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한국
Don Oberdorfer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수십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광복이후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누구보다도(대다수의 한국사람보다도 훨씬 더) 생생하게 겪은 저자의 수년간에 걸친 성과물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저자가 한국사람이 아닌 미국인이고 그가 한국, 나아가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자 한국통이란 점에서 기존의 분단이후 현대사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역사서들에 대한 좋은 보완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자란 특수한 직업으로 말미암아 저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제외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모두 직접 면담한 바 있고 북한도 여러번 방문했었고 이 점은 이 책에 대한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해준다. 실제로 책 내용중에는 실제로 남, 북한 정상을 만나보면서 개인적으로 필자가 받은 인상이라든지 다른 외교관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면까지도 세세히 드러나 있다.

특히 기존의 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었던 한반도의 수많은 긴장상황들에 대한 미국정부나 외교관들의 심리나 속마음, 미국정부의 정책방향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일례로, 카터 행정부 당시 대다수의 미국정부 관리들은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카터가 홀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든지, 김영삼 대통령이 실무관리들간에 남한과 미국 간에 합의된 사항을 갑자기 뒤집어서 미국관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든지 하는 내용은 이 책을 기존의 역사서와는 차별화시킨다.

요즘은 한미관계가 예전처럼 우호적이지는 않다. 반미감정이 전국민적으로 퍼지고 있고, 미국도 그런 남한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낼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비록 이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미국을 단순히 신제국주의적인 목적으로 남북한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민족의 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합치하기 때문이고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면 언제라도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띠겠지만 남,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처럼 단순히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북한과의 전쟁가능성이 일부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물론 남한 정권에서 이를 과장하여 악용한 경우가 많지만-전혀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외교관들이 남한내의 미국인들을 일본으로 소개시키려 했을정도로 긴박했던 상황이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으리란 느낌을 받았고, 북한을 궁지로 몰지 않고 시장 경제체제로 이끄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에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현대사에 대한 명확한 역사관을 정립하지는 못했지만, 이데올로기적 역사관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반세기 동안의 한반도의 다이나믹한 긴장관계를 조명하여 현대사에 대한 풍부한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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