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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Ghost Touch
신해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없는 마왕이기 때문에 그의 음성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가 없다. 30년 동안 만났던 목소리는 이전과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름과 목소리, 신해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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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음악)가 세상에서 가장 센 힘을 가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목)소리에 대해 좀 더 예민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예민해지지 않아도, 대번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그런 (목)소리가 있다. 

왜 우리가 노래를 듣고, 음악을 곁에 끼고 사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듣는 순간 마음이, 감정이 스르륵 허물어짐을 느끼게 하는 울림이 있다. 


사람이 (목)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울림을 통해 좀 더 실감하게 됐다. 


남자건 여자건,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 한 쪽이 기운다.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뒤흔들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가장 좋은 예. 

물론 목소리의 울림이 전제돼야 가능한 예. 


버나드 박의 Right Here Waiting, 봄밤의 울림으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거참, 놀라운 힘이다. 

다른 거 따질 겨를 없이 귀를 통해 온 몸이 반응한다. 눈물은 그저 부수적인 결과물일 뿐. 버나드 박이 오늘 하루를 고이 접어준다. 다른 건 그저 묻힌다. 이 노래 하나로 충만한 밤이다. 


아마 봄밤이 목소리를 낸다면, 노래를 부른다면, 바로 이 목소리일 것이다. 

나는 봄밤의 노래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몸 전체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에게, 

노래 부르는 남자가 못 된다면, 책 읽어주는 남자라도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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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마을캠프

 

비가 음악처럼 흐르던 지난 5월의 봄밤, 말로님이 들려주던 자유의 선율에 취해 있었다.

재즈는 자유의 또 다른 이름임을 확인했던 봄밤이 기시감처럼 살아났던 늦가을밤.
마을캠프에서 다시 재즈를 만났다.
말로님의 재즈가 가을밤을 휘감고 있었다.

 
자유!

다시, 말로님이 그 봄밤에 내게 건넸던 자유를 꺼내 본다.

 

 


그러니까 지금은 서울의 밤, 서울야곡에 취해도 좋을 늦가을밤.

 

22~23일, 한국 재즈의 산실 '클럽 야누스'(서초동)에서 자유가 흐른다.
아, 가고 싶다. 말로님을 비롯해 웅산, 혜원 등 나의 재즈 여신님들이 나오니까. http://news1.kr/articles/1412699

 

아름다운 밤이다.
그 가을밤에도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잘 있나요?, 당신!
 

가을이 떨어지고 있다. 이 가을밤, 평생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다.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쓴다. 기억한다. 느낀다. 그 해 그 가을밤처럼.
내겐 오직 하나뿐인 순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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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월 9일. 

Che를 내리는 시간. 

혁명 품은 쿠바 커피. 

46주기를 맞은 나의 리추얼.


詩月은 그렇게 혁명이 스러진 계절이다. 

작정하고 붙잡지 않으면 그만 쉬이 놓치고 마는 계절처럼 혁명도 마찬가지.



그래서 Che는 詩다. 가능성만 영원히 봉인한 채 상상으로만 가능한 詩.

내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남자 체 게바라의 46주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커피를 내리면서 詩를 떠올리는 일. 혁명이 미국의 총탄에 쓰러지지 않았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체의 죽음은 이듬해 68혁명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나의 커피에는 그런 시적 상상이 함께 담긴다.  


벤세레모스(venceremos). 

10월 9일 내가 내리는 쿠바 커피의 이름이다. 당연히 내가 붙인 이름이고. 



체 게바라, 편지 말미에 늘 이렇게 썼다. 

조국이 아니라면 죽음을 (Patria o muerte)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Venceremos)

- 사령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Comendero Ernesto Che Guevara)


벤세레모스, 이 스페인어의 뜻은 이렇다. 우리 승리하리라. 

글쎄, 체는 승리를 확신했을까. 확신 여부는 물론 중요하지 않다. 

나는 체가 미국의 패악질이 얼마나 거대하고 강력한지 충분히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


그러니 아마도 그 승리,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체는 그럼에도 그렇게 뱉으며 끝까지 싸웠을 것이다. 패배를 향한 숭고. 

나는 그 비관적 절망의 정의를 담아 벤세레모스 내려드린다. 혁명의 피 같은 커피를.


벤세레모스는 여러 차례 언급도 했지만,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 노래, 세계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잡은 살바도르 아옌데의 1970년 인민연합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사용됐다. 아옌데는 그러나 1973년 미국의 꼭두각시 피노체트에 의한 쿠데타로 9월 11일 목숨을 잃었다. 승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벤세레모스 커피에 역시 혁명의 피가 묻은 이유다. 


詩月엔, 커피와 혁명과 詩가 있다.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당신이 있었다. 가능성만 영원히 봉인한 채 상상으로만 가능한 당신이라는 시 詩. 그해 시월에 당신이 왔고, 커피가 왔고, 시가 왔고, 혁명이 갔다. 

나의 영원한 벤세레모스. 밤9시, 당신만을 위해 내린다. 



커피 방앗간


그녀가 빻아 내리는 커피 속에는

굵은 무쇠 바늘 지나간 길이 있다

한 땀씩 건넌 자국 위에는

시린 봄을 건너는 탱자나무 검푸른 가시

칼날 세우는 소리와

봄 사과나무 창으로 드는 바람 소리

사랑을 잃은 여자들의 눈물방울이 맺혀있다

 

매운 시간을 건네는 소리들 소복 스민 커피 호로록

호로록 마시다 보면

겨울 소포 같은 두툼한 누비 바다에

가만히 능선을 넘어가는 발자국 소리와

늦은 자국눈 내리는 소리 비쳐든다


겨우내 살브랑살브랑 낮은 햇살 드나든

이 오지그릇 속에도 봄이 와

곱게 4월의 문을 열어놓는 집

빗살무늬 볕살 비껴 내리는

햇살 좋은 그 집


- 김만수 詩集, <바닷가 부족들>중에서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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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또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도 않지만,

(이건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의 영향이다!)


어쩌다 실수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멋지게 춤 추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엔 꼭 댄서다.

(이건 <댄싱 9>의 몸이 빚어 내는 아름다움에 매혹됐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것이 단 한 번만이라도,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는 야구선수이고 싶다.

진짜 수컷이었던, 더할 나위 없이 진짜 사내였던, 

한 부산 싸나이 때문이다. 최.동.원. http://swingboy.net/528

(9월 14일, (최)동원이 형님의 2주기여서 그렇다!) 



그리고, 봉준호의 포기와 단념을 나는 지지하고 동의한다. 

꼬리칸에서 엔진으로 간들, 지배세력만 바뀔 뿐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다른 게이트, 세상으로 가는 다른 문을 여는 것이 되레 현실적이다.  

선악 코스프레로 쳇바퀴 굴리는 세상에 대한 단념과 포기가 필요한 이유다. 

세상을 바꾼다는 말 따위, 그 뜨거운 열정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이유다. 도대체, 이 풍진 세상에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진짜 제대로 단념할 줄 아는 것에서 우리는 현실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설국열차>에서 내가 꼽은 열쇠 말은 음식, 담배, 노동, 혁명, 그리고 단념이었다. 오늘의 커피는, 그래서 최동원이다. 진짜 수컷의 향으로 가득 채운 묵직하고 찐한 테스토스테론의 향기. 그 어느 해 9월 14일, 내게 '최동원'이라는 커피를 주문해주시라. 당신만을 위해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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