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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조어론 3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9월
평점 :
-20230715 박상륭.
유리처럼, 이 동리에도 안개비가 내립습지, 아니 내렸었습지, 칠조 흉내를 내려는데 비가 그쳐 망한 듯싶지만 안개비는 바깥 아닌 안에 내려도 그만입지. 습한 날입지.
꼼꼼히 읽기 책을 일러 세르파 타령을 해 그런지, 어느 도류는 이 책읽기를 큰 산 넘기라 하셨지만, 차라리 깊고 깊은 계곡입지, 해골의 골짜기입지, 수렁입지.
아 시바 ㅋㅋㅋ 흉내내보니까 촛불중 말투로 써 내려간 박상륭 선생님 대단하심… 속이 오글거리고 니글거려서 때려치기로 한다.
2권과 3권 사이에 책 열다섯 권을 밀어 넣고 틈새를 벌리고 벌리다 좀 많이 미뤘나? 다 까먹겠다...하고 7월 들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 백여쪽 쯤 읽다가 2권 읽기의 오독이 탁, 풀렸다. 갑자기 판관 겸직 읍장, 이 칭호가 신경 쓰인 것이다. 읍장 겸직 판관이랑 다른가? 달랐다. 그러니까 읍장 겸직 판관(육조스님과 씨름 붙었다 졌던 큰형장나으리, 관직 몸에 안 맞아 지혜주머니인지 보따리한테 거의 다 맡겨 놓고, 죽은 장로 손녀딸하고 강제 혼인했다가 유산 시키고 목매 죽음)이랑, 판관 겸직 읍장(큰형장문지기 출신, 큰형장나으리 친구이자 심복인 지혜주머니, 이미 수렴청정하듯 읍장 겸직 판관 똘마니 하면서부터 야심 있었고, 읍장 겸직 판관 죽자마자 권력 공백 채우면서 판관 겸직 읍장 됨, 승려들에게 가혹함, 칠조에게 형벌을 가하는 자) 둘은 다른 놈이고, 거기에 대해 2권에서 엄청 상세하게 풀어놨는데 나새끼가 왠일인지 눈뜨고 다 놓쳤다. 일단 아무도 읽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중에라도 스스로 바로 잡았으니 다행이고...
수레바퀴 타고 저만 구하러 왔는지, 중생 모두 구하러 왔는지, 하여간에 촌장이다 하고 나타난 시님들은 죄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졌다. 육조는 높은 나무에 매달리고, 칠조는 땅굴에 산 채로 묻힌다. 판관 겸직 읍장은 불성 없다는 개랑, 모두가 불성 있다는데 그럼 도 닦는 중은 불성 찾고 있으니 개나 같지 하고 둘이 묶어, 개 모가지 잘라 피를 내고 그 피를 칠조에게 발라 육조 스님 거하던 유리의 굴 안에 가둔다. 그러고도 이 책은 몇 백쪽이 남아서 하아… 이거 지하동굴자의 수기로 계속 가는 것인가...사람 생매장 당해 죽어가는 거를 계속 보는 것인가...나 어떡해...했는데 자비로운 박상륭 선생님은 독자 생각해서 (3권 맨 뒤에 주석처럼 붙여 두기로) 관0품, 하는 칠조의 설법도 엄청 덜어냈다 하고, 또 지난한 읽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베리에이션을 주셨다. 촛불중 굶어 죽지 말라고 밥 넣어주러 온 화장터지기 할아버지가 거의 중이나 다름 없어서, 자기 인생역정, 비리데기 만나고 헤어진 이야기, 자기 나름대로 시체 태우는 불 보며 도 닦은 이야기 중간중간 풀어줬다. 관몽품은 아무래도 촛불 시님이 꿈꾸면서 각설이꾼 마냥 음담패설 섞어가며 몽중 설법 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열두공주 밤마다 어디서 춤추고 와서 신발 닳아지는 이야기, 그거 쫓아가 신발 닳기 끝내는 별보던 청년 이야기를 넣어놨다. 깨달음 이루는 과정이나, 이 세상 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음양의 맞물림 같은 성적인 비유로 내내 반복해 표현하는데, 이원론적 비유는 언뜻 찰떡 같고 쓰기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만 세상은 둘로 나뉘지 않는다구! 빼애액! 양끝점 갖는 물고기 모양 가지구 되겠냐구…하고 멍충이가 빼애액 거리기는 쉽지만 그렇다고 뭐 더 할 말도 붙일 사유도 없기 때문에 아 예… 그럴사 하군요… 거참 실물이든 관념이든 아무데나 꼴리고 아무데나 박을 수 있군요 문학이란 죠쿤뇨…모두모두 싸우지 말고 섹스해... 이러고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는 있지만 사실 읽기보다는 눈뜨고 꿈꾸는 거에 가깝고, 이 더운 여름잠은 참으로도 길고, 내가 씨부려 놓은 거 조금이라도 훑어 읽는 사람들은 또 같이 땀 흘리다 지쳐 집단적 꿈이라도 (그런데 하필 왜 내가 잘못 꾼 꿈에 들어오셨어요? ㅋㅋㅋㅋ죄송해요…) 꾸는 것 같고, 4권을 읽고 나면 나는 쎈 수학을 풀기로 했기 때문에 4권은 최대한 천천히 읽을 거야… 왠 너덜너덜해지는 책들로 셀프 고문한 나에게는 위무가 필요하다. 그치만 괴롭히는 건 잘 아는데 보살피는 건 잘 못해서 잘 몰라서 큰일이다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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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그리하여, 인간의 비극이 뭣인지쯤 알 만하겠도다. 짐승이고 싶은 욕망과, 짐승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찢기는 자여, 사라쌍수여, 그대의 아픔이 뭣인지쯤도 알 만하겠도다, 바룬다 새여. (3661)
-어쨌든, 이 유리의 칠조는, 아스라이 멀고도 먼데, 어느 동네서, 예의 그 한 마리 금조가 깨어 일어나, 처음 홰치고, 다음 벼슬 단 머리를 빼돌려, 어둠의 고장을 향해 우는, 그 신선하고도, 그리고 잠으로 고달픈 울음을, 자기의 안쪽에서 들은 것이다. 그 어둠의 고장이 그러자부터, 밝음의 해일에 덮여 들고, 암흑의 영산이, 끓는 용암의 바다에 난파한 것처럼, 녹아, 빛의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내리고 있었다. 그 빛의 만조 아래에서, 모래톱의 게 새끼들 같은, 빛의 억만 벌레들이 일제히 창을 열어, 빛 가운데로 나들이 나와, 그렇게도 넘치는 빛도 모자라다는 듯이 탐해, 전신에서 흡반을 돋궈, 그 빛을 머금어 들이고 있다. 바로 이런 때에, 야행성 귀신 나부럭지며, 박쥐 따위들은, 빛이 어두워(우그러질 녀러, 빛도 일종의 어두움이다?), 밤 동안 열어놓았던 창들을 닫기에 바쁘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제 침상에다 무거운 몸을 부릴 것인데, 밖의 빛의 두테와 비례하여, 그것들의 잠의 두테도 두터워져 갈 것이었다. 그러고 본다면, ‘밝다’거나, ‘어둡다’는 식으로, 명암을 구별하는 말 같은 것도, 순전히 빛벌레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그것들만의 사투리가 아닌가 하는 것을 고려해보게 한다. (3761-3762, 상쾌한 아침이다! 할 것을 이렇게 줄줄 풀어 놓고 명과 암의 역전...이런 거 좋아함ㅋㅋ)
-우리들은 그런 뒤 더 이상 숲에로 내달리지 않슴메,
두 월계수는 버혀져 아무 데도 없슴메. (3923, 천몇페이지 읽는 동안 유일하게 기억나는 해피엔딩임…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는데 이거 하나 적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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