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의 서정주 다시 읽기
오봉옥 지음 / 박이정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시에 대한 해석

 

서정주 시인이 자신의 시집 전체에서 직접 고른 한 권 분량의 시들에 대한 시인 오봉옥의 해석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실제 강의를 녹음했다가 글로 옮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인지 쉽게 표현되어있으며, 또한 말하기 방식의 형태이기 때문에 친숙하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강의가 이루어지는 당시의 분위기와 책을 읽는 분위기의 차이가 존재하고는 있지만 그 간격이 그리 크지는 않다.

시를 해석한다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라는 것이 빨리 읽어버리고 줄거리만 이해하는 글이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따져보아도 말의 가락을 느껴야 하고, 숨어있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을 찾으며 갖가지 비유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를 읽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쉽지만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고 시험 공부하듯이 다른 사람이 해석해 놓은 것을 막연하게 외워야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시를 읽는 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있다. 시인의 숨겨진 의도와 생각을 발견하여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읽는 사람이 느낀 감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가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오봉옥은 서정주의 시들을 일행일설(一行一說)로 풀어가고 있다. 전체의 분위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어들의 관계나 시어를 통해 연상되는 다양한 장면이나 이미지들에 대한 소개는 시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시인과 시

 

‘시인’을 빨리 발음하면 ‘신’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던 것처럼 시인도 창조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표현일 것이다. 시인이 창조자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시인’이 창조자라고 해서 ‘신’과 같이 전지전능하며 절대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만든 세상이 항상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시인이 만들어 낸 세상 역시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시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고, 그 시를 쓴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요즘같은 가을날, 시집 한 권을 들고 낙엽 지는 나무 아래에 앉아만 있어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하물며 그가 시인이라고 한다면,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인이라면 그에 대한 시선은 온갖 동경과 존경으로 가득 찰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서정주라는 시인과 그의 대표작 ‘국화 옆에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치환과 더불어 생명파 시인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교과서에 실려 강조되고 있다. 또한, 친일 행적과 5공화국과의 관계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러한 비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데 과연 시인 서정주를 비판한다는 것은 그의 시를 비판하는 것인가 그의 행적을 비판하는 것인가. 아니면 둘 다를 비판해야하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그가 시인이므로 그의 시 작품만을 보자고 하고, 다른 사람은 시는 시인이 가진 세계관의 표현이므로 시인의 행적과 무관하게 작품을 볼 수 없다고도 한다.

오봉옥은 서정주를 시의 맛을 아는 시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나 서정주의 시에 대하여 반감을 가진 다른 시인들의 패러디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정주의 시 작품 자체에 초점을 두고 시인에 대하여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서정주의 언어를 다루는 솜씨에 내심 탄복했으며 그것의 의미를 찾아 내는 오봉옥 시인의 세심한 감각에도 탄복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정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애매모호하다. ‘질마재 신화’를 읽고 받은 감동과 전두환에게 보낸 축시를 읽고 느꼈던 반감은 여전히 찝찝함으로 남아있다. 서정주. 역시 돌아갈 수 없는 우리 시문학의 거대한 거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거목의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들이 있다. 앞으로 “국화꽃의 비밀”을 읽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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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주의 시를 한번 읽어보고 생각을 해 봐야겠다 하면서도 지금껏 전집1권을 다 못 읽었어요. 1권이 뭐야 앞부분 좀 읽다 말았죠-_- 오봉옥의 책을 먼저 읽어버릴까 보다

메시지 2004-10-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파란여우 2004-10-2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자들은 서정주가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시 사상에 돌을 던지고 한다죠. 물론, 저도 예전에는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만. 주옥같은 시를 창조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친일행적이 그의 삶에 치명적인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는 우리시대의 뛰어난 시인이었습니다.

메시지 2004-10-2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시 작품은 많이 쓰셨죠^^*

고동실 2005-03-1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부독서회에서 4월 중순에 질마재로, 미당시문학관으로 문학기행을 갈예정인데 ...
한번 구입해서 읽어보고싶습니다.
실은 오늘 서정주 시전집 세권을 모두 주문했는데...
[오봉옥의.....]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사서의 책상에 놓여있길래 제목만 적어와서 .....
자세한 서평 감사합니다.
 

 (이미지는 범우사의 책이미지가 없어서 다른 출판사의 것을 올림)

 며칠 전 서점에서 우연히 범우사의 문고판 서적 '공산당 선언'을 발견했다.

가격은 2000원.

아주 오래전 복사가 된건지 제본이 되었던 것인지를 학교의 한 구석에서 빨리 읽고, 건낸 기억이 있던 책이다. 문고판이 주는 매력과 요즘은 보기드문 가격이 덮썩 이 책을 사게했다.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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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0-1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직 범우사 문고판이 건재하단 말인가요? 예전엔 범우사 독서회원이었는데 그 때 문고판 참 많이 읽었죠.휴대하기 편하고 책 자체도 서민적이어서 부담도 덜 가질 수 있던 범우사 문고판이 있다니 반가워 지는데요

superfrog 2004-10-1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우사 문고판.. 그립습니다..^^
 


부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에서 찍은 가족사진입니다. 햇빛이 눈부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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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18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이 아이 아빠라는 걸 잊고 있었는데 이 사진으로 되새겨주시는군요~ ^^*

미완성 2004-10-1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이 축복해주고 있는 가족이로군요..우어-
히, 메시지님 쑥쓰러워하고 계신 거같은 걸요?

메시지 2004-10-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제가 자주 저렇게 어정쩡한 표정이랍니다. 약간 어리버리한 표정^^*
아영엄마님, 저도 가끔 아빠라는 걸 잊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혼난답니다.^^*

마냐 2004-10-18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정말 햇님의 축복 같은 분위기....
흐흐...저두 가끔 엄마라는 걸 잊고 늦게까지 마시는걸요? ^^*

메시지 2004-10-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이 날 햇볕이 무척이나 좋았어요. 마냐님 가족도 축복 같은 분위기되세요^^*

비로그인 2004-10-18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에서 빛이 쏟아져요. 크하..정겨운 가족 사진이구나. 상현이 절케 보니까 진짜 어려보이네요. 흘흘..@,.@

stella.K 2004-10-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메시지님 보니 반가움이군요. 저 쏟아지는 햇쌀 죽이는데요. 행복한 가족이군요.^^

sooninara 2004-10-1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이...오호..멋집니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_)

--------------------------------------------

'연꽃 만나 가는 바람같이'가

아니라

'연꽃 만나 가는 바람같이'라...

그것도

'한 두 철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라....

 

다가옴이 아니라 지나감의 심정, 그것은 분명 섭섭함일텐데

그 섭섭함도 이별 직후의 폭풍같은 섭섭함이 아니라

이제는 잔잔한 흐름으로 차분해진 그런 섭섭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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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1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에게,

......자꾸 아련한 뭔가가 떠오르네요.

앗! 그러고보니 오타쟁이 꽃미남 메시지님의 오타를 또 잡았다!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에게 →이별이게 잖아요~~~~ ^0^

진/우맘 2004-10-1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한 뭔가 얘기는, 오타 얘기가 아닌데...^^;;

메시지 2004-10-1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님, 제가 오타를 내면 짠 하고 나타나시어 지적해주시는 님 덕분에 제가 오타걱적없이 글을 쓰기로 작정했습니다. 오타! 진우맘님의 빛나는 눈동자에 녹아버리다!!!
 

중간고사, 얼마남지 않은 수능, 그리고 2005년!

변함없는 일상과 권태,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나에 대한 기대들...

지난 몇 주 동안(9월에서 10월 초)  읽은, 읽고 있는 책들.

 

  악의 꽃, 보들레르.

 번역된 책에 왠지 거부감을 갖는 내가 번역시집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원어를 알 수 없으니 번역된 것이라도 읽을 수 밖에.

 이젠 번역된 시도 조금은 읽을 자신이 생겼다.

 

 

허삼관 매혈기, 위화.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준 연탄같은 책.

난, 이런 소설과 시가 좋다.

내 글도 따뜻하고 싶다.

 

 

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한국인(민족이라는 입장에서)에의해 영어로 씌여진(국적은 미국이므로) 소설을 다시 번역한 소설.

나의 감정적 동요가 적어서 읽는 속도가 무척이나 더딘 책.

결국, 나도 나의 테두리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다는...

 

오봉옥의 서정주 다시읽기, 오봉옥.

서정주. 그는 분명 시의 거장임에는 틀림없다.

심리적으로 서정주라는 시인의 삶에 내심 불만이 많던 나.

그러나, 그의 시는 참 멋있고, 맛있다.

사실, 우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서정주의 시 한편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에대한 오봉옥 님의 해석이 마음에 들어서 전체를 읽게된 책이다.

                              현재, 여러모러 내게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세세히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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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0-1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주 다시 읽기.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허삼관 매혈기도 읽는다고 해 놓고 못읽고 있습니다. 올해가 다가기 전에...
암튼 메시지님, 건강하시고 열심히 잘 지내십시오. 홧팅!^^

플레져 2004-10-1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삼관 매혈기 재밌게 읽었어요.
너무 빨리 읽어서 한 번 더 읽을까해요. ^^

메시지 2004-10-1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자주 못뵈서 죄송합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아주 좋지요.^^*
플레져님, 연극도 있어요. 전 EBS를 통해서 봤지만, 실제로 극장에서 보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04-10-1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삼관 매혈기는 저도 추천이에요..^^
정말 따뜻한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