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접한 남미문학은 나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빠른 전개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독특한 소설적 구조 등을 통해 한 번 손에 잡히면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든다. 쥐를 잡는 사나이, 재판정에서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광신도를 재판하는 판사 등 페드로 카마쵸라는 천재적인 드라마 작가가 쓴 라디오 드라마가 주인공의 훌리아 아주머니와의 연애이야기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페드로 카마쵸가 쓴 드라마는 짤막한 단편들인데 거의가 비극으로 끝나고 소설이 진행될수록 드라마속의 등장인물들이 뒤섞이면서 앞뒤가 맞지 않게 되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사망하는 등의 극단적인 비극으로 끝마치게 된다. 하지만 전 드라마에서 죽었던 등장인물을 새 드라마에서 부활시키면서도 기본적인 특징-직업이라든지 친척관계, 종교-등은 유지시키는 새로운 기법은 페드로 카마쵸의 손을 빌려 작가가 독창적인 문학적 기법을 시도하고 있는 듯했다. 그 밖에도 짧은 드라마속에 우습고도 온갖 비극을 함축시킬 수 있다는 작가의 만담꾼적인 재질을 페드로 카마쵸의 드라마를 통해 한껏 뽐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소설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단편적이지만 남미지역의 생활상, 시민들의 연애관, 가족관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어느 동네에 가서나 형식적으로나마 결혼을 주관할 권한이 있는 사람을 통해 결혼식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라든지, 자유분방한 애정표현, 주인공의 훌리아와의 연애에 대처하는 가족들의 모습 등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가족의 일에 간섭하기도 하지만 성년이 되면 엄격하게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고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스스로 벌어야 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 도저히 결혼에 성공하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물론 주인공과 같은 추진력과 열정이 있었다면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사회적인 편견과 주변 가족들의 끊임없는 간섭으로 결국은 불행해지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구성원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너무나도 큰 부담을 본인에게 안겨주어 결국은 그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요즘 부쩍 늘어난 이혼과 가정해체를 생각하며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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