덕의 번영은 역시 꿈인가 싸드 이새끼 1승 ㅋㅋ이러고 지옥에서 웃고 있을 것 같고…
 

미미님이 악보대를 모셔와 서서 책 보는 시스템 구축하신 것을 보고, 으악 나도 요즘 경추성 두통과 견갑골부터 어깨 목 머리로 이어지는 통증이…앉아서 책을 너무 봤어… 저거 멋있어…나도 갖고 싶어… 마구 검색 욕구 치솟는 것을 누르고,

곧장 마개조에 돌입했다. 여러분, 집에 멋진 옷걸이로도 쓰이는 실내 자전거가 있으시면, 멋진 스탠딩 독서대를 손에 넣으실 수 있습니다!!!! 벽돌책 이용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의 기지(너절함으)로 구매욕 눌러 죽인 나를 칭찬한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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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0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괜찮네요!!!ㅋㅋㅋㅋ
열반인님 역시 센스쟁이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5 19:25   좋아요 1 | URL
미미님 제게 스탠딩 독서대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사강책도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3-07-05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창의성!!! 공간 활용의 지덕체 완전 정복 이런건가요?!

반유행열반인 2023-07-05 20:12   좋아요 2 | URL
코어 콤플렉스 플레이스 (CCP)를 구축 완료하였습니다!!! 저래도 안 떨어지는데 안정성을 위해 리본으로 독서대를 쫌맸습니다. 그래도 자전거 운동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마주보며(?)

우끼 2023-07-05 21:07   좋아요 1 | URL
마주보며 자전거 운동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럼 한 사람은 자전거운동 한 사람은 자전거 없이 자전거운동..?

우끼 2023-07-05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주보며 자전거운동이면 자전거를 마주보며 걷기운동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3-07-05 21:27   좋아요 1 | URL
한 명은 그냥 평범하게 자전거 타면서 티비 보고 한 명은 독서대에 책 놓고 보면서 저 초록초록한게 밸런스 보드인데 거기에 서서 코어근육강화(? 그냥 서서 균형 잡는 것 ㅋㅋㅋ) 를 하는 것입니다만 대개 자전거 타기도 보드 운동도 제가 하는 일이라 분신술 쓰지 않는 한 마주 볼 일이 적겠습니다…(시무룩)

우끼 2023-07-05 21:29   좋아요 1 | URL
앜 하나 지운줄알았는데 ㅋㅋㅋ 한개 지워도 될까요?(허락을 먼저 받겠습니다) 오호 이제 분신술까지 연마하시는 열반님 진정한 열반의 길로…(….아냐)

반유행열반인 2023-07-05 21:29   좋아요 1 | URL
둘다 그냥 두셔도 괜찮지 싶습니다 ㅋㅋㅋ(무삭제 완역판 좋아하는 사람)

은오 2023-07-06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열님께 눕서대를 추천합니다!! 정자세로 누워서 읽을 수 있어요. 스탠딩 독서대 만드신거보니까 고딩때 공부 잘하는 애들 졸리면 자발적으로 뒤에 있는 스탠딩 책상 가서 수업듣던거 ㅋㅋㅋㅋ 생각나네욬ㅋㅋㅋㅋ 전 졸리면 그냥 앉아서 졸았지 그런 적이 없음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06 09:24   좋아요 2 | URL
1.누워서 책이나 스마트 기기를
보고 팔 뻗어 책장 넘기기나 작동을 하면 근육에 긴장이 많이 감
2. 눕는 거 안 좋아함ㅋㅋㅋ밤에 잘 때랑 에로틱(?)할 때 말고는 잘 안 누움 그리고 옆으로 누워잠
3. 침대 없이 라텍스 매트 깔고 자서 프레임이 없음
4.나도 은오님 눕서대 소문(?)듣고 오래 전에 엄청 검색하다 위의 세 가지 이유로 ㅋㅋㅋ단념했어요 ㅋㅋㅋㅋ
이상입니다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3-07-0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대가 두 개가 있는데- 알라딘에서 샀죠.- 그중 나무로 된 것 애용합니다.
운동하면서 사용하는 독서대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3-07-09 17:37   좋아요 1 | URL
독서만 하기 뭐할 때 사용할까 하고 매달아놨는데 역시나 책상머리 엘레베이터 독서대 앞에만 묶여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미덕의 불운 열린책들 세계문학 159
싸드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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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싸드.

제목 치다 오타 나서 미더덕의 불운…해 버렸는데 차라리 미더덕이었으면 좋겠다… 아닌가 미더덕도 뜨겁게 끓여지고 톡 터지면 아프겠지… 미더덕 안 좋아함…

소돔120일,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에 이은 세 번째 사드 읽기였다. 이번 책이 오히려 시기적으로는 앞선 책이라 일부 서사 전개나 설파하는 철학은 여기에서 더 발전, 심화시켜서 다음 시리즈에 재사용한 느낌이, 이미 읽은지 오래 되었지만 워낙 타격감이 센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하여간에 싸드는 일관된 놈이 분명했다…

싸드의 세계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나 봤더니, 욕망과 쾌락을 채우기 위한 앞뒤 가림 없는 인간은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이라 할 만한 건 거의 멸종되고 증발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나도 우리 엄마가 애기 때 안아주거나 뽀뽀해 준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말야…사드 너는 더 했나 보다…


조실 부모하고 세상에 떨궈진 자매 쥘리에뜨, 쥐스띤느, 작정하고 난 어둠의 세계를 맡을게! 하는 언니 쥘리에뜨 앞에 쥐스띤느는 거의 내내, 흔들림 없이 독실하고, 경건하고, 옳음, 선, 순결, 그 모든 virtue (프랑스어로는 vertu네? 배추?)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이 세상은, 타인은 지옥이다. 으악. 점입가경으로 불행, 두 글자로 축약할 수도 없을 만큼 잔혹한 상황과 고통을 겪던 그녀는… 에효…

솔직히 이런 인물과 세계를 즐기자고 쓰는 사람도, 쾌감으로 읽을 사람도 매우매우 드물 것 같다. 뭐 싸드 새끼 이렇게 참신해, 하는 즐거움 정도는 있겠지만 그 참신 발랄함 즐기겠다고 읽기에는 고난이 더 크다… 진짜 오랜만에 타격이 큰 책읽기였다…그런데 앞부분과 마지막에 언뜻 예고편처럼 스쳐지나가는 언니 쥘리에뜨의 이야기는…제가 전자책 ‘악덕의 번영’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궁금해서 또 내가 나를 괴롭힐 예정이다… 아…책 자체는 이전 읽은 두 권 보다 그렇게 노골적이고 자세하고 더럽고 끔찍한 건 아닌데 오히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면서도 다 상상되게 써 놔가지고, 근데 이게 뭔가 허무맹랑 판타지 이런 게 아니라 되게 핍진해가지고 (막 뉴스에 책에 성노예 엔번방 성직자 성범죄 돈 노리고 저지르는 온갖 추악한 범죄들 다 쓰까 놓은 거 보는 기분) 읽는 중에도 읽은 뒤에도 한참 심장이 무리가 가는 기분… 일단 좀 예쁘고 잔잔한 걸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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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오는 여자들에게 이곳을 떠난 여자들의 소식을 묻곤 했지만, 아직 그 소식을 알고 있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 가련한 여자들이 도대체 어찌 되었단 말일까요? 쏘피,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에요. 내가 이 집에 온 지 14년, 그동안 쉰 명 이상의 여자가 이곳을 떠났는데…모두 어디에들 있다는 말일까요? 모두들 한결같이 우리들을 돕겠노라 굳은 언약을 하고서, 도대체 왜 아무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말일까요?(122, 더 잔혹하고 끔찍스러운 악행의 묘사들이 많지만, 보여주지 않고 들려주는 편이 훨씬 혹독하기도 하다. 특히 이 부분이 그랬다. 이게 미친 수도사들의 감금 수도원에서 만난 희생자의 말이 아니라 뭐 다른 상황에다 붙여도 적확한 범죄들이 현실 세계에 많다 보니…하아…)


-제 천성이 동정심 많고 또 은혜 베풀기를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던 터라, 저는 즉시 지갑을 꺼내 주화 몇 닢을 노파에게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늙고 몹시 지친 듯하던 그 천박한 위인은, 오히려 저보다 민첩하여, 제 지갑을 탈취하더니, 저의 복부를 주먹으로 세차게 후려쳐 저를 땅바닥에 쓰러뜨렸습니다. 제가 다시 일어섰을 때 그녀는 이미 1백 보 이상 멀리 달아나 있었고, 불량배 넷이 그녀를 호위하며, 접근하지 말라는 위협적인 몸짓을 저에게 해 보였습니다. 저는 쓰디쓰게 탄식하였습니다. “오! 하늘이시여, 저에게서는 어떠한 선행도 나와서는 아니 됩니까! 그것을 베푸는 순간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불행으로 그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 그 끔찍한 순간, 모든 용기가 저를 떠나는 듯했습니다. (162, 진짜 이 새끼는…숨 쉴 틈을 안 주고 주인공과 독자를 괴롭힌다… 진성 새디스트 새끼…아 사드가 그 사드지…휴…)

-인간에게 전쟁과 흑사병, 기근을 보내 주며, 어느 구석 예외 없이 사악한 우주를 만들었는데, 당신의 눈에는 그 섭리가 미덕에 대한 극도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여요? 섭리의 행위 자체가 사악함 뿐이고, 모든 것이 악과 부패뿐이며, 그의 의도나 이루어 놓은 일들이 온통 죄악과 무질서투성이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악한 사람들이 그의 마음에 거슬린다고 생각해요? (189, 오우 아야…듣고 계세요? 듣고 계시면 얘한테 뭐라고 반박 좀 해 줘요…천둥이라도 한 번 쳐 주든가…는 으악 씨발 몇 십 쪽 더 읽고 나서 나는 이 코멘트를 후회하게 된다…진짜 싸드는 끝까지 방심하면 안 돼…)

-“…따라서 법이라는 것이 모든 악당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에요. 왜냐하면, 세력이 강한 자에게는 법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운이 좋은 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때문이며, 칼 이외에 다른 그 어떤 재산도 소유하지 못한 가련한 자에게는 법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194-195, 아무래도 사드는 그 원숭이 실험에서 헝겁인형 아니고 철로 된 먹이 주는 인형한테 길러진 경우인 듯 하다. 가장 가난한 이조차 마지막으로 사랑을 잃는 걸 두려워할 수도 있는데, 사드의 세계관에서는 이 부분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어떤 신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악도 훨씬 적을 것이라 믿어요. 그러나, 이 지상에 악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모든 무질서가 그 신의 필요에 의해 생겼거나, 아니면 악을 막는 것이 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무력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심술 사나운 그러한 신을 나는 전혀 경외하지 않으며, 아무 두려움 없이 그를 무시하고, 그가 내리친다는 벼락도 비웃어요.” (195, 모든 무신론자들의 방패가 뒤부와의 입을 빌린 사드로부터 비롯되었구만…쏘피가 여기다 대고 좀 반박을 했으면 좋겠는데 궤변! 신성모독! 자리 박차고 나옴- 너무 약하게 응대해서 사드가 좀 불공평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14-215, 쏘피의 입으로 친절하게 200여페이지를 요약해 줌…숨도 못 쉬겠음…)

-오!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독자 제위께서도, 허영에 빠졌다가 스스로를 추스른 이 여인처럼 우리의 이야기에서 얻은 바가 있기를 바라노라. 그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 역시, 진정한 행복은 미덕 속에 있으며, 또 미덕이 지상에서 박해당함을 하느님께서 용인하심은, 하늘에서 그에게 더 기쁜 보상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신하시기 바라노라. (224, 이 무슨 ㅋㅋㅋㅋㅋ놀부가 깨진 박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고 제비 다리 깁스해주는 소리야 ㅋㅋㅋㅋㅋ이와중에 나 이 소설 보름 만에 썼지롱 하고 자랑하는 놈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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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04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디즘의 원형인데 정작 독자는 마조히즘 성향도 어느정도 있어야 읽을 수 있는거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예쁘고 잔잔한 ㅋㅋㅋ열반인님 대체 어떤 책으로 희석하실지 궁금해요!!
저도 공포영화 보고 그냥은 잠들지 못해 코믹이나 액션으로 물타기 하는 편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9:00   좋아요 2 | URL
아 미미님 그런데 뭔가 오랜만에 호기심 가득 즐겁게 독서하는 듯 보이신다 ㅋㅋㅋ저 착각이죠? ㅋㅋㅋ 저는 굳이 세 권 중에 딱 하나만 읽겠다면 그래도 오늘 읽은 미덕의 불운이 제일 소설다운 것 같긴 합니다. 저 소설을 좋아하긴 하는데 제일 몰입해버려가지고 이렇게 타격도 세서 좋아하면서도 자주 안 읽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오전에 읽은 시집이랑 반대로 읽을 걸 그랬어요 ㅋㅋㅋㅋ 뭐 그냥 잔잔한 과학책(?)이나 하나 골라볼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05 0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사드 읽을 바에 핵불닭볶음면만 세끼를 먹겠어요 소돔도 읽으셨다고요? 🫢 유열님 저번에 소립자 야하다고 하셨던 거 보면 즐기는게야 약간 이런 취향임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5 07:56   좋아요 1 | URL
역겹지만 똑똑한 애들을 직접 겪거나 엮이면 절대 안 될 거고 궁금은 하니까 책으로 겪는게 이거도 내상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상한 놈을 알아야 백전백승(?) 사실 저보다 더 이상한 놈들 보고 난 저정도는 아니지?? 저기까진 가지 말자…하는 걱정많은 불안쟁이의 예방주사 같기도 합니다…

Yeagene 2023-07-05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도 열린책들이고 역자도 보면 사드는 꽤 읽어볼만한 흥미로운 작가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05 15:34   좋아요 2 | URL
번역은 여태 본 세 권 중에 제일 괜찮았어요. 인물들 대화투 너무 과하지 않구요. ㅎㅎㅎ

미미 2023-07-05 21:10   좋아요 1 | URL
존경하는 열반인님 무려 세 권째!!ㅋㅋㅋ 글의 내용은 끔찍하지만 문체는 담백합니다.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시선 437
황인찬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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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황인찬.

다정한 네이버 블로그 이웃님께 무슨 손글씨 쓰는 챌린지에 지목되서, 그럼 나는 아껴 (다시) 읽고 있는 시집을 베껴야지, 했다.

글씨에 점점 영혼이 없다. 짭플펜슬 말고는 진짜 볼펜 쓸 일이 가정통신문 사인 말고는 잘 없는데, 펜을 잡는 것이 이렇게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지 잊고 있었다.
간편하게 파바바바 타자나 터치스크린으로 쓰지 않고 한 자 한 자 눌러 적으라고 한다면, 세상의 글과 말은 지금의 몇 분의 일로 줄어들지 않을까, 세상까지 아니어도 내 글과 말은 그렇지 않을까, 하면서도 볼펜을 다시 쥐지 않고 키보드 전원을 켠다. ㅋㅋㅋㅋㅋ

며칠 전에 타이 음식점에 똠양꿍이랑 팟타이를 시켜 먹었다. 똠양꿍은 국물이랑 건더기 일부 뿐이라 집에 있던 쌀국수를 삶아서 퐁당 빠뜨려 먹었는데 쌀국수를 조금 더 삶을 걸 하고 아쉬웠다. 레몬그라스는 씹히지 않아 실수로라도 우물거리면 퉤 하고 섬유질을 뱉어야 했다. 그러다가 시집을 펼쳤는데 시에서 똠양꿍이 나와서 하, 나는 이 시 제목을 봐서 똠양꿍을 먹었던 걸까, 똠양꿍을 먹어서 시집에 똠양꿍 시가 실린 걸까 잠시 궁금했다.

3년 전에 황인찬의 시집을 처음 읽었다는데, 그 사이 3년이나 지났다는 게 너무 놀랍다. 3년이 지나도 휘발되지 않는 글도 있다는 게 신기한 다시 읽기였다. 시집 다시 읽는 건 아마도 네가 처음이야. 3년 후에 다시 읽을 지도. 다른 시집 읽다가 이 시집 읽으면 다른 시집이 샘을 낼까 봐 덮고, 또 한참 읽다가 미처 못 덮을 것 같이 점점 더 좋아서 겁이 나서 읽다가 일부러 덮고, 그러면서 읽었다. 적어 옮기려다가 문득 이거 3년 전에도 똑같이 밑줄그었을 걸, 하는 부분이 있어 찾아 보니 어떤 부분들은 정말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뭐 이미 그었을 거야, 하고 따로 옮겨 적지 않았다.

3년 전에는 내가 소설 강좌 들으러 다니던 건물에서 황인찬이 시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음으로만 가 보고 싶고 가진 않았다. 그리고 독후감으로 소설 존나 후지게 썼네 창피하다 창피해 막 그렇게 욕을 바가지로 썼던 소설가가 또 그 건물에서 강의를 해 가지고 어느 날 수업 들으러 엘레베이터를 탔다가 엘레베이터 안에서 마주쳤는데 소설가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가지고 나는 괜히 미안하고 아는 얼굴이라고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그냥 악성 독후감은 참 미안한 것이구나 생각을 했다. 황인찬도 탔을 엘레베이터지만 공간은 겹쳤지만 다행히도 시간은 겹치지 않았다. 나는 다행히도를 자꾸 다행이도 라고 쓰고 나중에 고친다. 다행이다.


+밑줄 긋기
-쌓인 눈을 밟으면 소리가 난다
작은 것들이 무너지고 깨지는 소리

“이런 삶은 나도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니 새하얀 입김이 공중으로 흩어졌고
(‘사랑과 자비’ 중)

-벌써 여름이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지난 여름에도 똑같은 말과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이 알아차림을 평생 반복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순간마다 여름은 창턱을 떠나 날아갈 준비를 한다

이 누적 없는 반복을 삶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이 시의 서정적 일면이다
(‘아카이브’ 중)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 는 시인의 말에 3년 전에는 아무에게나는 아냐. 라고 했었다. 그런데 3년 쯤 저 말을 생각하다보니 아닌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저 말을 멋 없게 다르게 고치면 ‘우리는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그런데 내 시집은 뭔 수놓은 씨스루 같은 걸 입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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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7-04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후.. 황인찬 읽어봐야겠다 결심이 섬. 선성???독후감은 참 강력하구만요! 글씨 나는 좋은데. 영혼이 없는 거란 말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2:18   좋아요 2 | URL
여기에는 영혼도 마음도 없습니다.
황인찬 이 시집 최애입니다. 두 번 읽기 드문데 두 번 봤으니 이제는 최애라고 말할 수 있다 ㅋㅋ 선성독후감 저는 잘 안 쓰는 거라 그런게 존재합니까? ㅋㅋㅋ

우끼 2023-07-04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사랑만세~~ 아무에게나 사랑은 줘버리자~~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2:19   좋아요 2 | URL
궁금한데 누구나 우리를 사랑할 수 있다, 이 말은 성립합니까? 무엇이든 우리를 사랑할 수 있다. 이거는 근데 왜 섬뜻하죠? 아무가 필요없어!!!이러면 어쩌죠? ㅋㅋㅋㅋ

우끼 2023-07-04 12:21   좋아요 1 | URL
음.. 그러네… 저도 아무가 필요없어요 ㅋㅋㅋㅋㅋㅋ 그 사랑 자신의 책임에 다 쏟고 여남은거 도움 필요한 사람에게 써라~~ 이런 마음..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2:25   좋아요 2 | URL
아 뭐여 책임 도움 거기에다 사랑을
왜 써… ㅋㅋㅋㅋㅋㅋ그러라고 있는 사랑
아닐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2:25   좋아요 2 | URL
그리고 댓글 또 지우시면 저 이제 대댓글 안 답니다 ㅋㅋㅋ달 때는 신중하게 달고 나면 낙장불입!!!!!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2:26   좋아요 2 | URL
쓰고나서 부끄러우면 수정 후 비밀댓글 지정이라는 아름다운 기능이 있습니다 ㅎㅎㅎ

우끼 2023-07-04 12:36   좋아요 2 | URL
책임과 도움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ㅜㅜ (사랑 에너지설) 글고 책임없는 사랑 안섹시해~~(나만 그런가)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2:39   좋아요 2 | URL
책임은 의무감이 도움은 연민과 자비가 하는 일이쥬… 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7-04 12:46   좋아요 4 | URL
사랑이 대체 뭐죠…???? ?.?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3:50   좋아요 2 | URL
선생님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내년까지 알아보고 알려주세요…

희선 2023-07-05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리커버로 나왔던 걸 거예요 몇 년인지 잊어버렸지만... 책이 나오도 다음달 바로 그랬을지,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 한해 뒤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누구나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을까요 어쩐지 어려울 것 같은... 저는 마음이 좁네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7-05 07:53   좋아요 1 | URL
리커버 판이었군요 ㅎㅎ근데 완전 표지 갈이는 아니고 원래 거에 옷만 입혀줌 ㅎㅎㅎ저는 중고를 구매했거든요 그런데 책 소개 찾아봐도 다 옷 안 입은(?)것만 있어서 궁금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희선님 ㅎㅎㅎ
 
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 내 사랑의 그림자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10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성귀수 옮김 / 아티초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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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3 기욤 아폴리네르.

여러 번역시 모은 선집에서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를 인상 깊게 읽고, 황현산 선생님이 번역하신 ‘알코올’을 전자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보다 말았다. 벌써 기억이 안 나려고 하는데 뭔가 너무 고풍스러운 느낌이었어…
그러다가 기욤이 사모하던 루 라는 여성에게 전쟁터에서 잔뜩 써 보낸 시인지 편지인지 하는 것들을 묶은 책이 있다고 해서 중고로 샀다. 책 소개 페이지의 표지는 뭔가 변태 할아버지 같은 그림이 있는데 내가 받은 건 상대적으로 점잖은 그림이라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저 아래 아저씨 표정도 만만치 않네… 출판사 마크인지 엄마는 펭귄 아빠는 올빼미 같이 생긴 귀여운 새 위치가 절묘함…

시는 대체로 야하고, 성애적이고, 여자에게서 좋은 것을 겪어 버린 남자가 욕망과 연인의 부재에 떨면서 잔뜩 써 놓은 것이라…그렇게 정제된 언어는 아니었다. ‘알코올’이 그래도 고급스러운 관능이라면 이건 진짜 날 것의 쌈마이 성애성애…번역이 날 것으로 해 놓아서 그럴 수도 있는데 기욤이 루를 칭할 때 자기야, 이런 표현 너무 간지러움… 우리나라에 뭐 저런 대중가요 있어서(전국노래자랑 같은데 나오면 되게 싫어했음) 그런가 자동 재생되면서 소름이 오소소 해가지고 ㅋㅋㅋㅋ 읽는 내내 썩 즐겁지 않았다.

이메일로 우연히 이어진 사랑을 소설로 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섯 번째 파도’ (개웃김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일곱 번째야…왜 맘대로 두 개 깎음….ㅋㅋㅋ) 두 권을 몇 년 전 여름에 읽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읽을 만했고 독일 소설인데 미국 영화 같고 적당히 달달하고 적당히 절제하면서도 로맨스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겠다…싶었다. 그런데 실존 인물이 연모하는 이에게 쓴 날 것 같은 (거의 편섹???에 가까운) 시는 편지 쓴 이가 아무리 시인이라도 ㅋㅋㅋㅋ이걸 한 권에 다 엮어 놓은 걸 남이 읽는 건…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으으 느끼한 변태 아저씨 ㅋㅋㅋㅋ 개그콘서트에서 연인들 닭살 돋는 짓 구경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역겨운 표정 짓는 뭐 그런 느낌 잘 알겠음…

루에게는 기욤 아폴리네르가 꼬시는 중에도 다른 연인(이 사람도 포병)이 있었고, 애칭으로 투투(멍멍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욤은 그러거나 말거나 하면서 계속 들이대고, 투투와 루, 이렇게 둘에게 편지 보내듯 시를 쓰기도 한다. 개중에 동시 같고 좀 덜 야한 시ㅋㅋㅋ 삼각관계인데 나름 귀엽게 그려 놓았음…그래서 옮겨 적어 봄… 다른 시들은 옮기기 좀 그래…(엉덩이 가슴 천지임…)

- 두 번째 우화
어느 얌전한 멍멍이가 하루는 떡갈나무 아래 떨어진
겨우살이 새순을 보았네
녀석은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밟으려 했는데
지켜보던 여주인
얼른 막아서더니 나른한 손길 뻗어
겨우살이를 집어 드네
멍멍이 낑낑대며 하는 말 겨우살이야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네가 뭐 그리 귀하다고
그러자 드루이드 사제들의 약초가 대답하기를
멍멍 씨 당신은
늘 충성스럽고 용감해요
그래서 여주인은
항상 당신을 아껴주죠
그 잘난 당신 애교가 살가워서
그러나 나는 위대한 삶의 지침인 사랑
나는 행복이라오
오 멍멍 씨 내 절친한 친구여 나는 꽃 중에 가장 희귀한 꽃
꽃이 피지 않는 풀나무라오
당신이 이상이라면 나는 행복을 가져다준답니다
그러는 동안
느긋하게 누워
아름다운 꽃잎을 무심히 뜯어 날리는
그들의 여주인
오색영롱한 빛깔들
그윽하게 풍겨나는 향기들
그녀는 멍멍이와 겨우살이의 수다를
안 듣는 척하면서 듣고 있지
그녀를 미소짓게 만드는 두 친구의 이야기
우리 꿈꾸듯 그 둘의 행복을 저울질해보는데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던 여주인
갑자기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네
(아무리 따져 봐도) 더 많은 그녀의 입맞춤은
겨우살이가 아닌 멍멍이 차지
반면 겨우살이는
어여쁜 두 젖가슴 사이에 맥없이 끼여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는 처지
오호라 그래도 만족하네
임금에게나 어울릴 그 옥좌
그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입맞춤을 구경만 하면서
겨우살이는 속으로 즐기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서
교훈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지어다
(‘멍멍이와 겨우살이’ 전문. 멍멍이 투투는 루의 다른 애인, 겨우살이gui는 기욤 아폴리네르 이름 앞자…귀귀 생각나네…)

전쟁터에서 생사 오가며 두툼하게 한 권 묶을 정도로 편지를 써 보낸 사랑도 뭐 결말은 가망 없고, 시인의 연보에서 정작 죽기 직전 결혼한 사람은 시인이 부상 당하고 그걸 간호해준 다른 여성이었다. 시인은 나랑 동갑일 때 스페인 독감 걸려 죽어버린다. 사랑 넘치고 어휘와 감수성 넘치던 사람이 적어둔 시랑 편지는 남았다.

바톤 터치하듯 기욤 아저씨(이러니까 귀여운 거 같잖아 으으)는 근처에 꽂혀 있던 프랑스 소설 뒷표지에서 다음 읽을 책을 추천해주고 있었다.
‘싸드는 이전에 존재하였던 가장 자유로운 정신이다._기욤 아뽈리네르’
그래서 다음 독서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추천으로다가 싸드의 ‘미덕의 불운’ 결정… 참 힘든 여름을 자처하고 있다 내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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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7-03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앜……. 열반님 독서는 따라갈 수가 없군요 다음 리뷰도 기다립니다

은오 2023-07-03 20:01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이거 어케 다 읽었어요 유열님....?! 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3 20:04   좋아요 3 | URL
다 보고 구토하는 리뷰 쓰려고 참고 읽다가 읽다 지쳐 그냥저냥 썼어유… 우끼님 기다리지 말아유… 기다림은 힘든 겨…

우끼 2023-07-03 20:06   좋아요 3 | URL
그러면 이 리뷰의 후속 리뷰는 안기다리고 반열님 다음 리뷰만 기다릴께요

미미 2023-07-03 2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갖고 계신 책 표지 80년대 대한극장? 간판 같아요ㅋㅋㅋㅋㅋ
(근처에 살았던 사람)내용도 참ㅋㅋㅋ
오늘 너무 덥고 멍했는데 열반인님 덕분에 재밌게 읽고 웃고 갑니다. (‘미덕의 불운‘ 찾아봐야지..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3 21:14   좋아요 2 | URL
아니 미미님 서울 중심부 출신?!! 그런데 80년대 극장간판이 기억 나시면 막 엄청 어엄청 언니이십니까…예전에 디즈니 버전 초상(?)뵐 땐 애기였는데(내 맘 속의 미미는 디즈니 요정) 비밀은 아니구 저 자매품 ‘악덕의 번영’ 전자책도 보유중…입니다…왜 부끄럽냐… 근데 사드는 진짜 야한 게 아니라 더럽고 또라이 같은 재미로 이 새끼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는 오기로 승부욕(?)으로 보는 듯요…

Yeagene 2023-07-04 11:06   좋아요 3 | URL
와 미미님 저도 그 생각했어요 ㅎㅎ 같은 생각하셔서 넘나 반가워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1:47   좋아요 3 | URL
우리 동네 용인극장도 그런 손으로 그린 간판 그림 있었어요 ㅋㅋㅋ농촌 읍 출신 ㅋㅋㅋㅋㅋ

미미 2023-07-04 12:14   좋아요 3 | URL
예진님 저도 반가워요ㅋㅋㅋ
당시엔 극장 간판 그림 이상했는데 이렇게 마주하니 또 반가운ㅋㅋ(간판 화가와 책 표지 디자이너 관련있음을 기정사실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