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에 출간된 에세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른 하루키의 에세이를 다시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저번 [잡문집]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렇고 어딘가에 주간 혹은 월간으로 연재되던 이야기를 모은 탓인지 평소 그의 다른 에세이 집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랄까. 사실 저번 [잡문집] 도 본인이 저렇게 책 이름을 붙였을 정도이니 어쩔 수 없겠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읽었는데, 이번 책도 이러니 맥이 빠진다라고나 할까. 속았다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건 좀 곤란한데라는게 솔직한 감상이다. 그래서 열심히 다른 에세이를 읽으면서 마음을 정화했다..라고나 할까. (사실은 조금 극단적으로 [잡문집]과 [채소의 기본, 바다표범의 키스]를 지금 알라딘에 다시 팔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루키의 소설은 호오를 많이 가리는 편이라 이 소설은 정말 멋지지만 저런 별로다라는게 분명한 편인데, 에세이는 어느 하나 버릴게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진짜는 소설가를 표방하지만 에세이에서 더 매력을 발휘하는 작가라고나 할까. 평소 소설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생각이나 생활관(?)이 에세이에서는 더 여과없이 혹은 가감없이 보여줘서 더 좋다랄까. 그리고보니 여기까지 쓰고보니 내가 좋아하는게 하루키의 소설인지 - 혹은 글 - 아니면 그의 생활관인지 조금 헷갈리기까지 하다.
아무튼 하루키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의 애로사항이라면 그의 에세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중복 출간이 굉장히 많이 되었다랄까.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에세이는 그렇지 않지만 난 10~5년전까지 출간된 에세이들은 중구난방이었다. 이쪽 출판사에서 나온 에세이 모습집에 등장했던 에세이가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한 에세이에도 또 등장하는거다. 이러면 이 에세이를 새로 구입해야할지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안될 수가 없다. 아 정말 곤란했는데 결국 새로운 에세이의 비중에 따라서 결정을 했는데 꽤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냐하면 문학동네에서 이번에 에세이를 정리해서 나온다는데 총 5권이다. 보아하니 기존 에세이를 정리해서 새로 번역도 하고 내놓는 모양이다. 이래서는 이쪽이 큰일이다. 어디까지 사서 읽어야 할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데. 모르기는 몰라도 아무리 새로운 에세이를 더 넣었더라도 집에 있는 책을 모으면 얼추 이 5권 안에 있는 에세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거 참 곤란하게 됐다.
아 참고로 이번 책을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다시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집은 이거다. 가만히 더듬어보니 하루키의 에세이는 기행문과 달리기에 대한걸 정말 내가 좋아하는구나 싶다. 저 중에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우천염천]은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좋다. 아끼는 에세이랄까.
말이 길어졌지만, 이번 글의 결론은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는 새로운게 나오면 무조건 읽는다'라는게 기본적인 자세지만 이번 에세이는 정말 곤란하다, 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