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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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40대 중반이 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마이너리거들. 그들을 통해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문제를 일으키던 4인방이 세월이 흐르면서 겪는 시대적, 비주류적 아픔을 그리고
있다.

화자인 형준은 친구들보다는 약간의 유식함을 갖추었지만 그 또한 주목받지 못하는, 20대 80의 사회에서 80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는 특유의 냉소적 태도로 다른 친구들과는 자신이 다른 부류의 사람인양 방관자적 태도를 취한다.

마치 그 스스로가 말하고 있듯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없어서 마이너리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굳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것처럼. 형준을 통해 나는 내 자신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았다. 자신은 무언가 특별한 존재라고 믿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환상이 거부당할 때,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 바로 형준이 취하는 냉소적 태도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다양한 부류의 인간상- 각박하고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특출난 능력이나 연줄 없이 태어난 사회 대다수의 마이너리거들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통해 부모님세대의 어두운 자화상을 본다.

내가 직접 그 시대를 겪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남성 세대의 개연성 있는 한 단면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접한 그 단면에서 느껴지는 씁슬한 뒷맛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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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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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접한 남미문학은 나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빠른 전개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독특한 소설적 구조 등을 통해 한 번 손에 잡히면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든다. 쥐를 잡는 사나이, 재판정에서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광신도를 재판하는 판사 등 페드로 카마쵸라는 천재적인 드라마 작가가 쓴 라디오 드라마가 주인공의 훌리아 아주머니와의 연애이야기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페드로 카마쵸가 쓴 드라마는 짤막한 단편들인데 거의가 비극으로 끝나고 소설이 진행될수록 드라마속의 등장인물들이 뒤섞이면서 앞뒤가 맞지 않게 되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사망하는 등의 극단적인 비극으로 끝마치게 된다. 하지만 전 드라마에서 죽었던 등장인물을 새 드라마에서 부활시키면서도 기본적인 특징-직업이라든지 친척관계, 종교-등은 유지시키는 새로운 기법은 페드로 카마쵸의 손을 빌려 작가가 독창적인 문학적 기법을 시도하고 있는 듯했다. 그 밖에도 짧은 드라마속에 우습고도 온갖 비극을 함축시킬 수 있다는 작가의 만담꾼적인 재질을 페드로 카마쵸의 드라마를 통해 한껏 뽐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소설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단편적이지만 남미지역의 생활상, 시민들의 연애관, 가족관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어느 동네에 가서나 형식적으로나마 결혼을 주관할 권한이 있는 사람을 통해 결혼식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라든지, 자유분방한 애정표현, 주인공의 훌리아와의 연애에 대처하는 가족들의 모습 등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가족의 일에 간섭하기도 하지만 성년이 되면 엄격하게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고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스스로 벌어야 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 도저히 결혼에 성공하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물론 주인공과 같은 추진력과 열정이 있었다면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인 편견과 주변 가족들의 끊임없는 간섭으로 결국은 불행해지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구성원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너무나도 큰 부담을 본인에게 안겨주어 결국은 그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요즘 부쩍 늘어난 이혼과 가정해체를 생각하며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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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의 민주화 - 법과사회 13
박홍규 / 역사비평사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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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놀랐던 점은 지금에도 겨우 논의되고 있는 수준인 대법관회의 및 판사회의, 법원행정처에서의 독자적 예산 편성권이 해방직후 일시적이나마 실현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법제도는 50여년 전에 비해 얼마나 구시대적인 것인지...

이 책의 기본적인 구조는 사법의 기본적 원리를 설명한 다음 우리 사법의 역사를 본 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우리 사법의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저자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외국의 사법제도를 소개할 때, 정확한 인용자료 없이 단순히 법조인의 수 등을 수치적으로 비교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저자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일방적인 사례만 열거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우리 사법이 귀담아 들어야 할 뼈있는 말들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의 가장 주된 주장은 민중의 사법참여를 통한 사법의 민주화이다. 사법에의 민중참여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법은 완전히 낙후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사법부는 아직도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여 판단하는 것을 불신하며 그것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예에 비추어보면 재판의 질적 저하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으며 오히려 경미한 사건에 시민법관을 적극 활용한다면 전문법관의 업무를 분담시킬 수 있어 재판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법개혁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당장 사법부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무척 급진적인 것이지만 사법부 내부적으로도 인사제도, 삼심제도의 형해화, 법관의 재임용제도 등 많은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저자의 주장에 분명히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자료가 오래된 것이어서 지금은 타당성을 잃은 것도 많이 있다는 점이다. 최신 자료를 반영한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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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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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역설적이면서 소설 전체의 장면을 압축적으로 나타내주는 제목인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대사의 한 구절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야만인이 그가 읽은 유일한 책인 셰익스피어 전집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사로 자신이 생각을 표현해내는 장면에서 나는 스스로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소설 첫 장면부터, 지금은 어떤의미에서는 조금씩 사실로 실현되고 있는 인간복제공장의 세세한 공정과 온갖 인공적인 조작과정을 접하게 된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의 계급으로 나뉘어지고 각 계급에 알맞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심지어 외모마저도 수정란에 일정한 조작을 가해 계급이 낮아질수록 열등하게 만들어진다. 인간이 공장에서 생산되기에 부모라는 개념은 없고, 인간은 한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고 남녀관계도 수많은 사람과의 육체적 관계가 장려된다. 인간은 늙지도 않으며 힘든 일이 있으면 ‘소마’란 것만 먹으면 곧바로 행복에 빠져든다. 사회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안정적인 사회, 그것이 바로 ‘멋진 신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완벽한 사회안에서 고독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그들의 불행과 야만인보호구역에서 문명국으로 온 야만인을 통해 헉슬리는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멋진 신세계’는 결국 극단적인 반이상향이라는 것을. 헉슬리는 총통의 입을 통해 소설속의 세계는 안정과 행복을 위해 과학과 예술과 종교를 희생한 사회라고 말한다. 또한 그 사회는 사회의 안정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이다. 개개인은 행복하지만 스스로 삶의 주인이 아니다. 누군가가 미리 짜놓은 삶을, 단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물론 헉슬리가 그린 ‘멋진 신세계’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비록 헉슬리가 그린 세계가 상상력과 과장의 산물일지라도 전적으로 우리사회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빈부격차와 부의 세습으로 인한 사회계급의 고착화와 물질적인 쾌락을 추구하고 삶에 대한 고민을 경시하는 모습은 헉슬리가 그린 사회와 놀랄 만큼 닮아있지 않은가? 물론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소마’가 없고 우리는 수면시학습법과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우리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으며 사회가 안정적이지 않고 다양한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완벽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는 없다. 인간은 무한한 욕망을 갖고 있으며 모든 인간의 욕망이 충족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마저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노화가 되지 않는 대신 수명이 줄고 소마가 모든 고민을 잊게 해주지만 인간은 점점 소마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세상은 대체로 공평하다고 믿고싶다. 편안함이나 행복함을 맛보려면 그에따른 희생이 필요하고, 지독한 시련을 겪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시련이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결국 좋은 일이 있으면 항상 감사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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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한국
Don Oberdorfer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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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십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광복이후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누구보다도(대다수의 한국사람보다도 훨씬 더) 생생하게 겪은 저자의 수년간에 걸친 성과물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저자가 한국사람이 아닌 미국인이고 그가 한국, 나아가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자 한국통이란 점에서 기존의 분단이후 현대사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역사서들에 대한 좋은 보완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자란 특수한 직업으로 말미암아 저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제외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모두 직접 면담한 바 있고 북한도 여러번 방문했었고 이 점은 이 책에 대한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해준다. 실제로 책 내용중에는 실제로 남, 북한 정상을 만나보면서 개인적으로 필자가 받은 인상이라든지 다른 외교관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면까지도 세세히 드러나 있다.

특히 기존의 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었던 한반도의 수많은 긴장상황들에 대한 미국정부나 외교관들의 심리나 속마음, 미국정부의 정책방향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일례로, 카터 행정부 당시 대다수의 미국정부 관리들은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카터가 홀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든지, 김영삼 대통령이 실무관리들간에 남한과 미국 간에 합의된 사항을 갑자기 뒤집어서 미국관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든지 하는 내용은 이 책을 기존의 역사서와는 차별화시킨다.

요즘은 한미관계가 예전처럼 우호적이지는 않다. 반미감정이 전국민적으로 퍼지고 있고, 미국도 그런 남한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낼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비록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미국을 단순히 신제국주의적인 목적으로 남북한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민족의 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합치하기 때문이고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면 언제라도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띠겠지만 남,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처럼 단순히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북한과의 전쟁가능성이 일부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물론 남한 정권에서 이를 과장하여 악용한 경우가 많지만-전혀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외교관들이 남한내의 미국인들을 일본으로 소개시키려 했을정도로 긴박했던 상황이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으리란 느낌을 받았고, 북한을 궁지로 몰지 않고 시장 경제체제로 이끄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에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현대사에 대한 명확한 역사관을 정립하지는 못했지만, 이데올로기적 역사관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반세기 동안의 한반도의 다이나믹한 긴장관계를 조명하여 현대사에 대한 풍부한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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