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 동안 재미난 단어들을 회사에서나 집에서 듣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신기하게 어떤 시간이 되면 갑자기 '그런거였어?'라고 깜짝 놀랄만한 단어들을 많이 듣게 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회사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그런거였어?'라고 되물었던 표현은 이런게 있었다.
오호통재 [嗚呼痛哉]
아아, 슬프고 원통(寃痛)함
회사 동료가 '이거 알고 있었어요?'라면서 알려준 말. 오호통재라는게 한자성어였던 것. 난 지금까지 오호통재에서 '오호'는 일종의 감탄사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이게 한자 성어였어. 친절한 네이*님의 리서치 결과를 좀 더 이야기하면 이 단어가 쓰인 가장 유명한 글은 조침문 - 왜 그 있지 않으가 바늘이 부러진걸 한탄하는 여인의 글, 아 수능 보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 이 처음이고 그 뒤에 검색이 되는건 시일야방성대곡 - 이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 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이게 본디 한자단어라는걸 아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여기저기 물어보는 중인데, 크게 특출난 사람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하는 단어랄까.
빛 좋은 개살구
겉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맛은 없는 개살구라는 뜻
두번째 말은 빛좋은 개살구인데. 어제 집에서 살구를 한개 먹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맛이 없는거다. 색은 굉장히 고와서 정말 맛있을거 같았는데 별로 달지를 않아서 실망하고 있었더니 어머니가 그러신다. '이거 완전히 빛좋은 개살구네'라고. 어 그러네요 그랬더니 연달아 하시는 말씀. '그런데 빛좋은 개살구 할 때 그 개살구가 살구인거 알고 있었냐?'라과 물어보신다. 순간 내 표정은 아마 얼음 땡이 되었을 듯. 굳이 그 충격을 말하자면 세발낙지가 발이 3개인 낙지가 아니라 가늘 세자를 쓰는다리가 가는 낙지라는걸 알고 충격 받았을 때의 표정이랄까? 사족이지만 누가 세발낙지를 한자로 볼일이 있겠냐고!!!! 아무튼 난 지금까지 개살구를 뭔가 개구리라던가 두꺼비의 사촌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놀래서 정말요? 라고 되물었다. 정말이라고 이야기가 시작되서 어렸을 때 아버지 집에는 살구나무가 있었는데~ 라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검색을 해봤더니 개살구 나무가 정말 있다!! 이럴수가!!! 개살구라는 단어의 뜼도 있다. 이럴수가.
개살구
개살구나무의 열매. 살구보다 맛이 시고 떫다.
그렇다. 아예 개살구라는 나무가 따로 있는거다.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 하시라.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1215200
http://100.naver.com/100.nhn?docid=6503
덧, 이 글을 쓰다말고 세발낙지에 대해서 다시 찾아밨더니, 세발낙지는 세(細)자만 '가늘 세'자로 한자어이고 뒤에 오는 발낙지를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언어 구조가 꽤 신기하다 싶은데 저래서 한자로 세발낙지를 써놓은걸 한번도 보지 못했나 싶다. 네이*에서 누구가 구조가 이상하다고 했더니, 아래 답글에 세모시도 있다고 적혀있다. 아, 세모시도 그런 의미에서 세모시인거구나 라고 혼자 수긍했다.
덧2, 이 글을 쓰는 시간이 지금 오후 11시 53분인데, 비가 갑자기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세상에 서울에 이렇게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 비가 농사를 짓는 지역에 내리면 단번에 해갈될텐데. 그리고보니 단어이야기만 하다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어로 이걸 써야겠따 싶었다.
영화 [호우시절]
이 영화 제목도 한자어로 된 말인데, 뜻이 이렇다.
영화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할 기히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오호 그런가 그런 비인건가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호우 [好雨] :[명사]때를 맞추어 알맞게 오는 비
누군가 비에 대한 단어를 정리해놨는데 한번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다 믿을만한지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한번 보시라~
http://kin.naver.com/open100/detail.nhn?dirId=110801&docId=444546http://kin.naver.com/open100/detail.nhn?dirId=110801&docId=444546
덧3.
난 [해피투게더]보다 [춘광사설]이 더 좋다.
음, 더 마음에 들어.
왕가위 감독도 [춘광사설]이 더 좋다는 말을 했던걸 기억하는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