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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나는 체코 문학이랑도 안맞는갑다. 체코의 3대 작가라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까지 만나본 후 내린 결론이다. 어렵고 심오한 건 좋은데, 이야기의 문맥이 영 매끄럽지가 못하다. 그게 다 번역 때문인 줄로만 알았지. 알고 보니 체코 작가들이 꼭 이런 식이네. 철학, 사상, 교훈 다 좋지만 소설이라면 일단 재미가 1순위 아니냐. 그나마 읽는 맛이라도 있었던 카프카가 제일 낫다고 본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제목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안 사고 빌려읽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든다. 짧은 분량만큼 내용도 간단하다. 35년간 지하실에서 폐지압축공으로 일하는 아재가 버려지는 책들을 읽으며 책 수집가가 된다. 은퇴 후에도 압축기를 사서 쭉 일할 계획이었는데, 어느 날 들어온 신형 압축기한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뼈대는 이게 다인데, 쥐와 바퀴벌레, 도심의 지하 구조, 과거 집시 여인 등등 이건 뭐 하러 넣었지 싶은 살덩이가 잔뜩 붙어있다. 아니, 내용 자체로는 문제가 없는데 자꾸 횡설수설하고 겉돌기만 하니까 집중이 안 된다. 솔직히 이런 정신 사나운 작품을 진지하게 임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들 좋다는데 나 혼자 까내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소련의 침공 이후 저자의 책들은 금서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출판이 불가한 자신의 책들은 폐기처분 대상이 되었고, 이렇게 점점 사라져가는 무수한 책들을 기리고자 이 작품을 썼지 싶다. 지하세계를 무대로 한 것은, 지독했던 당시 상황에서 현실도피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주인공은 시대에 뒤쳐진 것들을 갈아치우기 급급한 세상에 끝까지 저항하는 최후를 보여주었다. 그래, 아무리 달라질 게 없다해도 아니다 싶은건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이 책은 드럽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