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사랑한 만큼 아름답다
박범신 외 지음 / 고려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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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여유를 갖고 있고 무엇이 소중한 지 알고 있으며 적어도 그에 때라 살려고 노력하는 문인들의 글을 모아 놓은 모음집이다. 책 디자인도 무척 이쁘고 글 중간중간에 섞에 있는 멋진 사진들도 글의 내용과 잘 부합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에 공감이 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체험에서 나온 지혜와 신념에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인간은 편안함 가운데에서는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적다는 말이나 너무나도 하찮은 일들로 인해 상처받고 신경을 써서 정작 소중한 것들을 경시한 데 대한 후회 등은 정말 공감이 갔다. 그런 감정을 마음 속 깊이 어렴풋하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이처럼 읽는 사람의 마음을 때리는 글로 표현하는 것은 역시 문인들의 탁월한 재주 덕분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싶은 책의 한 귀절을 인용해 본다.
'바쁘게 달려가는 일상의 관성에 눌려 있는 본질적인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이게 아닌데...' 라고 말하는 무의식 속의 그가 바로 본질적인 우리 자신이다. (중략) 아무리 많은 걸 소유한다고 하더라도 본래의 나, 본래의 내 그리움, 본래의 내 사랑이 썩어간다면 무엇으로 우리가 행복해 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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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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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생모를 사형시키게 만드는 무취의 그루누이. 주인공의 탄생장면도 신기하지만 소설의 소재자체가 너무나도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반할 만한 외모를 지닌 주인공이 아니라 모든 냄새를 구분해 내고 천상의 향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냄새의 악마가 주인공이라니.

어렸을 때 세상 누가 맡아도 바로 행복해지는 그런 향기가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향수를 만들어 내는 능력 - 세상의 모든 향기를 구분해내고 그 냄새를 기억하며 수 KM 떨어진 곳에서 풍겨오는 미세한 향기의 조각만으로도 그진원지를 찾아갈 수 있는 능력 - 을 이처럼 자세하게 묘사하고 그러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소녀들을 죽여 완벽하게 그녀들의 체취를 빼앗아 낸다는 발상을 하며, 그런 체취를 빼앗는 기술을 습득하고 직접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서술하는 것은 정말 내 상상 밖이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이를 글로 표현해 내는 작가의 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변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이름을 붙이자면 향기변태 랄까. 하지만 완벽한 체취의 소유자는 왜 항상 아름다운 소녀여야만 하는지 - 물론 나도 그런 완벽한 향기가 있다면 그 체취를 가진 사람은 아름다운 소녀일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 소년이나 중년의 사람은 악취만 풍기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작가의 변태적 상상력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운 소녀를 벌거벗겨 냄새를 빼앗는 것이 소설적인 호과를 내는 데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냄새에 관한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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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플레이
강준만 / 풀빛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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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김대중 죽이기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강준만 교수가 소위 말하는 좌파에 속하는 진보적인 지식인이라는 느낌을 어렴풋이 갖게 되었다. 이념적인 문제나 그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것을 꺼리낌없이 들추어낼 수 있는 그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에서 강준만 교수는 소제목 하에 2-3쪽 분량으로 언론의 허와 실, 다양한 언론플레이의 예, 언론의 속성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 더 나아가 한국 언론의 어두운 면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기자들의 행태가 이 책을 읽으면 상당한 정도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는 단순히 한국 언론의 치부만 들추어내는 데 멈추지 않고 나름대로의 대안이나 언론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효율적인 언론플레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재벌기업 총수들이 언론에 비추어지는 모습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치밀하게 조작된 언론플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모든 것을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길 정도이다. 아무튼 순진하게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물론 언론플레이라는 개념을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강준만 교수가 들고 있는 구체적인 예들을 통해 언론에 드러나는 이미지 이면에 숨어 있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강준만 교수가 비판하는 대상 세력이 집권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난 국민의 정부와 지금의 참여정부는 어느정도 강준만 교수가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나 현정부의 언론플레이에 대해서도 강준만 교수가 날카롭게 그 치부를 드러낼 수 있을 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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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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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노교수가 루게릭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 자신의 애제자에게 마지막 수업의 형식으로 삶에 대한 여러 지혜를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루게릭 병에 걸려 숨을 쉬기도 힘들어하고 급기야는 자신의 뒤마저 다른 사람이 닦아주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모리 교수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그는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최대한 가치있게 보내고자 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모리교수는 제자인 미치에게 우리의 사람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의미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것에는 마음을 많이 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책을 읽으면서 모리교수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뒤흔드는 것을 느꼈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말로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일들을 하라구.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는 말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인생에 달관한 듯한 모리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내가 왜 힘들어 하고 마음이 편치 못했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모리교수가 새로운 진리나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서 그가 가진 삶에 대한 성찰을 소박하게 자신의 제자에게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실을 아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고 그렇게 행하는 것은 다르다. 모리교수의 말에 공감을 하고 감명을 받는 것도 그가 자신의 신념대로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에는 무엇이 소중한 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더욱 많다.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자신이 진정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은, 물론 말처럼 쉽진 않지만, 결국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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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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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영국, 그 중에서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의 어리숙하면서도 예리한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직관과 관찰을 토대로 진실을 파헤친다. 수도원과 교회가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성녀의 유골은 시대 배경이 중세여서 과학적인 범죄 수사가 가능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일들도 신의 기적으로 설명 또는 위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또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웨일즈 지방 사람들의 지역감정(?)도 은근히 엿볼 수 있어 영국하면 잉글랜드만 떠올리는 우리에게 엮으로 영국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소득이다.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는 등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가진, 조용하지만 영민한 노수사이다. 그는 현학적이지도 않고 외모가 출중하다거나 싸움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를 통해 인간의 따뜻한 심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기도 시간에 교묘하게 잠들 줄 알면서도 기지와 용기로 위기를 해결해 가는 캐드펠 수사에게서 인간미와 함께 카리스마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시종일관 박진감 있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스토리,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마지막의 충격적이면서도 미소를 지어내게 하는 반전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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