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 오랜만에 읽는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간데 정작 추리쪽은 하나도 안 읽고 요 시리즈만 읽었더랬다. 필명인 ‘메리 웨스트매콧‘으로 출간한 여섯 권의 작품은 여성의 심리를 중심으로 한 서사이다. 다 좋았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평타 이상이었다. 지금과 맞지 않는 시대상에 불편해할 독자도 많겠으나 감안하고 본다면 썩 괜찮은 즐길 거리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장르소설의 기법을 써서 문장이 간결하고 전개도 매우 빠르다. 게다가 인물의 고뇌와 독자의 생각이 머물지 못하게 연속해서 단타를 날린다. 이렇게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 갖춘 작가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롱런하는 작가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작품도 꽤나 평범한 내용이다. 오빠만 이뻐하는 집에서 자란 여동생 로라. 오빠가 소아마비로 죽고 이제 사랑을 독차지하나 했더니 금세 여동생이 생겨버린다. 이후 불난 집에서 동생을 구하고부터 로라의 시기는 사랑의 감정으로 탈바꿈한다. 부모님마저 사고로 죽자, 로라는 오직 동생의 뒷바라지에 생을 바친다. 세월이 지나 갓 성인이 된 동생에게 청혼한 남정네가 등장하는데, 로라의 눈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의 불장난이었다.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이들의 결혼생활은 얼마 안 가 밑바닥을 찍는다. 로라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어떤 집착과 소유욕으로 느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자기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는 말아달라던 동생의 말이 생각나서.


어려서부터 눈치 만렙이었던 로라. 사랑받을 존재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사랑을 주는 쪽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무한정 퍼부었던 사랑은, 동생의 의사와 자유를 억누른 결과로 나타났다. 로라의 ‘주는 사랑‘이 뭐가 잘못된 거냐면, 상처받는 게 싫어 사랑받기를 거부하던 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은, 인간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누릴 동생의 권리를 박탈하였다. 뿐만 아니라 로라는 자신을 전혀 챙기지 않아, 사랑받을 권리를 박탈하며 살고 있었다. 아아아. 여성호르몬 과다인 나님은 로라가 어떤 심정인지 아주 잘 알겠더라.


이 사랑의 공급이 중단되고 나서야 두 자매는 서로에게 미안함을 깨닫는다. 지금 상태가 베스트란 걸 알기 때문에 서서히 왕래는 끊어지고 각자의 길을 간다. 동생은 남편의 노답 플레이에 넉다운 되고도 헤어지지 않고 삶을 감당한다. 남편에게 무슨 기대가 있길래 그토록 미련을 못 버리는 걸까. 여기에는 언니의 ‘주는 사랑‘을 동생도 실천하게 되었기 때문이라 본다. 로라는 부족하고 철없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 주었다. 받는 사랑에 익숙했던 자신은 이제 사랑을 줌으로써 언니의 사랑을 배워간다.


사랑과 사람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이 많은 작품이다. 그때마다 애거사는 똑같은 답변을 내린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랬더라면 나았을 텐데,라는 생각은 소용이 없고 끝도 없다. 로라도 동생의 결혼을 막지 못한 데에 후회를 하지만, 모든 결과는 개인의 몫이며 누구도 간섭해선 안 될 책임임을 깨닫는다. 더불어 본인이 사실로부터 도망치는 생애를 살아왔다는 것도. 마침내 로라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랑받는 법을 배운다. 이 작품의 원제는 <짐>이다. 사랑이 짐으로 느껴진다면 그 사랑이 일방통행 중이기 때문일 터. 꽃이 예쁘다 해서 계속 물을 주면 어떻게 될까. 이렇듯 표현해야 할 때와 절제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쓰다 보니 글이 센티해졌는데 사실 지금 기분이 몹시 안 좋다. 어제 더워서 밤잠을 설쳤고, 오늘 낮 기온도 30도를 넘겨가지고 쪄죽는 줄 알았거든. 뭔 5월부터 월하 준비를 해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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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9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어 내려 왔는데, 기분이 안 좋다고 하시고 쪄죽는 줄 알았다고 하셔서 웃음 납니다. 하하~~
저 또한 그저께 외출했다가 너무 더워서 당황스럽고 불편했어요. 무슨 5월 날씨가 그럴 수 있는지...
에어컨 없는 곳은 들어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아직 집엔 선풍기도 안 꺼냈는데...

사랑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없을 듯. 대중 가요 가사만 해도 거의 사랑 타령이잖아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랑이 있을 뿐이라는, 어디서 읽은 대목이 생각납니다. 요점은 사랑은 어떻게 해야 된다, 하는 게 없다는 것.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의 연애가 있다는 것 같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에도 감정의 절제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물감 2023-05-20 04:40   좋아요 1 | URL
날씨 정말 너무하다 싶은데 또 어떤 나라는 40도를 넘었다고 하니 참 할 말이 없어지네요ㅎㅎ
사랑 얘기는 다 뻔한데 왜이리 재미날까요. 수많은 사랑을 보고 듣고 하면서도 학습되지 않는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이정도면 나름 가이드가 잘 되어있는 편인데 말이에요.
요즘 시대는 절제는커녕 아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네요.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사회라서 이대로라면 사랑타령도 곧 없어지겠다 싶고요🤔
 
책 대 담배 쏜살 문고
조지 오웰 지음, 강문순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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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 가량 되는 이 얇은 책은 아홉 편의 산문집이다. 작가와 책에 대한 이모저모를 썼지만 온통 진지하고 정치적인 내용뿐이라 썩 즐겁지는 않았다. 기억에 남는 두 가지만 간략히 적겠다. 먼저는 <어느 서평가의 고백>이다. 오웰은 상투적인 표현의 서평을 따끔하게 지적한다. 그저 무난한 칭찬 일색의 습관은 대중의 반응을 조작하는 사기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과연, 말 그대로 내가 별점 사기에 얼마나 많이 낚였던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만. 쯧쯧. 두 번째로는 <나는 왜 쓰는가>이다. 글쟁이한테는 네 가지 동기가 있단다. ①온전한 이기심(허영,욕구) ②미학적 열정(아름다움,애착) ③역사적 충동(기록,보존) ④정치적 목적(설득,추구). 글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동기는 다르게 작용하는데, 의미를 지닌 문장에는 꼭 정치적 목적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런 걸 알고 나면 주목받는 글들이 어떤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지 더 잘 알게 된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닐 테지만 그것 또한 글쓰기가 주는 매력인 걸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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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12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과 담배>라니 제목은 아주 멋진데 내용은 좀 즐겁지는 않군요 ㅋ
어느 서평가의 고백 글을 보니 좀 뜨끔 합니다 ㅎㅎ 오웰은 역시 소설~!!

물감 2023-05-12 09:10   좋아요 1 | URL
오웰이 수백 번의 에세이를 썼는데도 몇 권의 소설 쓴 걸로 유명해졌다고 하니, 에세이는 그냥 그런가 봐요. 아니면 그당시에만 먹혔는지도 모르겠고요 ㅋㅋㅋ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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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 끈기가 없어서 그런지 책을 몇 시간씩 붙들지는 못한다. 집중력이 흐려져 꼭 한 번씩 딴짓을 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번 책은 스트레이트로 읽어버렸다.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으니 말 다 했다. ‘범죄 없는 마을‘의 타이틀을 수년째 유지 중인 깡촌 중천리에서 기어코 사건이 터진다. 하필이면 기록 경신 시상식을 앞두고 말이다. 죽은 신 씨는 나무와 트럭 사이에 끼여있었고, 시상식이 걸렸던 마을 사람들은 이 일을 은폐하기로 한다. 마침 이곳을 방문한 형사와 기자가 지역 물난리로 인해 발이 묶이면서 사건 수사 및 취재를 하게 된다. 근데 이상하게도 용의자마다 자신이 신 씨를 죽였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각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생긴 사고를 실토하는데, 어떻게 신 씨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죽음을 당했냐는 말이다. 나 때문에 죽은 사람이 눈앞에 트럭 사고로 죽어있으니 다들 놀랄 만도 하겠다. 저자는 여기서 또 한 번 상황을 비튼다. 마을 외곽의 자살바위에서 자살한 외지인의 신원이 신 씨로 밝혀진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기본적으로는 밀실 추리 형식이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보통은 용의자들이 알리바이를 꺼내며 결백을 주장하나, 이 책은 다들 본인이 죽였다고 하니까 멘붕이 오는 것이다. 웃기게도 자백은 하는데 정말 본인이 죽였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황을 무마하고 조금이라도 더 약화시키려 저마다 뻔한 연출을 해댄다. 그래도 나름 추리소설인데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싶다가 이 책은 사회소설이란 걸 눈치챘다. 형사가 얘기한 ‘악인과 의인은 백지 한 장 차이‘에서 말이다. 왜 그리 많은 서사를 다루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싹 풀렸다.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아쉬웠던 몇 가지를 적자면, 좀 더 으스스한 분위기로 조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만하면 스릴러 조건은 다 갖춘 셈인데 좀만 더 주물렀으면 정유정의 <7년의 밤>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마을의 충청권 사투리와, 때묻지 않은 순박함이 심각한 상황을 매번 평범한 일상으로 돌려놓는다. 이게 킬링 포인트라 하기에는 웃음 주려 한 것도 아닌 데다 전반적으로 무겁고 난감한 흐름이어서 참 애매모호했다. 게다가 사건의 내막을 알아감과, 개개인의 서사를 파악하는 과정이 말도 안 되게 순조롭다. 메인 사건뿐만 아니라 용의자 개개인의 서사를 풀고 매듭지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대도 아쉬운 건 맞다. 다만 이 많은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데도 어색함 없는 개연성을 보여준 데에 박수를 보낸다. 편집자 출신이란 말에 바로 납득이 가네. 여튼 너무 잘 읽었다. 영화보단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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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1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는데 왜 하나도 기억 안나죠? 찾아보니 감상 적어둔 것도 없네요. 아무것도 적을 말이 없었던 걸까요? 2019년 9월에 읽었다고 되어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기억이 안날까요? 껄껄. 책을 대체 왜 읽는건지 ㅠㅠ 기록은 중요합니다! ㅠㅠ

물감 2023-05-11 15:15   좋아요 0 | URL
그렇게 임팩트는 없었던 게 아닐까요ㅋㅋㅋ 저는 무조건 한 권 읽고 리뷰하는 편이지만 여러 권 읽는 분들은 페이퍼로 쓰시니까 놓칠 수도 있겠네요. 기억 안나신다고 재독 하기에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으시죠?ㅋㅋㅋ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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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코 문학이랑도 안맞는갑다. 체코의 3대 작가라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까지 만나본 후 내린 결론이다. 어렵고 심오한 건 좋은데, 이야기의 문맥이 영 매끄럽지가 못하다. 그게 다 번역 때문인 줄로만 알았지. 알고 보니 체코 작가들이 꼭 이런 식이네. 철학, 사상, 교훈 다 좋지만 소설이라면 일단 재미가 1순위 아니냐. 그나마 읽는 맛이라도 있었던 카프카가 제일 낫다고 본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제목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안 사고 빌려읽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든다. 짧은 분량만큼 내용도 간단하다. 35년간 지하실에서 폐지압축공으로 일하는 아재가 버려지는 책들을 읽으며 책 수집가가 된다. 은퇴 후에도 압축기를 사서 쭉 일할 계획이었는데, 어느 날 들어온 신형 압축기한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뼈대는 이게 다인데, 쥐와 바퀴벌레, 도심의 지하 구조, 과거 집시 여인 등등 이건 뭐 하러 넣었지 싶은 살덩이가 잔뜩 붙어있다. 아니, 내용 자체로는 문제가 없는데 자꾸 횡설수설하고 겉돌기만 하니까 집중이 안 된다. 솔직히 이런 정신 사나운 작품을 진지하게 임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들 좋다는데 나 혼자 까내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소련의 침공 이후 저자의 책들은 금서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출판이 불가한 자신의 책들은 폐기처분 대상이 되었고, 이렇게 점점 사라져가는 무수한 책들을 기리고자 이 작품을 썼지 싶다. 지하세계를 무대로 한 것은, 지독했던 당시 상황에서 현실도피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시대에 뒤쳐진 것들을 갈아치우기 급급한 세상에 끝까지 저항하는 최후를 보여주었다. 그래, 아무리 달라질 게 없다해도 아니다 싶은건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이 책은 드럽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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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09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 책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재미도 없어서 별 셋 줬나 둘 줬나 그런데 저만 외톨이가 아니었네요? 껄껄

물감 2023-05-09 12:12   좋아요 0 | URL
저항정신 투철한 다락방 님ㅋㅋㅋㅋㅋ
제가 있으니 이제 외톨이는 아닙니다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깐! 근데 차페크 <도롱뇽과의 전쟁>까지만 읽어봐요...

물감 2023-05-09 13:12   좋아요 2 | URL
차페크도 체코에요?! 집에 체코 소설이 왜이리 많이 있지....ㅋㅋㅋㅋ도롱뇽도 있어요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3:18   좋아요 3 | URL
아 도롱뇽 구비? 그럼 읽어보세요......
알고 보니 물감님 체코 작가 좋아하네....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3-05-09 13:22   좋아요 1 | URL
<평범한 인생>도 있네요. 그냥 체코인 거 몰랐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ㅋㅋㅋㅋ 차페크도 읽어볼게요ㅋㅋ

잠자냥 2023-05-09 13:31   좋아요 3 | URL
지금 분위기라면 <평범한 인생>은 싫어할 거 같......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롱뇽부터 읽읍시다.

coolcat329 2023-05-09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아 물감님 글도 재밌고 댓글들도 웃깁니다.
저 이 책 있고 도롱뇽, 평범한 인생도 있습니다. 다 안 읽었지요.
이 책 읽게 되면 물감님 글 생각나서 영향을 받을 듯 한데요 😅

물감 2023-05-10 00:21   좋아요 1 | URL
저보다는 체코랑 잘 맞으실거에요ㅋㅋㅋ 차페크는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겁나네요 😅😅😅

새파랑 2023-05-10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별로군요 ㅜㅜ 체코가 좀 그렇긴 한거 같아요 ㅋ 막 재미있게 읽히는 문학은 아니라는~!!

잠자냥 2023-05-10 08:56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은 좋아할 거 같은데…. 그리고 쿤데라 <농담> 안 읽어보셨다면 이것도 추천이요. 이건 재미있는데…!

새파랑 2023-05-10 11:08   좋아요 3 | URL
앗 맞춤형 추천인가요? ㅋ 읽어보겠습니다. 쿤데라 3종 (농담, 존재, 불멸)은 읽어봤습니다 ~!!

물감 2023-05-10 11:41   좋아요 2 | URL
어떤 스토리가 생각나서 책을 쓴다기보다 본인들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애써 스토리를 구상한 느낌이랄까... 암튼 그렇습니다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05-20 01:53   좋아요 1 | URL
물감님 말씀 동감! 저도 본인들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애써 스토리를 구상한 느낌 안 좋아합니다ㅎ

물감님 좋아하는 작가 궁금합니다ㅎ 알려주세용!ㅎㅎ

yamoo 2023-05-10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런 작품들 있어요. 유명하다는 작품들이 재미가 없어서뤼..ㅎㅎ 저도 보후밀의 이 작품을 오래 전에 읽었지만. 그냥 좋다라는 느낌밖에 없습니다. 책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좋게 볼 듯한데...좀 지루한 면이 많지요. 저는 유진 오닐 작품이 별로 였습니다. 불행한 가정사...뭐 어쩌라고..라는 느낌..

뭐, 자기에게 맞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게 최고로 좋죠. 읽어야 할 책은 많고 나와 안 맞는 작가는 언제나 있으니까요..ㅎㅎ

물감 2023-05-10 13:58   좋아요 1 | URL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별로라고 느낀 독자들은 아예 기록조차 남기질 않기 때문에 호평만 넘친 것이 아닐까. 저는 읽었으면 무조건 기록을 남기자는 편이라서 매번 나만 이렇게 삐딱한가 싶었는데, 평을 남기면 동의한다는 댓글이 꽤 달리더라고요. 뭔가 씁쓸한 현실... ㅎㅎㅎ 어차피 읽을 책은 밀려있으니 말씀하신대로 각자한테 맞는 걸 찾아가야죠! ^^

자목련 2023-05-11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말씀처럼 물감 님 체코 작가 좋아하시네요. ㅎ
<평범한 인생>어떻게 읽으실까 궁금합니다^^

물감 2023-05-11 12:18   좋아요 1 | URL
윽 그렇게 되나요 ㅋㅋㅋㅋ
체코작가는 당분간 멀리하려 했는데 다들 차페크 얘기하셔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차페크는 다를 것인가

고양이라디오 2023-07-10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저도 이 책 재미없었습니다ㅠ 별점 2개 줬습니다. 저도 체코 작가랑 안 맞는가봐요.

물감 2023-07-10 18:09   좋아요 1 | URL
흑흑 동지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ㅜㅜ 저는 장르 불문하고 혼자만 별로인 경우가 많거든요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07-10 18:29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ㅎ? 저도 가끔 대세와 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동지가 있으면 정말 반갑고 든든하죠ㅎ

저도 물감님이 동지라서 반갑고 든든합니다^^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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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냐고 묻는다면. 퇴사하고 이제 한 달 좀 넘었는데 맨날 바람 불고, 꽃가루 날리고, 주말마다 비가 내리질 않나. 그래서 반강제로 방콕 중인데 아 글쎄, 내가 이렇게 집돌이가 적성에 맞을 줄 몰랐네. 그거 알아? 집돌이 집순이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대. 뭔가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걸 즐기는 유형과, 침대에서 거의 안 내려오는 유형이라는데 나는 그 두 사이에 끼어있는 세 번째 유형인갑네. 돈 걱정만 아니면 1년 내내 방콕할수도 있겠던데. 맨날 비가 찔끔찔끔 오다가 오늘은 꽤 많이 쏟아지더라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지금을 깨뜨리고 싶어질 날이 올까. 혼자가 편하지만 평생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또 쓸쓸할 거 같은데. 연애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그냥 이대로 살다 독거노인 될 팔자인가.


이 울적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소설 한 권 읽었지. 사실 소설보다는 거의 일기라고 봐야겠던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시한부 판정받은 암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절친의 무수한 감정 변화를 기록한 책이었어. 온통 우울한 내용뿐인데도 너무 좋더라. 두 사람 외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이 든 여성들의 일상 속 감정들도 다루는데 아 역시나 좋았어. 왜 그런 거 있잖아. 강렬한 자극을 받았을 때에 새겨진 기억과 감정들. 절대 변치 않을, 영원하리라 했던 그 감정들이 어떻게 지워지고 왜 바뀌는지를 설명해 주는 그런 책이었어. 죽음 앞에서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고, 반대로 무엇도 의미를 가질 수가 없게 되지. 과연 살면서 불필요한 감정이란 게 있긴 했을까. 나의 확신과 판단에는 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숨어있었을까.


암 환자인 친구는 온갖 생각과 감정들이 들쑥날쑥해. 취향과는 전부 멀어지고, 외면한 것들은 흥미로워지고, 소중했던 기억에는 결함이 발견되고, 멍청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에도 마냥 너그러워지는 거야. 인간이란 참 이상하지. 그렇게 많은 시험과 경험에도 학습은커녕 오작동이 일어난다는 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사실은 명령 값부터 잘못 입력했던 거였어. 예/아니오로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인생이란 없고, 그래서 우리의 믿음과 정답들은 온통 오류투성이란 거야. 결국 확실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선을 긋는 데에 목숨을 걸고 있지. 열심히 살지 말라거나 헛수고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냐.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에 좀 더 관대해질 필요성을 느꼈을 뿐이야.


죽어져가는 친구 앞에서 주인공의 마인드 컨트롤은 끝내 무너지고 말았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될 친구의 죽음보다도, 친구의 고통이 곧 내 소유가 될 거라는 공포 때문에. 나 참. 죽음도 고통이고, 삶도 고통이라니. 뭐 이런 코미디가 다 있어, 그치? 작중에 이런 격언이 나와.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과연 맞는 말이야.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혼자가 좋다는 사람들도 뼛속까지 혼자이길 원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 내가 그렇거든. 아무튼 잠재된 고통까지 다 끄집어낼 최후의 날까지 죽어라 버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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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0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집순이에요.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네, 하는 날을 좋아해요.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본다는 게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저는 뉴스를 통해 누군가가 사고로 죽었다고 하면 그의 부모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죽은 자의 세계는 알 수 없지만 남아 있는 부모의 심정은 짐작할 수 있거든요.

물감 2023-05-07 21:53   좋아요 1 | URL
집순이 페크님 환영합니다^^ 근데 독서가들은 어느 정도 방콕 기질이 있지 않을까요 ㅎㅎ 이 책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던데요. 왜 불호인지도 이해는 되고요. 죽음은 당사자도, 남은 사람들한테도 참 잔인해요. 죽음에도 리허설이 있다면 좋겠네요.

coolcat329 2023-05-07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은 해두었지만 읽으면 제 마음도 무너질 것 같아서 안 읽어야지 했는데 물감님 리뷰보니 또 읽고 싶어집니다. 아픈 사람 곁에서 지켜보는 게 제 현실에도 있기에 책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소설 속 저 격언 적어놨네요.
버티는 삶을 위하여!

물감 2023-05-07 23:01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은 맞다고 생각되나 꼭 읽을 필요까진 없어보여요. 묵직한 주제에 비해 좀 가벼웠다고 할까요. 일부러 쉽게 접근하라고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저는 좀 아쉬웠네요^^ 버티는 삶 화이링!!!!!!

새파랑 2023-05-07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예/아니오로 간단히 답할수 없다라는 말 너무 좋습니다~!! 물감님 그래도 잘 지내시는거 같인 다행입니다. 저는 집에 있으면 너무 답답하던데 ㅋ

물감 2023-05-07 22:17   좋아요 2 | URL
NF인 새파랑 님은 공감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진짜루)ㅋㅋㅋㅋㅋㅋ 아직은 잘 지내고 이써요. 도서관도 자주 가고, 산책도 자주 하고요. 제가 찐 방콕러는 아닙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프리할 때 벽돌책이나 좀 깨놔야 할텐데 손이 안가네요. 새파랑님은 제 맘 아시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5-08 13:01   좋아요 1 | URL
제 MBTI를 기억해주시다니 놀랍습니다 ~!! 물감님이라면 벽돌책도 금방이실겁니다. 전 좀 부족해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